공민


      The Public

            By 

    Anton Chekh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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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군주제와는 다른 공화정 하의 시민의 권리에 관한 이야기-                  

    “젠장할, 내가 술을 마시고 일을 하다니, 무..무...무슨 유혹이 있어도 이제 안 마실테다. 몸도 돌봐야 하구, 제정신으로 일을 해야 해...기쁜 마음으로 봉급을 받으려면 정직하게, 성심껏, 양심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구. 잠도 휴식도 잊고 말이야. 거저먹으려는 생각은 당치도 않아. 도대체 일은 농땡이치면서 월급을 받은 놈들이 있다니...옳지 않아, 암 옳지 않구 말구...“

    스스로에게 일장 연설을 한 다음, 검표 반장 포쨔긴은, 일을 하고 싶다는 버티기 힘든 충동을 느꼈다. 새벽 한 시가 지났지만, 검표반원들을 깨워 객차를 오가며 승차표 검사를 했다.

    “표...오....보....옵...시다.” 검표기를 짤랑대며 계속 기운차게 소리쳤다. 객차의 희미한 불빛 아래, 잠에서 덜 깬 승객들이 머리를 흔들고는, 표를 내밀었다.

    “승차표...오...좀...봅시다.” 털 외투와 담요로 몸을 감싼 채 베개에 파묻힌, 가냘프고 바짝 마른 2등 칸 남자에게 포쨔긴이 말했다.

    “승차표 내세요.”

    가냘픈 남자는 대답을 안 했다.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검표 반장이 그의 어깨를 치고는 짜증난 듯 다시 말했다.

    “피...오..오를 조..옴 보....오옵...시다.”

    승객이 깜짝 놀라 눈을 뜨고, 놀란 듯이 포쨔긴을 바라보았다.

    “뭐여?...누구요?....엉?

    “귀찮겠지만.. 피...오..오를 조..옴 보....오옵....시다 했지요, 분명한 말로 말이오.”  바싹 마른 사내가 비통한 얼굴을 내밀며 신음했다.

    “맙소사! 아이구 세상에! 난, 류마티즘으로 고생하고 있단 말이오...사흘 밤이나 못 잤어! 잠을 좀 자려고 진통제를 먹었는데...그런데 당신... 표를 보자니! 이런 무자비한 일이 있나, 비인간적이야! 내가 얼마나 잠들기가 어려운지 안다면 그따위 일로 날 깨우지 않았을 거요...이 건 잔인해.. 바보 같으니라구! 표를 받아 뭣에 쓴다는 말인고! 정말로 멍청한 짓이야!

    포쨔긴은 화를 낼지 말지 망서리다가...결국 버럭 화를 냈다.

    “고함지르지 마셔! 여긴 술집이 아니란 말이오!” 승객이 기침을 하며 말했다.

    “아니고 말고, 술집은 더 인도적이지...잠을 못 자게 하겠다는 말이군.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나는 해외를 돌아다녔오. 세상 천지를 다 다녔는데 아무도 승차표를 보자고 하지 않더군. 그런데 당신은, 악마가 당신 뒤에서 부추기는 듯, 자꾸자꾸 표를 보자구 한단 말이오.”

    “으음, 그게 좋다면 또 해외로 가시구려.”

    “미친 짓입니다. 아암 그렇고말고요. 악취에다 나쁜 공기, 마차를 끄는 마소로도 모자라, 관청의 복잡한 절차로 사람을 죽이지요. 개 같아요! 승차표는 사야해요! 제기랄, 부럽기도 하구! 철도회사야 표가 필요하겠지만, 여객의 반은 차표 없이 여행을 합디다.” 포쨔긴은 화가 치밀어 올라 외쳤다.

    “여보시오, 그렇게 큰 목소리로 다른 승객들을 불편하게 하니 다음 역에서 당신을 하차 시켜야 겠어. 사고 보고서도 작성해야겠고.” 승객이 소리쳤다.

    “이건 공민에 대한 모독이야!” 그가 점점 격분하기 시작했다.

    “부상병을 학대하다니! 여보시오 좀 깊이 생각해 봐요.” 포쨔긴이 조금 겁이 나서 말했다.

    “그런데 귀하께서 좀 마구하시니! 좋아요...원하신다면...표를 안 받지요...그냥...잘 아시다 시피...내 일이라서... 내 일이긴 하지만 아니라 치구... 역장님 한테... 아니면 좋으신 대로... 아무에게나 표 못 내겠다고 하세요.”

    포쨔긴은 어깨를 들썩하고는 부상병으로부터 발을 떼었다. 그는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마음이 상한 채 객차 두세 개를 지나고 나자, 검표원으로서 양심을 찌르는 어떤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가 혼자 중얼거렸다.

    “분명 상이용사를 깨울 필요는 없었지. 내 잘못이 아닌데 말이야...내 맘대로 마구 깨웠다고 승객들은 생각할거야. 깨워서라도 임무수행을 해야 한다는 걸 그들이 알 리가 없어. 그러니 역장님을 데리고 와야겠군.“

    기차가 역에 도착했다. 5분간 정차를 한다. 세 번째 종(*)이 울리기 전, 포쨔긴은 2등칸으로 갔다. 그의 뒤에는 붉은 모자를 쓴 역장이 서 있었다. 포쨔긴이 말했다.

    “이 분입니다. 표를 보자는 권리가 저에게 없다는군요...그러면서 화를 냈습니다. 역장님, 이 분에게 설명 좀 해 주시죠.” 포쨔긴이 그 비쩍 마른 사내에게 물었다.

    “손님, 내가 규정에 따라 표를 보자고 한 건가요? 아니면 재미로 그런 건가요? 날 믿지 못한다면 역장님에게 물어보시죠.”

    부상병이 송곳에 찔린 듯 깜짝 놀라, 눈을 뜨고는 괴로운 표정으로 뒤로 물러앉았다.

    “맙소사! 약 한 봉지를 또 먹고는 방금 잠에 들려고 했는데 저 사람이 또...또 오다니! 그렇게 자비를 베풀라고 했건만!”

    “역장님에게 물어보세요... 당신의 승차표를 보여 달라는 권리가 내게 있는지 없는지.” 군복의 신사가 점점 더 화를 냈다.

    “참을 수가 없군. 표를 가져가요...가져가! 내가 평화롭게 죽을 수 있게만 해준다면 5루블을 더 주겠오! 당신은 아파 본 적이 없소? 인정머리 없는 사람 같으니라구! 이게 바로 학대야! 저 고집을 어떻게 달리 설명할 수가 없군.“

    역장이 얼굴을 찡그리고는 포쨔긴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만 두게.”

    포쨔긴은 어깨를 들석하고는 역장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는 혼란이 일어 생각해 보았다.

    “승객들 마음을 풀어주기란 불가능한 일이로군. 역장을 데리고 온 건 그를 위해서지. 이해하고 마음을 가라앉힐 줄 알았는데...고함을 치다니.”

    다음 역에서 기차가 섰다. 10분간 정차한다. 두 번째 종이 울리기 전, 포쨔긴은 간이 바에 앉아 소다수를 마시고 있는데, 두 사람이 그에게 다가왔다. 한 사람은 역무원 제복을 입었고, 또 한 사람은 군용 외투를 입고 있었다. 역무원이 포쨔긴에게 말했다.

    “여보시오, 검표원! 저 부상 승객에 대한 당신의 태도는, 그 장면을 목격한 모든 승객들을 화나게 했오. 나는 푸지츠키요. 나는 역무원이고 이분은 대령님입니다. 만일 당신이 저 승객에 사과하지 않는다면, 우리 친구인 운송과장에게 불평을 해야겠오.” 포쨔긴이 공포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거렸다.

    “아이구, 어르신들! 제....에가....그러니...까...저...어..르신....

    “설명은 필요 없소. 경고컨대, 사과를 안 하면, 그에 따른 정당한 조치를 보게 될 거요.”

    “그럼요....하구말굽쇼...틀림 없이...

    반시간 후 포쨔긴은, 자기 위신을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사과할 수 있는 말을 생각해내고는, 그 객차로 걸어갔다. 그가 부상병에게 말했다.

    “저어...어르신...잠깐... 그 부상병이 깜짝 놀라 벌떡일어났다.

    “뭐요? 나 참....뭐냔 말이어?...화딱지 나게 할거요?” 그가 가슴을 쥐어짜며, 

헐떡거렸다.

    “아이구 죽겠다...물을 좀.. 방금 세 번째 진통제를 먹구 잠깐 잠들었었는데.....또 오다니! 맙소사! 언제 이 고문이 끝나려나!”

    “제가...그냥...사과 드리려고.....” 그 ‘공민’이 외쳤다.

    “집어치쇼...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겠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군....난....난 말이요....아이구 죽겠다...” 그리고는 악담을 퍼부었다.

    “치사하구 더러워서리! 꺼지라구! 이런 학대를 하다니, 당신은 대가를 치를 거야, 꺼져!”

    포쨔긴은 절망 끝에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는, 한숨을 쉬며 객차에서 내렸다. 승무원 휴게실로 가 녹초가 되어 식탁에 앉아 투덜댔다.

    “아, 공화국! 공민을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한 일이야! 최선을 다해 일해 봤자 부질없고. 누구든지 이런 형편이면 한잔하고 욕지거리를 하겠지...일을 안 하면 안한다고...하면 한다고 지랄들이니...한 잔할 수밖에 도리가 없어!”

    포쨔긴은 한 병을 통째로 들이키고는 일이고, 의무고, 양심이고 다 팽개쳐 버렸다.

 

주: (*) 여객 열차는 3번의 종을 친다. 출발 15분 전, 5분 전, 그리고 출발할 때. (C)


Translated into Korean by Hung S.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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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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