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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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를 마시는 일은 현대인의 일상생활의 일부이며, 커피를 마시는 순간만은 누구에게나 아늑한 대화와 사랑 그리고 평화가 찾아온다. 조용한 찻집의 창가에 앉아 한 잔의 커피를 마시노라면, 아득한 옛사랑의 추억으로 되돌아가게 됨을 많은 이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커피의 원산지는 이디오피아이며, 오랜 옛날에는 야생의 커피를 의약용으로 사용했고 오늘날에도 이뇨제로 이용하고 있다. 커피가 지금처럼 물 다음의 음료수로서 대량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이디오피아 사람들이 커피콩을 볶는(Roasting) 방법을 알아내고서 부터이다. 플란테이션 규모의 대량 재배는 12세기경 예멘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15세기에 이르러 수니파 회교도들에 의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및 이집트의 카이로까지 전파되었다. 오늘날의 커피라는 말은 카화(Qahwa)라는 이들의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Qahwa라는 말은 또 커피가 처음 발견되고 재배되었던 곳인 이디오피아의 Kaffa 주를 일컷는다.

    17세기 중엽 처음으로 유럽에 커피가 소개되었다. 당시의 거대 제국이었던 오스만터키에서는 커피 음용이 이미 일상화 되었었고, 오스만터키풍이라면 사족을 못 쓴 유럽 상류사회가 이를 모방함으로써 곧 유행이 되어버린 것이다. 커피에 중독된 딸과의 갈등을 그린 바하의 커피 칸타타는 이 시대의 풍조를 반영한 코믹 소품 오페라이다.

    이처럼 유럽인을 매혹시킨 커피도 그 여정이 순탄한 것만도 아니었다. 16세기 중엽 카이로나 메카에서는, 커피가 코란의 가르침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그 음용이 금지된 바가 있으며, 17세기 초 이태리에서는 일단의 사제들이 “악마의 액체”라는 이유로 교황 클레멘트8세에게 파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17세기 후반 런던에서는 커피하우스의 철야 영업과 이곳에서 만개한 언론의 자유는 왕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되기도 했고, 불임증의 원인이 된다는 오해 때문에, 일단의 청교도 및 주부들이 합세하여 커피 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커피 재배는 강우량이 풍부한 열대 몬순지역에 국한 된다. 커피의 종류에는 Arabica와 Robusta등 두 품종이 있다. 아라비카는 해발 8백 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며, 산기슭의 계단식 재배이기 때문에 기계화 영농이 불가능하여 거의 수작업에 의존한다. 이에 반해 로버스타는 평야지대에서 재배되므로 기계화 영농에 의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값도 훨씬 싸다. 우리는 여러 가지 커피 이름에 익숙하다. 에스프레소, 라테, 비엔나, 아이리쉬, 터키쉬, 아이스, 바닐라, 헤즐넛, 캐러멜, 쵸커릿 커피 등등...이처럼 수많은 이름들은 다만 커피 조리법 명칭에 불과할 뿐, 원료로 볼 때는 결국 아라비카 아니면 로버스타 등 둘 가운데 하나이다.

    아라비카는 현재 유통되는 커피의 약 75%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해발 8백미터 이상, 연평균 섭씨20-25도 사이의 서늘한 기온이라야 하지만 서리가 내리는 지역이어서는 안 된다. 풍부한 강우량을 필요로 하지만, 대기 중의 습도는 낮아야 하며 일조량도 풍부해야 하지만 강렬한 직사광선을 싫어한다. 따라서 보통 유칼리나무 또는 바나나 또는 아보카도를 함께 심어 그늘을 만들어 준다. 우수한 아라비카 품종은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지대의 토양층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다. 이처럼 까다로운 성장 조건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와 같은 조건이라야만 커피열매가 올되는 것을 막아주며, 열매의 익는 기간이 길수록 뛰어난 향기와 풍미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아라비카로는 자마이카의 불루마운틴, 코스타리카의 따르라수 및 뜨레스 리오스, 콜롬비아의 수푸레모, 하와이의 코나, 케냐의 AA, 이디오피아의 모카 등이며, 그 이름이 예멘의 항구 이름에서 비롯된 모카는 다시 시다모, 일가치프, 리무 등 산지의 이름에 따라 세분된다. 자마이카 산 불루마운틴은 최고급의 커피이기는 하지만, 최근 과잉생산에 따른 가공과정의 문제로 품질 저하가 지적되고 있으며, 또한 “불루” 또는 “마운틴”등을 도용한 유사상표가 다량 유통되고 있기도 하다. 참고로 프랑스는 1970년에 100% 아라비카 커피로 전환한 바 있다.

    로버스타는 콩고가 원산이며, 아라비카 품종보다 저 품질의 것이다. 아라비카보다 카페인 함유도가 훨씬 높아 맛도 훨씬 쓰며 향기가 약하다. 각종 인스턴트커피의 주원료이다. 따라서 인스턴트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의 소비자들이 주로 마시게 된다. 로버스타는 토양 조건을 가리지도 않고 높은 습도를 좋아하며, 태양광 및 병충해에 대해서도 매우 저항력이 강하다. 강하다, 라는 뜻의 Robusta 라는 이름은 이에 연유한다. 로버스타는 1877년 인도네시아에서, 병충해로 인해 거의 전멸 상태에 있던 아라비카 품종을 대체하기 위해 화란 사람들이 처음으로 재재하기 시작했다. 현재 로버스타의 주요 재배지역으로는 인도네시아, 브라질, 과테말라, 아이보리코스트, 우간다 ,베트남, 콩고, 인도, 마다가스칼, 태국,서부아프리카 일부 국가 등 20여개 나라이다. 커피 최대 생산 및 수출 국가인 브라질은 생산량의 15%정도가 로버스타인데, 리오 데 쟈네이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로버스타는 그 쓴맛으로 인해 커피 감정가들로부터 최악의 커피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쓴맛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게는 인기가 있다. 코스타리카처럼 로버스타의 재배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잘 익은 아라비카 커피 열매(Coffee cherry)는 검붉은 빛깔을 띤다. 그 생김새가 잘 익은 버찌 열매와 비슷하다. 겉껍질인 이 검붉은 과육질 부분은 그 맛이 매우 달고, 이 같은 작은 열매들이 모여 포도송이처럼 다발을 이룬다. 다발을 이루는 수많은 열매들은 일거에 익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익기 때문에 일거에 수확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그때그때 익은 열매만 몇 차례에 걸쳐 수작업으로 따낸다. 수작업으로 수확하기 때문에 익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등, 잡다한 품질의 것이 뒤섞여 있게 마련이다. 커피열매에서 커피콩을 추출해내는 가공방법에는 물을 이용한 습식가공법과 태양열을 이용한 건식 가공법등 두 가지가 있다.

    습식가공법(Wet method)은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 채택하는 방법이다. 모든 커피열매는 물에 뜨며, 물에 떠 있는 잡다한 품질의 열매는 익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매우 쉽게 구분할 수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몇 번 되풀이 하면서 완전히 성숙한 고품질의 열매들만 골라내게 된다. 이렇게 선정된 커피열매(Washed mild bean)를 기계적인 방법에 의해 과육질 부분인 겉껍질과 단단한 속껍질을 벗기고 나면, 마지막으로 연두색을 띤 한 쌍의 속 씨가 나온다. 바로 이 속 씨를 커피콩(Green bean)이라고 한다. 이때 속 씨가 한 개만 나오는 매우 희귀한 경우가 있는데, 이 콩을 카라콜리(Caracoli)라고 부르며 매우 귀한 것으로써 최음제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추출된 커피콩은 다시 비중측정법으로 같은 품질의 것들로 다시 고른다. 참고로 커피콩의 등급으로 최상급의 것을 프랑스 급, 차상 급의 것을 아메리카 급(미국 급)이라고 한다. 건식가공법은 태양열을 이용해 겉껍질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는 잡다한 품질의 것이 섞여 있는 다량의 커피콩(Natural bean)을 같은 품질의 것끼리 분류할 수가 없다. 수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택하고 있는 건식 가공법은 자연히 커피의 품질을 저하 시킬 수밖에 없다. 커피의 품질을 판단할 때 가공법이 중요시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커피콩을 토스터로 볶는 것을 볶기(Roasting)이라고 한다. 볶는 정도에 따라 엷게(Light), 중간정도(Medium), 깊게(Black) 볶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품질이 낮은 것을 깊게 볶으며, 그 맛은 엷게 볶은 것보다 훨씬 쓰다. 물론 볶는 정도에 따라 프랑스식, 유럽식, 이태리식 등 더 세부적으로 나눌 수도 있다. 볶는 순간부터 커피의 품질은 저하되기 시작하며, 시간의 경과와 함께 품질은 계속 저하된다. 따라서 볶은 지 오래된 커피는 구입을 삼가해야 할 것이다. 

    인스턴트커피는 분말의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말 그대로 물에 금방 녹기 때문에 즉시 마실 수 있는 커피이며 일반적으로 깊게 볶은 커피를 이용한다. 인스턴트커피는 1890년 사토리 가토라는 일본 사람이 처음 고안했고, 2년 후 버팔로 국제박람회에 처음 출품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 시작했다. 인스턴트커피를 만들기 위한 냉동건조법이 개발된 것은 1965년에 이르러서이다.

    인스턴트커피와는 달리 그라운드(Ground)커피는, 분말의 형태이기는 하지만 필터(커피메이커)로 여과를 해야만 마실 수가 있다. 엷게 볶은 그라운드 커피는 그윽한 향기와 더불어 부드러운 호박색을 띈다. 잘 구워진 그라운드 커피는 위에 부담이 없고 맛이 구수하여 커피크림이나 설탕을 넣지 않아도 숭늉 마시듯 마실 수가 있다. 다만 인스턴트커피와는 달리 그라운드 커피는 필터로 걸러야만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필터가 없는 경우는 물을 투과 시킬 수 있는 얇은 천으로도 여과가 가능하다. 그라운드 커피야말로 인스턴트커피가 흉내 낼 수 없는 커피 본래의 맛인 것이다.

    커피를 혼합가공(Blending)하기도 한다. 특별한 맛을 내기 위해서거나 맛의 항상성을 위해서 또는 원가 절감을 위해 품질이 다른 커피들을 서로 섞거나(보통 저 품질의 것과) 또는 향료를 섞는 것이다. 인스턴트 커피는 거의 모두가 혼합 가공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틀림없다. 인스턴트 커피가 위에 더 부담이 되는 이유는 이처럼 혼합가공 때문이기도 하다. 수자원이 풍부한 고원지대에서 재배된 순수한 아라비카 커피의 맛은 혼합가공이 결코 흉내 낼 수가 없다. 아무리 교묘한 혼합일지라도 자연이 만들어낸 본래의 맛을 능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커피의 맛은 토양, 햇빛, 강우량, 일조량, 기온 등에 좌우되며 이러한 조건들은 항상 가변적인 것이므로, 인위적인 것이 아닌 한, 같은 장소에서 생산된 커피라도 항상 동일한 맛을 낼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커피는 포도주와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