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살롬 압살롬


  Absalom Absalom

                by

    William Faulkner

        <Synop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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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타인의 약점은 바로 자신의 약점이며, 

           타인에 대한 박해는 결국 자신에 대한 

           박해라는 주제를 다룬 비극적인 이야기임.

구성: 한 사건을 여러 사람의 각도에서 진술하는 

          형식의 장편 소설.


등장 인물 :

토마스 섯펜Thomas Sutpen:

     미시시피 제퍼슨 인근 요크나파토파읍 소재 헌드레드 농장 주. 부인 엘렌 콜드필드. 헨리, 쥬디스, 클라이티 섯펜, 챨스 본 등의 자손을 둠. 예리하고 대담하며 불굴의 남자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 연민을 결여한 사람. 워시 존스에게 살해 당함.

챨스 본Charles Bon:

    토마스 섯펜과 부인 율라리아 본 사이의 아들. 율라리아는 토마스 섯펜이 젊은 시절 감독으로 있던 농장주의 딸임. 흑인의 피가 섞인 여인. 이를 안 토마스는 부인과 아들을 버린다. 율라리아는 아들 챨스를 데리고 뉴올리언스로 이주를 하며, 그곳에서 자란 챨스는 1859년 미시시피 주립대학에 입학을 한다. 단순하고 세련된 젊은이.

엘렌 콜드필드 섯펜Ellen Coldfield Sutpen:

    토마스 섯펜의 두 번째 부인으로 헨리와 쥬디스의 친모.

로사 콜드필드Rosa Coldfield:

    엘렌 콜드필드의 여동생. 헨리와 쥬디스의 이모. 언니가 사망 후 잠깐 토마스 섯펜과 부부 관계를 맺으나, 그로부터 모욕을 당한 후 떠남. 토마스에 대한 미움과 분노로 인해 독신으로 여생을 보냄.

콜드필드Mr. Coldfield:

    감리교 상인. 엘렌과 로사의 부친.

헨리 섯펜Henry Sutpen:

    토마스 섯펜과 엘렌 사이의 아들.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농장에서 성장. 1859년 미시시피 주립대학에 진학. 그곳에서 챨스 본을 만나 친구가 됨. 후에 그를 살해함. 선량하고 낭만적인 젊은이.

쥬디스 섯펜Judith Sutpen:

    토마스 섯펜과 엘렌 사이의 딸.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에서 성장. 1860년 챨스 본과 약혼. 아버지를 닮아 강인하고 민첩한 행동의 여인.

클라이팀니스트라 섯펜Clytemnestra Sutpen ("Clytie"):

    닉넴임 “클라이티”. 토마스 섯펜과 노예 여인 사이의 딸. 헌드레드 농장에서 쥬디스와 헨리의 하녀로 성장함. 1910년, 농장의 화재로 불에 타 죽음.

와시 존스Wash Jones:

    섯펜의 농장에 딸린 버려진 어막에 사는 하층민. 밀리의 할아버지. 토마스 섯펜을 살해한다.

밀리 존스Milly Jones:

    워시 존스의 손녀. 열다섯 살에 토마스 섯펜의 아이를 출산. 아이와 함께 살해당함.

챨스 에티엔느Charles Etienne de St. Valery Bon:

    챨스 본과 흑인 혼혈 부인 사이의 아들. 1871년 클라이티가 헌드레드 농장으로 데려 옴. 격정적이고 폭력적인 남자로 성장함.

 짐 본드Jim Bond:

    챨스 에티엔느와 흑인 부인 사이의 아들. 헌드레드 농장에서 클라이티가 양육함. 1910년 농장 화재 후 실종됨. 항상 입을 벌리고 있는 멍청한 남자.

쿠엔틴 콤프슨Quentin Compson:

    미시시피 제퍼슨 출신의 젊은이. 20세기 초에 하버드 대학에 진학한 젊은이.

콤프슨 장군General Compson:

    쿠엔틴의 조부. 토마스 섯펜이 요크나파토파에서 처음 사귄 친구. 남북전쟁 시 장군으로 참전함. 제퍼슨 시 저명인사.

콤프슨Mr. Compson:

    쿠엔틴의 부친. 콤프슨 장군의 아들.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운명의 힘을 믿는 남자. 그가 아버지로부터 들은 토마스 섯펜에 관한 이야기를 아들 쿠엔튼에게 전함.

슈레브Shreve:

    쿠엔튼의 하버드 대학 룸메이트. 캐나다 앨버타 에드먼튼 출신의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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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장

    1909년, 미시시피주 제퍼슨 인근 요크나파토파읍. 쿠엔틴은 로사 콜드필드라는 노부인으로부터 만나자는 서신을 받는다. 그날 오후에 만나, 자신과 자신의 가정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이야기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제퍼슨의 저명 가문의 자손인--쿠엔틴의 조부는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장군이었다-- 그는 왜 그녀가 자신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하여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버지 콤프슨 씨 말에 따르면 로사는, 토마스 섯펜이라는 사람을 그녀와 그녀의 가정을 파괴한 악마로 여기고 있으며, 그녀의 사연에는 토마스의 친구인 쿠엔틴의 조부 즉 콤프슨 씨의 아버지가 관련되어 있다고 했다.

   쿠엔틴은 로사 콜드필드의 집으로 갔다. 그들은 그녀가 “사무실”이라고 부르는 곰팡내 나는, 셔터가 내려진 채 한줄기 희미한 햇살이 스며드는 방에서 마주 앉는다. 그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그가 하버드 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만일 그가 문학적인 야망이 있다면, 어느 날엔가 그녀의 말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녀의 말을 경청한다면, 왜 전쟁에서 남부가 패했는지 알 수 있을 것임을 쿠엔틴은 깨닫는다. 바로 남부가, 힘과 용기만 있지 타인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토마스 섯펜 같은 자들의 수중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쿠엔틴은 금방 알았챘다. 미스 로사(그녀는 노부인이나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한이 맺힌 쓰디쓴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녀는 토마스 섯펜 때문에  지난 40년을 분노 속에서 살았다고 했다. 1833년 악당 토마스 섯펜이 말 한필, 권총 두 자루 그리고 과거가 불명한 남자로서 몇 명의 노예와 프랑스인 건축가 한 사람을 데리고 제퍼슨 마을에 왔다고 했다. 그는 강철 같은 의지력으로 자신의 설계에 따라 재판소 크기의 거대한 저택을 지은 다음 "섯펜의 헌드레드", 라고 이름지었다. 토마스 자신도 노예나 다름없는 처지였지만, 그는 "노예들 간 격투"로 불린  행사와 어린 소녀들에게 말하기 어려운 민망한 일들을 꾸며 자신의 저택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존경에 목이 말랐던 그는 로사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녀의 언니인 엘렌 콜드필드와 결혼을 하였다. 그녀는 현지 감리교 상인의 딸이었다. 토마스는 1839년에 아들 헨리를 얻었고, 일 년 뒤 딸 쥬디스가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그의 사납고 거친 성격에는 걸 맞는 일이 아니었다. 어느 날 밤 엘렌은, 피에 굶주린 사람들과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흑인 한 사람과 격투를 벌리는 남편을 보았다. 헨리가 놀라 울고 있었다. 쥬디스는 꼬마 흑인 소녀와 함께 어른들 사이를 비집고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흐트러짐이 없는 냉정한 태도였다. 쥬디스는 아빠의 기질을 닮은 듯했다. 토마스 섯펜의 마차가 교회 앞을 소란스럽게 지나가자, 목사가 불평을 하며 마차를 세웠고, 마차가 서자 이를 못 참은 여섯 살의 쥬디스가 인사불성이 되도록 울어댄 적이 있었다.

     로사 부인의 이야기 가운데 뒷 부분은 이렇다 할 내용이 없었는데, 토마스 섯펜과 그의 아들 헨리가 남북전쟁에 참전하였다는 사실, 엘렌이 죽을 때 딸 쥬디스보다 나이가 어린 여동생 로사에게 쥬디스를 잘 보살필 것을 당부한 것 등이다. 이 당부에 대해 로사는, 아이들의 보호는 바로 아이들 자신에게 있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이야기들 이외에 별달리 상세한 이야기가 없었는데, 다만 로사가 몇 번이고 되풀이 한 말은, 쥬디스의 결혼식 바로 전날, 헨리가 섯펜의 저택 앞에서 그녀의 약혼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이다. 

    제2장

     쿠엔틴과 로사가 토마스 섯펜의 농장으로 출발하기 전,  콤프슨 씨는 쿠엔틴에게 제퍼슨 시절의 토마스 섯펜에 관한 일들을 상세히 말했다. 그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1833년 어느 여름날 아침, 스물다섯의 젊은 토마스 섯펜은 마치 열병을 앓은 듯, 중병을 정신력으로 이겨낸 자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권총 두 자루와 말 한 마리가 전부인 빈털터리로 홀스턴 여인숙에 여장을 풀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주목했다. 매일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면, 그는 문을 잠그고 어디론가 말을 타고 갔다. 그런 식으로 그는 의문투성이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마을 남자들이 알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그는 그들과 술 한잔 나눈 적이 없었고(섯펜은 그럴만한 돈도 없었음을 쿠엔틴의 할아버지가 나중에 알았다), 뭔가 물어봐도 묵묵부답이었다. 분명한 사실은 그가 어떤 다급한 일로 지쳐있었다는 점이다. 아무도 왜, 무슨 일로 그가 지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쨌든 그는 인디언 부족으로부터 일백평방마일의 처녀지를 사들였고, 그의 마지막 밑천이었던 스페인 금화로 땅 값을 지불했다. 그런 후 두 달 동안 행방이 묘연했다가,  흙으로 뒤범벅을 한 노예 몇 명과 프랑스인 건축가 한 사람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 후 바로 토마스 섯펜이 데리고 온 사나운 노예들에 관한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점점 퍼지기 시작했는데, 거친 황야에서 토마스가 사냥을 하면서 그의 노예들을 사냥개 몰아붙이듯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토마스와  그의 노예들은 프랑스어 사투리로 의사소통을 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나라의 수수께끼 같은 말이라고 했다. 다음 2년간은, 그 프랑스인 건축가의 도움을 받아 토마스와 노예들은 진흙탕 속에서 벌거벗은 채 흙으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일은 더뎠고, 토마스 역시 벌거벗은 몸으로 일을 했는데, 옷은 위엄있는 자리를 위한 것으로 아껴야 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문짝도 없고, 페인트 칠도 못한 채였으나, 마침내 건물이 완성이 되었다. 다음 3년간은 토마스가 곤궁한 처지에 처하게 되었는데, 다만 콤프슨 장군으로부터 목화씨를 빌려 목화밭을 일구기 시작했고, 장군은 그 의도를 물었고, 마을 사람들도 의아해 했다. 토마스는 사냥을 위해, 술을 마시기 위해, 노름을 하려고 아니면 노예들의 격투를 보여주기 위해 그의 집으로 사람들을 떼로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을 여인들은 그의 이 같은 짓은 아내감을 찾기 위한 행동이라고 보았다.

 

     3년째가 끝나가던 어느 일요일 아침 토마스는, 그가 제퍼슨에 처음 나타날 때 입었던 옷을 입고 마을 교회의 예배에 참가했다. 사람들이 놀란 건 당연했다. 감리교도이며 중류층 상인으로 그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콜드필드 씨의 딸 엘렌에게 그는 관심이 있는 듯했다. 토마스는 엘렌의 아버지에게 환심을 사려고 전력을 기울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다시 사라졌다. 그는 곧 그의 저택에 비치할 가구며 창문용 유리판을 마차 가득 싣고 왔다. 그는 마을 사람들의 적대감속으로 다시 돌아온 것으로, 마침내 마을 사람들은 그와 피할 수 없는 관계를 맺어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더구나 그가 범죄 또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그러한 재물을 손에 넣었으리라 의심을 했다. 마침내 마을 사람들은 보안관을 선두로 그를 찾아 나섰다. 그들은 마주오던 토마스를 중도에서 만났다. 그는 말을 타고 마을로 갔고, 사람들은 그의 뒤를 따랐고, 그는 홀스톤 여관에 방을 잡았다. 그는 새 모자를 쓰고 방에서 나왔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모여든 사람들은(장군의 말에 따르면 한 오십 명은 되었을 거라고 했다), 토마스가  꽃다발을 한손으로 들고 광장을 지나 콜드필드 씨의 집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았다. 한참 후 토마스는 빈손으로 나왔는데, 사람들은 눈치를 못 챘으나, 그는 약혼을 하고 나온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붙잡았고, 재판을 받아 수감이 되었으나, 콤프슨 장군과 콜드필드 씨의 도움으로 석방이 되었다. 석방 후 두 달이 지난 1838년, 그는 엘렌 콜드필드와 결혼하였다. 엘렌은 결혼식 날 눈물을 흘렸고, 마차를 타고 토마스 섯펜의 저택으로 갔다. 콜드필드 씨는 간소한 결혼식을 원했으나, 엘렌의 고모는 성대한 결혼식을 원했고, 토마스도 역시 그걸 원해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하여 백 명의 인사들에게 초청장이 갔으나, 결혼식에 온 사람은  열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예식장인 교회 밖에선 많은 사람들이 모였었고, 새신랑 신부가 나타나자, 그들은 흙과 채소 쓰레기를 신랑을 향해 던졌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곧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제3장

    쿠엔틴은 왜 로사가 토마스 섯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는지, 그 이유를 아버지에게 물었다. 콤프슨 씨는 로사 부인의 일생에 관한 말로 대답했다. 그의 말은 아래와 같았다.

    엘렌이 결혼한 7개월 후, 엘렌의 어머니는 뚤째 딸 로사를 낳고 곧  죽었다. 로사는 미혼의 고모가 길렀다. 바로 엘렌의 성대한 결혼식을 고집한 여인이다. 로사는 어머니의 죽음은 아버지의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그를 증오하며 자랐다. 아버지 콜드필드 씨가 자살로써 삶을 마감하고(표면적으로는 전쟁에 참전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으나, 아마도 토마스와 공모한 어떤 범죄적인 일과 관련되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음), 엘렌이 죽은 다음 로사는 형부인 토마스와 결혼을 하였다. 결혼 관계가 깨진 다음  조카 딸 쥬디스를 돌보기 위해  헌드레드로 갔다. 토마스가 전쟁에서 돌아와 보니, 스무 살의 로사가 쥬디스와 클라이티를 돌보고 있었다. 클라이티는 토마스와 그의 여자 노예 사이에 태어난 딸이다. 로사가 어렸을 때에는 토마스의 농장에 가기를 싫어했는데, 그곳에 가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조카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라고 숙모가 들볶았기 때문이다. 그 숙모가 어떤 남자와 애정의 줄행랑을 친 다음, 로사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헌드레드 농장엘 갔다. 그녀의 언니 엘렌은 토마스와의 결혼을 자랑스러워 했고, 따라서 엘렌이 자신과 아버지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고 있음을 알았다. 엘렌은 점점 웃음이 헤픈 시골 아낙네가 되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콜드필드 씨는 헌드레드 농장 방문을 멈췄고, 로사 역시 그랬다. 헨리 섯펜이 챨스 본을 살해한 후 얼마 안되어 아버지가 자살 하자, 로사는 토마스섯펜의 헌드레드 농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얼마 동안 지내며 남군 병사들을 찬양하는 영웅 시를 쓰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복무를 기피한 그녀의 아버지 콜드필드 씨가 그 병사들의 눈에 띄었다면, 그들의 손에 목이 매달렸을 것이다. 그 때 헨리는 미시시피주립대학 학생으로 챨스 본과 친구가 되었고 그와 함께 고향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기간 중  챨스가  뉴올리언스로 기선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가 떠난 후 곧 토마스 섯펜도 사업차 여행을 떠났다. 사실은 그가 챨스 본을 찾아 뉴올리언스로 간 걸 콤프슨 장군과 클라이티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 즈음 토마스는 엄청난 돈을 갖고 있었다. 개인 농장주로서는 그는 그 지역에서 가장 부자였다. 그로 인해 사회적 지위도 얻었다. 챨스 본의 방문 기간 중 그의 헌드레드 저택에서 벌어진 무도회와 파티에 관한 이야기를 로사는 들어 알고 있었다. 챨스 본은 알 수 없는 곳에서 온 교양있고 세심하며 세련되고 특이한 젊은이로, 헨리 섯펜보다 몇 살 위라고 했다. 그 때 혼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챨스 본과 쥬디스 섯펜이 결혼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는 곧 무슨 소문이 로사의 귀에도 들렸다. 무슨 일인지 아무도 모른 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 소문의 진상이 노예들의 입을 통해서 밝혀졌다. 헨리가 아들로서의 친권을 포기하고 챨스와 함께 토마스의 헌드레드 농장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로사는, 미시시피가 연방으로부터 탈퇴를 하고 토마스가 전쟁터로 나갈 때까지 쥬디스의 결혼식을 위한 옷을 계속 지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콜드필드 씨는 다락방으로 숨어들었고 문을 못으로 박아 완전히 폐쇄 시킨 다음, 그곳에서 굶어 죽었다. 그 후 엘렌이 죽자 로사는 혈혈단신에 무일푼이 되었다. 헌드레드 농장은 전쟁으로 인해 이미 폐허가 되어 가고 있었다.  로사는 챨스 본의 생사여부를, 헨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어느 날 창 밖을 내다보니 하층민 와시 존스가 안장도 없는 노새를 타고 지나가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제4장

     안면도 없는 부인을 만나기 위해 출발을 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두워 쿠엔틴은 현관에 앉아, 검은 모자에 검은 숄을 걸친 어둠 속의 로사 부인을 상상하고 있었다. 콤프슨 씨는 한통의 편지를 꺼냈는데, 그 편지는 챨스 본이 쥬디스에게 보낸 것으로, 쥬디스가 수 십년 전 콤프슨 씨의 어머니에게 맡겨 놓은 편지였다. 콤프슨 씨는 챨스 본과 헨리 섯펜과의 관계 즉, 그들이 대학에서 어떻게 만났으며, 게으르나 쾌활하며 냉소적인 젊은이로서 마을의 어린 학생들이 우러러 본 챨스 본에 대해서 말했다. 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859년 크리스마스에 챨스 본과 헨리가 헨리의 고향집에 함께 왔을 때, 챨스와 쥬디스가 약혼을 하리라는 억측이 있었다. 챨스 본이 뉴올리언스로 여행을 떠나자 무슨 일 때문인지 토마스 섯펜이 바로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 다음 해 크리스마스에 헨리 섯펜이 아버지와의 친자관계를 포기하고 챨스 본과 함께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농장을 떠났다. 헌드레드 서재에서 문을 잠근 채, 토마스가 헨리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하기를, 챨스 본과 쥬디스의 결혼을 허락할 수 없으며, 그 이유는 1859년 본은 이미 옥토룬(1/8이 흑인 피인 여자)과 은밀한 관계를 맺은 바 있으며, 아마 결혼관계일 수도 있을 거라고 했다. 헨리는 자기 아버지의 이 같은 말을 믿지 않았고 챨스를 믿어 그를 따라 헌드레드를 떠났던 것이다. 프랑스풍의 무더운 뉴올리언스에서 챨스는 헨리를 쾌락과 타락한 생활에 빠져들게 했다. 마침내 챨스는 헨리에게, 자신은 이미 프랑스계 흑인 매춘부와 결혼한 사실을 말한다. 그 결혼은 창피한 일로, 검둥이 여자는 아무런 권리도 없고 따라서 자신의 아내로 생각지도 않는다고도 했다. 이 말을 들은 헨리는 분노로 몸을 떤다. 그는 친구를 믿고 싶었지만, 내면적인 갈등이 일어 그를 멀리한다. 곧 전쟁이 발발한다. 헨리 섯펜과 챨스 본은 같은 중대에 배속되고 챨스 본은 곧 중위로 승진된다. 헨리는 그냥 사병으로 복무한다. 그는 챨스가 쥬디스에게 편지를 보내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4년간의 전쟁을 치룬 후  헌드레드 농장은 남부의 모든 지역과 마찬가지로, 식량과 생활용품을 얻기 어려워진다. 토마스 섯펜은 대령이었지만 패전한 장교이다. 쥬디스는 정원을 갈아 밭을 만들어 자신과 클리이티를 위한 먹을거리를 심었다. 와시 존스는 강가의 다 쓸어져가는 어막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었고, 이 따금씩 잡은 물고기를 쥬디스에게 가져오기도 했다. 4년간의 전쟁이 끝나자 챨스 본은 쥬디스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썼다. 수수께끼 같은 그 편지는 지금 퀴앙틴이 가지고 있다. 쥬디스와의 결혼을 원하지만, 언제 귀향할지도 모르고 앞 일도 알 수가 없다는 편지 내용이었다. 쥬디스는그 편지를 받고 나서 클라이티와 함께 헝겊 조각을 모아 결혼식 예복을 만들었다. 결혼을 준비한 것이다.  퀴앙틴의 생각으로는, 살인 현장인 헌드레드 정문 앞에서 헨리는 본에게 문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을 것이고, 본은 위협적인 자세로 문으로 들어서려고 했을 것이다. 와시 존스는 로사 콜드필드의 집 앞에서 안장도 없는 노새의 등에 앉아, 헨리가 챨스 본을 살해했다고 큰 소리로 알렸다.

    제5장

    다음은 로사가 쿠엔틴에게 계속한 쓰디쓴 이야기이다.

    헨리가 챨스를 사살했다는 와시의 말을 듣고, 당시 열아홉 살의 로사는 서둘러 와시의 노새를 그녀의 마차에 맨 다음, 느려터진 그 마차를 타고 오십 리나 떨어진 헌드레드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로사는 헨리의 이름을 부르며 미친 듯이 집안으로 뛰어들었는데, 헨리는 보이지 않고 대신 클라이티가 무슨 사람 잡아먹는 귀신같은 모습으로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로사는 헨리와 쥬디스를 찾아 급히 이층으로 오르려고 했고, 클라이티는 이를 막았는데, 따라서 둘은 서로 붙잡고 실랑이를 했다. 로사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인 듯했다. 그녀가 외쳤다. “손을 놓아 이 검둥이야.”. 그러나 클라이티는 그녀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돌연 쥬디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클라이티”, 그러자 클라이티는 손을 놓았다. 쥬디스가 계단을 올라 닫힌 문 앞에 섰다. 쥬디스의 손에는 그녀가 챨스에게 주었던 그녀의 사진이 있었다. 쥬디스는 다시 계단을 내려와 와시 존스와 장례식을 의논했다. 쥬디스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와시는 마을 사람 몇몇과 헛간에서 뜯어낸 판자로 관을 만들었다. 장례식을 치룬 다음 로사는  헌드레드에 돌아와 토마스 섯펜을 기다렸다. 클라이티, 로사, 쥬디스 세 사람은 토마스 섯펜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일 이외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가 돌아오면, 처음 장원을 세웠든 불굴의 의지로 농장을 재건할 것임을 그 세 여자는 알고 있었다. 그녀들은 새로운 출발을 인내로 기다렸던 것이다. 전쟁이 끝나자 토마스가 돌아왔다. 그는 헨리에 관해 쥬디스에게 물었고, 그녀는 헨리가 챨스 본을 총으로 쏴 죽였다는 사실을 말했다. 토마스는 클라이티와 재회의 인사를 했으나, 열아홉 살의 처제인 로사는 알아보지 못한 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어렸을 때 그는 그녀를 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들이 기대한 대로, 그는 즉시 농장의 재건을 시작했다. 이제 그는 뭔가 정신이 나간 듯 보였지만, 아직도 불굴의 의지로 와시 존스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농장 재건을 도와 달라고 했다. 어느 날, 로사는 그가 눈길을 주고 있음을 알았다. 곧 그와 약혼을 했다. 토마스는 그녀의 언니에게 대했던 나쁜 남편이 아닌 좋은 남편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곧 전쟁으로 인해 농장이 재건 불가능할 만큼 폐허가 되었음을 알게 되자, 그녀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뼈가 으스러질 정도의 학대였으며, 따라서 그녀는 두 달만에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를 도망쳐 그녀의 작은 집으로 돌아왔다. 먹을 것이 없어 이웃의 밭에서 먹을꺼리를 훔치기도 했다. 자존심 때문에, 자선을 베풀어 달라기보다는 도둑질을 택한 것이다. 로사가 알고 보니, 토마스는 전혀 믿을 수 없는 자였다고 했다.

     그러나 쿠엔틴은 더 이상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오직 챨스 본을 살해한 후 여동생 쥬디스의 방에 뛰어든 헨리, 이제 그를 죽여버렸으므로 그와 결혼이 불가능하다고 그녀에게 외치는 헨리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이런 생각에 혼란이 일어 쿠엔틴은, 누군가 아직도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농장에 숨어 살고 있다고 로사가 말했을 때, 그가 누군지 다시 물었다. 클라이티가 아닐까 생각을 했으나 로사는 아니라고 했고, 어쨌든 누군가 지난 4년간 토마스의 헌드레드에서 숨어 살고 있다고 했다.

    제6장

    하버드 대학 기숙사 방. 쿠엔틴은 캐나다에서 유학 온 학우 슈레브가 전해 준 아버지 편지를 받는다. 편지는 로사 부인이 죽었고, 죽기 전 2주 동안 혼수상태에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쿠엔틴은 슈레브에게, 로사는 친척이 아니라고 했다. 슈레브는 로사, 헨리, 토마스 섯펜, 쥬디스 그리고 챨스 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당시 하버드 학생들은 누구나, 남부에 대해 쿠엔틴이 말해 주기를 바랐다. 쿠엔틴은 슈레브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해준다. 자신의 말을 신이나서 그대로 따라하는 슈레브를 본 헨리는, 아버지를 생각했다. 그가 로사와 함께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저택으로 말을 타고 가기 전날 밤 아버지는 자신이 알고 있었던 모든 사실을 쿠엔틴에게 말했던 것이다. 슈레브는 토마스 섯펜의 후일담을 물었다. 다음은 쿠엔틴이 그의 부친으로부터 들은 사실을 슈레브에게 한 이야기이다.

    토마스 섯펜은 농장의 재건이 불가능함을 알고, 절망 속에서 구멍가게를 열어 흑인들에게 과자 부스러기나 파는 신세가 되었다. 토마스는 와시 존스와 매일 술타령을 했으며, 그의 노여움은 번번히 술주정으로 변했다. 마침내 그는 매일 밤을 와시의 손녀딸인 밀리와 함께 했다. 1869년 마침내 밀리는 토마스의 아이를 생산했으나, 아기는 곧 죽었고 밀리도 죽었으며, 아기가 태어난 오두막집 앞에서 와시는 녹슨 낫으로 토마스를 죽였다. 퀴앙틴은 쥬디스가 챨스 본의 비석을 세웠던 곳, 그리고 그가 아기였을 때 죽은 쥬디스가 묻힌 가족 묘에서 보았던 토마스와 엘렌의 무덤을 회상하며 말한다. 또 다른 무덤으로는 챨스 에띠엔느 세인트 발레리 본의 것으로 이 사람은, 챨스 본이 뉴올리언에서 만난 프랑스 계 흑인 아내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이다. 클라이티는 뉴올리언스로 가서 이 아이를 데리고 와 쥬디스와 함께 섯펜의 헌드레드에서 키웠던 것이다. 그러나 챨스 에띠엔느는 거칠고 폭력적으로 자랐는데, 겉 모습은 백인이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불우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는 도박장 겸 무도장에서 자유노예와의 격투 끝에 체포되었다. 콤프슨 장군이 그를 감옥으로부터 꺼내 마을을 떠나게 했으나, 몇 달이 지나 흑인 아내와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사람들이 보는 데서 아내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그녀는 아들을 낳았는데, 이름을 짐 본드라고 지었다.  2년 후 챨스 에띠엔느와 쥬디스는 황열병으로 죽었다. 퀴앙틴보다 조금 몇 살 위인 짐 본드는 클라이티가 길렀다. 그는 흉할 정도로  몸집이 크고,  언제나 입을 헤벌리는 흑갈색 피부의 멍청한 남자로 컸다. 그는 섯펜의 농장에 딸린 오두막에서 농사를 지으며 클라이티와 함께 살았다.

    제7장

    뉴 잉글랜드의 추운 밤. 하버드 대학의 차가운 기숙사 방에서  쿠엔틴은 슈레브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쿠엔틴이 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토마스 섯펜은 벌거벗은 노예들과 맨땅에서 헌드레드 농장의 저택을 지었고 그곳에서 도망 친 프랑스 건축가를 쫓아, 콤프슨 장군과 함께 노예와 개들을 데리고 늪지대를 지나 도망자를 추적했다. 그를 추적하던 중 토마스는 자신의 젊은 날에 있었던 어떤 일을 콤프슨 장군에게 실토했다. 토마스는 현재(1909년)의 웨스트 버지니아에 해당하는 곳의  어느 두메 산골 통나무 집 대가족 가정에서 태어났다. 주정뱅이 부친은 그가 어렸을 때 남 버지니아로 이사를 해서 농장에서 일을 했다. 그곳에서 만난 퀴앙틴의 할아버지에게 토마스는, 백인과 흑인의 차이점, 재산을 가진 백인과 못 가진 백인의 차이를 처음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왕국을 세우겠다고 한다. 그는 열네 살에 집을 나와 스무 살에 서인도 제도로 갔고 그곳에서 불어와 토착어를 배워 설탕 농장의 감독관이 되었다. 농장에서 노예 반란이 일자 이를 맨손으로 제압하고, 그 공으로 농장주의 딸과 결혼하여 아들을 하나 얻는다. 그 아들이 바로 챨스 본이라는 걸, 쿠엔틴이 로사 부인과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농장으로 가서 알게 된 사실이다. 이 사실을 쿠엔틴의 아버지도 로사 부인도 그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한편, 토마스는 자신의 부인에 대해 알게 되자그녀와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흑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아들 역시 같았다. 토마스는 아내와 아들이 농장 주인이 되도록 여러 가지 준비를 한 다음, 그들을 버리고 스무 명의 노예만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 스무 명의 노예와 토마스가 헌드레드 농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1859년 챨스 본이 아들 헨리와 함께 그의 집 문 앞에 나타났을 때, 토마스 섯펜은 자신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었다. 토마스는 딸 쥬디스와 챨스 본의 결혼에 관해 기로에 서 있었던 것이다. 결혼 찬성은 사람들이 내막을 모르므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만족할 왕국을 이룰 수 있지만, 반대는 왕국의 파멸이었다. 그 날 밤 그는 아들 헨리와 만난 자리에서 그 결혼을 반대하는데, 뉴올리언스에 있는 챨스의 흑인 아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않고, 다만 챨스가 자신의 아들로서 헨리와 형제지간이며 아울러 쥬디스의 오빠임을 말한다. 헨리는 아버지의 말이 사실임을 알면서도, 믿기를 거부한다. 토마스는 헨리에게 최후의 카드를 쓴다. 즉 챨스 본에게는 흑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말한다. 

    헨리는 누이동생을 지극히 아꼈고, 따라서 챨스 본과의 결혼은 근친상간이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었고, 어쨋든그는 모든 수단을 통해 그 결혼을 중단 시키기로 마음 먹고, 결국은 자기 형제인 챨스 본을 살해한다. 토마스가 예측한대로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아들을 죽인 것이다. 토마스가 전쟁터에서 돌아왔을 때 집안은 이미 풍비박산이 되어 있었다. 아들 헨리는 종적도 없고, 숨겨 놨던 아들은 살해를 당하고 딸은 시집도 가기 전에 과부가 되어 있었다. 그는 대담함과 예리함 그리고 강인한 의지력으로 농장을 다시 일으키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했고,  로사와의 결혼도 실패했고 관계도 단절되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하층민 와시 존스의 손녀딸인 열다섯 살의 밀리와 잠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와시는 이 사실을 알았으나 그가 대령이라고 부른 이 남자를 지난 15년간 섬기고 존경했으므로 따라서 배반할 수도 없었고, 자신의 손녀를 잘 보살피리라는 기대감에서 안심을 했다. 밀리가 임신을 했을 때도 와시는 말이 없었고 토마스에게 단 한 번 기대감에서, 밀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이 하나 있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밀리가 출산을 하자, 와시는 이 아기가 토마스의 저택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토마스가 그 아기를 보러 나선 날 마침 말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다. 토마스는 자신의 아기를 마지못해 보는 듯했고, 밀리에게 말하기를, 그녀가 암말이 아니라 유감이라는 것, 그랬더라면 마굿간 한 켠을 줄 수도 있었을 거라고 내뱉고는 나가 버렸다. 오두막 집 밖에서 이 말을 엿들은 와시는 토마스에게 다가갔다. 토마스는 말채찍으로 그 늙은 가난뱅이를 두 번이나 내려쳤고, 그 순간 와시는 녹슨 낫으로 그를 찍었다. 그날 밤 늦게 사람들이 그 오두막 집 앞에서 그의 시체를 발견했고, 와시를 체포하기 위해 찾아 나섰다. 그들 앞에 선 와시는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다음, 날카로운 도축용 칼로 손녀딸의 목을, 그리고  아기의 목을 벤 다음 낫을 들고 그들을 공격했고, 마침내는 체포가 되었다.

    쿠엔틴의 이 말에 슈레브는 크게 놀랐다. 토마스가 언제나 원한 건 아들이었고 이제 그는 아들을 갖게 되었는데, 왜 부인을 모욕함으로써 와시를 화나게 하여 그와 그의 아들을 살해토록 했는지, 그 결과 그의 가계가 끝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슈레브는 알고 싶어 했다. 이에 대해 쿠엔틴은, 밀리의 아기는 아들이 아니라 딸이었다고 했다.

    제8장

    이같은 이야기에 휩쓸린 슈레브와 쿠엔틴은, 챨스 본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뉴올리언스에서 보낸 챨스의 어린 시절, 한 때 남편이었던 토마스 섯펜에게 학대 받아 강박관념으로 고통 받았을 그의 어머니, 그가 성장하면서 그의 몫이 되었어야 할 돈을 갈취했고 게으른 아들 챨스와 가혹한 운명의 어머니 사이를 오가며 교활한 짓을 했던 변호사, 챨스가 탐닉했던 쾌락과 오락, 결국은 그로 인해 타락한 일, 흑인 피가 흐르는 창녀와의 결혼 아닌 결혼, 그리고 스물여덟 살에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집을 떠난 일들을 쿠엔틴과 슈레브는 상상해 보았다. 헨리와 챨스 본의 첫 만남과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농장에 챨스 본이 첫 방문한 일, 그와 쥬디스의 약혼을 추진했던 엘렌, 토마스 섯펜이 챨스의 친부라는 사실, 챨스 자신도 그의 어머니가 한 때 남편이었던 토마스 섯펜을 파멸 시키기 위해 보낸 어둡고 불운한 운명적인 사람이었다는 것도 생각해보았다. 1860년 헌드레드 저택의 서재에서 만난 아버지가 말한 챨스와의 형제 관계,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 말을 부정한 헨리, 헨리와 챨스의 관계가 깨진 다음 뉴올리언에서의 그들의 삶도 상상해보았다. 그들의 삶에도 전쟁이 불어 닥쳤고, 헨리는 고통스러웠으나 자신의 누이 동생을 포기할 것을 챨스(그가 형제임을 이미 헨리는 알고 있었다)에게 요구했을 것이고, 챨스가 이를 거절함으로써 그를 살해할 마음을 굳혔을 것이다.

    슈레브와 쿠엔틴의 생각은 점점 확대되었다. 부상당한 헨리를 구한 본과 그냥 죽을 터이니 내버려두라는 헨리..., 그리고 토마스가 딸의 결혼을 중단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챨스 본에게 흑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아들 헨리에게 말했을 것이다. 챨스가 이복형제라는 걸 안 헨리가 그에게 이제 자신의 누이동생과 결혼을 할 수 없다고 말하자, 챨스의 대답은 이러했을 것이다. “그건 그냥 흑백간의 결혼이라고 생각하면 돼. 네가 용납 못할 근친상간이 아니야.” 몽상 속에서나 가능할 이 이야기가 끝나는 부분에서,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저택에 숨어 있다고 로사가 의심하는 그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그녀와 쿠엔틴이 그곳으로 가던 날 밤 있었던 일에 대해 슈레브가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슈레브가 쿠엔틴의 말을 정리하여 반복한 말은 다음과 같다.

    쥬디스는 뉴올리언스에서 어떻게 챨스 본의 아내와 아이를 찾을 수가 있었을까. 쥬디스는 챨스가 헨리의 총에 죽은 뒤 그의 옷 주머니에 있던 조그만 철제 케이스에서 이 뉴올리언스 가족의 사진을 발견했던 것이다. 슈레브의 추측으로는, 챨스는 헨리가 자신을 죽일 것임을 알고 있었고 따라서 쥬디스와의 결혼 약속을 지킬 수 없음을 고백하였을 것이며, 또한 자신은 그녀가 슬퍼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가 아님을 고백했을 것이다. 

    슈레브의 이 같은 말에 쿠엔틴도 동의했다. 슈레브는 이제 이야기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자고 했다.

    제9장

    쿠엔틴은 잠자리에서 몸을 떨었다. 그는 이따금씩 슈레브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로사와 함께 토마스 섯펜의 헌드레드 농장을 방문했던 1909년 9월 어느날 밤을 기억을 되살려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관으로 다가서면서 로사는 기대감과 공포로 몸을 떨었다. 한밤중이었다. 쿠엔틴은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았고, 로사가 집안으로 들어가도록 문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성냥불을 켰다. 클라이티였다. 안으로 든 로사는 곧 계단으로 갔다. 클라이티는 쿠엔틴에게 그녀를 막아서라고 했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클라이티는 로사에게 계단으로 오르지 말라고 말하면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로사가 뿌리쳤다. 클라이티는 다시 로사를 붙잡았고, 로사는 주먹질을 했다. 클라이티가 바닥에 쓸어졌다. 로사는 계단을 올랐다. 체격이 크고 입을 헤벌린 짐 본드가 거기 있었다. 쿠엔틴은 클라이드를 일으켜 세워 의자에 앉혔다. 로사가 계단을 내려와 놀란 눈으로 못 볼 것을 본듯했다. 로사가 무엇을 보았는지 쿠엔틴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고, 따라서 클라이티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그곳 침실에 헨리 섯펜이 있었다. 쿠엔틴이 이름을 물었고 왜 헌드레드로 돌아왔는 지를 물었다. 노인이 된 헨리가 대답했다. “죽으려고.”  쿠엔틴은 전율이 일어 몸을 떨었다. 그는 로사와 함께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3개월 후, 로사는 헨리를 위해 앰뷸런스를 몰아 헌드레드로 갔다. 로사는 그처럼 오랜 세월 함께 했던 증오심을 버리고, 그래서 헌드레드로 돌아가 헨리를 구하려고 했던 것이다. 앰뷸런스가 다 쓸어져가는 헌드레드를 향해 서서히 접근해 갔다. 창을 통해 다가오는 앰뷸런스를 본 클라이티는, 수 십년 전 챨스 본을 살해한 헨리를 체포하기 위해 오는 차량으로 생각했다. 클라이티는 그런 경우에 대비하여 준비해둔 옷장 속의 넝마들과 발화제에 불을 질렀다. 집이 불타기 시작했다. 로사가 불속으로 뛰어들었으나, 불에 휩싸인 계단으로는 오를 수가 없었다. 짐 본드가 사람들로부터 몸을 피하며, 짐승 같은 울음 소리를 냈다. 클라이티와 헨리는 불 속에서 죽었고, 짐 본드는 살았으나 모든 것이 사라진 뒤였다.

    슈레브가 말하기를, 짐 본드야 말로 과거의 규범을 파괴하기 위해 나타난 인물이라고 했다.언젠가는 지구 곳곳에서 짐 본드들이 모든 것을 장악할 것이고, 그래서 누구든지 흑인의 피가 흐를 것이라고 했다. 뉴 잉글랜드의 추운 밤, 잠들기 전 슈레브가 쿠엔틴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왜 너는 남부를 증오하는가?” 쿠엔틴이 즉시, 그러나 몸을 사리고 대답했다.

“아니, 그렇지 않아.” 그리고는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 대답했다.

“증오하지 않아. 암, 증오하지 않구 말구. 정말이야, 증오하지 않아.”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토마스 섯펜이 꿈꿨던 왕국은 잿더미로 변한다. 토마스의 유일한 유산이란 혼혈의 바보, 짐 본드이다. 슈레브의 지적처럼, 토마스 섯펜의 몰락은 미국 남북전쟁에서 남부의 패배를 상징한다. 한 인종의 타 인종에 대한 압제, 노예제와 강탈적인 시스템, 추상적인 도덕률과 그릇된 신앙 등 이러한 것들에 토대한 시스템이 붕괴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슈레브가 지적한, 짐 본드들이 지배하는 시대의 도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인종간 혼혈이 증가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남부를 증오하느냐의 슈레브 질문에, 쿠엔틴은 마지못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남부에 대한 증오는 자신, 자신의 고향, 자신의 가족에 대한 증오를 뜻하기 때문이다. 결국 쿠엔틴은 몇 달 후, 포크너의 다른 소설에서 자살한다.끝. ©

-Translated into Korean by Hung S.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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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프로필.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 1897~1962)는 미시시피주 뉴 앨바니의 명문가정에서 태어남. 그의 선조들은 미-멕시코 전쟁, 남북전쟁 등에 참전하였으며 전후 미국 재건에 참여하였음. 윌리엄 포크너는 어린 시절에 이미 예술적인 소질을 보였으나, 학교 공부에 흥미를 잃고 고등학교 1학년에 중퇴를 함. 그는 미시시피 옥스퍼드에서 성장기를 보냄. 가공의 마을 요크나파토파는 그가 성장한 지역에서 영감을 얻은 것임. 포크너는 특히 남북전쟁에서 남부의 패배에 관심이 많았고, 따라서 그의 많은 소설들은 남부 귀족들의 몰락을 다루고 있음. 포크너는 20세기 위대한 작가의 한 사람으로, 모더니즘의 개척자였음. 그는 그 때까지의 문학 형식에서 벗어나, 의식이 흐르는 대로의 기술, 시간적 순서의 무시, 다수의 화자 등장, 현재시제와 과거시제로의 자유로운 넘나듬, 불가능하다 할 정도의 길고 복잡한 문장으로 전통적인 소설 양식을 뛰어 넘은 작가임. 따라서 그의 소설은 읽기가 매우 어려우나, 또한 많은 독자들에게 영어라는 언어의 가능성을 체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음. 이러한 공로로 194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함. 그의 작품으로는, The Sound and the Fury (1929), As I Lay Dying (1930), Light in August (1932), Absalom, Absalom! (1936), The Hamlet (1940), Go Down, Moses (1942)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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