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의 길손


           The Ambitious Visitor

                     by

           Nathaniel Hawthorne

  -삶의 불예측성에 관한 비극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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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어느 날 밤, 한 가족이 난로 가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계곡 물에 떠내려 온 나무토막과 마른 솔방울, 절벽에서 굴러 떨어진 나뭇가지들로 불을 지피고 있었다. 난로의 불길이 치솟고, 타오르는 불꽃으로 인해 방안이 환했다. 부모님의 얼굴에는 잔잔한 기쁨이 흐르고, 아이들이 웃음소리, 열일곱 살 큰 딸은 행복의 여신 같은 모습이었으며 가장 따듯한 자리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늙은 할머니의 모습 역시 긴 세월을 살아온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 지역은 뉴잉글랜드에서 가장 추운 곳이었지만, 그들에게는 “마음이 평온해 지는 묘약”의 장소였다. 그 집은 화이트 힐스의 협곡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곳은 일 년 내내 강풍이 불었고 무자비한 추위가 닥치는 겨울이면 혹독한 추위가 제일 먼저 그 오두막집을 덮친 다음 사코의 계곡을 따라 내려갔다. 그들의 머리 위로 가파른 산이 치솟아 집 옆으로 바위들이 자주 굴러 내려, 한 밤중에 그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이처럼 그들은 춥고 위험한 곳에서 살았다.

    큰 딸이 방금 우스갯소리를 하여 가족 모두가 즐거워하고 있을 때, 산골짜기를 불어 온 바람이 그 오두막집에서 잠시 멈춰 울음을 울 듯 슬픈 소리를 내며 문을 흔들어 놓은 다음 계곡을 지나갔다. 바람이 특별한 소리를 낸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잠시 마음이 슬펐다. 그러나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그 때 어느 방문객이 바깥문을 열었는데, 음울한 바람소리로 인해 그의 접근을 알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가 들어서자 울음소리를 내던 바람은 신음소리를 내며 문가로부터 사라졌다.

    비록 외진 곳에서 살고 있었지만 그들은 매일 외부 세계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계곡에 난 길은 낭만이 깃든 대동맥으로, 이 길을 통해 한편으로는 메인, 다른 한 편으로는 그린산맥과 세인트 로렌스의 해안 지방을 연결하는 내륙 상업이 끊임없이 활기를 띄고 있었다. 역마차가 언제나 이 오두막집 앞에서 멈췄다. 지팡이 말고는 동반자가 없는 도보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다음, 고독감을 말끔히 씻어내고서야 계곡을 지나거나 다음 인가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포트랜드 장터로 가는 소몰이꾼이라면 이곳에서 하루 밤을 묵으며, 총각이라면 앉은 자리에서 뜸을 들이다가 잠자리에 들 시간을 훨씬 지나서야 자리를 뜨면서 산골 처녀에게 몰래 굿나잇 키스를 한다. 음식비와 잠자는 비용만 지불하면 되는 보잘 것 없는 여인숙이지만,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따듯한 친절을 베푸는 곳이었다. 안쪽 문과 바깥 문 사이로부터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자, 그들과 운명을 함께 할 그 누군가를 맞으려고 식구를 마중하듯 아이들을 비롯하여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젊은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춥고 거친 밤길을 홀로 걸어와 지치고 우울한 얼굴이었지만, 친절하고 따듯한 영접에 금방 밝아졌다. 앞치마로 그가 앉을 의자를 닦는 할머니, 두 팔을 들어 그를 맞는 아이들을 비롯하여 전 가족을 만나자 그는 가슴이 뛰었다. 손님은 미소와 눈짓으로 큰딸과 격의 없는 인사를 나누었다. 그가 큰소리로 말했다.

    “아, 난롯불이 좋군요. 난롯가에 모여 앉을 때는 더욱 좋지요. 계곡이 마치 커다란 풀무통처럼 바람을 토해내, 제 몸이 꽁꽁 얼었습니다. 바틀릿에서 오는 길인데, 오는 길 내내 무시무시한 맞바람을 안고 왔어요.” 배낭을 벗도록 젊은이를 도우며 집 주인이 물었다.

    “그렇다면 버몬트로 가는 길이오?” 젊은이가 대답했다.

    “아니, 버얼링톤으로요. 훨씬 먼 곳이지요. 오늘 밤을 이든 크로포드 여관에서 보내려고 했습니다만 이 험한 길을 걸어오자니 발걸음이 늦었지요. 하지만 귀댁의 저 따듯한 난로와 즐거운 얼굴들을 보니 저를 위해 불을 피우고 기다려 주신 듯하여, 아무래도 좋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자리에 앉아 쉬겠습니다.”

    솔직담백한 이 손님이 난롯가로 의자를 당기는 순간, 무거운 발걸음 비슷한 소리가 길고 빠른 속도로 산비탈을 내려와 그 오두막집 옆에서 튕겨 나가 건너편 절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무슨 소리인지 그 가족은 알고 있었으므로 모두들 숨을 죽였고, 손님 역시 본능적으로 숨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집 주인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저 늙은 산이 우리에게 돌을 던지고 있어. 우리가 자기를 잊을까봐 겁이 나는 거야. 가끔 머리를 흔들며 우릴 덮치겠다고 협박하지만, 저 산은 우리의 오랜 이웃이고 대략 서로 뜻이 아주 잘 통해. 그밖에 우린 피할 곳도 있고. 그가 알리고만 온다면 말이야.”

    거친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끝낸 손님은, 그의 타고난 낙천적인 태도로 오두막집 전 가족과 친하게 어울려 마치 그 산골 가족의 일원이 된 듯했다. 그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지만 고매한 정신의 소유자로 부자들에게는 거만하고 냉정했지만 오두막집의 낮은 문턱에 언제라도 머리를 숙여, 가난한 주인 남자의 난롯가에서 형제나 아들로서 준비가 된 사람이었다. 그는 협곡의 그 가정에 따듯하고 꾸밈없는 마음과 뉴잉글랜드를 지배하고 있는 지성이 있다는 걸, 그리고 산꼭대기에나 계곡에 그리고 낭만적이고도 위험한 그 집 뜰에는 그 가족이 무의식중에 수집한 향토에서 태어난 시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먼 길을 홀로 왔다. 그는 고고한 성격으로 인해 동료가 되었을 수도 있었던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살았으므로, 그의 전 생애는 정말 외로운 길이었다. 그 가족 역시 남에게 친절하고 관대했지만, 가족 간 일체감이 있었고 세상과 떨어져 살면서 낯선 사람이 발 들여 놓을 수 없는 가족만의 성역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밤은 어떤 예감 때문인지, 이 세련되고 교양 있는 젊은이가 두메산골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자신들에게 마음을 터놓도록 했고 따라서 그를 믿어 이것저것 묻기를 삼갔던 것이다. 그러나 그 가족의 이 같은 행동은 당연한 일이었다. 공동의 운명으로 맺어진 인연이 혈연보다 더 끈끈한 때문이 아닐까?

    젊은이에게는 지극히 고상하고 추상적인 은밀한 야망이 있었다. 그는 보통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할 수 있었지만, 죽어서도 안 잊혀질 보통 사람이었다. 불타는 야망은 희망으로 바뀌어 오랜 세월 가슴에 확신으로 자리를 잡아 이제 그 꿈을 실현코자 어두운 여행길에 올랐고, 길을 가는 그 순간만은 아닐지라도 영광의 불빛이 그의 앞날을 비출 터였다. 그러나 후일 누군가 이 날의 슬픔을 되돌아본다면, 그 산골 가족이 알게 되었던 그의 빛나는 자취는 보잘 것 없는 영광들이 사라지면서 내는 불빛이었고 어느 이름 모를 재주꾼이 태어나 살다 죽었다고 말할 터였다. 손님이 얼굴에 홍조를 띄고 열정에 싸여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그런데..., 그렇지만 나는 아직 한 일이 아무것도 없어요. 내일 내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여러분들처럼 아무도 나에 대해 아는 이가 없을 겁니다. 어느 이름 모를 젊은이가 저녁 무렵 사코 계곡으로부터 와서는 그 날 밤 여러분과 함께 마음을 열고, 해가 뜨자 협곡을 통해 사라져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을 하면 ‘그가 누구요?, 어디로 가버린 방랑자입니까?' 라고 물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라는 말이지요. 나는 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죽을 수가 없어요. 목표를 달성한 후에야 죽음이어 오라! 할 수가 있겠지요. 나는 나의 기념비를 세울 작정입니다.”

    젊은이가 막연한 몽상의 말을 자연스레 계속 토해내자, 가족이 듣기에 매우 낯선 말이었지만, 젊은이의 감정을 이해할 수는 있었다. 자신의 황당한 말을 즉시 깨닫고, 젊은이는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 열정에 얼굴을 붉혔다. 젊은이가 큰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를 보고 웃는군.” 그리고 그도 웃었다.

    “나의 야망을, 마치 워싱턴 산꼭대기에서 얼어 죽은 나를 근처의 시골사람들이 올려다볼 것이라는 황당한 말로 여기는군요. 그래요, 정말 그 산꼭대기는 한 남자의 동상을 세울만한 고귀한 받침대일 수도 있을 겁니다.” 큰딸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여기 난로 가까이 앉아 마음 편히 쉬세요.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요.” 긴 침묵 끝에 아버지가 말했다.

    “젊은이의 말에 일리가 있어. 내가 저 젊은이라도 그런 생각을 했을 거야. 여보, 부인, 젊은이의 말을 들으니 생전 생각지도 않았던 일에 관심이 가니 거 이상한 일이야.” 아내가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지요. 그런데 당신은 홀아비가 된 다음 뭘 할까 생각을 하는 거죠?”

    “아니, 그렇지 않아요. 그는 타이르듯 점잖은 말로 그녀의 말을 내쳤다.

    “에스더, 당신이 죽으면 나도 죽는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나는 언제나 훌륭한 농장 하나를 갖고 싶어 했어. 바틀릿이나 베들레헴, 리틀톤 아니면 화이트 마운틴 근처 어느 동네건, 좀 한적한 곳 말이오. 이웃과 잘 지내며 지주님 소리도 듣고 싶고, 대법원 판사가 되어 임기를 한두 번 마치고 싶기도 하고. 순수하고 정직한 사람은 법률가로서 법원에서 많은 훌륭한 일들을 할 수가 있지요. 그런 다음 내가 늙고 당신도 노부인이 되면, 백년해로를 하여 내가 침대에 누워 행복한 죽음을 맞을 때 당신을 비롯하여 모든 가족이 내 주위에 둘러서서 울겠지. 그냥 석판이건 대리석 판이건 모두 내게 어울리는 비석일 게고 그 비석에는 나의 이름과 나이, 묘비명과 내가 정직한 사람으로서 기독교인으로 살다 죽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글들이 있겠지요.” 손님이 외쳤다.

    “잠깐! 석판이건 대리석 판이건, 아니면 화강암으로 만든 돌기둥이건 또는 보통 사람들의 가슴에 영광스러운 기억으로 남건, 자신의 기념비를 원하는 건 인간의 본능입니다.” 아내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오늘밤에는 이야기가 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네요. 사람들의 마음이 들뜨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징조 라는 말이 있는데, 아이들 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그녀의 말에 따라 그들은 귀를 기울였다. 나이 어린 아이들의 침실은 다른 방이었지만 두 방 사이에는 문이 열려 있어,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 모두 난롯가 어른들의 대화에 취한 듯, 터무니없는 희망 속에 서로 뒤질세라 어른이 되어 할 계획들을 어린이답게 말했다. 마침내 막내가 형과 누나에게 하던 말을 그만두고 어머니를 불렀다.

    “엄마, 할 이야기가 있어. 엄마, 아빠, 할머니 그리고 저 아저씨 모두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플룸의 샘으로 가 물을 마셔요.”

    따듯한 침대를 벗어나겠다는 아이의 생각에 모두들 웃으며, 계곡의 깊숙한 절벽에서 떨어진 물이 흘러 고인 플룸의 샘물로 가려고 즐거운 난롯가에서 일어났다. 소년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차 한 대가 길을 따라 덜컹거리며 다가와 문 앞에 멈췄다. 마차에는 두세 사람이 타고 있는 듯했고, 흥겨운 듯 거친 노래를 함께 불러, 그 소리가 절벽들 사이에서 깨져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그들은 여행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낼 것인가 망설이는 듯했다. 큰 딸이 말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이 아버지 이름을 부르네요.”

    그러나 이 선량한 남자는 과연 그들이 실제로 자신을 불렀는지도 알 수가 없었고, 사람들을 투숙시켜 너무 돈벌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뜸을 들이다가 대문으로 가자, 그 순간 채찍 소리가 나며 여행자들은 계곡 속으로 내달아 사라졌는데, 그들의 떠들썩한 노래와 웃음소리가 깊은 산속으로부터 음울하게 계속 들려왔다. 막내가 다시 소리쳤다.

    “엄마! 저 마차를 타고 플룸으로 갈 수가 있었는데.”

    밤 소풍을 가고 싶다는 아이의 소망에 모두들 다시 웃었다. 그러나 딸의 뇌리에는 한 가지 가벼운 수심이 얼핏 스쳤다. 그녀는 난롯불을 침울하게 바라보며 한숨에 가까운 숨을 쉬었다. 한숨을 쉬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다음 마치 그녀의 젖가슴을 들키기나 한 듯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을 붉히고는 주위를 재빨리 살폈다. 그녀가 풀이 죽은 모습으로 웃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은 진지한 태도로 젊은이가 말했다.

    “나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한 지를 알아내는 재주가 있지요. 아가씨 마음을 알아 맞춰볼까요? 처녀가 난롯가에서 몸을 떨고 부모님 곁에서 외로움을 느낀다면, 그 마음을 헤아릴 수가 있지요. 아가씨 마음을 말로 표현해볼까요?” 요정 같은 산골 아가씨가 미소를 지으며, 그러나 그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이미 처녀의 마음이 아니지요.”

    그들의 대화는 내심과는 달리 겉돌고 있었다. 여자들이란 그처럼 의젓한 사람을 찬미하고, 자존심 강하며 사색적이고 마음이 따듯한 사람은 흔히 그녀처럼 순결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마련이므로, 아마도 그들의 가슴속에는 순수한 사랑이 움터 이 세상에서는 맺지 못하고 천국에서나 꽃피울 터였다. 그들이 따듯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젊은이는 처녀의 슬픔에 잠긴 모습, 얌전한 자태, 수줍은 소망에 눈이 가고 있었지만, 협곡을 불어온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지고 음울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상상력이 넘치는 손님의 말처럼 바람소리는, 인디언들이 산중에 집을 짓고 산꼭대기와 산속 외진 곳을 성지로 삼았던 그 옛날 폭풍의 정령들이 불렀던 합창소리와 같았다. 마치 장례행렬이 지나가듯, 길을 따라 울음 같은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그 우울한 소리를 쫓기 위해 소나무 가지를 난로에 지피자, 마른 잎들이 타다닥 소리를 내며 불길이 일었고 다시 평화와 아늑한 행복이 찾아왔다. 어른거리는 불빛이 애무하듯 그들을 비췄다. 침대로부터 내다보는 아이들의 자그마한 얼굴들, 단단한 풍채의 난롯가 아버지, 조신한 자세의 어머니, 이마가 넓은 젊은이, 꽃망울 같은 처녀, 제일 따듯한 곳에 앉아 바느질 하는 마음씨 착한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가 쉴 새 없이 손가락을 움직여 뜨개질을 하며 얼굴을 들어 말했다.

    “늙은이도 젊은 사람들처럼 생각이 있단다. 너희들은 소망도 있고 계획도 있어 이런저런 일들로 머리를 쓰지만, 나도 너희들 말을 듣자니 마음이 들뜨는구나. 무덤까지 한두 발짝 남겨 놓은 늙은이 소망이 뭐겠니? 얘들아, 밤낮으로 떠나지 않은 소망 한 가지 말해야겠다.” 부부가 큰소리로 물었다.

    “어머니, 무슨 소망입니까?”

    그러자 노부인은 야릇한 자세로 난롯가의 가족들을 더 가까이 불러 모은 다음 말하기를, 몇 년 전에 수의를 마련했으며 고급 아마포로 만든 그 수의는 모슬린으로 만든 주름진 칼라에 모자가 달린 것으로 그녀가 시집 온 날 이후 입어 본 어느 옷보다도 좋은 옷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늘밤은 이상하게도 옛날 미신이 하나 생각났다고 했다. 그녀의 젊은 시절, 만일 수의가 시체와 잘 맞지 않거나 수의의 칼라가 뻣뻣하고 모자가 똑바로 놓이지 않으면, 흙 밑 관속의 시체가 손을 내밀어 바로잡으려고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 같은 어두운 생각으로 그녀는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할머니의 말을 들은 처녀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할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노부인이 이상할 만큼 진지하게 그러나 자신의 얼토당토않은 말에 묘한 웃음을 지으며 계속했다.

    “자, 얘들아, 내가 죽어 수의를 입고 관에 누우면, 너희들 가운데 누군가가 나에게 안경을 씌워 주길 바란다. 나 말고 누가 잘못된 것을 보고 고칠 수가 있겠니?” 젊은 길손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노인이든 젊은이든 우리는 모두 무덤을 생각하고 기념비를 꿈꾸지요. 배가 침몰할 때 선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무도 모르는 그들, 보통 사람인 그들이 바다, 저 넓고 이름 없는 무덤에 함께 묻히는 것입니다.”

    노부인의 으스스한 말에 가족들이 잠시 마음이 쏠려 듣지 못했던 한밤중 창밖의 소리가, 회오리바람이 일 듯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소리로 바뀌고 나서야 그 운명의 가족은 상황을 알아차렸다. 집과 집안의 모든 것들이 흔들렸다. 무시무시한 소리는 마지막 나팔소리(고린도 전서 15:52)같았고 땅이 뿌리 채 흔들리는 듯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놀라 마주 보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할 말을 잊은 채 꼼짝 못하고 있었다. 곧 그들의 입에서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산사태다! 산사태!”

    이 짧은 외침은 귀에 익숙한 말이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대재난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했다. 그들은 급히 오두막을 벗어나 그 같은 긴급사태에 대비하여 세워둔 방벽이 휠씬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에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들은 안전한 곳을 버리고 파멸의 길로 곧장 뛰어들었으니 어찌 애달프다 하지 않으리오! 산 한쪽 전체가 산사태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오두막집을 덮치기 직전 산사태는 두 갈래로 나뉘어 집 양쪽으로 흘렀기 때문에 창문 하나 못 부수었지만, 집 주변을 모두 덮쳐 무시무시하게 흐르면서 근처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켰다. 그 엄청난 산사태의 울부짖는 소리가 산속에서 멈출 때까지 오랜 시간 죽음의 고통이 계속된 다음 희생자들은 평화를 맞이했다. 그들의 시체는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그 오두막집의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 오른 가냘픈 연기가 산기슭을 타고 올랐다. 집 안의 난롯불은 아직 꺼지지 않은 채, 마치 식구들이 산사태의 참상을 보러 나갔다가 곧 돌아와 기적적으로 재난을 피할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겠다는 듯 난로 주변에 의자들이 둥그렇게 놓여 있었다. 가족마다 각자의 표지물을 남겨 놓아 그 가족을 아는 이들은 표지물마다 눈물을 흘렸다. 누가 그들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았으랴? 지금까지의 이 이야기는 멀리멀리 전해졌고, 앞으로 이 산의 영원한 전설이 될 것이다. 시인들은 그들의 운명을 시로 읊었다.

    그 불운한 밤, 한 외지인이 그 오두막집에 투숙하여 그 가족과 함께 재난을 당했다고 추측할만한 정황이 있었다. 그런 추측은 충분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죽은 사람들은 그 가족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세상에 불멸의 자취를 남기겠다는 꿈을 꾼, 지극히 고매한 정신의 젊은이가 겪은 비애! 그가 누구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의 생애, 삶의 방식, 계획, 아무도 알 수 없는 그만의 비밀, 그의 삶, 그의 존재 역시 의문일 뿐이다! 죽음의 순간 그가 겪은 고통은 누구의 고통이었을까?(C)

 


 - Translated into Korean

      by Hung S.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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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다니엘 호돈(Nathaniel Hawthorne, 1804-64):

     초기 뉴잉글랜드 시절의 주요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유명한 조상을 둔 사람이었다. 그의 조부는 미국 독립전쟁 당시의 저명한 선장이었고, 친척 가운데는 살렘의 마녀 재판장을 역임한 사람도 있었다. 그의 소설 속에 미신, 청교도적인 삶의 모습 등이 등장하는 이유이다. 호돈 시대의 사람들은 마법, 마녀, 악마에 대한 믿음이 일상적이었다. 범법자는 공개 태형, 족쇄, 죄수를 앉혀 물속에 처박는 의자 등을 통해 모욕을 주는 처벌이 공공연했다. 호돈의 대표적인 소설 “주홍 글씨”의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의 드레스에 간통에 대한 처벌로 A자를 쓴 것도 그 예이다. 보우도인 칼리지(Bowdoin College)를 졸업한 후 무명의 작가로 지내다, 자신이 쓴 단편집“두 번 말한 이야기 집(Twice Told Tales)"을 직접 발간하기 위해 출판사를 차렸고 이 책이 성공을 거두어 엘리자베스 피바디 문학 클럽의 회원이 되어 교사, 작가, 출판인으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출판사 사무실은 작가, 철학가들의 모임 장소였고, 그곳에서 만난 철학가 피바디의 여동생 소피아와 1824년 결혼하였다. 그는 ”일곱 개 박공의 집“, ”주홍 글씨“ 등 여러 편의 성공적인 소설을 썼지만, 작가로서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정치에 입문하였다. 플랭크린 피어스 대통령 정부에서 영국 리버풀 주재 총영사를 지냈고, 여기서 저축한 돈을 가지고 귀국하여 문학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야망의 길손(The Ambitious Visitor)“에서 보듯 그의 단편은 대부분 운명의 힘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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