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메랄다
La Esmera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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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타고난 천성이 착하고 연민의 정을 갖춘 여인이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재능으로 주목과 인기를 얻지만, 마녀라는 혐의를 뒤집어 써 증오의 대상이 된다. 그녀에게 사형 판결을 내렸을 때 왕은, 파리 시민들이 그녀의 죽음을 원한다고 믿어 그런 판결을 내린다. 그녀는 멋쟁이 군인인 피버스를 사랑한다. 자신을 보호해 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다만 그녀를 농락의 대상으로만 생각할 따름이다. 그녀가 집시이기 때문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집시, 맨발의 에스메랄다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그녀도 집시라는 이유로 배척을 당하는 것이다. 집시가 배척을 당하는 건 그들이 정착민이 아닌 유랑의 무리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이곳 미국에도 1백만 명 정도의 집시가 살고 있다. 스페인에는 전 인구의 3%에 이르는 집시가 있다. 이들은 주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살고 있다. 스페인 주류사회에로 흡수 통합되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관습을 유지하고 있다.
집시는 유랑지에서 받아 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유랑 족이다. 이들이 왜 유랑의 무리가 되었는지 기록이 없어 알 수가 없지만, 그들의 구전에 따르면 ‘언젠가 우리들의 위대한 왕이 있었고, 그 왕이 전쟁에서 패한 때부터’, 라는 말이 전해 오는 걸로 미루어, 한 때는 정착민이었다고 볼 수가 있다.
그들의 유랑은 11세기 인도에서 시작했다. 14세기 초에 북아프리카를 통하여 스페인 반도에 대규모로 들어갔다. 이 때문에 이집트로부터 온 것으로 오해되어, Egyptian의 E가 탈락된 채 gypsy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15세기 초에는 또 다른 일부가 발칸반도를 통하여 동유럽으로 들어왔다. 그들을 징가로(Zingaro) ,라고 부른다. 사라사테의 바이올린 협주곡 “Zingaresca(지고이네르바이젠)”는, 이 징가로가 반영된 제목이다.
그들의 언어 로마니어(Romani)는 인도-유럽어 계통으로, 산스크리트어와 뿌리가 같다. 이는 집시가 인도로부터 왔다는 직접적인 증거이다. 예컨대 영어의 Trinity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Trimuti는 또한 집시어이기도 하다.
산스크리트어 로마니(집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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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ar Andre
Arya Erai
Marana Meripen
Trimurti Tri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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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떠날 때 그들은 많은 노래와 무용을 가지고 왔다. 우리는 무스피르(Musfir) 악단이 연주하는 라자스탄(Rajasthan, 인도 북부지방)음악에서 집시음악의 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음악은 유랑의 길에서 특별한 생산 수단이 있을 리가 없었던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생계수단이었다. 음악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고, 오랜 세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방 음악과 섞여, 완전히 다른 색깔의 음악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는 여러 음악에서 증명이 되고 있다. 집시음악과 유대 음악의 결합이 그 예이다.
집시가 도착한 당시의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는 유대인, 무어인(이슬람)이 함께 있었고, 불원간 이들은 가톨릭 군주들로부터 학대를 받는다. 무어인과 유대인들은 가톨릭으로 개종을 강요당했고, 개종을 하지 않을 경우 추방되었다. 집시는 멸종 대상이었다. 그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일들은 모두 금지되었고, 오직 말(horse)관리, 행상, 점술만이 인정되었다. 이 같은 학대로 유대인, 집시, 무어인들은 추적이 어려운 깊은 산속으로 도피한다. 그 결과 산 속에서 서로 다른 문화가 어울리게 되었고, 이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음악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집시 음악과 유대 크레츠머(Klezmer)음악을 들어보면, 그 음악적 특성이 같음을 알 수가 있다. 도피 시절 두 민족의 음악이 결합된 결과이다.
프랑스 피레네 지방에서도 집시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영국이나 아일랜드의 민속 음악에서도 집시 음악의 흔적이 있다. 항가리 음악가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는 집시 음악을 알리는데 커다란 공헌을 한 사람이다. 그는 집시 음악이야 말로 항가리 음악의 모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같은 항가리 작곡가 바르토크(Béla J. Bartók 1881~1945)의 두 개의 바이올린 광시곡(Rhapsody for Violin No.1, 2)도 집시음악의 낭만적 요소를 담고 있다. 그러나 서유럽이 집시 음악에 대해 진정으로 알게 된 계기는, 공산주의 붕괴로 동유럽을 자유로이 여행을 한 다음부터이다. 1988년에 만든 헐리우드 영화 “집시의 시대(The Time of the Gypsyies)”는 서구인들이 집시음악을 이해하는 데 크게 공헌한 영화이다.
집시 음악은 계속되고 있다. 과거처럼 유랑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소리를 통해서이다. 베쉬(Besh)나 드롬(Drom and Shukar Collective)같은 젊은 세대의 음악가들은 집시 음악을 재해석하고, 집시 음악의 원형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여기에 재즈, 록, 전자음악을 더하여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링크의 음악은 쿠바 출신의 작곡가 레쿠오나(Ernest Lecuona; 1895~1963)가 작곡한 “말라게냐”로, 집시 음악의 요소를 담고 있다. “말라게냐”는 말라가 여인이라는 뜻이며, 말라가Malaga는 스페인 남부 지중해 연변 도시로 파블로 피카소가 태어난 곳이다. 이 도시는 지금으로부터 2천8백 년 전 페니키아 사람들이 세운 도시이며, 스페인 내전 당시에는 프랑코에 적대하여 싸우다가 7천명의 말라가 시민이 죽은, 반독재를 상징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2t0lnh5KMeU&ab_channel=cto10121
콰지모도는 추한 외모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괴물로 취급 받으며 자란 불행한 남자이지만, 집시 족 틈에서 성장한 에스메랄다는 눈부신 외모와 관능미 물씬 풍기는 매력적인 여인이 되어 뭇 남성들의 가슴을 흥분시킵니다.
ReplyDelete19세기에도 파리와 노트르담 성당 앞에는 집시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비록 현실 속에서는 귀찮은 존재이지만, 작가 빅토르 위고는 이곳의 집시 여인을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바꿔놓은 것을 보면 말이죠.
빅토르 위고는 표면적으로는 꼽추 콰지모도와 집시여인 에스메랄다의 이뤄지지 않는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루이 11세 치하의 15세기 파리의 사회상을 그렸다고 합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은유 혹은, 끝없는 떠돎의 환유로 설명되는 사람들을 우리는 '집시'(Gypsy)라고 부르지요. 거기엔 춤과 음악이 꼭 따르고요.
ReplyDelete유럽의 따스한 봄 날, 재래시장 가까이의 골목길에서 흘러나오는 자유로운 템포의 조절과 매우 정열적이고 즉흥적인 집시음악을 들으면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따라 발걸음이 옮겨지기도 힙니다.
에스메랄다와 집시음악을 소개해 주신 베토벤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네, 지아님 지성에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ReplyDelete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