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의 꼽추

  


Hunchback of Notre Dame

                by

         Victor Hugo

         <Synop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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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인물:

콰지모도 Quasimodo;

        노트르담 사원의 종지기. 꼽추인 그는 아기 때 버려져, 노트르담 사원의 부주교 클로드 프롤요가 입양함. 꼽추 등에 가슴이 튀어나온, 귀먹거리에 절름바리로 기괴한 모습을 한 인물. 그러나 마음이 따듯하고 순수함. 노트르담의 종을 사랑하며, 아름다운 종소리만이 그의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임.

클로드 Archdeacon Claude Frollo;

        노트르담 성당의 성직자. 악마로 묘사되나 고통을 불러오는 일반적 의미의 악마가 아님. 오히려 밝고 연민의 마음을 갖춘 인물임. 동생 쟝을 사랑하며, 아버지 사후 동생의 행복을 위해 애쓰는 인물. 콰지모도에게 연민을 느껴 그에게 읽고 쓰기를 가르치는 인물. 에스메랄다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그녀의 죽음을 불러온 인물.

에스메랄다 La Esmerelda;

        귀뒬르 수녀가 잃어버린 입양 딸. 아름다운 집시. 염소 쟐리와 마술로 사람들을 매혹 시키는 여인. 어머니를 찾을 수 있는 증표로 부적과 장신구를 목에 걸고 다니는 인물.

그렝과르 Pierre Gringoire;

        극작가겸 철학자. 에스메랄다가 집시로부터 생명을 구해주는 남자. 나중에 집시에 가담하나, 클로드를 도와 에스메랄다를 종교재판에 넘기도록 한 인물.

푀뷔스 Phoebus de Chateaupers;

        왕궁 수비대 장교. 에스메랄다를 유혹하나 사랑하지는 않는 인물.

귀뒬르 Sister Gudule;

        에스메랄다가 오랜 세월에 걸쳐 찾는 양모. 롤랑 탑에 은거하는 불행한 수녀. 집시들이 자신의 입양 딸을 먹어치웠다고 생각하는 여인. 

쟝 Jehan Frollo;

        클로드 프롤요의 말썽꾸러기 동생. 음주와 도박에 미친 탈선 학생. 집시에 가담하나 노트르담 공격 시 콰지모도에게 살해됨.

트루이유푸 Clopin Trouillefou;

        집시들의 대장. 에스메랄다를 구하기 위해 집시들을 지휘하여 노트르담을 공격함.

루이XI세 Louis XI;

        프랑스 국왕. 무자비한 군주. 에스메랄다를 죽이라고 한 인물.

쟐리 Djali;

        에스메랄다와 함께 요술을 연기하는 훈련 받은 염소. 마귀가 쓰였다는 혐의로 그녀와 함께 재판을 받는 염소.

플뢰르 Fleur-de-Lys de Gondelaurier

        푀뷔스를 연모하는 여인. 나중에 그의 부인이 되는 인물. 에스메랄다를 질투하고 조롱하는 인물.

플로리앙 Master Florian Barbedienne;

        귀머거리 판사.

쟈크 샤르몰뤼 Master Jacques Charmolue;

        노트르담 성당의 부제. 푀뷔스 대위 살인 혐의로 에스메랄다를 고문하고 처형하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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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1482년 1월6일 프랑스 파리, 바보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이 축제는 연례행사로, 루이XI세의 아들과 플랜더스(북네델란드) 공주간의 결혼식 날짜와 겹치고 있었다. 그레브 광장에서는 불꽃놀이가 있었고, 브라퀴 성당에는 산사나무 식목행사도, 정의궁전 앞에서는 연극 공연도 있을 예정이었다. 플랜더스에서 온 고위사절단이 정의궁전에서 열리는 파리시민들의 대규모 미사에 참가를 했다. 무대 주위로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이 연극과, 연극이 끝난 후 있을 “바보들의 대왕” 선출을 조바심 속에 기다리고 있었다. 눈부신 고딕식 궁전 건물과 그 넓은 대리석 바닥은, 연극이 곧 시작되지 않으면 폭동이라도 일으킬 기세인 군중들의 눈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연극 대본을 쓴 피에르 그렝과르는 늦게 올 추기경과 군중의 분노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를 몰랐다. 추기경의 지각을 기다린다면, 폭동이 일어날 터였다. 그는 곧 연극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그리고 노한 시민들을 가라앉히기 위해 연극을 시작하기로 했다. 연극의 제목은 “성처녀 마리아의 선한 재판” 이었다.

         승려와 귀족, 상인과 노동자 등 프랑스 사회의 신분을 나타내는 분장을 한 배우들이 무대 위에 나타났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람들의 눈길을 끈 건 연극이 아니라, “한 푼 줍쇼” 하며 무대에 오르려는 클로펭 트루이유푸, 라는 거지였다. 그렝과르는 사람들의 시선을 연극으로 돌리려고 몸부림을 쳤으나, 부질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배우들조차도 연기에 흥미를 잃고 있었다. 그때 추기경이 도착했다. 그는 권력자에다 위엄이 있고 인기도 있어, 누구도 그의 지각을 개의치 않았다. 그의 수행원들은 플랜더스에서 온 고위 성직자들로, 사람들의 눈길은 연극이 아닌 그들에게로 쏠렸다. 수행원 가운데 한 사람인 쟈크 코페놀은 유머러스한 말로 사람들을 감동 시켰다. 곧 바보 대왕 선출식이 있었고 사람들의 시선이 그리로 쏠렸다. 글렝과르는 구경꾼으로 가장을 하여 연극을 계속하라고 외쳤지만, 구경꾼들은 오히려 “연극을 때려치워라” 라고 응답했다.

        코페놀은 자신들이 플랜더스에서 하듯 파리 시민들도 그런식으로 바보 “대왕”을 뽑으라고 했다. 각 후보자는 구멍을 통해 얼굴을 내밀어야 했다. 그중 가장 못생긴 얼굴이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곧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가 “바보들의 대왕”으로 선출되었다. 얼굴을 이상하게 찡그려 사람들을 웃기는 다른 후보자들과는 달리, 콰지모도는 뻣뻣한 붉은 털로 뒤덮인 커다란 머리통, 두 어깨 사이에서 목 위로 솟아오른 커다란 꼽추 등에다 가슴이 불거져 나와 있었다. 또한 외눈박이에다 절름발이였다. 감긴 눈은 혹이 뒤덮고 있었고 다리와 팔이 이상한 모습으로 붙어 있었다. 이처럼 기괴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는 힘과 기세가 넘쳐보였다. 귀머거리인 그를 “외눈박이”라고 외치며 조롱의 왕관을 씌운 뒤 헹가래를 치며, 사람들은 파리의 거리를 행진하기 시작했다.

        한편 그렝과르는 무대로 돌아와 다시 한 번 연극 공연을 하려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배우들을 독려하여 다시 연극을 했다. 바보 행렬을 따라 군중들이 몰려가고 있었다. 그는 바보 행렬이 사라지는 걸 다행으로 생각했지만, 그 행렬을 따르는 군중들이야말로 바로 연극의 관람객들이었다. 남아 있는 관객들도 연극에는 관심이 없이 세금이나 집세 등, 잡담으로 떠들어댔다. 그 때 창가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에스메랄다가 정의궁전 광장에서 춤을 추고 있다는 외침이었다. 남아 있던 사람들이 그녀를 보기 위해 창가로 몰렸다. 그렝과르는 전투에서 패한 장군의 기분이 되어, 모든 것을 포기했다.

제2권

        1월이 되니 해가 일찍 졌다. 그렝과르는 빈털터리가 되어, 잠자리를 찾기 위해 거리를 방황했다. 그의 유일한 친구란 “철학”이었다. 그 철학으로 자신의 실패를 위로하려면, 사색을 할 조용한 장소가 필요했다. 그는 잠을 잘 자면 파리 생활의 불행을 잊을 것이라는 생각에 돌베개(창세기 20:11, 브엘세바를 떠나 하란으로 가던 야곱이 베고 잔 돌베개. 꿈속에서 하느님을 만난다)를 찾았다. 그 때 “바보 대왕”의 행렬이 지나갔다. 그는 행렬을 쫓아 그레브 광장까지 갔다. 그곳은 불길한 장소였지만, 뭔가 먹을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눈 씻고 보아도 먹을 것이라고는 없었다. 음산한 광장, 고문과 처형의 장소였다.

        고문 기구가 있을까 하여 찾아보았다. 화톳불을 가운데 두고 사람들이 불빛 속에, 꼼짝 않고 빙 둘러 서 있었다. 에스메랄다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모습에 “불꽃처럼 빛나는 커다란 검은 눈”을 가진 집시이다. 그녀는 이마에 두 개의 칼을 올려 놓고, 사람들을 향해 주문을 외고 있었다. 그렝과르는 그녀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그 때 화톳불이 흔들리면서, 서른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얼굴이 둥글넓적한 대머리 남자가 그녀로부터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열여섯 살 집시의 현란한 춤에, 그의 헛된 꿈이 점점 음흉해져 가는 듯했다. 그의 입술에 가끔씩 미소가 흘렀지만, 그 미소는 또한 비탄과 한숨이 어린 것이었다. 그녀가 염소 “쟐리”를 불렀다. 훈련 받은, 금과 은으로 치장한 염소다. 무슨 달이냐고 물었다. 염소가 앞발을 들어 북을 한 번 쳤다. 며칠이냐고 묻자 일곱 번을 쳤다. 그날은 1월7일이었다. 사람들이 놀랐다. 그 때 바로 “북 밑에 속임수가 있다” ,라고 대머리 사내가 소리쳤다. 집시가 몸을 떨며 그를 보았다. 사람들의 갈채 속에, 알 수 없는 인물인 대머리의 우울한 그 외침이 묻혀 사라졌다.

        바로 그때 콰지모도를 앞세운 바보 대왕 행렬이 광장으로 들어왔다. 그는 처음으로 삶의 덧없음을 어렴풋이나마 경험하고 있었다. 축제를 즐기고 있지만, 새아침이 되면 이제 사람들은 또다시 자신을 경멸하리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그 대머리의 남자가 그를 잡고 무릅을 꿇으라고 했을 때, 그의 기쁨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콰지모도가 즉시 무릅을 꿇었고, 그레브 광장을 벗어나는 그 이상한 남자에게 명령을 따르겠다는 신호를, 손짓 발짓으로 보냈다. 그렝과르는 그 남자가 바로 노트르담 성당의 부주교인 클로드 프롤요임을 알았다. 바보 대왕 행렬은 대단한 구경꺼리 였지만, 그렝과르는 우선 먹을 것을 찾아야 했다.

        먹을 것을 못 찾은 그는 자신의 “자유의지”를 포기하고 에스메랄다를 찾아가기로 했다. 잠 잘 곳이 없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본능인 것이다. 그가 뒤따라오고 있음을 에스메랄다가 눈치 챈 순간, 바로 그 때 콰지모도가 그녀에게 다가섰다. 그렝과르는 부 주교를 보았다고 생각했고, 에스메랄다를 구하려고 한 순간, 콰지모도가 나타나 그를 때려눕혔다. 왕의 수비대 병사들이 나타나 에스메랄다를 구했고, 콰지모도를 체포했다. 수비대장은 푀뷔스 대위였다. 그는 에스메랄다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렝과르가 정신을 되찾았으나,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 그는 다시 잠자리를 찾아야 했다. 길을 잃고 방황하던 그는 바로 범죄자와 거지, 집시들의 소굴인 미라클 거리에 자신이 서있음을 알았다. 한 무리의 거지들이 다가와 인상을 쓰며 돈을 요구했고, 돈이 없다는 걸 알자, 그들의 “왕” 앞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그 왕은 그의 연극을 망친, 바로 그 거지 클로펭 트루이유푸였다. 그들이 그렝과르를 죽이려고 하는 찰라, 에스메랄다가 나타나 그를 구했다. 4년간 남편감으로 함께 살겠다고 했다. 깜짝 놀란 그가 그녀를 따라 그녀의 집으로 가 알게 된 사실은, 그녀가 그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다만 그의 생명을 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음을 알았다. 그녀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오직 “푀뷔스”가 무슨 뜻이냐고만 물었다. 그 말은 라틴어로 태양이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녀가 자리를 떴고, 그는 그 집 방바닥에서 그날 밤을 잤다.

제3권

        소설의 화자가 노트르담의 역사를 말한다. 노트르담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고지상의 장엄한 건축물” 이다. 그 아름다움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며, 세월과 인간이 가한 수많은 손상과 파괴를 겪은 이 장엄한 기념물에 앞에 서면, 한탄과 분노와 함께 그 초석을 놓은 샤를르마뉴대왕과 마무리를 지은 필립 아우구스투스 프랑스 국왕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나는 걸 어찌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이 성당 건축은 1163년에 시작되었고, 샤를르마뉴대왕은 8세기(748 - 814)때의 인물임으로, 시대적으로 너무 격차가 있어 작가의 혼동이 있었던 듯함)

        건축의 진행속도가 느렸고, 건축 터가 솟아올라 건물 기단을 집어삼킨 적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남아 있는 전면의 상처는 대부분 인간에 의해서이다. 프랑스 대혁명 기간에는, 왕의 적대자들이 성당의 많은 것을 약탈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소설이 쓰여 질 무렵에는 성당 전면의 수많은 조각품들과 정문에 이르는 열 한 계단의 승강대도 망실된 상태였다. 화자가 말하듯, “시간은 눈이 멀고, 인간은 우둔하였도다”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특히 “돌의 웅장한 교향곡”인, 위가 뾰족한 아치형의 세 정문은 전형적인 이 건축물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전면을 개량한 일도 오히려 파손을 불러왔다. “현대식”이라고는 했지만, 중세 이래의 건축술이 기울고 있음을 나타낸, 우스꽝스럽고 괴이한 모습이었다. 모든 것을 좋은 풍취라는 명분하에, 바로 “예술의 골격”을 망가뜨리고, 논리와 스타일 없이 난도질을 함으로써 분노한 혁명 대중보다 더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했다.

        그 결과 노트르담은 예술사적으로 분류를 할 수 없는 건축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로마네스크도 고딕 양식도 아닌 건축물이다. 각 시대는 성당 전면에 그 고유한 미를 표현하여 왔기 때문에, 노트르담은 어느 특정 시대의 건축 양식이라고 할 수가 없이, “과도기적인 양식의 건축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노트르담의 고풍스러운 출입구나 둥근 기둥 양식은 6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것으로, 프랑스의 모든 교회 건물 양식은 노트르담 건물 양식을 모태로 하여, 그 속에 모두 녹아 있는 것이다.

        소설의 화자는 노트르담 성당의 위치가 중세 파리의 배경과 배치됨을 말하고 있다. 15세기 이래 파리는 규모의 확대에 따라 얻은 것보다, 잃어버린 아름다움이 더 많았다. 그때까지 파리는 세 겹의 동심원 성벽으로, 많은 섬들을 감싸고 있었다. 파리를 세 지역 즉, 시테Cité, 빌Ville, 그리고 대학촌Université으로 나눈다. 시테는 인구가 밀집한 세느강 상의 섬으로, 노트르담을 포함한 성당들이 밀집해 있고, 빌에는 루브르를 비롯한 대부분의 왕궁과 시청이 있으며, 대학촌에는 소르본느(현재의 파리1대학)를 포함한 모든 대학들이 있는 곳이다. 이 같은 지역 구분으로 1482년 현재 파리는, 미로 같은 거리와 수많은 기념물을 갖춘 모습이었다. 파리의 고딕 양식은 그 존속 기간이 짧았다. 르네상스 건축 양식이 시작되자 고딕 풍은 곧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 같은 건축 양식의 변화로, 파리는 주된 건축양식이 없는 도시가 된 것이다. 소설의 화자는 독자에게, 석고로 처바른 파리의 미래와 대리석 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은 고딕 파리를 비교해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시대에 죽어가는 파리를 슬퍼하고, 즐겁고 역동적이었던 1482년의 파리로 되돌아 가 볼 것을 독자들에게 권하고 있다.

제4권

        그러니까 사건이 있기 16년 전, 노트르담 성당의 미사가 끝난 후 고아용 특별 침대에 콰지모도가 뉘어 있었다. 그 추악한 모습으로 인해 감히 그 아기를 입양코자 하는 사람이 없었다. 마침내 어느 젊은 성직자가 자신의 평상복으로 그 아이를 감싸 데리고 갔다. 그는 클로드 프롤요로 마법사라는 소문이 있었다. 사실 그는 교회에 일생을 바친 사람이었다. 그는 언제나 주목 받는 학생이었고, 모든 학문 특히 철학과 의학에 뛰어났다. 그의 부모는 1466년 흑사병으로 죽었고 따라서 동생 쟝을 입양했다. 그때까지 클로드는 책 말고는 사랑하는 게 없었고, 동생 쟝을 사랑하는 것으로 자신의 삶은 충분했다. 동생에게만 모든 정성을 쏟았다. 따라서 성직자로서 더욱 성실할 수가 있었고, 마침내 노트르담의 가장 젊은 지도신부가 되었다. 사람들의 조롱감이 된 버림받은 못생긴 아기를 보고는, 동생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그는 동생을 생각하며, 아기를 기르기로 했다. 아기의 이름을 콰지모도로 지었다. 그 이름은 그가 아기를 발견한 날짜를 기념하고, 그 가엾은 아기의 불완전한 생김생김을 뜻했다. 세상과의 단절 속에서 콰지모도는 노트르담 성당을 집으로, 나라로, 우주로 여겼다. 성당 종탑에 매달린 종들을 좋아했고, 종 옆에서 자며 성장했다. 자라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인한 체질이 되어, 성당 전면 외벽을 타고 쉽게 오르내렸다. 그러나 그는 외눈박이에다 꼽추였고, 절름발이었다. 그는 열네 살에 성당의 종지기가 되었는데, 그가 사랑한 우렁찬 종소리로 인해 귀머거리가 되었다. 그는 사람들의 조롱을 피하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지냈다. 클로드는 최선을 다해 가르쳤지만, 콰지모도는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했고, 그 결과 사람들과의 대면을 꺼렸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무뢰한으로 유해한 자이며, 그 추악한 외모로 인해 무뢰배가 되었다는 논리를 폈다.

        그의 유일한 행복은 종이었다. 진실로 종들을 좋아했고, 종과 대화를 나누고 아기 돌보듯 쓰다듬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아기를 사랑하는 어머니처럼 그는, 종소리로 귀가 먹었지만 종들을 사랑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종을 "마리아" ,라고 불렀다. 그는 격렬한 종소리로 고통을 겪어야 하는 마리아를 가엾이 여겼다. 종을 칠 때면 그는 짐승처럼 격렬해졌고, 눈에서는 불꽃이 튀었고 입에서는 거품이 일었다. 종소리의 큰 울림만이 귀의 침묵을 깨뜨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당 다음으로 클로드 프롤요가 콰지모도를 꼼짝 못하게 했다. 종을 알게 하고, 모든 것을 가르쳐 준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다. 엄격하고 퉁명스러워, 콰지모도는 그에게 노예처럼 순종적이었다. 세월이 흘러도 동생 쟝이 점점 더 나빠져 갔기 때문에 클로드는 절망했다. 불구로 인해 자신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콰지모도와 동생의 방탕으로 절망했고, 따라서 클로드는 고통을 잊으려고 점성술과 연금술에 몰두했다. 그는 성당의 은밀한 독방에 살며, 몰래 마술을 연습했다. 사람들은 그를 마법사로 의심을 했다. 그는 공주와의 면담을 거절하는 등 여성에 대한 무시 발언으로 사람들을 더욱 경악 시키기도 했다.

제5권

        중세의 법정은 왕이 지명한 사제들로 구성이 되었다. 각 사제는 오늘날의 검사에 해당하는 감시관에게 권한을 위임했다. 경찰력이 부족했고, 교회도 운영 가능했던 각양각색의 재판은 서로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 대단히 혼란스러웠다. 콰지모도에 대한 재판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에스메랄다와 왕의 수비대를 공격한 그에 대한 재판은, 플로리앙 바르베디엔느 판사가 맡았다. 플로리앙 역시 귀머거리였고, 그가 콰지모도에게 질문을 하자 방청객들의 웃음이 터졌다. 질문자나 피고나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던 것이다. 플로리앙은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며 웃자, 콰지모도가 자신을 경멸해서 그런다고 생각했다. 불같이 화가 난 그는 콰지모도에게 칼을 씌워 고문을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누군가가 그에게 콰지모도는 귀머거리라고 하자, 자신을 조롱한다고 오해한 그는, 추가로 매질을 하라고 했다.

        콰지모도를 고문할 그레브 광장에는 “롤랑 탑”이라고 불리는 반은 고딕, 반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이 있었다. 그곳은 버림받은 문둥이들과 세상을 등진 과부들의 거처였다. 한 무리의 여자들이 그 탑에 사는 귀뒬르 수녀에게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귀뒬르 수녀는 그 탑에 은거하며, 지난 18년간 기도를 하며 보낸 은둔자였다. 귀뒬르는 집시, 특히 에스메랄다를 혐오하기로 이름난 수녀였다. 음식을 나르던 여인 중 누군가가 라임 출신의 파께트 라 샹트플뢰리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파께트 역시 집시, 특히 에집트에서 온 집시들을 증오하기로 유명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늘 아기를 갖고 싶어 했고, 열여섯 살이 되었을 때 버려진 여아를 입양했다. 아기와 함께 살게 된 그녀는 더 없이 행복했다. 아기가 크면 신도록, 공주에게나 어울릴 수놓은 비단 신발을 준비하기도 했다. 어느 날 한 무리의 집시가 그녀가 살고 있는 마을로 와 점을 쳤다. 아기가 여왕이 될 것이라는 점괘였다. 그리고는 집시들이 그 아기를 흉한 모습의 애꾸눈 아기와 바꿔치기를 했다. 파께트는 그 집시들이 아기를 먹어치웠다고 확신했고, 낙심천만 끝에 정신을 잃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해서 라임의 대주교가 입양을 시키려고, 그 애꾸눈의 아기를 노트르담으로 데려온 것이다.

        여인들이 “롤랑 탑”에 도착했을 때, 파께트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여인이 곧 귀뒬르 수녀를 알아보았다. 하얗게 변한 수녀의 긴 머리라던가 주름살로 인해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틀림없는 파께트 라 샹트플뢰리였다. 수녀는 자신의 신분을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아이들 노는 모습에 눈물을 흘리면서, 만일 에스메랄다의 눈에 띄면 그녀에게 잡아 먹힐지도 모르니, 아이들을 감추라고 했다. 수녀 옆의 수놓인 신발을 본 여인들은, 당신이 바로 “파께트 라 샹트플뢰리” 라고 외쳤다. 수녀 앞에 여인들이 무릎을 꿇고, “모든 집시들은 아기 도둑”이라고 외쳤다.

        한편 “롤랑 탑”으로부터 머지않은 곳에 콰지모도가 칼을 쓰고 있었다. 그 칼은 팔다리를 잡아 늘리는 고문도구였다. 바로 전 날 같은 장소에서, 그는 바보 대왕으로 추대되어 환호를 받았지만, 이제 극심한 고문이 시작된 것이다. 매질도 가해졌다.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어림없는 일이었다. 두 명의 형리가 그의 등에 묻은 피를 닦고, 고약을 발랐다. 그러면 군중들은 그에게 돌을 던졌다. 단지 그가 흉측하게 생겼다는 이유에서였다. 온갖 욕설이 그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클로드 프롤요가 다가오는 모습을 본 그의 얼굴에 웃음끼가 흘렀다. 그가 구해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클로드는 몸을 돌려 그대로 가버렸다. 콰지모도는 마실 물을 달라고 했지만, 돌아온 건 사람들의 조롱이었다. 바로 그때 에스메랄다가 나타나 그의 마른 입술에 물그릇을 댔다. 그녀의 친절에 감동을 한 콰지모도가 눈물을 흘렸다. 고문이 끝나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떴다.


제6권

        3월이 되어 날씨가 따듯해지자 많은 파리 시민들이 거리에서 산책을 했다. 노트르담 건너편 파르비 광장 근처의 부유한 귀족 플뢰르 드 리 공드롤리에 집에서 푀뷔스 대위가 멋쟁이 여인들을 만나고 있었다. 씩씩한 장교인 그를 놓고 여인들은 사랑의 경쟁을 하고 있었다. 여인들 중 누군가가 광장에서 춤추고 있는 에스메랄다를 보고는 곧 플뢰르에게 알렸다. 플뢰르는 에스메랄다의 아름다움을 질투하고 있었다. 따라서 못 본 체했다. 푀뷔스는 여인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이 없었으므로 에스메랄다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플뢰리가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가 두 달 전 도적떼들로부터 구해낸 여자가 바로 저 춤을 추는 집시가 아니냐고 물었다. 푀뷔스는 염소 쟐리와 함께 있는 에스메랄다를 금방 알아보았다. 노트르담 꼭대기에서 에스메랄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부주교 클로드 포롤요를 본 그들은, 그가 집시를 몹시 싫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호기심에 찬 여인들이 에스메랄다에게, 그들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소리쳤다. 그곳에 푀뷔스가 있는 걸 알아챈 에스메랄다는 얼굴이 발개졌다. 그러나 그녀의 아름다움은 여인들의 평온을 깨뜨렸고, 상처를 받은 그녀들은 에스메랄다를 질투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옷, 들어난 팔을 흉보고 조롱했다. 이러한 모욕으로 마음이 아팠지만 에스메랄다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푀뷔스를 보았다. 그도 에스메랄다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했다. 플뢰르가 에스메랄다에게 목에 건 가죽 주머니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고 물었고, 그것은 비밀이라 말할 수 없다고 에스메랄다가 대답했다. 그녀가 시선을 돌린 순간, 플뢰르는 그녀의 주머니를 열었다. 글자가 쓰여 진 나무 조각들이었다.  글자를 맞추어 보니, “푀뷔스” 였다. 에스메랄다가 바로 연적이라는 사실을 안 플뢰르는 크게 화를 냈다. 에스메랄다를 마녀라고 크게 외치며 쓰러졌다. 에스메랄다가 급히 도망쳤고, 푀뷔스가 그녀의 뒤를 쫓았다.

         구석진 방에 칩거하고 있던 클로드는, 에스메랄다가 두드리는 북소리를 들었다. 자리에서 급히 일어난 그는 북쪽 탑의 꼭대기로 올랐다. 파리의 전경이 발아래에 보였다. 춤을 추고 있는 집시에게만 그의 눈길이 갔다. 콰지모도 역시 춤추는 집시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광장으로 내려갔다. 그곳에 도착하니 그녀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실망한 그의 눈에 그렝과르가 들어왔다. 머리위에 의자와 고양이를 올려놓고 곡예를 하며, 둘러싼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그렝과르도 그를 보았다. 그는 클로드의 뒤를 따라 성당으로 갔다. 클로드가 그렝과르에게 물었다. 지난 두 달 동안 어디에 있었으며, 왜 에스메랄다의 주변에서 맴도는지를 물었다. 그렝과르는 에스메랄다와의 4년간 결혼에 관한 사연을 말하면서, 그녀는 부모를 만날 때까지 순결을 지켜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동거할 수가 없다고 했다. 클로드로서는 집시 무리와 함께 하는 그렝과르 따위에겐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에스메랄다에 관해서는 모든 걸 알고 싶었다. 그렝과르는 그녀가 이집트로부터 항가리를 거쳐 왔으며, 그녀의 염소는 “푀뷔스”라는 철자를 순서대로 배열하는 훈련을 받았다고 했다. 왜 그렇게 에스메랄다에 관해 꼬치꼬치 알고자 하는지 그렝과르가 묻자, 클로드는 크게 당황했다.

        쟝 프롤요는 돈도 떨어지고 따라서 노트르담으로 부주교인 형 클로드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키로 했다. 형으로부터 꾸중을 들으리라 확신했지만 또한 돈을 안 주면 어떻게 할까 걱정도 되었다. 노트르담에 도착하니 어떤 수도자가 말하기를, 클로드가 방에 있다고 했다. 쟝이 형의 비밀스런 은거지에 접근해, 그곳을 들여다보기 위해 발돋움을 하려고 제자리를 뛰었지만, 클로드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쟝은 형의 동정을 살필 수가 있었다. 클로드의 방에는 렘브란트가 그린  파우스트 박사 그림이 벽에 걸려 있었다. 그림에는 괴이한 해골들과 장갑, 양피지, 주문 같은 글씨가 그려져 있었다. 클로드는 그리스어, 라틴어, 히브리어로 주문을 외듯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연금술에 관해서도 혼잣말을 했고, 에스메랄다를 잊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쟝은 문에 다가가, 방금 도착한 체했다. 돈을 좀 달라고 했지만 거절을 당했다. 공부를 멀리한 채, 술 마시고 싸움질만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걱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쟝은 그렇지 않다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대꾸했다. 그때 부제 쟈크 샤르몰뤼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쟝은 난로 밑으로 숨어야 했고, 숨기 전 형으로부터 돈을 받아냈다. 쟈크가 방으로 들어 와, 클로드와 함께 연금술의 법칙에 대해 그리고 빛을 금으로 바꿀 수 없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쟈크는 클로드가 자신이 아닌 거미줄에 걸린 파리를 보고 있음을 알았다. 커다란 거미가 갑자기 나타나 파리를 물었다. 그들이 헤어지기 전 클로드는 쟈크에게 “죽이는 일에 간섭” 하지 말라고 했다. 그가 하게 될 일을 암시한 것이다.

        성당을 나온 쟝은 푀뷔스에게로 갔다. 그들은 친구 사이였고, 술집으로 가 한 잔하기로 했다. 그들은 클로드가 뒤따르는 걸 몰랐다. 클로드는 쟝의 행동에 실망이 컸고, 그렝과르가 말한 푀뷔스도 쟝이나 다름없는 인간이란 생각으로 걱정이 앞섰다. 과연 푀뷔스는 그날 밤 당장 에스메랄다를 만나겠다고 뻥을 쳤다. 일곱 시 정각 그들은 술집을 나왔다. 쟝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그와 헤여진 푀뷔스는 에스메랄다를 만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클로드는 외투 깃을 올린 채 동생이 아닌, 푀뷔스의 뒤를 따랐다. 푀뷔스는 곧 누군가가 뒤를 따르고 있다는 걸 알아챘고, 코너를 도는 순간 벽을 따라 움직이는 클로드의 그림자를 보았다. 파리의 밤거리엔 사람의 뒤를 쫓는 수도승 모습의 악귀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고, 따라서 푀뷔스는 추적자와 마주치기로 했다. 그와 맞선 클로드는 자신의 신분을 밝힌 다음, 왜 에스메랄다를 만나려고 하는지 푀뷔스에게 물었다.

        괴승이나 다름없는 클로드는 푀뷔스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들은 거의 격투를 할 뻔 했지만, 클로드는 푀뷔스에게 돈을 주면서, 에스메랄다를 만나려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했다.

        이에 푀뷔스가 동의하고, 두 사람은 가까운 집으로 들어갔다. 바로 그때 에스메랄다가 그 집으로 들어왔고, 푀뷔스는 클로드를 옆방에 숨겼다. 두 사람만이 있다고 생각한 에스메랄다는, 그녀의 꺼지지 않는 사랑을 고백했다.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푀뷔스는,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체 했다. 그가 키스를 퍼부었고, 어둠 속의 클로드는 이를 악 물었다. 그녀와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푀뷔스의 말에 에스메랄다는 크게 실망을 했고, 그가 그녀의 목에 걸린 마술 부적을 만지려고 하자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것 같다고 푀뷔스가 말하자 에스메랄다는, 그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남은 생애 동안 모든 정성을 쏟아 해내겠으며, 그에게 자신의 모든 영혼을 바치겠다고 했다. 그때 초록색을 띤 귀신같은 얼굴이 나타났다. 승려 모습의 악마가 칼을 들어 푀뷔스를 연거푸 찌르는 걸 본 에스메랄다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녀가 깨어나서 보니, 병사들이 모여 말하기를, 어떤 “마녀”가 자신들의 대장을 칼로 찔렀다고 했다.

제7권

        피에르 그렝과르와 집시 무리들은, 한 달 이상 종적을 알 수 없는 에스메랄다가 걱정되었다. 그녀가 어느 장교와 함께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그렝과르는 믿지를 않았다. 어느 날 그는 정의궁전 앞을 지나가다 왕의 수비대 장교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여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렝과르가 보니 판사들이란 모두 멍청한 자들이었고, 재판은 뻔할 터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재판은 바로 에스메랄다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그녀에게는 마녀혐의가 씌워져 있었다. 그는 푀뷔스가 살해된 집 여주인의 증언을 들었다.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실하게 말은 못했으나 어쨌든 푀뷔스와 “성직자 모습을 한 유령”이 집으로 먼저 들어온 다음, 뒤 이어 에스메랄다와 염소 쟐리가 들어왔다고 했다. 이어 비명소리가 들렸고, 그 성직자 모습의 유령이 세느 강으로 뛰어 들어, 시테 쪽으로 헤엄쳐 가더라고 했다.

        쟈크 샤르몰뤼는 클로드 프롤요의 부제로서 또한 검사였다. 그는, 에스메랄다에게서 단도가 발견된 사실을 기억해 달라고 판사에게 말했다. "성직자 모습의 유령“이라는 것도 에스메랄다가 마법을 써 불러낸 지옥의 악마일 것이라고 했다. “푀뷔스” 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에스메랄다는 큰 소리로 그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그가 죽어가고 있으며, 하룻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샤르몰뤼가 대답했다. 그녀에게는 설상가상으로 판사는, 염소 쟐리도 사탄의 도구로서 공범으로 보았다. 염소에게 악령이 깃들었다고 했다. 염소에게 몇 시냐고 물었고, “푀뷔스”라는 글자를 배열해보라고 했다. 사실 이것은 에스메랄다가 거리 공연을 위해 염소를 이용한 속임수였다. 그러나 법정은 이를 마법으로 보았다. 염소에게 악령이 깃들었다는 판사의 말을 에스메랄다는 인정하지 않았다. 푀뷔스 살해를 자백하라는 요구도 거부했다. 샤르몰뤼는 판사에게, 그녀를 고문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했다.

        에스메랄다는 인두, 송곳, 집게 등 고문기구가 있는 “불길한 자”의 방으로 끌려갔다. 샤르몰뤼가 인두 등 고문 기구를 사용하여 자백을 강요했고 마침내 사지를 잡아 늘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따랐지만, 그녀는 자신이 범하지 않은 범죄이므로 자백하기를 거부했다.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따르자 그녀는 푀뷔스의 이름을 외쳐 불렀고, 마침내 자비를 구하며 검사가 요구하는 대로 죄를 자백했다. 염소도 증거로 채택되었다. 법정은 그녀와 염소에게 노트르담 앞에서 참회할 것과 그레브 광장에서의 교수형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에스메랄다는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어두운 지하 감옥에서 에스메랄다는 죽은 후에라도 푀뷔스를 다시 만나기를 기도했다. 빛이 차단되어 날자가 가는 것도 알 수가 없었다. 현실과 꿈을 구별하기가 불가능했다. 점점 미칠 것만 같았다. 그때 성직자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클로드였다. 자신을 고문한 그의 귀신같은 얼굴을 보고 에스메랄다는 공포에 질렸다. 자신으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강탈한 자였다. 그가 넋두리를 풀었다. 언제나 그녀를 사랑했고, 살인죄로 기소한 것은, 그렇게 해야 개인적으로 그녀의 감옥을 방문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를 만나기 전에는 어떤 여자도 눈여겨보지 않았다고 했다. 운명의 손이 그녀에 대한 병든 사랑을 만들어 냈다고 했다. 그녀가 죽으면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으니,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생명을 구해주겠다고 했다. 에스메랄다는, 그와 지옥에서라도 함께 할 수 없으니, 가까이 다가오지도 말라고 소리쳤다. 그녀는 푀뷔스를 소리쳐 불렀다. “그는 죽었어” 라고 말하며 그가 자리를 떴다.

        에스메랄다가 클로드와 법정으로부터 고문을 당하고 있는 동안, 귀뒬르 수녀는 양심으로부터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그녀가 수놓은 아기 신발을 보면, 아기 생각이 나는 게 아니라 고문 자체였다. 어느 날 아침, 평소보다 슬픔이 더 했고 오래 전 사라진 아기 생각에 너무나 슬펐다. 하느님을 소리쳐 부르며 왜 아기를 데려갔는지, 이제는 돌려달라고 울부짖었다. 지난 15년간 아기를 돌려달라는 기도로 무릎이 벗겨졌다고 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의 실밥이 뜯겨나가고 색이 바랬어도 그 슬픔은 한결 같아, 변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은 언제나 슬픔으로 차 있었다. 어느 날 거리로부터 사람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에스메랄다가 교수형에 처해지리라는 걸 알았다. 거미줄을 향해 튀어나오는 거미처럼, 그녀는 그레브 광장으로 뛰쳐나갔다.

        한편, 중상으로 인해 살아남으리라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던 푀뷔스는 상처로부터 완전히 회복을 했다. 푀뷔스가 죽었다고 에스메랄다에게 말한 클로드도, 실제로 그가 죽었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한편 푀뷔스는 자신이 공격을 당했던 상황,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그 상황을 미신과 결부시켰음을 곤혹스러워했다. 푀뷔스를 알고 있는 그 누구도, 에스메랄다 사건에서 그가 피살자라는 사실에 의문을 품었다. 오랜 잠적 끝에 그는 파리로 돌아왔고, 플뢰르 드 리와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플뢰르를 죽도록 사랑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불렀다.

        두 사람이 결혼 계획을 말하고 있던 그 시간, 노트르담 성당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푀뷔스가 플뢰르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그녀는 어떤 마녀가 처형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 여러 마녀가 처형되었으므로, 또 처형될 마녀의 죄가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다. 푀뷔스는 곧 그녀가 에스메랄다임을 알고는 얼굴이 하얘졌다. 에스메랄다를 아직도 질투하고 있던 플뢰르는 그에게, 사람들로부터 모욕을 당하는 에스메랄다를 지켜보라고 했다. 그가 본 에스메랄다는, 여위어 볼이 움푹 패인 얼굴이었지만, 고고한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많은 사람들의 조롱을 받고 있었지만, 또한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었다. 에스메랄다는 마음속으로 푀뷔스의 이름을 불렀고, 실제로 멀리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소리쳐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플뢰르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잘못된 재판으로 에스메랄다가 처형되는 날 새벽이었다. 그녀는 망연자실했다. 사형집행자가 그녀를 묶어, 그레브 광장으로 압송했다. 이 과정을 바라보고 있던 콰지모도는, 노트르담 전면에 불거진 조각상에 밧줄을 걸었다. 그 줄을 타고 내려와 경비병들을 때려뉜 다음, 에스메랄다를 등에 메고 번개 같이 성당을 향해 갔다. 성당 정문 앞에 이르러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성역을 여시오!”,라고. 사람들이 그를 따라 “성역”을 외치며, 그에게 갈채를 보냈다. 중세의 법률은, 노트르담을 법의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도피의 장소로 정하고 있었다. 에스메랄다가 그곳에 있는 한,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제8권

        가만히 앉아 에스메랄다의 죽음을 지켜볼 수만 없다고 생각한 클로드는 대학촌 주위의 언덕 위로 달려갔다. 에스메랄다가 아직 살아 있는지 여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사랑한  여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걸 무겁게 느꼈지만, 반면에 그가 죽이고자한 푀뷔스는 멀쩡히 살아 있음도 알았다. 어쨌든 그는 죄의식을 느껴 미친 듯이 웃어댔다. 그가 믿었던 자연, 하느님, 과학 등 모든 것을 잃고 악마가 된 것이다. 정신이 미쳤으니, 해골이 뒤따른다고 확신했다. 동생 쟝이 매춘부와 함께 있는 모습이 성당 유리창에 비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밀실로 돌아가 옆 건물의 계단을 보았다. 계단을 오르는 에스메랄다의 유령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아직 살아 있음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에스메랄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자신을 응시하는 콰지모도를 보고는 공포에 떨었다. 그녀는 곧 그가 자신을 구해냈음을 알았지만, 구해낸 이유를 몰랐다. 그가 옷과 음식을 가져왔고, 그녀가 잠자는 동안 옆에서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그가 무서웠지만, 이제는 옆에 있어 달라고 했다. 이 말에 콰지모도는 주저하며, “종달새 둥지에 올빼미가 들어갈 수 없다” 라고 말했다. 어쨌든 그는 에스메랄다의 옆을 지켰다. 침묵 속에서 콰지모도는 아름다움을, 에스메랄다는 추악함을 볼 뿐이었다. 그들은 곧 친해졌고, 에스메랄다는 콰지모도의 곁에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녀가 슬픈 노래를 부를 때면, 귀가 안 들리는 그였지만,  언제나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 그는 그녀를 “이슬방울” 또는 “햇빛”이라고 불렀고, 언제나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그에 대해 에스메랄다는 가엾은 생각이 들었고, 이제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에스메랄다는 오직 푀뷔스만 생각이 났다. 그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알았지만, 자신은 그를 죽인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고, 따라서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그를 비난할 수가 없었다. 그에 대한 사랑이 깊으니, 살인을 자백한 일은 자신의 잘못이며, 그로 인한 현재의 곤경은 자신의 책임으로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광장을 지나가는 푀뷔스를 보았다. 그녀가 소리쳐 불렀다. 푀뷔스가 알아듣지를 못하자 콰지모도가 그를 데려오겠다고 했다. 그는 플뢰르의 집 앞에서 푀뷔스를 하루 종일 기다렸다. 마침내 푀뷔스가 집에서 나오자, 콰지모도가 다가가 에스메랄다에게 함께 가자고 그의 소매를 끌었다. 그녀가 죽은 것으로 안 푀뷔스는 콰지모도에게 길을 비키라고 했다. 콰지모도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날이 저물고 에스메랄다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콰지모도가 돌아와 푀뷔스를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그 말에 에스메랄다는, 다음 기회를 기다려 보자고 했다.

        클로드는 에스메랄다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처음에는 병이 날 정도였지만, 이제 그녀와 콰지모도의 동정을 살피기로 했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꼽추에 대해 질투심이 일었다. 어느 날 밤 클로드는 에스메랄다가 잠자는 틈을 타 그녀에게 몰래 접근했다. 그녀가 잠이 깨어, 자신을 내려다보는 악마의 얼굴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그가 사랑을 호소했고, 그녀가 거절하자 그는 그녀를 올라타고 짓누르기 시작했다. 에스메랄다가 호각을 불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콰지모도가 준비해 둔 호각이었다. 그가 곧 나타났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이었기 때문에 그는 누군지도 모른 채 클로드의 목을 졸랐다. 그때 구름을 사이로 달빛이 비쳤고, 콰지모도는 자신이 목을 조르고 있는 주인의 얼굴을 보았다. 그가 조이던 손을 놓자, 클로드는 “아무도 그녀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라며, 쏜살 같이 방을 나갔다.

제9권

        그렝과르가 거리 공연을 실패한 이래, 클로드는 그를 더욱 어렵게 했다. 그는 그렝과르에게 말하기를, 에스메랄다를 노트르담으로부터 강제로 끌어내 사흘 이내에 처형할 수 있도록 한 법을 의회가 통과 시켰다고 했다. 이 말에 그렝과르는 별 관심이 없었다. 클로드는 에스메랄다가 그를 구해주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러므로 그렝과르와 에스메랄다는 사실상의 부부관계라고 했다. 그러니 그녀를 구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렝과르는 목숨을 걸만한 용기가 없었고 따라서 자신이 마지막 원하는 바는 자신이 교수형을 받는 거라고 했다. 이에 대해 클로드는, 사람은 어떻게 살았느냐에 걸 맞는 죽음을 맞아야 한다는 철학적인 말로 그렝과르를 설득하려고 애를 썼다. 그렝과르는 에스메랄다를 구하는 게 자신의 숙명임을 알았다. 그는 도움을 구하러 집시들에게 달려갔다. 한편, 클로드는 동생 쟝을 만났다. 쟝은 형의 말을 따르지 않고, 불량한 학생이었음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돈을 달라고 했다. 클로드가 거절하자, 쟝은 집시들과 행동을 함께하겠다고 했다.

        쟝은 쉽게 집시들과 합류했다. 그들은 에스메랄다를 구하기 위한 노트르담 공격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쟝이 그 공격로를 잘 안다고 했고, 집시들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들의 “왕” 클로펭 트루이유푸가 지휘하는 집시들은, 에스메랄다야 말로 그들의 누이동생이며, 그대로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했다. 그렝과르가 클로펭에게 말하기를, 프랑스 왕 루이XI세가 파리에 올 것이므로, 그의 면전에서 에스메랄다를 구한다는 건 무엇보다도 신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남녀노소로 이루어진 대규모 집시 행렬이 어둠 속에서 노트르담을 향해 출발했다. 콰지모도는 성당 꼭대기에서 파리의 거리를 감시하고 있었는데, 세느 강 쪽을 눈 여겨 보니, 이상한 그림자들이 강둑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노트르담을 향해 진군하는 무장한 집시들이었다. 에스메랄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음을 알고 있던 콰지모도는, 집시들이 그녀를 죽이기 위해 오는 것으로 알았고, 따라서 곧 있을 그들의 공격으로부터 성당을 방어할 계획을 세웠다.

        전투에 임한 집시들 선두에 선 클로펭은 크게 소리를 질러, 에스메랄다를 구하기 위해 왔음을 알렸지만 성당 안으로부터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불행하게도 콰지모도는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고, 에스메랄다를 죽이기 위해 온 것으로만 알았다. 집시들은 톱과 망치로 성당의 정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콰지모도는 혼자의 힘으로 성당을 지키기로 하고, 종탑으로부터 아래의 집시들을 향해 둥근 통나무를 떨어뜨렸다. 이에 놀란 집시 무리의 반이 물러났고, 콰지모도는 방어가 성공한 줄 알았다. 그러나 남아 있던 집시들이 통나무를 들어,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문 가장자리의 쇠틀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이를 본 콰지모도는 납을 끓여 아래로 부었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뜨거운 납으로 인해 많은 집시들이 화상을 입었다. 몇 사람의 집시들이 남았고, 쟝은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쟝이 사다리를 타고 올랐고, 콰지모도가 사다리를 뒤로 밀어버리면서 그의 다리를 잡았다. 그는 쟝을 벽에다 내동댕이쳤고, 두개골이 깨진 그의 몸을 아래로 내던졌다. 쟝은 그렇게 죽은 것이다. 그것을 목격한 집시들이 분노했다. 그들은 성당 전면을 타고 올랐고, 콰지모도는 이제 곧 그들에게 잡혀 죽게 될 것이므로 공포에 떨었다.

        한편 국왕 루이XI세는 그 같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나이가 들고 백성들로부터 인기도 없었다. 그렝과르는 죄인으로서 왕의 앞에 선 채, 자비는 지고의 덕으로,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했다. 왕은 그를 석방하라고 했다. 다만 "마녀“를 목매다는 일을 도와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한편 콰지모도는 푀뷔스 대위가 지휘하는 왕의 수비대가 도착하자, 항복할 준비를 했다. 푀뷔스 수비대는 남아 있던 집시들을 모두 소탕한 다음, 에스메랄다를 체포하기 위해 성당 안으로 진입했다. 콰지모드는 그들이 에스메랄다를 구하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여, 그 소식을 알리기 위해 그녀의 은신처로 뛰어갔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곳에는 그녀가 없었다.

제10권

        집시들이 노트르담을 공격하는 동안, 비명소리와 뭔가 부서지는 소리에 잠이 깬 에스메랄다는, 자신을 교수대에 세우기 위해 체포하러 온 폭도들이 온 줄 알았다. 그녀는 도망을 치기로 했다. 성당을 떠나려는 순간,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두 남자가 오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등불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가냘픈 비명을 질렀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그렝과르였다. 그 옆의 남자는 머리로부터 발끝까지 두건이 달린 검은 옷을 입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가 누구냐는 에스메랄다의 물음에 그렝과르는, 친구로서 부모로부터 침묵하는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그들은 작은 배에 올라 세느 강을 따라 노를 저었다. 노트르담 앞을 지날 때 에스메랄다는 왕의 수비대 병사들이 외치는 “마녀에게 죽음을”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원한다는 사실에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배는, 그녀가 처형될 장소인 그레브 광장 근처에 닿아 있었다. 그렝과르는 눈에 띄지 않았고, 놀랍게도 검은 옷의 침묵을 지킨 남자는 다름 아닌 클로드였다. 그는 사랑해 달라는 말을 다시 했고, 에스메랄다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는 자신과 함께 할 것이냐 아니면 처형당할 것이냐 선택을 하라고 했다. 그녀는 죽음을 택하겠다고 했다.

        클로드는 에스메랄다를 귀뒬르 수녀에게 넘긴 후, 노트르담으로 돌아갔다. 귀뒬르 수녀는 누구보다도 집시들을 증오했으므로, 틀림없이 에스메랄다를 사형집행자들에게 넘길 것으로 그는 확신했다. 수녀는 에스메랄다에게 왜 집시들이 오래 전 그녀의 아기를 먹어치웠는지 말하라고 소리쳤다. 이 말에 에스메랄다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수녀에게 직접 해코지 한 적이 없으니 놓아달라고 했다. 수녀가 에스메랄다에게 살인자라고 했다. 아기를 내놓으라고 했다. 이 외침에 에스메랄다는, 아기를 찾느냐고 반문하며 자신은 어머니를 찾는다고 했다. 수녀가 다시 아기를 돌려주지 않으면 교수대로 보내겠다고 하면서, 아기를 위해 준비했던 수놓은 자그마한 신발 한 짝을 보여주었다. 에스메랄다의 목에 걸린 작은 주머니에 들어 있던 신발 한 짝과 한 켤레를 이루는 신발이었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마침내 기쁨에 넘친 소리를 쳤다. 어머니와 딸이었던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재회에 그들은 눈물을 흘렸다.

        바로 그 때, 왕의 수비대가 에스메랄다를 체포하기 위해 들이닥쳤다. 귀뒬르 수녀는 15년 동안 찾았던 딸을, 바로 처형 직전에 만났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에스메랄다를 자신의 방에 숨긴 다음, 병사들에게 에스메랄다가 도주하였다고 알렸다. 병사들이 도주로를 조사하였으나 흔적이 없었고, 따라서 수녀가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했다. 그때 한 병사가 나서서 귀뒬르 수녀는 집시들을 혐오하기 때문에,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병사들이 떠나려는 순간 푀뷔스가 말을 타고 나타났고 병사들이 그의 이름을 외쳤다. 푀뷔스의 이름을 들은 에스메랄다가 그의 도움을 구하기 위해 은신처로부터 뛰어 나왔다. 푀뷔스는 그녀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병사들이 그녀를 체포하여 단두대로 압송했다. 귀뒬르 수녀가 울면서 죽이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병사들은 왕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고 했다. 수녀가 병사들을 붙들고 짐승처럼 울부짖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병사들이 단두대에 도착했을 때 쟈크 샤르몰뤼가 나타났다. 에스메랄다를 고문한 자이다. 수녀가 달려들어 그의 손을 물어뜯었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한편 노트르담에서는, 에스메랄다의 행방을 찾고 있던 콰지모도가 북쪽 탑의 꼭대기에 올랐다. 파리 어디에선가 그녀를 볼 수 있다는 희망에서였다. 그레브 광장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 그곳에 클로드가 있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클로드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에스메랄다가 흰색 옷을 입은 채 교수대에 목이 매달려 있었다. 그곳으로 달려간 콰지모드는 울부짖으며, 클로드의 목을 낚아채 높이 들어 올린 다음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클로드는 그렇게 죽은 것이다. 교수대에서 에스메랄다의 시신을 내리며, 발 아래의 클로드 시체를 본 콰지모도는, “내가 사랑한 모든 사람들”이라고 울부짖었다.

        그후 콰지모도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무덤 구덩이 파는 사람이 우연히 에스메랄다의 유골을 발견하였다. 그 유골 옆에 비틀린 꼽추의 유골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C)


 -Translated into Korean by Hung S. Park.

~~~~~~~~~~~~~~~~~

Victor Hugo(1802-1885);

    그는 프랑스 브상송에서 출생함. 그의 부친은 나폴레옹군대 장군이었음. 따라서 그는 아버지를 따라 스페인, 이태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냄. 11살 때 파리로 돌아 옴. 열다섯 살 때 프랑스 아카데미가 주최한 시작 경시대회에 참가함.

    그는 여러 장르에 걸쳐 많은 글을 씀. “노트르담의 꼽추(1831)”는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었음. 정치에도 관심이 있었던 그는 1848년 혁명 후 의회 의원이 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좌편향적이었고, 국왕 루이 나폴레옹에 대해 적대적이어서 1851년 정치적 망명을 함. 1870년 돌아온 그는 국민적 영웅이 됨. 그는 프랑스 문학사에서 가장 존경받고 인기 있는 작가의 한 사람임. 또한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 운동의 지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음. 현실과 상징이 결합된 상상적 리얼리즘의 선구자이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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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노트르담의 꼽추는 안소니 퀸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로 여러번 보았지만 두껍고 깨알같은 글씨의 원본은 물론 번역본의 책으로 조차 읽지를 못했는데 이렇게 베토벤님의 번역으로 정리해준 글을 읽어보니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깊은 맛이 스며듭니다.
    파리하면 많은 명소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노트르담의 대성당이 떠오르죠. 제가 젊을때 살았던 곳이어서 노트르담 성당은 수없이 다녀본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노트르담의 꼽추의 원제가 Notre-Dame de Paris(파리의 노트르담)이라고 하네요. The Hunchback of Notre-Dame(노트르담의 꼽추)는 영어로 중역을 한 것이라고..
    이 소설은 프랑스어 원제대로 노트르담 대성당이 주무대가 되고 베토벤님이 번역해서 정리해주신 내용처럼 15세기 프랑스 왕국를 배경으로, 어렸을 때 버려진 뒤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가 된 곱추 콰지모도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스페인어로 에메랄드), 콰지모도의 보호자 주교 클로드 프롤로가 벌이는 일을 다룬 비극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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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레 미제라블(장발잔)으로 유명한 빅토르 위고의 최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는 많은 분량과 고전명작이라는 점 때문에 부담을 갖게 되는데, 베토벤님의 수고로 이 곳을 방문하는 저같은 독자들이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이해하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베토벤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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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네, 지아님,
    파리에서 사셨군요.

    여행 중 성당 앞에서
    고딕식인 듯 아닌 듯해서 갸우뚱 했는데,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겉 모습으로 판단하는
    인간의 불완전한 판단 능력과
    이중적인 인간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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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그렇죠.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속에서 마녀 재판을 통하여 폐쇄적이며 배타적인 사회적 편견을 볼 수 있고, 중세 교회 권력의 이중성과 위선이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기득권 세력과 소외 계층,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빛과 어둠 등을 그려낸 작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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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파리 노트르담 성당 탑으로 올라가는 벽 어딘가에는 ‘아냐크’(Anaykh)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습니다. 아나키(Anarchy)란 영어를 그리스어로 표기한 것으로 ‘정부의 부재(不在)로 인한 혼란’, 그리고 ‘운명’이란 의미를 동시에 가졌다고 해요.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 성당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성당 벽에 새겨져 있던 이 단어를 발견하고 "왜 성스러운 이곳에 아냐크란 단어가 적혀있을까? 가혹한 운명, 무슨 의미일까?" 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어린 여자 아기를 집시들이 훔쳐가고, 그 자리에 괴물 같은 사내 아이를 놓아두면서 두 아이의 운명은 뒤바뀌게 된다는 설정을 하게된 것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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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his comment has been removed by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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