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 박공의 집



 The House of the Seven Gables

                     by

         Nathaniel Hawthorne

              <Synopsis>


for  More Readings;

 www.beethovenno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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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부당하게 획득한 재산으로 인해  후손이 저주를 받는다는 이야기.

등장인물:

헵시바 Hepzibah Pyncheon;

         “일곱 개 박공의 집” 주인. 동생 클리포드를 돌보는 마음씨 착한 여인. 근시로 인해 항상 얼굴을 찌푸리는 인물.

클리포드 Clifford Pyncheon;

        아름다운 청년이었지만 숙부를 죽였다는 혐의로 30년 감옥살이한 인물. 자신을 살인자로 몰아넣은 사촌 핀치언 판사를 증오하는 인물.

제이프리 Judge Jaffrey Pyncheon;

        헵시바와 클리포드의 사촌. 부유한 판사. 선조 핀치언 대령을 닮은 인물. 숙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인물. 실종 재산을 손에 넣으려는 탐욕적인 인물. 경쟁자인 사촌 클리포드를 살인범으로 몰아 옥살이를 시키는 인물.

홀그레이브 Holgrave;

        헵시바네 하숙생. 은판 사진사. 혁명적인 자유주의자. 매튜 몰의 후손이라고는 하나 확실하지 않은 인물. 최면술 능력이 있지만, 푀브 핀치언과의 사랑에 빠지는 인물.

푀브 Phoebe Pyncheon;

        귀족 혈통을 결여하고 있지만 활동적이고 아름다운 소녀. 우울한 핀치언 가에 즐거움을 안기는 인물. 헵시바의 사촌.

핀치언 대령 Colonel Pyncheon;

        탐욕과 무자비함으로 핀치언 가문에 저주를 불러오는 인물. 뇌출혈로 사망하는 인물. 그의 초상화는 다음 세대를 내려다보는 근엄한 감시자 역할을 함.

몰 Matthew Maule;

        농부. 핀치언 대령의 모략으로 교수형을 당하는 인물. 그의 빼앗긴 토지에 핀치언 가의 집이 세워짐. 핀치언 대령에 대한 저주가 세대를 타고 이어짐.

매튜 Matthew Maule;

        할아버지와 동명의 손자. 일곱 개 박공의 집을 지어 준 토마스 몰의 아들. 핀치언 가문에 원한을 품은 인물.

앨리스 Alice Pyncheon;

        저베이 핀치언의 딸. 매튜의 최면에 걸려 죽은 인물. 그녀의 하프시코드 선율이 죽은 후에도 들려온다는 말이 있는 여인.

저베이 Gervayse Pyncheon;

        핀치언 대령의 손자. 앨리스의 아버지. 메인 주 소재 토지 문서를 찾는 과정에서 딸을 잃는 인물.

베너 Uncle Venner;

        가난한 마을 노인. 핀치언 가문의 친구.

제이프리 Old Jaffrey Pyncheon;

        클리포드와 핀치언 판사의 숙부. 조카 제이프리의 행동으로 충격을 받고 뇌출혈로 죽음.

토마스 Thomas Maule;

        토마스 “일곱 개 박공의 집”을 건축한 목수. 핀치언 가문의 메인 주 토지 문서를 절취하여 숨긴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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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17세기 중엽, 장차 마사츄세츠 주의 부유한 동네가 들어설 곳인 아름답고 깨끗한 샘물가 옆에 매튜 몰이라는 농부가 자그마한 집을 지었다. 핀치언 대령이라는 그 지역 지주가 매튜의 집이 들어선 땅을 차지하고 싶어, 마녀에 대한 사람들의 집단 광기가 난무하던 그 시절, 매튜를 마녀로 몰았다. 그는 재판에 넘겨져 유죄판결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매튜는 죽기 전, “하느님이 핀치언에게 피를 마시게 하실 것”이라는 저주의 말을 남겼다. 이 같은 저주에도 아랑곳없이 핀치언은 빼앗은 땅에, 처마 밑에 삼각형 모양의 박공이 일곱 개나 되는 저택을 지었다. 죽은 몰의 아들이 그 집 설계하는 일을 도왔고, 집들이 하는 날 큰 잔치를 열었다. 하객들에게 인사를 해야 할 핀치언 대령이 잔치 자리에 나오지를 않자, 사람들이 그의 방으로 가 보니, 그는 의자에 앉아 죽어 있었다. 수염과 셔츠에 피가 흥건했다.  왜 죽었는지 아무도 몰랐고, 범죄의 증거는 없었지만 교살을 당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현장을 벗어나는 의문의 인물이 목격되었다는 말도 있었다.

    그 후 1백50년 동안 핀치언 대령의 후손들이 그 “일곱 개 박공의 집”에서 살았다. 그러나 그들은 대령이 마지막으로 손에 넣은 재산들 가운데 하나인, 메인 주의 거대한 토지에 대해서 소유권을 주장할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재산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렇게 못하고 있었다. 토지 문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령의 집이 들어선 지역도 이제 시대에 뒤진 곳이 되었다. 이 소설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30년 전, 핀치언 가의 어느 부유한 사람이 조카에게 살해당한 일이 있었다. 살인자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피살자의 또 다른 조카는 판사였는데, 마을 외곽에 거대한 저택을 짓고 부자로 살았다. 살인자의 누이가 혼자 몸으로 “일곱 개 박공의 집”에서 계속 살고 있었다.

    한편, 몰의 가문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이야기가 없었다. 그들의 선조 매튜 몰이라던가, 그가 핀치언 대령에게 퍼부은 저주의 말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고, 심지어는 자신이 매튜의 후손이라는 것도 모르는 자가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많은 후손들이 몰 가문의 특징인 냉정함을 지니었고, 불가사의한 능력을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자도 있다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일곱 개 박공의 집” 주변에는 80여 년 전, 앞선 세대의 누군가가 심어 놓은 높다란 느릅나무가 서 있었다. 박공들 사이로는 “앨리스 포지” 라는 꽃이 무더기로 피었는데, 이 꽃 이름은 과거 언제인가 앨리스 핀치언이 장난삼아 내던진 꽃씨가 피어 오른 꽃에서 비롯되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지붕에 쌓인 먼지와 오물을 토양삼아 무성하게 자랐다. 이 오래된 건물의 낭만적인 모습을 해치는 점포가 정면(가운데) 박공 아래에 있었다. 경제적인 궁핍에 시달린 핀치언 가의 누군가가 시작한 상점이었다.


                       

                      지붕 위 두 박공(가운데 큰 박공 좌우)

제2장: 

    노처녀 헵시바 핀치언이 “일곱 개 박공의 집”에서 살았다. 마음이 온순한 그녀는, 그러나 근시로 인해 언제나 얼굴을 찌푸리고 살았다. 많은 시간을 외모에 신경을 쓰며, 자신의 연인이라고 할 수 없는, 어느 아름다운 젊은이의 초상화 앞에서 한숨을 쉬고는 했다. 날이 새면 그녀는 분주해졌다. 잠이 깨면 아래층 점포로 내려갔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시 문을 연 가게이다. 사실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은 귀족적인 핀치언 가문의 위신을 손상 시키는 일이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달리 없었다. 시력이 나쁘다보니 바느질도 할 수 없었고, 교사가 될 만큼 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 조그만 상점은 생강과자, 아이들 장난감, 식품 등 여러 가지 상품으로 채웠다. 일이 서툰 그녀는 상품을 진열할 때 물건을 망가뜨리기도 했다. 그런 일로, 가게 문을 연 다음 방으로 들어가 울기도 했다.

제3장: 

    핀치언 가의 하숙생 홀그레이브가 첫 손님으로 왔다. 그는 스무 살의 젊은이로, 은판 사진(초기 사진 술)일을 하고 있었다. 위신 손상을 걱정하는 헵시바를 점잖게 타이르기도 했다. 이제 숙녀가 아닌 그냥 “여자”임을 기억하라고 했다. 일을 한다는 것은 인류 전체의 노력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다름 아닌 성공, 이라는 말로 격려도 했다. 그녀는 이 말을 수긍하지 않았다. 홀그레이브는 말하기를, 지금 시대 “숙녀”는 특권이 아닌 구속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했다. 첫 손님인 그는 과자를 사겠다고 했지만, 그가 하숙생이므로 그녀는 돈을 받지 않고 주었다. 그런 후 헵시바는 노동자 두 사람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엿들었다. 그녀의 개업이 놀랍다고 하면서, 앞이 뻔하다고 했다. 여기저기 좋은 상점이 널려 있다고 한 사람이 말하자, 그의 동료는 자기 아내가 상점으로 큰 손해를 보았다고 했다. 그들의 말을 들은 헵시바는,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크게 걱정을 했다.

    헵시바는 자신이 고통스러워하는 위신 추락을 노동자들이 되는대로 떠드는 것이 더욱 걱정이 되었다. 그들의 대화가 듣기에 굴욕적이었고, 특히 자신에게는 중요한 일이 그들에게는 한낱 지나가는 이야깃거리라는 사실에 상처를 입었다. 상점의 종을 울리며, 한 소년이 들어와 생강과자를 주문했다. 상품에 대한 지식이 없는 헵시바는 그 따위 과자부스러기에 소년의 주머니 돈을 빼앗는다는 건 잘못 된 것이라는 생각에, 돈을 받지 않고 주었다. 그러나 5분 후, 그 소년이 돌아와 그 과자를 또 주문했다. 헵시바는 그의 주머니 돈에 대한 자신의 떳떳치 못한 생각을 누르고, 돈을 받았다. 그 돈을 받음으로써, 이제 그녀의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가게를 연 것이 다행으로 생각되어, 그녀의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하루 종일 신이 났고, 모든 것이 좋아지는 듯했다. 몇 명의 손님이 더 왔고, 대개가 불평들을 했다. 계속 의기양양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그녀는 다시 사업 실패에 대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 어떤 부잣집 부인이 지나갔는데, 저런 사람들은 무슨 쓸모가 있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자신의 그러한 감정에 대해 죄의식을 느꼈다.

제4장: 

    어느 날 나이가 든 신사 한 사람이 “일곱 개 박공의 집” 앞을 지나갔다. 좋은 옷차림에 단장을 짚은 그는 분명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가 새로 문을 연 상점을 들여다보고는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헵시바를 본 그는 미소를 지으며,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고는 가던 길을 계속했다. 마을 바로 외곽에 집을 지은 부유한 사촌 제이프리 핀치언 판사였다. 헵시바는 재주가 있다고 소문이 난 노신사, 엉클 베너의 방문을 받고 있었다. 그녀가 일을 한다는 사실이 반가웠던 그는, 가게 운영에 관해 여러 가지 조언을 했다. 걱정은 잠시이고 이제 곧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했다. 이 격려의 말에 헵시바는 부자가 될 것이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엉클 베너는,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누군가가 곧 올 것이고, 마을 사람들이 그 사람에 대해 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엉클 베너가 떠난 다음 헵시바는 주문을 받고 손님 시중들기에 남은 하루가 고단했다

    그녀가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할 때 마침 승합마차 한 대가 문 앞에 섰다. 마차에서 내린 소녀가 가게 문을 두드렸다. 핀치언 가의 후손인 어린 소녀 푀브였다. 방문을 하겠다는 편지를 미리 보냈는데, 헵시바는 아직 받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소녀를 영접하여 안으로 들였고, 다만 하룻밤만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제5장: 

    푀브로 인해 “일곱 개 박공의 집”은 생기가 돌았다. 그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음침한 집안이 밝아졌다. 그녀는 즉시 자신의 방을 정돈하여 보다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헵시바는 집주인이 곧 돌아올 것이므로, 그녀가 오래 머무를 수 없다고 했다. 푀브가 제이프리 핀치언 판사에 대해 묻자 헵시바는 화를 내며, 그가 문지방도 못 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주인은 바로 자신의 동생이며 푀브의 사촌인 클리포드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의 초상화를 보여주었다.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곧 떠나라는 헵시바의 말에 푀브는 굴하지 않고 그녀를 설득했다. 그녀의 쾌활한 성격과 뛰어난 가사 솜씨는 곧 헵시바의 마음에 들었다. 푀브에게 몇 주 더 있으라고 했다. 푀브는 아침 식사 준비와 가게 일도 도왔다. 재고가 남지 않도록 했으며 점포의 개선을 위한 계획도 세웠다.

    푀브의 쾌활함과 재주에 헵시바는 크게 기뻤으나 또한 그녀의 빈약한 배경으로 인해 숙녀가 되기 어렵다는 걸 마음아파 했다. 그러나 그녀의 우아함과 매력은 그 같은 약점을 초월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헵시바는 엉클 베너에게, 핀치언 가문에 푀브 같은 처녀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지금까지 그런 행운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장사가 느슨한 어느 날, 헵시바는 푀브에게 집안 구석구석을 안내했다. 핀치언 대령이 죽은 방도 보여주었다. 집 근처 어딘가에 틀림없이 묻혀 있을 핀촌 대령의 보물을 찾아내면, 부자가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아직도 그 영혼이 집안에서 떠돈다고 믿어지는, 푀브의 숙모의 숙모의 숙모...그리고 또 숙모...의 숙모인 앨리스 핀치언이 사용했던 하프시코드도 보여주었다. 하숙생 홀그레이브를 조심하라는 말도 했다. 이상한 지식으로 무장한 혁명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매력도 있다고 했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하숙생으로 받아들였느냐고 묻자 헵시바는 말하기를, 그는 그의 법대로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제6장:

    푀브는 정원으로 가 화초를 다시 살려낼 수 있는지 보았다. 정원 가운데 오래된 정자가 다 쓰러져가고 있었다. 수탉 한 마리, 암탉 두 마리가 있었다. 병아리 한 마리도 있었다. 모이를 주었다. 그 닭들은 옛날 핀치언 가문에서 길렀던 어떤 고귀한 새의 후손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 때는 닭의 몸집이 칠면조 크기였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크기도 작아지고, 혈통도 희미해졌다는 것이다. 모이를 주던 푀브가 정원 건너편 낯선 남자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도 역시 놀라는 기색이었다. 홀그레이브였다. 그가 말하기를 언제나 닭 모이를 주고 있지만, 닭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했다. 그려면서, 그녀가 핀치언 가의 일원이므로 틀림없이 닭들이 좋아할 거라고 했다.

    그에 대한 헵시바의 말도 있고 해서 푀브는 경계했지만, 알고 보니 그는 매력 있는 남자였다. 마음이 끌렸다. 그녀는 그가 하는 은판 사진에 관해 아는 것이 없었으나, 그 기술로 만든 사진 속 인물들은 너무나 근엄한 모습들이었다. 이에 대해 홀그레이브는 말하기를, 그것은 초상화가 아니라 단순한 사진이며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녀가 말한 엄격한 모습의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그는, 겉으로 웃는 인간의 뒤에 숨은, 용서할 수 없는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푀브의 생각에 그 사진은 핀치언 대령 같았다. 그는 자신을 대신해 닭 모이를 주고 꽃을 가꾸라는 말을 했고, 푀브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가 안으로 들어갔고, 의심스런 눈초리로 앉아 있는 헵시바가 푀브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옆으로 간 푀브는 마치 안방에 앉아 듣는 듯, 그녀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낮고 쉰 목소리로 누구인가와 대화를 하는 듯한 헵시바의 잔소리가, 푀브의 귀에 들려왔다.

제7장:

    아침에 일어난 푀브가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헵시바가 요리책을 읽고 있었다. 길거리 생선 장수로부터 고등어를 사, 곧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를 하는 그녀의 힘이 넘쳤다.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에 놀란 푀브가 그녀를 도와 아침 식사 준비를 했다. 요리를 하는 동안 내내 헵시바는 마음의 동요가 일어, 푀브를 끌어안고 기뻐하는가 하면 곧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세 사람을 위한 식사 자리가 마련되어 푀브가 놀랐지만, 마침내 오랫동안 기다렸던 손님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헵시바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기뻐하라고 푀브에게 말했다. 마침내 헵시바가 오랜 동안 기다리던 클리포드가 돌아온 것이다. 그는 넋이 나간 듯 말을 했다. 푀브는 그가, 헵시바가 간직하고 있는 조그만 초상화의 주인공임을 알았다. 그는 음식을 게걸스레 먹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렸으나, 헵시바의 찡그린 얼굴에는 눈을 주지 않았다.

    아침 식사 후 클리포드는 방안을 두리번거렸다. 시각, 촉각, 청각 등 감각적인 쾌락에 몰입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고색창연한 저택에 심취했고, 어린 푀브의 쾌활한 모습을 좋아했다. 핀치언 대령의 오래된 초상화를 보고는 두려움에 뒷걸음치며, 그것을 치우라고 하기도 했다. 그 말에 헵시바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대신 보자기로 싸놓겠다고 했다. 상점의 종이 울리자, 클리포드가 크게 놀랐다. 그를 본 헵시바가 말하기를, 이제 시대가 변했고, 가난 때문에 가게를 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가문을 부끄럽게 해 괴롭다고 했다. 이 말에 클리포드는, 부끄러울 것 없다고, 무슨 일을 하던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인생이 망가진 사실을 슬퍼하며, 울었다. 그가 의자에 앉아 잠이 들자, 헵시바가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제8장: 

    클리포드를 놀라게 한 상점의 종소리가 울렸다. 손님은 지난 번 생강과자를 샀던 소년이었다. 소년이 상점을 나간 후, 귀족적인 풍모의 뚱뚱한 남자가 인자한 미소를 띠며 들어왔다. 그 미소는 범상하지가 않아, 누구든 마음이 끌리는 미소였다. 푀브가 그를 맞았다. 그는 푀브를 헵시바가 고용한 종업원으로 알았다. 그러나 푀브가 누구인지를 알고는, 자신을 헵시바의 사촌인 핀치언 판사라고 했다. 푀브에게 다가와 입맞춤으로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당황한 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밝았던 미소가 사라지고 찡그린 얼굴로 변했다. 비록 순간적이었지만, 푀브는 그 얼굴이 그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바로 홀그레이브가 보여준 사진 속의 웃는 사람과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았다. 초상화가 아닌 사진이 실제의 모습이라는 홀그레이브의 말이 생각났다.

    푀브는 핀치언 판사가 초상화 속의 핀치언 대령과 흡사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대로 판박이었다. 탐욕과 부드러운 미소 뒤에 숨은 무자비함을 숨기는 재주도 같았다. 그러나 핀치언 판사의 몸은 선조보다 약체이고, 힘도 없었다. 그가 잔기침할 때 내는 낮고 쉰 목소리는 과거와 연결되는 무서운 유산임을 푀브는 알았다. 그 목소리는 푀브에게, 매튜 몰이 핀치언 대령에게 한, “하느님이 핀치언에게 피를 마시게 하실 것” 이라는 저주의 말을 생각나게 했다. 그 저주의 말이 핀치언 가 사람들의 낮고 쉰 목소리를 타고 들린다는 소문이 있었다. 클리포드가 돌아왔는지, 핀치언 판사가 헵시바에게 물었다. 돌아왔다면 아마 푀브가 그를 두려워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헵시바는 놀라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판사는, 클리포드가 큰일을 저질렀지만 모른 체하고 잘 대해 주라고 했다. 그러면서 클리포드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판사가 푀브를 제치고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그때 헵시바가 나타나 그의 앞길을 막았다. 부드러운 말로 그녀를 달래며 핀치언 판사는, 그녀와 클리포드를 돕기 위해 재정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그의 제안을 거절한 헵시바의 눈은 바로 고통과 증오로 이글거렸다. 그 때 부엌으로부터 클리포드가 나오며, 헵시바에게 길을 비켜주라고 했다. 애소하는 듯 한 목소리였다. 클리포드의 목소리를 듣자 판사의 눈이 “불이 붙은 듯 붉게” 변했고 표현하기 힘든 그 무엇으로, 마치 완전자의 모습인양 사납고 냉혹한 모습으로 재빨리 그에게로 다가섰다. 그러나 헵시바가 꿋꿋하게 그를 막아서고 있었다. 판사가 다시 온화한 모습으로 바꾸면서 다음 기회에, 클리포드와 헵시바의 기분이 좋아 질 때 다시 오겠다고 했다. 그 말을 하며 가식적인 웃음을 남기고 돌아갔다. 헵시바는 푀브에게 클리포드의 마음을 가라앉혀 달라고 했고, 이에 푀브가 그 노인에게 다가갔다. 그들과 핀치언 판사 사이에 분명 무슨 원한이 있다고 푀브는 확신했다.

제9장:

    헵시바는 자신이 클리포드에게 위안을 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에게 책을 읽어 줄 때 그녀의 쉰 목소리도 그렇고, 그녀가 선택한 책에 대해 클리포드는 관심도 없었다. 그녀의 주름지고 찡그린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따라서 푀브만이 그 불행한 남매에게 유일한 행복의 원천이었다. 다행하게도 푀브는 그 불행한 집에 가득한 비애와 고통에 굴하지 않았고 오히려 밝게 만들려고 최선을 다했다. 이제 여성으로서의 지혜도 생기기 시작했다. 노래를 부르며 일을 했고, 언제나 부드러운 말로 클리포드를 행복하게 하려고 애를 썼다. 그녀가 옆에 있으면 클리포드는 젊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한 느낌은 푀브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젊음과 활기를 좋아해서였으므로, 음란한 감정은 아니었다. 한편 그녀도 불행에 말려드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클리포드를 감싸고 있는 알 수 없는 일들이 곤혹스럽긴 했지만,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은 정말 연민 때문이지 무슨 병적인 감정에 휩싸여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게 일에서도 푀브는 헵시바보다도 더 중요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이었다.

제10장: 

    크리포드는 정원을 좋아했다. 푀브와 홀그레이브가 가꾸어 정원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푀브는 가끔 클리포드를 그곳으로 데리고 가,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었다. 시를 읽어주면 클리포드는 더 좋아했다. 그는 닭들도 정원에서 자유스럽게 놀도록 풀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몰의 우물가에 닭들이 모여 있는 경우가 흔했다. 초여름이 되자 홀그레이브는, 오래 전 핀치언 가의 어떤 선조가 지붕 밑 다락방에 있는 서랍장 서랍에 숨겨둔 히아신스 씨를 찾아냈다. 얼마나 된 씨일까? 싹이 트는지 알기 위해 정원에 심었다. 곧 싹이 터 자라 붉은 꽃을 피웠고, 벌새들이 날아들었다. 정원을 거닐며 벌새를 보고 즐거워하는, 어린애 같이 천진한 클리포드를 보면, 헵시바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러나 또한 그들 형제가 잃어버린 그 많은 세월을 생각하고는, 슬픔의 고통을 느끼기도 했다.

    어느 일요일, 헵시바를 비롯하여 푀브, 클리포드, 홀그레이브 그리고 엉클 베너가 한자리에 모였다. 헵시바가 푀브와 함께 점심 식사를 준비했다. 사회활동이 차단된 클리포드는, 이 점심 모임을 매우 기뻐했다. 자신 보다 더 노인인 엉클 베너와 이야기하기를 좋아했고, 그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더 젊다는 느낌이었다. 홀그레이브 역시 클리포드를 친근하게 대했으나, 그의 눈에는 클리포드에 대해 “의혹”을 품은 기색이 역역했다. 엉클 베너는 클리포드가 농장으로 돌아가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으며, 클리포드 역시 엉클 베너를 위해 큰 계획이 있다고 했다. 이 말에 엉클 베너는 그러한 일에 참가하고 싶지 않으며, 재산을 불리는 일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하느님이 이미 주신 재산마저도 잃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가 지자 기력이 다한 클리포드는 혼자 중얼거렸다. “나는 행복이 필요해...오랜 세월 그걸 기다렸지...이제 늦었어.” 가엾은 클리포드, 그가 겪은 고난과 우둔함..., 그는 푀브와 함께 있다는 것, 조금 전에 먹은 음식에 행복이 있다는 걸 알아야, 운명의 여신이 그에게 행복을 줄 수가 있는 것이다. “투덜대지 않고, 의문을 품지 않고 현재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행복” 이라는 걸 그는 몰랐던 것이다.

제11장: The Arched Window

    클리포드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푀브는 그를 창가로 데리고 갔다. 거리를 내다보기 위해서였다. 밖은 내다본 그는, 그가 없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 놀랐다. 승합마차며 증기기관차가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창가에 앉아 내다본 핀치언 거리는 그가 어린 시절 보았던 것과는 달리 낯이 설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내부를 화려하게 꾸민 승합마차가 승객을 나르고 있었고, 거리에 먼지가 일지 않도록 물을 뿌리는 수차도 있었다. 다 쓰러져가는 구식 마차도 지나갔다. 다만 역마차가 눈에 띄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

    어느 날 헵시바네 집 앞 시원한 느릅나무 그늘 아래서, 어느 이태리 출신의 소년이 수동식 소형 풍금을 연주하는 공연이 있었다. 소년은 그 집 이층 창문으로부터 두 사람이 내려다보고 있음을 알았다. 소년의 어깨에는 원숭이 한 마리가 매달려 있었고, 풍금 통 안에는 구두수선공, 대장 쟁이, 군인, 숙녀, 학자, 술병을 든 주정뱅이, 돈 통에 금화를 던지는 수전노, 우유 짜는 처녀, 연인에게 입 맞추는 남자 등 여러 가지 형상을 한 소형 인형들이 있었다. 하나의 작은 공동체를 이루는, 음악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들이다. 소년이 풍금 손잡이를 돌리면 음악 소리와 함께, 이 인형들은 각자의 모습에 어울리는 동작을 하였다. 구두 만드는 시늉을 하고, 망치를 두드리고, 칼을 휘두르며, 책을 펴고, 우유를 짜고, 그릇에 금화를 던지는 시늉 등... 그러나 손잡이를 놓으면 음악이 중단되고, 모든 것이 정지되는 것이다. 이 작은 무언극이 말하는 것은, 음악이 중단되면 무언극이 정지되듯, 어떤 삶을 살든 우리는 누구든 결국 죽으며, 인형들처럼 몸부림쳐도 결국은 빈손이라는 것이다. 모든 희로애오와 쌓아 놓은 부, 지혜 등이 결국은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무언극이 정지하면 소년의 어깨로부터 원숭이가 내려와, 구경꾼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병색이 완연한 얼굴, 털이 무성한 손, 그 손을 내밀어 돈을 달라는 모습은 맘몬(Mammon; 성경(루가복음 16:9)에 등장하는 불의한 재물의 신)을 연상 시켰다. 돈을 향한 욕망에 사로잡힌 추악함을 상징하는 손이었다. 푀브가 창문으로부터 동전을 한 주먹 던졌고, 무표정한 원숭이가 그것들을 부지런히 집어, 소년의 돈 통에 넣었다. 소년이 손잡이를 돌리자, 인형들의 무언극이 다시 시작되었다.

    추악한 모습의 원숭이는 바로 뉴잉글랜드 사람들의 타락한 영혼을 재미있게 풍자하는 대역이었지만, 그러나 클리포드는 원숭이 모습을 보고 무서움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어느 날 사람들의 행렬이 거리를 지나갔다. 일시에 그 많은 사람들을 본 클리포드가 그들과 합류하기 위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푀브와 헵시바가 그를 잡았으나, 뛰어내리게 했어도 괜찮았을 거라고 소설의 화자는 말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오랜 세월의 칩거로부터 그가 벗어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요일이면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들었다. 푀브도 갔다. 예배가 끝나고 사람들이 떠나는 걸 본 클리포드는 헵시바에게 교회를 가자고 했다. 옷을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 아래층으로 갔다. 마르고 창백한 헵시바와 역시 여위고 늙은 클리포드, 문을 열고 거리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그곳은 그들에게 전 세계이며 전 인류의 눈이, 무서운 시선이 그들을 응시하는 곳이었다. 주님의 눈이 그들을 격려하는 듯했다. 거리의 따듯한 대기에 그들은 몸을 떨었다. 떨리는 가슴으로 한 발 대딛는 순간 클리포드가 슬픈 목소리로 외쳤다. 갈 수 없다고, 이미 늦었다고, 자신들은 유령으로 사람들과 함께할 자격이 없다고, 저주에 휩싸인 낡은 “일곱 개 박공의 집”에서만 어슬렁거려야 하는 운명이라고, 자신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어린이들에게 보여 그들을 놀라게 하는 일은 옳지 않다고 외쳤다. 그들은 바로 되돌아 문을 닫고 어두운 이층 계단을 올랐다. 잠깐 겪은 밝은 햇빛과 자유로운 대기로 인해, 집안은 훨씬 음울하고 공기는 더 탁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그곳을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을 조롱하듯 닫았던 문이 조금 열려 있었고, 그들의 탈출을 감시하듯 문 뒤에 누군가가 숨어 있는 듯했다. 문가에서 그들은, 그 감시자의 무자비한 손길을 느꼈던 것이다.

    또 어느 날 오후, 클리포드가 창가에서 비눗방울을 만들어 날리고 있었다. 그 때 마침 핀치언 판사가 창 아래 거리를 지나갔다. 커다란 방울이 그의 코앞에서 터졌고, 그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창가를 보았다. 그리고는 곧 미소를 지으며 클리포드를 불렀다. 아직도 비눗방울 놀이를 하느냐고 물었다. 말은 친절했으나, 조롱하는 투였다. 이 말에 클리포드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에게서 느낀 과거의 경험 때문이 아니라, 능력 있는 판사가 풍기는 두려움, 엄청난 권력 앞에서 약자가 느끼는 두려움이었던 것이다.

제12장: 

    푀브가 헵시바네 집에 머무른 지 한 달이 넘었다. 나이가 어리고 동년배의 소녀들을 만날 수 없었기 때문에 은판 사진가 홀그레이브와 동료가 된 것이다. 우울한 헵시바 남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홀그레이브와의 대화는 푀브에게 매우 중요했다. 나이 스물의 홀그레이브는 경험이 풍부한 젊은이였다. 여러 가지 일을 해봤고 중서부 지역은 물론, 유럽 방문 경험도 있었다. 그의 사상은 혁명적이었다. 책, 법률, 사람들이 사는 집 등 세상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긴 이야기를 했다. 이런 일들은 이미 이 세상을 살다 간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이제 각 세대는 과거의 제도를 혁파하고 새로운 것을 세워야한다고 했다. 잘은 몰랐지만 어쨌든 그녀는 귀를 기울였다.

    클리포드의 과거와 그의 현 생활에 관해 관심이 많았으므로, 홀그레이브는 그에 관해 많은 것을 푀브에게 물었다. 그의 관심을 함께 하기 싫었고 또 그가 원하는 걸 계속 알려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학식이 있는 젊은 지식인이고, 스스로 사상가로 일컫는 사람이었다. 그는 타고나 용기와 결단력이 있어, 이로 인해 많은 시련을 극복하여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책 읽듯이 푀브를 읽을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한 개인의 인격 속에는 깊은 생각이나 감정이 숨어 있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그는 핀치언 가에 서린 저주와, 그 저주가 핀치언가의 “광기”의 원인임을 알고 있음을 푀브에게 말했다. 이에 대해 푀브는 그렇지 않다고, 그러한 “광기”가 전염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홀그레이브는 옛날 몰의 저주에 관한 글을 잡지에 썼으며, 들어보겠느냐고 푀브에게 물었다. 그녀가 듣겠다고 했다.

제13장: 

    핀치언 가에 대한 저주에 관해 홀그레이브는 푀브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핀치언 대령의 손자인 저베이 핀치언은, 핀치언 가를 저주한 매튜 몰의 손자인 할아버지와 같은 이름의 목수 매튜 몰을 찾았다. 매튜 몰은 별 볼일 없는 목수로,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잘 알고 있어, 핀치언 가문에 깊은 증오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일곱 개 박공의 집”이 자신의 재산이라는 것, 그 집을 되찾기 까지는 그 저주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다. 그는 노동자에 불과했지만, 저베이 핀치언이 왜 만나자고 하는지 알고자 그의 문을 두드렸다. 저베이는 40대의 남자로, 오랜 동안 그 집에서 살지를 않았다. 그는 젊은 시절을 유럽에서 보내며 결혼도 하고 유럽 대륙 여행도 한 사람이었다. 이제 뉴잉글랜드로 돌아와, 할아버지인 핀치언 대령이 죽기 전 손에 넣었던 메인주의 거대한 토지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그 토지 문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문서가 사라졌을 당시 매튜 몰의 아버지가 핀치언 가에서 일을 했었기 때문에, 저베이는 몰 가의 사람들이 그 토지 문서의 행방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핀치언 가의 사람들은 그 문서를 찾기 위해 심지어 매튜 몰의 무덤을 파보기도 했지만 헛수고였다. 저베이 핀치언은 그 문서를 찾아 내 준다면 많은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매튜 몰에게 했으나, 매튜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일곱 개 박공의 집”과 교환 조건이라면 문서 찾는 일을 돕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저베이는 많은 생각 끝에 매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합의를 한 그들은 축배의 잔을 들었다. 관련 정보를 주기 전 매튜는 저베이의 딸 앨리스 핀치언을 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가 합석을 하게 되었다. 앨리스는 젊은 매튜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어떤 힘과 오만함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앉힌 다음 최면을 걸었다. 최면이 걸린 앨리스의 환영 속에 세 남자가 보였다. 나이가 든 한 남자는 근엄한 모습으로, 무덤 속 무슨 축제를 위한 듯 한 의상에 피가 흥건히 묻은 허리띠를 매고 있었다. 역시 나이가 들어 보이는 또 한 남자는, 평상복에 어둡고 악마 같은 얼굴에, 목에는 교수형에 쓰는 밧줄을 걸고 있었다. 세 번째 남자는 조금 젊어 보였는데 모직 상의에 가죽 반바지를 입고, 바지 주머니로부터 목수용 자가 삐죽 내밀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문서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이는, 허리띠에 피 묻은 사람이 비밀을 밝히려고 하는 듯했고, 다른 두 사람이 이를 막는 듯했다. 그가 소리를 질러 그 비밀을 인간 세상에 알리려고 했으나, 두 사람이 그의 입을 막고 있었다. 숨이 막혀서인지 아니면 핏빛 자체가 비밀인지 어쨌든 그의 허리띠에서 새로운 피가 흘러 나왔다. 그 피를 가리키며 두 사람은 조롱을 퍼붓는 환영이었다.

    바로 그때 매튜가 저베이에게 말했다. 그 문서의 효력이 없어져야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문서 때문에 핀치언 가문의 후손이 부를 누렸고, 또한 핀치언 대령이 보복을 받는 거라고 했다. 그 문서의 효력이 없어져야 핀치언 대령은 숨이 막히는 고통을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곱 개 박공의 집”을 잘 지키라고 했다. 그 집을 손에 넣기 위해 많은 수고를 했고 또 무거운 저주가 얽힌 집이니, 핀치언 대령이 누린 영화로웠던 시절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그 저주를 제거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저베이 핀치언이 소리를 질러 항의하려고 했지만, 오직 그의 목에서는 낮고 쉰 목소리만이 그르렁거렸다. 그 모습을 본 매튜가 미소를 지었다.

    그 후 수년 동안 매튜는 앨리스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그녀가 어디에 있던 그의 고갯짓에, 부르는 대로 따라야 했다. 그는 그녀를 행복하게도, 슬프게도 할 수 있었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천박한 춤도 추게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 같은 모욕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고 자신의 삶이, 삶이 아닌 삶으로 인해 결혼도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밤, 그녀는 매튜로부터 어느 노동자의 집에서 열리는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녀는 눈이 내린 어두운 밤길을 가벼운 옷차림으로 걸어, 그 집에 도착했다. 매튜가 그 집 노동자의 딸과 결혼을 하는 자리였다. 매튜가 앨리스에게 최면을 건 다음, 신부의 시중을 들라고 했다. 그녀가 최면에서 깨어 보니, 잔치는 끝나 있었다. 그녀는 신부에게 어색한 인사를 한 후 집을 향해 길을 떠났다. 추운 밤길을 가벼운 옷차림으로 걸어 집에 도착한 그녀는 폐렴에 걸렸고, 결국 죽음을 맞았다. 자신의 행동에 죄의식을 느낀 매튜 몰은 장례 행렬의 맨 끝에서 걸어 겸허한 모습을 보였지만, 어쨌든 그는 죄 없는 여인의 목숨을 빼앗은 것이다.

제14장: 

    이야기를 마친 홀그레이브는 매튜의 최면술에 관한 자신의 생생한 이야기로 인해 푀브가 최면에 걸렸음을 알았다. 매튜가 앨리스에게 했던 것처럼 홀그레이브는 푀브에게 최면을 걸 수가 있게 된 것이다. 홀그레이브 같은 젊은이에겐, 이 같은 능력이 최고의 매력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올바른 사람이었기 때문에, 최면을 걸어 악용하는 일을 없었다.

    홀그레이브가 푀브를 최면에서 깨웠다. 해가 이미 지고, 두 사람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달빛에 젖었다. 푀브는 고향엘 잠깐 다녀와야겠다고 했다. 홀그레이브로 인해 지식이 조금 넓어졌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과거보다 슬픈 마음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홀그레이브는 슬픔이 아니라, 이제 성인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제 과거보다 인생을 즐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헵시바와 클리포드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다. 그들은 이미 죽은 사람들로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는 게 홀그레이브의 생각이었다. 감정이 결여된 그의 비관적인 말에 푀브는 상심을 했다. 그가 사과를 하고, 그러나 혼란스럽다고 했다. 핀치언 판사는 잔혹한 사람으로 무서운 일을 저지를 사람이나, 그에 대해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들은 우정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한편, 푀브가 작별 인사를 하자 헵시바는 웃음을 잃어 슬프다고 했다. “일곱 개 박공의 집”에서 너무나 무거운 영혼의 짐이 있다고 했다. 클리포드는 푀브의 얼굴을 보며, 이제 귀여운 게 아니라 아름답다고 했다. 엉클 베너는 빨리 돌아오라고 했다. 그녀가 있음으로써 헵시바와 클리포드의 삶이 말할 수 없이 밝아 졌다고 했다. 푀브는 할 수 있는 조그마한 일들을 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제15장: 

    푀브가 떠나자 “일곱 개 박공의 집”은 더욱 음산해졌다. 며칠 동안 폭풍우가 몰아쳐 더했다. 클리포드는 더욱 음울해졌고, 마침내는 침대에서조차 벗어나지를 않았다. 절망적인 헵시바는 어떻게 동생을 도와야할지를 몰랐다. 바로 그때 상점의 종이 울렸다. 핀치언 판사가 온 것이다. 헵시바는 전과 같이 그를 대했다. 문을 막아서고, 왜 계속 괴롭히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판사는 눈물을 흘리며, 헵시바 형제를 사랑하고 진심으로 돕고 싶다고 했다. 판사는 현명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한두 가지 약점이 있겠지만 그는 자신의 그러한 약점들을 필요악이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는 성경 그릅 등 경건한 종교 활동에 열심이었고, 금주 운동의 지도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헵시바는 그의 말에 속지 않고, 클리포드와 만나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판사가 화를 냈다. 겉으로는 쾌활하고 친절했지만 그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궁전의 어두운 곳에서 썩어가는 시체처럼, 무엇인가 알고자 하는 욕망이 전신을 파고들어 타락한 인물이었다. 화가 난 판사가 클리포드와 반드시 대화를 해야겠다고 했다. 그들의 숙부 제프리가 남긴 유산의 소재지를 적어 놓은 문서에 관해 이미 재판정에 보고를 했고, 따라서 그가 곧 체포되어 투옥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 문서 보기를 갈망했지만 불가능했다. 헵시바는, 동생이 그 문서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했지만, 판사는 클리포드를 데려오라고 계속 다그쳤다. 마침내 판사는 클리포드를 정신병원으로 보내겠다고 협박했고, 헵시바는 그가 클리포드의 인생을 망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가 클리포드를 데려오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제16장: 

    헵시바가 천천히 계단을 올라 클리포드의 방 앞에 이르러 창밖을 보니, 사람들이 거리를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만일 클리포드가 숨겨진 재산에 대해 알고 있다면, 그 재산이 그들에게 무엇을 뜻하는지, 그녀는 의문이 들었다. 클리포드처럼 심약한 사람이 그런 비밀을 알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모르는 일을 알아내려고 연약한 동생에게 판사가 잔혹한 짓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사람들의 도움을 생각해보았지만, 그들은 판사의 편을 들 터였다. 그녀는 동생의 방문을 두드렸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방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었다. 처벌을 피해 투신자살을 한 게 아닐까,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판사의 도움을 받기 위해 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가 큰소리로 불렀으나, 판사는 거실 의자에 앉아 꼼짝 않고 있었다. 바로 그때 클리포드가 거실로 튀어나왔다. 이제 자신들은 “자유”롭게 되었다고 기쁜 소리로 외쳤다. 당황한 헵시바의 눈앞에 무서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녀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을 쳤다. 클리포드가 도망을 가자고 외쳤다. 헵시바가 외투를 입고 가방을 챙긴 다음, 악몽과 같은 판사의 시체를 의자에 그대로 둔 채, 밤의 거리로 나왔다.

제17장: 

    “일곱 개 박공의 집”을 나온 크리포드와 헵시바는, 핀치언 판사의 살인자로 몰릴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 그들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지만, 헵시바는 악몽을 꾸는 듯 했다. 그러나 클리포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생기가 돌았다. 판사의 사망으로 그는 자유를 느꼈고, 기운이 났다. 그들은 기관차를 탔다. 맞은 편 좌석의 노신사가 클리포드에게 말을 걸어왔다. 노신사가 말하기를, 여행을 하기엔 너무 날씨가 나쁘니, 근처 난롯가를 찾아 시간을 보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클리포드는 의견이 달랐다. “철도는 놀라운 발명품”으로 “가정이나 난롯가” 같은 낡은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수단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노신사는 그렇지 않다고 했지만, 클리포드는 길게 설명을 했다. 인류는 과거의 생각을 바꾸고 개혁하는 “나선형 계단”을 오르고 있다고 하면서, 철도야말로 바로 인류의 원래 모습인 유목 문화로 돌아가는 도구이며, 사람들을 “벽돌과 돌, 그리고 벌레 먹은 나무로 만든 집에 갇힌 죄수와 같은 생활”에서 해방을 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하는 클리포드는 젊은이처럼 생기가 돌았다. 그는 계속해서 말하기를, 집 특히 뭔가 죄를 진 사람들이 지은 집은 다음 세대에 저주가 따른다고 했다. 그는 “일곱 개 박공”이라는 말로 거실에 시체가 앉아 있는 가상의 집을 설정하고 말하기를, “그런 집이 행복하거나 번영하는 걸” 못 보았다고 했다. 그런 집은 헐어 버리거나 파괴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매일 집을 사용하지 않는 “유목 문화”의 미래를 희망한다고 했다. 보다 영적인 시대가 오고 있으며, 전신의 사용으로 세상이 좁아지고 연인들은 먼 거리에서도 대화가 가능한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또한 전신의 힘으로 범죄자들의 도주가 힘들어져 쉽게 체포가 될 일은 유감이라고 했다. 그들의 권리가 박탈되고 “도피처”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클리포드의 이 말을 들은 노신사는 크게 당황하여, 장광설을 펴는 그를 의심했다. 클리포드와 헵시바는 어느 쓸쓸한 기차역에서 내렸다. 기차에서 내린 클리포드는 지쳐 있었다.

제18장: 

    의자에 앉아 있는 핀치언 판사는 죽은 게 아니라 마치 잠을 자거나 명상을 하는 듯 보였다. 그는 해야 할 일들이 있었음으로 깨어나야 했다. 가장 중요한 일은 마사츄세츠 주지사 후보로 지명될 자리인 만찬 모임이었다. 그러나 그의 부은 몸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유령들이 행렬이 시작되었다. 그에 앞서 죽어간 핀치언 가의 유령들이었다. 모두 핀치언 대령의 초상화 앞에 멈춰 서 그에게 인사를 했고, 그의 뒤에 감춰진 무엇인가를 찾았다. 헛된 일이었다. 오래 전에 실종된 핀치언 판사의 아들도 있었다. 만일 그가 죽었다면 판사의 재산은 클리포드와 헵시바에게 상속될 터였다. 다음 날이 밝았다. 핀치언 판사의 눈으로 파리 한 마리가 기어들었다. 판사는 머리를 수그린 채, 의자에 계속 파묻혀 있었다. 그때 상점의 종소리가 울렸다.

제19장: 

    “일곱 개 박공의 집” 앞 핀치언 거리는 아름다웠다. 근처 밭에서 자라는 채소들과 느릅나무의 바람에 나부끼는 잎새들이 무성했다. 두 개의 박공 사이에 쌓인 먼지 속에서 자라는 화초 앨리스 포지가 꽃을 피웠다. 집 앞을 지나가는 엉클 베너에게 창문가에 있던 홀그레이브가, 집이 비어 있다는 말을 했다. 상점이 비어 있으니, 찾아 온 손님이 문을 두드리고 화를 내는 일도 있었다. 헵시바와 클리포드가 집을 떠났다고 이웃이 말했다. 꼬마 소년 네드 히긴스가 생강 과자를 사려고 했으나, 문이 잠겨 있었다. 지난 번 일을 했던 노동자들이 와 너털웃음을 웃으며, 그거 보라는 듯 헵시바의 장사가 망했다고 떠들었다. 도살업자가 찾아와 무시당했다고 투덜대기도 했다. 핀치언 판사의 말이 아직 그곳에 매어 있었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유혈의 사건이 있었지 않았나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오르간 공연을 하는 이태리 소년이 다시 찾아왔지만, 경찰이 조사를 위해 올 것이므로 빨리 자리를 피하라고 어떤 사람이 알렸다. 그러니까 핀치언 판사가 피 묻은 셔츠를 입고 문을 열어주는 것과 다름없는 무서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약속한 대로 푀브가 명랑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녀를 본 네드 히긴스 소년이 멀리서 소리치며 달려와 말하기를, 집안에 무서운 일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소년이 헵시바의 찡그린 얼굴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한 푀브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갔다.

제20장: 

    어떤 이상하고 따듯한 손길에 이끌리는 듯, 푀브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불이 켜져 있었고, 홀그레이브가 있었다. 무슨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듯 그는 따듯한 자세로 그녀를 맞았다. 그러나 거실을 못 보게 했다. 그는 오래 된 핀치언 판사의 사진을, 또 방금 만든 그의 죽어 누워 있는 사진을 보여 주었다. 클리포드와 헵시바가 사라지고, 따라서 그들이 혐의를 받을 수 있으므로, 아직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두 사람이 곧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말도 했다. 핀치언 판사의 죽음은 클리포드가 범인으로 몰려 처벌을 받은, 클리포드의 숙부 제이프리 핀치언의 죽음과 매우 닮았음으로, 클리포드와 헵시바가 빨리 돌아와 핀치언 판사의 죽음을 알리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혐의를 벗어날 수가 있다고 했다. 홀그레이브는, 클리포드가 처벌을 받은 것은 핀치언 판사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푀브가 깜짝 놀랐다. 그녀는 곧 판사의 사망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홀그레이브는 두려움이 없는 듯, 서두르지도 않았다. 오히려 즐거워하는 듯했다. 남이 모르는 핀치언 판사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집안을 뒤덮은 죽음의 그림자가 그 두 사람을 함께 하게 했다.

    홀그레이브가 무서우냐고 푀브에게 물었다. 이런 순간이야말로 기쁘지 않느냐고,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고 했다. 이에 대해 푀브는, 기쁨을 느낀다면 그건 죄악이라고 했다. 홀그레이브는 그녀가 오기 전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어둡고, 춥고, 비참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시체가 만든 검은 그림자가 온 집안에 드리웠다고 했다. 그 그림자가 자신의 의식이 미치는 곳, 전 우주를 죄와 죄보다 더 무서운 복수의 장면으로 연상케 했다고 했다. 다시는 젊음을 느낄 수도 없었다고 했다. 세상은 이상하고 거칠며, 사악하고 냉정하다고 했다. 지난날들은 외롭고 슬펐다고도 했다. 이제 미래도 볼품없고 어두울 운명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제 푀브가 있으니 희망이 있다고 했다. 그녀가 따듯함과 기쁨을 가지고 왔다고 했다. 어두운 순간이 기쁨의 순간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푀브는, 자신과 같은 보잘 것 없는 소녀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자신은 그를 행복하게 해줄 능력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홀그레이브는, 그녀야 말로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랑한다고 했다. 그녀가 시선을 떨구었다. 더 없는 행복의 성스럽고 아름다운 빛이 두 젊은이를 비추고 있었다. 바로 그때 클리포드와 헵시바가 “일곱 개 박공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이 두 젊은이를 보았을 때 기쁨에 넘친 헵시바는, 이제 슬픔의 짐을 내려놓은 듯 눈물을 흘렸다.

제21장: 

    핀치언 판사의 죽음에 사람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추악한 과거에 관한 소문은 곧 널리 퍼졌다. 삼사십년 전에 있었던 제이프리 핀치언의 죽음은 사고사로 알려졌었지만, 죽음을 둘러싼 정황은 의혹투성이였다. 클리포드가 혐의를 뒤집어썼다. 판사가 되기 전 젊은 시절의 핀치언 판사는 거칠고 성미가 급했다. 저열한 취미와 낭비벽으로 숙부의 재산을 축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숙부의 사랑도 잃었다. 어느 날 밤 그는 악마의 유혹을 받아, 의심을 받지 않도록 접근하여 숙부의 서랍을 뒤졌다. 이 범죄와 같은 현장에서 그는 깜짝 놀랐다. 열린 문 앞에 바로 잠옷을 입은 숙부 제이프리 핀치언이 서 있었던 것이다. 조카의 기막힌 현장을 목격한 그는 놀라움에, 유전적 특질인 피를 토하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쓰려지면서 관자놀이가 책상 모서리에 부딪혔다. 죽은 게 분명했다. 어떻게 한다? 의사를 부르기에도 늦었다. 의사를 불러 노인의 의식이 돌아온다면 더 낭패일 것이다. 조카의 비열한 행동을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숙부 제이프리 핀치언 노인은 다시 살아나지 않았고, 젊은 조카는 다시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최근 날짜로 된, 클리포드를 상속자로 하는 유언장이-이 유언장은 찢어버렸다- 있었고, 자신을 상속자로 하는 조금 오래된 유언장이 있었다. 숙부가 상속자를 바꿨던 것이다. 범죄 혐의를 벗어나려면, 자신을 상속자로 하는 유언장은, 고통스럽지만 그냥 두고 나와야 했다. 집을 나오기 전 그는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이 방에 들어와 서랍들을 뒤졌다는 증거를 남겨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숙부의 시체 앞에서, 자신이 무시하고 싫어했던 상속 경쟁자 클리포드를 희생시켜 자신의 책임을 벗어나려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숙부가 폭력으로 죽은 것이 아님으로, 살인 혐의를 뒤집어씌운다는 건 가능하지가 않았다. 그는 증거를 조작하여 클리포드를 범인으로 몰았다. 그는 상황을 교묘하게 비틀어, 사촌 클리포드가 30년의 징역을 받도록 했던 것이다. 이처럼 핀치언 판사는 저주받을 어두운 내면의 범죄자였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이렇다 할 죄가 없는 사람이었다. 이러한 종류의 죄는 바로 존경 받는 저명인사가 쉽게 저지르는 죄인 것이다.

    핀치언 판사는, 그가 죽은 다음의 상황을 알았더라면 슬퍼했을 것이다. 그의 아들은 유럽에서 콜레라로 죽었다. 그의 재산은 클리포드에게 상속되었고, 클리포드는 헵시바와 푀브를 데리고 그가 남긴 대저택으로 이사를 했다. 푀브를 만난 자리에서 홀그레이브는, 집은 벽돌이나 돌이 아닌 나무로 임시 지어야 한다고 한 자신의 말을 후회한다고 했고, 이 말을 들은 푀브는 그를 놀렸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보수적이 되어 간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그렇게 오랜 세월 자신의 후손에게 불행한 운명을 안겨 준 장본인”인 초상화 속 핀촌 대령의 잔혹한 눈이 내려다보는 곳에 “그 많은 불행을 상속해준 그 집을 전혀 용서할 수 없다” 고 했다. 그의 말에 클리포드는 그 초상화야말로 바로 위대한 재산을 생각하게 한다고 했다.

    홀그레이브는 오래전 어느 여름날, 초상화를 음직에게 하는 용수철을 발견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가 벽에 숨겨진 용수철을 잡아당기자 핀치언 대령의 초상화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 뒤에 우묵한 곳에 숨겨져 있던 오래된, 둥글게 말아 놓은 양피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메인주의 거대한 핀치언 가문의 토지 문서였다. 홀그레이브가 문서를 펼쳤다. 상형문자로 쓴 인디언 추장의 서명과, 이스트워드에 소재하는 광대한 토지를 핀치언 대령에게, 그의 후손에게 영원히 양도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름다운 앨리스 핀치언이 목숨을 잃은 건 그 문서 때문이라고 홀그레이브가 말했다. 헵시바는, 핀치언 가문의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찾았으나 허탕을 친 문서이며, 이제 그 보물을 찾았다고 했다. “가엾은 사촌 제이프리 핀치언, 이 문서가 너를 속였구나” ,라고 했다. 클리포드와 제이프리 핀치언 판사가 어렸을 때, 클리포드는 이 문서와 집 구석구석에 얽힌 전설 같은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현실로 받아들인 핀치언 판사는 클리포드가 숙부의 재산을 찾아낸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재산에 대한 헛된 꿈을 꾸다가 죽은 것이다. 푀브가 그 비밀을 어떻게 알았는지 홀그레이브에게 물었다. 푀브의 질문에 그는, 몰의 이름을 말해도 괜찮겠냐고 반문하며, 자신의 조상으로부터 전해 내려온 비밀이라고 했다. 처형된 매튜 몰의 아들이 이 집을 지을 때, 벽면 한 곳을 우묵하게 한 다음, 그곳에 인디언이 준 거대한 토지 문서를 감추었다고 했다. 몰가의 토지를 가지고 인디언과 그런 식의 거래를 했던 것이다, 핀촌 대령은.

    엉클 베너가 농담조로 이제 그 토지 문서는 자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농장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했다. 그의 말에 푀브가 돌아가지 말라고, 그가 살만한 비어 있는 오두막집이 있다고 했다. 모두들 그의 낙관적인 철학을 환영한다고 하자, 그는 매우 기뻐했다. 한 때는 숙맥으로 치부되던 그였다. 며칠 내 함께하겠다고 했다. 모두들 자리를 뜨자, 헵시바는 그녀의 첫 번째 손님이었던 네드 히긴tm 소년에게 한 움큼의 은화를 주었다. 헵시바의 장사를 업신여겼던 두 사람의 노동자가 세상일 알 수 없다고 중얼거렸고, 엉클 베너가 “일곱 개 박공의 집” 앞을 지나갔다. 앨리스 핀치언이 연주하는 하프시코드의 멜로디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C)


 -Translated into Korean by Hung S.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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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니엘 호돈(Nathaniel Hawthorne, 1804-64) : “야망의 길손” 참조

 

 

Comments

  1. 호손하면 주홍글씨가 떠오릅니다.
    '일곱 개 박공의 집'은 비밀스러운 고택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죽음들과 그에 얽힌 진실들이 사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좀 복잡하고 미스테리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청교도적 도덕의식과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느낄 수 있는 추리소설이라 생각됩니다. 호손 작가는 인간의 탐욕과 위선의 문제를 이 소설을 통해 변화하는 19세기 미국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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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고고하고 잘난 귀족으로 행세하던 핀천 가이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쇠퇴하여 일곱 박공의 집에 기대어 근근히 살아오고 가족 간에도 불화함으로써.. 오래 전에 있었다던 파렴치한 일이 빚어낸 결과 - 인과응보 - 가 떠오릅니다.

    예나 지금이나 탐욕에 눈이 멀어 가진 걸로도 부족해 누군가를 짓밟으면서까지 더 많이 가지려고 몸부림치다가 결국 죽음 앞에선 모든 것이 흩어지고 허망하게 끝이 나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소설이지요.

    물론 로맨스와 해피앤딩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동화적이기도 해서 즐겁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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