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神曲
Inferno (지옥 편)
by
Dante Alighieri
<Synopsis>
~~~~~~~~~~~~~~
등장 인물:
단테 Dante:
이 작품의 작가 겸 주인공. 자신이 쓴 시 속에 등장하여 지옥에서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는 인물. 지옥에서 고통 받는 영혼들을 가엾게 여기나, 결국 그들에 대한 동정심을 버리는 인물.
버질 Virgil:
단테의 지옥 여행 안내자. 기원 전 1세기 이태리 북부 출신의 시인. Aeneid의 저자. 예수 전의 인물이라는 이유로 그의 영혼은 지옥에 머물게 됨.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인간의 이성을 상징하는 인물.
베아트리체 Beatrice:
단테의 지옥 여행을 돕는, 천국에서 축복 받는 영혼. 단테와 마찬가지로 역사적 실존 인물. 단테가 젊은 시절 사랑한 여인. 신곡에서 보여주는 단테의 사후 세계 여행은 베아트리체를 찾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음. 영적 사랑을 나타내는 인물.
카론 Charon: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케론강의 뱃사공. 영혼들을 강 건너 지옥으로 도하 시키는 늙은 뱃사공.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Paolo and Francesca da Rimini:
제2지옥에서 고통 받는 한 쌍의 연인. 란스롯(Lancelot: Arthur 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용사. 아더 왕의 측근으로 원탁의 기사 중 한 인물)과 기니비어(Guinevere: 아서 왕의 왕비. 고귀하고 도덕적이나 또한 악하고 기회주의적인 반역자로 기록되는 인물. 아서왕의 이야기에서는 그녀의 간통을 이야기 하고 있음)를 읽고 불륜에 빠지는 남녀.
루시퍼 Lucifer:
얼굴이 세 개인 지옥의 왕자로 Dis 라고도 불림. 제9지옥에 거주. 그의 거대한 몸통은 땅의 중심부를 관통하여 서있음. 말을 하지 않으며, 세 개의 입은 각각 예수의 배반자 유다, 줄리어스 시저를 배신한 로마 원로원 의원 카시우스, 시저 살해자 블루투스를 씹고 있음.
미노스 Minos:
그리스 신화 속의 크레테 왕. 제2지옥 문 앞에서 죄지은 영혼들의 처벌을 결정하는 괴수. 죄의 자백을 듣고, 자신의 긴 꼬리를 감음. 감는 횟수에 따라 영혼은 그에 해당하는 지옥으로 감.
교황 Pope Boniface VIII;
교황 보니파스 8세(서기 1294-1303). 부패로 이름난 교황. 가톨릭 교회의 정치권력을 강화한 자로 정교 분리를 주장했던 단테의 정적.
파리나타 Farinata:
황제당원(중세 이탈리아에서 황제편을 들어 교황당Guelphs에 맞섰음)으로 단테 시대의 정치 지도자. 제6지옥에서 이단자들과 함께 처벌 받고 있음. 플로렌스 정치로 인해 끊임없이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영혼.
플리기아스 Phlegyas:
단테와 버질을 태워 스틱스강(Styx: 저승 강)을 건네주는 뱃사공. 신들을 모독한 죄로 처벌을 받는 Ares(전쟁과 용기의 신)와 Chryse(코린트 왕자 Almus의 딸) 사이의 아들(여러 가지 버전이 있으나, Aeneas 기록에 따름)
~~~~~~~~~~~~~~~~
제1편:
인생의 반을 보낸 단테는 아직도 “진리의 길”을 찾지 못해 어두운 숲속을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해서 그 길을 잃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무섭고 어두우며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계곡을 걸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들어 산을 보니, 마치 높은 봉우리가 어두운 계곡으로부터 그를 구하겠다는 듯 솟아 있었다. 그 높은 봉우리 위 태양이 비치고, 단테는 그 빛을 향해 올랐다. 곧 분노한 세 야수를 만났으니 바로 표범과 사자와 암 늑대이다. 그는 뒤돌아 설 수밖에 없었다.
절망 속에 어두운 계곡으로 되돌아오던 중 단테는, 숲속에서 인간의 형상을 만났다. 그 형상이 말하기를, 자신은 로마의 위대한 시인 버질의 영혼이라고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시인을 만났다는 기쁨에 단테는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세 마리 야수들을 만난 이야기를 그에게 했다. 이에 대해 버질은, 그 암컷 늑대는 접근하는 모든 것을 죽이지만, 조만간 위대한 사냥개가 나타나 지옥으로 되돌려 보낼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 늑대 때문에 산 정상에 오르는 다른 길을 찾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길 안내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기 전, 먼저 영원한 징벌의 곳인 지옥을 통과해야하고, 그 다음은 연옥을 통과해야 하느님의 도시인 천국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에 힘을 얻은 단테는, 그의 안내로 길을 떠나게 되었다.
제2편:
단테는 이승으로 되돌아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뮤즈(Muses: 그리스 신화. 시와 예술의 여신. Zeus의 딸)에게 기도했다. 그는 버질과 함께 지옥의 문에 이르렀으나, 지옥으로부터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렵다고 했다. 자신이 알기로는, 사후 세계를 다녀온 이들은 오직 사도 바울과 아에네아스(Aeneas: 그리스 신화. 트로이의 영웅. Anchises와 Aphrodite 사이의 아들)두 사람뿐이라고 했다. 사도 바울은 제3천국을 다녀왔고 아에네아스는 지옥을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이며, 자신은 그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겁쟁이로, 지옥을 경유하며 죽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버질은 단테의 소심함을 책망한 다음, 자신이 단테를 만나 그의 여행 안내자가 된 사연을 이야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천국에서 한 여인을 만났는데 ,그녀는 단테를 가엾이 여기며 도우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베아트리체로서 살아생전 단테의 연인이었다. 지금 은혜 받은 자들과 함께 영광의 장소에 있는 여인이다. 그녀는 역시 천국에 있는 성 루시아로부터 단테가 처한 곤경을 알았고, 성 루시아는 성 처녀 마리아로부터 가엾은 단테에 대해 들었다. 이 세 성녀들은 천국으로부터 단테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버질의 말에 따르면,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처한 불행을 슬퍼하며 그를 도우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말을 듣고 버질은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단테는 사랑하는 베아트리체가 천국에서 자신을 돌보고 있다는 말에 크게 안도했다. 그는 그녀와 버질의 도움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버질을 따라 지옥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제3편:
버질의 안내로 단테는 지옥 문 앞에 섰다. 문 위에는 “이곳에 들어오는 자는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라는 명문銘文이 쓰여 있었다(단테의 지옥은 열 개의 원형 지옥이 상하로 포개진, 깔때기 모양의 구조). 문안으로 들어서자 곧 고통으로 울부짖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버질이 말하기를 이 울음은 이승에서 사는 동안 도덕적 선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선행도 하지 않고 악행도 저지르지 않은 영혼들이 내는 울부짖음이라고 했다. 따라서 천국이나 지옥으로부터 거부당한 영혼들이라고 했다. 이 영혼들은 실제로는 지옥이라고 할 수 없는 연옥에 머무르며, 하얀 깃발을 따라 쉬지 않고 걷고 있다고 했다. 파리떼와 벌떼가 끊임없이 그들을 물어뜯고, 그들이 흘린 피와 땀을 꿈틀거리는 구더기들이 핥고 있다고 했다. 의식적인 죄를 짓지 않은 영혼들은, 사탄 편도 하느님 편도 아닌 중립적인 천사들로부터 처벌을 받는다고 했다.
버질을 따라 단테는 아케론 강(Acheron: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지하를 흐르는 다섯 개 강 가운데 하나)에 이르렀다. 아케론은 큰 강으로 지옥과 경계를 이루는 강이다. 죽어 이곳에 온 새로운 영혼들이 도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늙은 뱃사공 카론이 젓는 한 척의 배가 다가왔다. 그는 단테가 죽은 자가 아님을 알아보고, 죽은 자들로부터 비켜서라고 했다. 버질이 자신들의 여행은 천국의 명에 따른 것이라고 대답했다. 카론은 강 건너 지옥으로 울부짖는 영혼들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버질과 단테가 배에 올랐을 때, 겁에 질린 단테에게 버질이 말하기를, 카론은 오직 저주 받은 영혼들만 배에 태우므로 자신들을 태우기 꺼려했다고 했다. 그때 갑자기 지진이 일고 강풍이 불며 땅으로부터 불길이 솟았다. 단테가 정신을 잃고 쓰려졌다.
제4장:
천둥소리에 단테의 의식이 돌아왔다. 긴 잠을 잔 듯했고, 이미 강을 건너 배에서 내려 있었다. 눈 아래 깊은 계곡이 펼쳐져 있었다. 제1지옥 또는 림보(Limbo)라고 불리는 지옥이었다. 뒤이어 버질의 설명이 있었다. 원형의 이 지옥은 도덕적인 삶을 살았지만, 예수님 강림 이전에 태어났거나(따라서 하느님의 영광을 모르는 자들이다) 또는 세례를 받지 않은 자들의 영혼이 벌을 받는 곳이다. 그 연옥을 떠나 천국으로 간 영혼이 있는지 단테가 묻자 버질은, 구약성서 상의 인물인 노아와 모세를 비롯하여 몇몇 사람들이 그렇다고 했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 부활할 때까지의 기간에 지옥으로 내려와 그들의 영혼을 구원하셨다고 했다(에베소서 4:9, 사도행전 2:24 등).
그러나 아직도 많은 영혼들이 연옥에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버질 자신도 그곳에 머무르고 있고, 잠시 그곳을 떠나 단테를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한 무리의 시인들이 다가와 자신들과 같은 시인인 버질에게 인사를 했다. 그들은 호머(Homer: Iliad and Odyssey 를 쓴 고대 그리스 시인), 호레이스(Quintus Horatius Flaccus: 기원 전 1세기 이태리 시인), 오비드(Publius Ovidius Naso: 기원 1세기 로마 시인), 그리고 루칸(Marcus Annaeus Lucanus: 기원 1세기 로마 시인)이었다. 그들이 일곱 겹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 안으로 단테를 안내하여 많은 위인들의 영혼을 만나게 해주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하여 소크라테스, 플라톤 그리고 아에네아스, 라비니아(Lavinia; Latinus와 Amata의 딸로 아에네아스의 마지막 아내)를 비롯하여 수학자 유클리드, 천문학자 프톨레미 등의 영혼도 만났다. 버질의 안내로 성을 벗어난 단테는 또다시 어둠 속의 길로 나아갔다.
*제5편:
단테와 버질은 제2지옥으로 내려갔다. 제1지옥보다 작았지만, 벌은 더 가혹했다. 그들은 괴물 미노스(Minos; 그리스 신화. 크레테 섬의 왕. Zeus와 Europa 간의 아들. 죽은 후 지옥의 심판관이 됨)를 보았다. 미노스는 끝없는 대열을 이루고 있는 죄인들의 영혼을 심판하고 있었다. 미노스 앞에서 죄를 자복하면, 그는 긴 꼬리를 자신의 몸에 감았고, 그 영혼은 그 감는 횟수에 해당하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카론과 마찬가지로 미노스는 단테가 죽은 자가 아님을 알고는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를 했지만, 버질의 말에 따라 그들은 다시 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단테와 버질은 끊임없이 폭우가 쏟아지고 광풍이 몰아치는 어두운 곳으로 내려갔다. 이곳은 저주 받은 영혼들이 바람 속에서 소용돌이쳐지는 곳이다. 육욕의 죄를 저지른 영혼들이 처벌 받는 지옥이다.
단테는 그러한 죄를 저지른 자들이 누구인지를 물었다. 버질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렌(Helen: Troy 왕자 Paris가 납치한 스파르타의 왕비. 이로 인해 트로이 전쟁이 발발함)을 비롯하여 클레오파트라 등 많은 인물들이 있다고 했다. 사랑 때문에 저주를 받는 그 영혼들에 대해 단테는 가엾은 생각이 들었다. 단테는 버질의 허락을 받아, 그 영혼들을 불러 이야기를 들었다. 그 중 프란체스카(등장 인물 참조)의 영혼은 단테가 이승의 사람임을 알고는,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늙고 불구인 남자와 결혼했던 그녀는 결국 남편의 동생인 파올로와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어느 날 그녀는 파올로와 함께 아더 왕이 이야기를 읽던 중, 란스롯과 기니비어의 간의 사랑을 알게 되었고, 그 사랑은 바로 자신들의 비밀스런 사랑을 말하는 듯했다고 했다. 그 이야기의 로맨틱한 장면에 이르러, 그들은 서로 키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들의 탈선을 알아챈 남편이 자신들을 죽였다고 했다. 이제 그녀는 파올로와 함께 제2지옥에서 영원히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들에 대한 연민 때문에 단테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제6편:
단테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3지옥 앞이었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은 똥과 오물이었다. 악취가 사방으로 가득했다. 머리가 셋 달린 케르베루스(Cerberus; 지옥의 왕 Hades의 개)가 그들의 앞을 막았지만, 버질이 한 덩이의 흙을 던져주자 길을 내주었다. 단테와 버질이 제3지옥에 들어서니, 탐욕 때문에 처벌 받는 영혼들이 오물의 비가 쏟아지는 땅바닥에 누어있었다.
한 영혼이 자리에서 일어나 단테에게 다가와, 자신이 누구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모르겠다고 하자, 자신은 치아코(Ciacco; 돼지를 일컬음)라고 했다. 플로렌스에서 이승을 보냈다고 했다. 플로렌스의 정치적 미래를 말하며, 커다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단테가, 플로렌스 출신의 훌륭한 정치인들 이름을 대며 묻자, 그들은 지옥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다고 대답했다. 그가 다시 바닥에 누우며 단테에게, 이승에 가서도 자신의 이름을 잊지 말라고 했다
제3지옥을 떠나면서 단테는 버질에게, “최후의 심판” 후 영혼들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버질은, 그때 가면 하느님의 창조가 완벽하게 완성될 것임으로, 처벌도 끝이 날 것이라고 했다.
제7:
버질과 단테는 제4지옥으로 내려가 플루투스(Plutus; 그리스 신화. 부의 신. 눈이 멀어 편견 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재산을 나누어 주는 신. 시력을 되찾은 후 다시 부와 재앙을 받을 자를 판단하게 됨)를 만났다. 한 마디 말로 그를 제압한 후, 그들은 지옥으로 들어갔다. 지옥의 커다랗고 둥근 성벽을 따라 도랑이 파여진 모습을 보고 단테가 놀라 소리쳤다. 도랑 속에서는, 두 무리의 영혼이 노여움과 고통 속에 무거운 추를 밀고 있었다. 한 무리가 다른 무리 속으로 밀고 들어가면, 그 다음엔 납짝해진 밀린 쪽 무리가 밀고 나오는 식이었다. 말을 타고 하는 창시합인 듯, 그들은 영원히 이 같은 징벌을 받는다고 했다. 이승에서 탐욕과 방탕, 돈을 낭비한 죄를 범한 영혼들이 받는 처벌이었다.
단테는 아는 자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버질이 말하기를, 이러한 벌을 받는 영혼들은 부패한 성직자, 교황, 추기경들로, 그 벌로 인해 그들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했다. 버질은 또한 탐욕과 방탕에 빠진 자들의 공통점은, 운명의 여신이 주는 재화를 우습게 여긴다는 점이다. “운명의 여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단테가 버질에게 물었고, 그것은 하느님으로부터 명령을 받아 사람과 사람 간, 나라와 나라 간에 재화를 이동 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인간은 여신의 뜻을 알 수 없음으로, 재산을 잃더라도 여신을 탓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버질의 설명을 듣고 깊은 생각에 빠진 단테는, 그를 따라 제5지옥으로 갔다. 그곳은 진흙탕 물이 흐르는 스틱스 강에 면해 있었다. 처벌을 받는 영혼들이 진흙으로 범벅이 된 채 강둑에 웅크리고 앉아, 서로를 때리며 깨물고 있었다. 이승에서 분노를 못이겨, 정신을 잃고 살았던 영혼들이었다. 이곳에는 또 다른 영혼들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버질이 주의를 주었다. 다름 아닌, 스틱스 강의 맨 바닥에 있어 눈에 띄지 않는, 바로 “불평”의 영혼들이었다. 그 영혼들은 이제 질퍽한 강의 검은 진흙 위에서 숨이 막혀 헐덕이고 있는 것이다.
제8편:
제5지옥의 둥근 벽을 돌아 그들은, 강둑 위 높다란 탑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탑의 꼭대기에서는 불꽃이 타고 있었다. 그곳에서 버질과 단테는 뱃사공 프레기아스를 만났다. 그의 배를 타고 버질과 단테는 스틱스 강을 서둘러 건넜다. 그곳에서 단테는 필리포 아르겐티(Filippo Argenti;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등장하는 13세기 교황파 플로렌스 정치가. 장신의 그는 매우 거칠고, 괴이한 성격에 쇠주먹으로 유명했음)를 만났다. 그에 대해 단테는 동정심이 없었다. 다른 영혼들이 그를 찢어발기는 모습을, 단테는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이제 그들은 루시퍼의 지옥(Dis-Lower Hell)으로 가고 있다고 버질이 말했다. 그 문에 이르자, 한 무리의 타락한 천사들이 외쳐 물었다. 왜 그곳으로 들어가려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버질이 그 이유를 설명했으나, 그들을 설득시키지 못했고, 이제 처음으로 지옥으로 들어가는 길을 봉쇄당할 처지였다. 그들이 문을 닫았고, 그 문에 버질의 얼굴이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았다.
제9편:
그 광경을 지켜본 단테가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 버질은 누군가를 초조히 기다리며, 단테를 위로했다. 그때 반은 여인, 반은 뱀의 모습인 복수의 여신들(Furies)이 나타났다. 단테를 보자 그들은 웃고 떠들며, 메두사(Medusa; 그리스 신화. 머리털이 뱀으로 된 여신. 그녀의 눈과 마주치면 돌로 변함.)를 불러 단테를 돌로 변하게 하려고 했다. 버질이 황급히 단테의 눈을 가렸다.
복수의 여신들 뒤로부터 왁자지껄한 소음이 들려왔다. 버질과 단테가 눈을 들어 보니, 하늘로부터 사자使者가 내려와 스틱스 강을 건너, 다가오고 있었다. 사자의 앞뒤로 영혼들이 파리 떼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사자가 문에 이르러, 여행자들을 위해 문을 열라고 했다. 그의 명령에 따라 곧 문이 열렸고, 버질과 단테는 제6지옥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불길이 맹렬히 타오르는 속에 무덤이 즐비했다. 이단자들이 처벌을 받는 곳이다.
제10편:
단테와 버질은 화염 속을 걸었다. 이단의 하나인 쾌락주의자(Epicurean)들에 대해 버질이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육체가 죽을 때 영혼도 함께 죽는다는 믿음으로, 이승에서 일생동안을 쾌락을 추구하며 산 자들이라고 했다. 그 때 한 무덤으로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단테가 투스카니 (플로렌스가 속한 이태리 북부 지방)사람이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버질이 보니 단테와 같은 시대의 정치지도자 파리나타였다. 버질이 단테에게 그와 대화를 해보라고 했다.
단테와 파리나타가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단테의 친구인 기도의 아버지 카발칸테의 영혼이 끼어들었다. 왜 자신의 아들과 함께 오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아마도 기도가 버질을 싫어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단테가 대답했다(기도가 하나님이나 베아트리체를 경멸하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번역한 학자도 있다. 이에 관해 학자들 간에 이견이 있다: 역자 주). 단테의 말을 곡해한 그 유령이 크게 화를 내며, 자기 아들이 죽었다는 것으로 알고 무덤 깊숙이 사라져버렸다.
파리나타는 계속해서 플로렌스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그와 단테는 분명 정치적 적대관계였지만, 서로 정중하게 대했다. 파리나타와 그 주변 영혼들의 발언으로 보아, 그들은 현재가 아닌 미래의 사건들을 아는 듯했다. 파리나타는 예언을 할 수 있었고, 단테가 플로렌스로부터 추방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모르고 있었다. 파리나타가 말하기를, 이교도 영혼은 미래의 일만 알 뿐, 현재의 일은 알 수가 없고, 그 또한 형벌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버질이 단테를 불러, 그들은 제6지옥의 남은 부분을 통과했다. 파리나타의 예언에 따라 단테는 플로렌스로부터 추방당할 때까지 남은 시간에 대해 고심했다. 그러나 버질은 좀 더 상황이 좋은 곳에 이르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제11편:
제7지옥이 시작되는 곳으로부터 심한 악취가 풍겨왔고 그 냄새에 적응코자, 버질과 단테는 교황 아나스타시우스(Anastasius; 399~401 간 재위)의 무덤가에 잠시 주저앉았다. 버질이 남은 세 개의 지옥에 대해 설명을 했다. 제7지옥은 폭력의 죄를 처벌하는 곳으로, 이웃에 대한 폭력, 자신에 대한 폭력, 그리고 하느님께 대한 폭력의 죄가 그러한 죄라고 했다. 그러나 폭력의 죄보다 더 나쁜 죄는 기망欺罔의 죄라고 했다. 이 죄는 사람들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이로 인해 사람들 간 사랑이라는 지고의 도덕률을 무너뜨리는 죄라고 했다. 나머지 두 지옥은 “속여서 취하는” 죄를 벌하는 곳이라고 했다. 제8지옥은 사람들 간 당연히 지켜야할 믿음을 깨는 죄로, 위선과 아첨 같은 “저지르기 쉬운 죄”를 처벌하는 곳이고, 제9지옥은 디스 신(Dis Pater; 로마신화. 지옥의 신. Dis는 부를 뜻하는 라틴어 형용사 Dives의 약자)이 다스리는 지옥으로, 반역의 죄 같은 특별한 신뢰관계를 깨는 죄를 처벌하는 지옥이라고 했다. 이러한 죄로는 혈족에 대한 배신, 나라에 대한 배신, 은인에 대한 배신, 고객에 대한 배신이 있다고 했다.
버질의 설명을 들은 단테는, 하나님의 뜻을 저버린 많은 죄인들의 영혼을 그에 합당한 지옥에서 못 보았다고 하면서, 그렇다면 왜 그처럼 지옥이 구분되어 존재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버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스 윤리학(Nicomachean Ehics)에서 말하는 철학 때문이라고 했다. 즉, 니코마스 윤리학이 말하기를, 하느님의 뜻에 거역하는 죄로 무절제, 적개심, 무자비가 있고, 그 가운데 무절제는 거역하는 정도가 가장 낮기 때문에 Dis 지옥에서 벗어나, 관대한 처벌을 받는다고 했다.
버질의 이 말에 단테는, 왜 고리대금이 죄가 되는지 물었다. 그것은 근면과 기술(창세기 31:4~5)이 아닌, 돈 자체로 돈을 벌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고리대금업자는 하느님이 말씀 하신 “기술” 과 세상을 설계하신 그의 뜻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은 제7지옥의 첫 번째 구역으로 갔다.
제12편:
제1구역에 이르는 길은 깨어진 바위틈 사이로 난 계곡이었다. 그 계곡 끝에 미노타우로스(Minotauros; 그리스 신화. 인간의 몸에 황소 머리를 한 괴물)가 발광을 하며 버티고 서 있어, 그를 피해 갔다. 계곡을 내려가면서 버질은, 지난 번 여행 때 매달려 있던 그 깨어진 바위가 아직도 지옥 밑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았다. 제1구역으로 들어서니, 피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웃에 폭력을 가한 죄인들이 끓는 피 속에서 벌을 받고 있었다. 한 무리의 켄타우르스(Centaurs; 그리스 신화. 상체는 인간, 하체는 말인 괴물)가 강 언덕에서, 강 언덕을 기어오르는 영혼들을 향해 활을 쏘고 있었다.
단테가 이승의 사람인 것을 안 그들의 우두머리인 키론(Chiron; 그리스 신화. 타이탄 Cronus와 대양의 요정 Phlyra 사이의 아들. 지혜와 의술에 관한 지식으로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많은 그리스 영웅들을 가르침)이, 활을 겨누었다. 이를 본 버질이 물러나라고 소리치자, 이에 순순히 복종을 했다. 깨진 바위 조각들이 그들의 앞길을 막았으므로, 버질은 켄타우르스에게 피의 강 언덕을 안내하라고 했다. 네수스(Nessus; 그리스 신화. 헤라클레스의 아내 데자네이라를 강간하려다, 헤라클레스의 독화살을 맞고 죽음)가 단테를 등에 업었다.
강 언덕을 안내하며 네수스는, 그곳에서 벌을 받고 있는 알렉산더(아마 알렉산더 대왕을 뜻하는 듯), 디오니수스(Dionysus; 그리스 신화. 포도주의 신), 훈족의 아틸라 등 유명인의 이름을 말했다. 독재자로 살면서 백성에게 폭력을 가한 자들은 피의 강 가장 갚은 곳에서 벌을 받는다고 했다. 피의 강 가장 얕은 곳을 건너자 네수수는 사라졌고, 버질과 단테는 제2구역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제13편:
제7지옥의 제2구역에 이르러 버질과 단테는, 뒤틀린 검은 색깔의 나무들이 무성한 이상한 숲으로 들어갔다. 자살자의 영혼이 처벌을 받는 지옥이다. 여기저기서 고통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버질이 나뭇가지를 꺾어 보라고 했다. 단테가 나뭇가지를 꺾자 놀랍게도, 비명 소리와 함께 꺾은 자리에서 피가 흘렀다. 이 구역은 자신과 자신의 소유물을 박해(자살과 낭비)한 영혼들이 나무로 변하여 처벌을 받는 곳이다.
버질이 가지가 꺾인 나무에게 사연을 말하라고 했다. 그러면 단테가 그 이야기를 이승에 전할 수가 있다고 했다. 이에 그 나무가 말하기를, 그는 살아 있을 때 프레데릭 대왕의 신하 피에르(Pier della Vigna; 13세기 초 이태리 시인 겸 법률가. 신성로마제국 황제 Frederick II세의 고문. 후일 반역죄로 투옥되어 눈알을 빼는 형벌로 장님이 됨. 자살로 생을 마침)였고 매우 도덕적이고 존경 받는 인물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를 시기한 자들의 음모에 걸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고 했다.
어떻게 나무가 되었느냐고 단테가 묻자 나무가 말하기를, 미노스가 처음 영혼을 가져와 그곳에 뿌렸고, 그렇게 해서 뿌리를 내렸고, 새끼를 치게 되었다고 했다. 하피스(Harpies; 그리스 신화. 얼굴은 여자 몸은 새)가 끊임없이 쪼아대어 상처를 입는다고도 했다. 가지가 꺾이면, 사지가 잘리는 아픔을 겪는다고 했다. 모든 영혼들이 몸을 되찾는 때가 오더라도, 자신들은 그렇게 못할 것이, 자신들은 스스로 몸을 저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육신이 찾아오더라도, 나무에 걸어 놓고 쳐다보며, 자신이 이승에서 자살로써 거부한 육신의 모습을 회상하기만 한다는 것이다.
자코모(Jacomo da Sant' Andrea: 자살로 생을 마감한 13세기 초 이태리 귀족)를, 뒤따라온 사나운 개들이 덮쳐 찢어발기고 있었다. 숲(역시 영혼인)이 말하기를, 플로렌스가 당초의 수호신 마스(Mars; 로마 신화. 전쟁과 농업의 신)를 세례 요한으로 바꾼 뒤 덮친 흑사병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자신도 플로렌스 사람으로서, 목매어 죽었다고 했다.
제14편:
단테는 떨어진 나뭇잎을 모아, 숲의 영혼에게 돌려주었다. 그와 버질은 제7지옥의 제3구역 끝에 이르렀다. 피에 젖은 뜨거운 모래벌판 위로, 불티가 비처럼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제11편에서 버질이 말한 것처럼, 이 구역은 또 세 개의 작은 지옥으로 나뉘는데, 하느님께 폭력을 행사한 자들이 처벌 받는 곳이다. 이 세 작은 지옥은 모두 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첫 번 작은 지옥은 신성모독을 행한 죄인들로, 그들의 영혼은 모두 이곳 모래 언덕에 납작 엎드려 있어야 한다. 불의 비로 인해 뜨거워진 언덕은, 그곳에 엎드린 영혼들의 배와 등어리를 모두 태우고 있었다. 그 죄인들 가운데 테베(Thebes; 나일 강 유역에 있었던 고대 이집트의 도시)를 포위 공격한 카파네우스(Capaneus; 그리스 신화. 거대한 신체와 강력한 힘을 갖춘 용사.)가 버질의 눈에 띄었다. 카파네우스는 지옥의 고문이 아무리 가혹할지라도 자신의 의지를 꺾지 못할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었다.
그들은 피가 흐르는 또 다른 강에 이르렀다. 지옥을 흐르는 강들에 대해 버질이 설명을 했다. 크레테 섬의 산 밑 지하에, 어느 늙은이의 동상이 깨어진 채 묻혀 있다고 했다. 그 동상이 흘리는 피눈물이 흘러, 아케론(Acheron; 그리스 신화. 비통의 강), 스틱스(Styx; 그리스 신화.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강), 플레게톤(Phlegethon; 그리스 신화. 가장 깊은 지옥으로 흐르는 강)강들을 이루고, 마침내는 지옥의 맨 아래에 있는, 코키투스( Cocytus) 호수에 이른다고 했다.
제15편:
버질과 단테는 그 강을 건너 제7지역의 제3구역, 두 번째 작은 지옥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수간獸姦을 한 자들의 영혼이 불의 비를 맞으며 끊임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자연 법칙에 대해 폭력을 가한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영혼들 가운데 라티니(Brunetto Latini; 13세기 이태리 투스카니 귀족. 교황지지자로 학식이 있고 웅변가였음)가 단테를 알아보고는, 잠깐 대화를 위해 모래밭 가까이 함께 걷자고 했다. 그가 예언하기를, 단테는 정치적 공적으로 크게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 예언에 대해 단테는, 운명의 여신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제16편:
두 번째 작은 지옥의 수간자들 가운데서, 한 무리의 영혼들이 단테를 동향 사람으로 알아보고 다가왔다. 불길로 녹아내린 그들의 모습을 분간할 수 없다고 하니, 그 영혼들은 이름을 말했다. 이름을 듣고 보니, 자신과 같은 시대 플로렌스 사람들이었다. 단테는 그 영혼들에게 깊은 연민을 느꼈다. 그들은 플로렌스가 아직도 예의범절과 용기를 지니고 있는지 여부를 물었고, 이에 대해 단테는 그렇지 않다고, 오만과 불손이 넘쳐난다고 대답했다.
그곳을 떠나기 전 버질은 이상한 요청을 했다. 단테가 매고 있는 허리띠를 달라고 했다. 허리띠를 주자, 그는 그 한 끝을 검은 물이 가득한 바위 틈 사이로 던졌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 앞에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타난 것이다.
제17편:
사람의 머리에 몸은 뱀인 괴물이었다. 털이 수북한 발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피해 그와 버질은 제3구역의 세 번째 작은 지옥으로 내려갔다. 버질은 그 괴물과 대화를 위해 단테를 먼저 보냈다. 단테가 앞서 가보니, 그곳은 기술에 대해 폭력을 가한 자들이 처벌 받는 곳이었다. 목에 지갑을 걸고 불의 비를 맞으며 고통 받는 고리대급업자들의 영혼이었다. 그 지갑들에는 그 출신을 표시하는 표지가 있었다. 그들의 눈은 배고픔으로 지쳐있었다. 그들은 대화를 기피했기 때문에 단테는 다시 버질에게로 돌아왔다.
한편, 버질은 그 괴물의 안내를 받아 제8지옥으로 내려갔다. 단테는 두려웠지만 안내를 믿었기 때문에, 그 괴물의 등에 탔다. 버질은 그 괴물을 게리온(Geryon: 그리스 신화. 하나의 몸통에 머리가 셋인 또는 머리 하나에 몸통이 셋인 괴물)이라고 했다. 게리온이 뒷걸음을 치더니, 갑자기 공중으로 날아올라 원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제8지옥 앞에 도착한 것이다.
제18편:
말레볼제(Malebolge)로 알려진 제8지옥 앞이었다. 단테가 설명하는 지옥은, 열 곳의 지옥들이 동심원을 이루어, 깔때기 모양으로 쌓여있는 구조이다. 각각의 지옥은 둥근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가운데에는 원형의 깊은 함정이 있다. 각 지옥의 벽과 그 가운데 함정 사이를 같은 크기의 산등성이가 흐르는데, 이 등성이에는 “함정”이라고 불리는 열 개의 지옥이 있고, 이 지옥들에서는 “저지르기 쉬운 죄”를 범한 영혼들이 처벌을 받는다. 버질의 안내로 단테는 첫 번째 “함정”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버질과 단테는, 한 무리의 영혼이 두 “함정”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고 있음을 보았다. 긴 채찍을 든 괴물들이, 다가오는 그들에게 매질을 하면, 그들은 되돌아 서는 것이다. 단테가 안면이 익은 이태리 사람을 보고 말을 걸었다. 그는 볼로냐 출신으로, 여동생을 귀족에게 팔아넘긴 죄로 그곳에서 벌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 지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여성을 속이는 뚜쟁이나 색마들이 처벌을 받는 곳이다. 버질과 단테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 저 악명 높은 제이슨(Jason; 그리스 신화. 황금 양털을 찾아 나선( Argonauts 원정대 대장)을 보았다. 그는 메데아(Medea; 그리스 신화. Jason이 황금 양털을 찾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여인. 그와 결혼을 하나 10년 후 제이슨은 Creon의 공주 Creusa와 결혼하기 위해 그녀를 버림)를 배반한 죄로 그곳에서 벌을 받고 있었다.
버질과 단테는 두 번째 “함정”으로 갔다. 심한 악취와 함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의 똥으로 가득 찬 구덩이였다. 그곳으로 많은 영혼들이 내던져지고 있었다. 아첨꾼들의 영혼이었다. 잠시 후 버질이 그 같은 광경을 그만 보자고 했고, 그래서 그들은 세 번째 “함정”을 향해 갔다.
제19편:
세 번째 “함정”에서는 면죄부와 성직을 사고 판 성직매매자들이 처벌 받고 있었다. 단테는 그들을 꾸짖었다. 그들은 모두 다리를 위로 내민 채 곤두박질을 하고 있었다. 함정 안에서는 그들에게 계속 도리깨질이 가해졌고, 그들의 발은 영원한 불길 속에 타고 있었다.
그 가운데 특별히 더 붉은 불길 속에 타고 있는 영혼이 있었다. 단테가 가까이 다가 가 말을 걸었다. 그는 교황 니콜라스III세(Nicholas III: 가족 등용으로 악명 높았던 교황)로, 단테를 보니파스(St.Boniface; 7세기 프랑크왕국의 앵글로-색슨 지역(지금의 독일)에 기독교를 전파한 인물)로 착각하고 있었다. 단테가 아니라고 말하자 그는 자신이, 관직매매의 죄를 저지른 교황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였지만, 이승에는 아직도 자신보다 더 나쁜 죄를 지은 자들이 많고, 그들이 더 중한 처벌을 받기 바란다고 했다. 단테가 말하기를, 성 베드로는 천국의 열쇠나 지상의 자리(교황의 직)를 받은 대가로 예수님께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했다. 단테는 니콜라스의 죄가 중함으로, 그러한 벌은 당연한 것이니, 그를 가엾이 여기지 않았다. 그런 다음 단테는, 모든 부패한 교역자들은 우상숭배자로서, 세상을 망치는 자들이라고 외쳤다. 단테의 마음을 이해한 버질은, 그를 데리고 네 번째 “함정”으로 갔다.
제20편:
네 번째 “함정”에서 단테는 마치 교회 안에 서 있는 신자들의 행렬처럼, 힘들게 걸어가는 한 무리의 죄인들을 보았다. 분명 벌을 받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 단테는 이 끊임없이 걸어가는 행렬을 가까이 가 보았다. 놀랍게도, 그들의 목이 뒤로 뒤틀려, 흘리는 고통의 눈물이 엉덩이에 떨어지고 있었다. 단테가 연민의 눈물을 흘리자, 너무 동정심이 많다고 버질이 꾸짖었다.
네 번째 “함정”을 지날 때 버질은 점성가, 점쟁이, 마술사가 그곳에서 벌을 받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 가운데 한 죄인은 이승에서 앞날을 점치는 사악한 짓을 했는데, 이제 그는 앞날이 아니라, 영원히 과거를 되돌아보는 벌을 받고 있다고 했다. 버질과 단테는 여자 점쟁이 만토(Manto; 그리스 신화. 장님 예언자 Tiresias의 딸)도 보았다. 그들은 다섯 번째 “함정”으로 갔다.
제21편:
그곳에 도착하니 칠흑 같은 검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베니스 사람들이 배를 수선할 때 칠하는 역청(타르)비슷한 것이 뜨겁게 끓고 있는 “함정”이였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단테가 손을 대려고 하자, 버질이 큰 소리로 조심하라고 소리쳤다. 그 때, “함정” 옆의 바위 위에 악마가 나타나, 영혼을 하나씩 잡아 그 검은 “함정”으로 내던졌다. 그 영혼이 숨을 쉬기 위해 위로 오르자, 밑에 있던 말라브란케(Malabranche: 부패한 정치인의 영혼을 끓는 역청의 호수에 내던지는 일을 하는 지옥의 악마)가 갈고리로 찍어 계속 아래로 잡아당겼다.
앞길을 알아보기 위해 협상을 할 터이니, 잠시 바위 뒤로 숨어 있으라고 버질이 단테에게 말했다. 말라브란케는 처음 말을 안 들었지만, 그 여행은 천국의 뜻이라고 하자, 길을 열어주었다. 더구나 “함정”을 연결하는 다리 하나가 무너져 내렸으므로, 안전을 위해 열 명의 악마를 호위병으로 붙여주겠다고 했다. 말라브란케의 대장 말라코다(Malacoda; 악마의 꼬리를 뜻함)는 19시간 전에 그 다리가 무너졌으니, 그 다리 옆의 길로 가면 된다고 했다.
제22편:
호위병과 함께 일행은 앞으로 나아갔다. 단테는 대화 상대자를 찾기 위해 “함정”의 표면을 살피며 갔다. 그러나 표면으로 솟아 오른 영혼들은, 곧 아래로부터 꼬챙이가 잡아당겨 끌어 내렸으므로, 그들과 대화가 불가능했다. 마침내 버질이 한 영혼을 만났다. “함정”밖에서 고문을 받는 영혼이었다. 그 영혼이 말하기를, 자신은 생전 스페인 나바르라 왕국 바울트 왕의 가신으로, 뇌물을 받아 그곳에서 처벌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 때 치리아토(Ciriatto; 코키리처럼 긴 상아를 가진 지옥의 악마)가 나타나 그 영혼을 구멍으로 몰아댔고, 따라서 대화가 중단될 찰라였다. 그 끓는 “함정” 속에 어떤 이태리 사람이 있는지 버질이 물었고, 일곱 사람 정도가 있을 것이라고 영혼이 대답했다. 가까이 있던 악마가 말하기를, 그 영혼이 고문을 피해 고통이 조금 덜한 지옥으로 도망을 치려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영혼이 바로 “함정”으로 돌아가 뛰어들었다. 화가 난 두 악마가 그의 뒤를 쫓았으나, 곧 끈끈한 역청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다른 악마들이 그 둘을 구하는 동안, 버질과 단테는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제23편:
악마들을 떼놓고 온 것이 그들을 화나게 하여, 화근이 되지 않을까 단테가 걱정을 했다. 버질도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때 뒤로부터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뒤쳐졌던 악마들이 미친 듯 쫓아오고 있었다. 버질이 재빨리 단테의 팔을 잡은 다음, 제8지옥의 여섯 번째 “함정”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렇게 해서 쫓아오는 악마들을 따돌릴 수가 있었다.
여섯 번째 “함정”에는, 모자와 두건을 쓰고, 소매 없는 어깨 망토를 걸친 한 무리의 영혼들이 원을 그리며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그들 중 한 영혼이 단테의 어투를 알아듣고는 말을 걸어왔다. 그들은 생전에 이태리 사람들로, 위선자들이었다. 그들 중 하나가 바닥에 누워 팔다리를 펼쳐 십자가를 만들었고, 다른 영혼들이 그를 밟고 지나갔다. 십자가로 누운 그 영혼은 본디오 빌라도 총독하의 고위 성직자 카이아파스(Joseph ben Caiaphas: 14 BC – 46 AD. 예수님을 죽이려고 음모를 꾸민 유대 고위 성직자. 예수님을 재판한 Sanhedrin 재판 관)였다. 버질이 다음 지옥으로 가는 길을 한 영혼에게 물었고, 말라코다가 알려준 길이 거짓이었음을 알았다. 그 영혼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일곱 번째 “함정”으로 향했다.
제24편:
그 길은 많은 위험이 따랐다. 다리가 무너져 내려, 위험한 바위 사이를 통과해야 했다. 버질은 인간인 단테가 위험하지 않도록 조심하여 안내를 했다. 단테는 때때로 숨쉬기가 어려웠지만, 버질의 재촉 하에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길고 긴 오르막을 지나 벽을 타고 내려가, 일곱 번째 “함정”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뱀 떼가 벌거벗은 죄인들을 쫓고 있었다. 그들의 손과 발을 뱀들이 칭칭 감고 있었다. 죄인의 어깨를 무는 뱀의 모습이 단테의 눈에 들어왔다. 영혼들에게는 끊임없이 불이 붙어 타고 있었으며, 타고 난 재로부터 영혼이 되살아 나, 뱀의 “함정”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버질이 한 영혼과 대화를 했다. 투스카니 출신으로, 성물을 훔친 후치라는 자였다. 단테가 아는 자였다. 그는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본 단테에게 노하여, 단테가 정치적으로 몰락할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
제25편:
추잡한 행동으로 하느님께 욕설을 퍼부은 후치는, 곧 뱀으로 전신이 감긴 채 끌려갔고, 그 광경을 본 단테는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버질이 앞으로 더 나아가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 바로 앞에 세 영혼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영혼을, 발이 여섯 개인 거대한 뱀이 칭칭 감아, 뱀과 영혼이 한 몸체를 이루고 있었다. 다른 두 영혼이 그 광경을 겁에 질려 보고 있자, 다른 뱀 한 마리가 달려들어, 그 중 한 영혼을 집어삼켜 씹었다. 이제 뱀은 서서히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는가 하더니 곧 다시 뱀의 모습으로 바뀌는 등, 쉽게 그 형상을 바꾸었다.
제26편:
이곳의 영혼들은 모두 플로렌스 출신의 도적들이라는 걸 안 단테는, 이승에서나 지옥에서나 그런 식으로 이름을 날리는 플로렌스에 대해 비꼬는 마음이 들었다. 버질은 그를 여덟 번째 “함정”으로 안내를 했다. 불이 타고 있는 그곳은 깊은 골짜기였다. 가까이 가보니, 불꽃마다 영혼이 타고 있었다. 한 불꽃에 두 영혼이 타고 있는 모습이 단테의 눈에 들어왔다. 율리시즈와 디오메데스였다. 모두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를 위해 속임수를 쓴 죄로 벌을 받고 있었다.
단테는 그들과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버질이 말하기를, 그들은 그리스인들로 중세 이태리어를 싫어할 것이기 때문에 통역관을 써야할 것이라고 했다. 어쨌든 그들은, 율리시즈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걸 들을 수가 있었다. 새로운 모험을 향해 율리시즈는, 지구의 끝이라고 생각되는 지중해 서쪽 끝 넘어 항해를 했고, 전설에 따르면, 그 지점을 넘어 항해하는 자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었다. 항해 다섯 달 후 그와 그의 부하들은 높은 산을 발견하였는데, 그 산에 이르기 전 폭풍우가 닥쳐 그의 배를 전복시켰다고 했다.
제27편:
율리시즈의 이야기를 들은 후 버질과 단테는 다시 길을 떠났다. 또다시 불길에 휩싸인 영혼을 만났다. 이 영혼은 이태리 로마냐(Emilia-Romagna: 볼로냐가 주도인 이태리 북부 주)출신으로, 단테의 롬바르디아(Lombardia: 주도가 Milano인 이태리 북부 스위스 접경 지역 주)사투리를 듣고는 고향 소식을 물었다. 이에 대해 단테는, 로마냐가 폭력과 전제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곧 전쟁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그런 다음 그 영혼의 이름을 물었다. 그 영혼은 단테가 그 깊은 지옥을 벗어날 수 없다고 믿고, 따라서 자신의 불명예를 세상에 알릴 리 없다는 생각에 이름을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몬테펠트로(Guido da Montefeltro: 13세기 이태리 군사전략가)이며, 기벨린(Ghibellines: 신성로마제국 편에 선 13세기 이태리 정치세력)소속이었다고 했다. 그 후 그는 개종을 통해 프란시스코 수도회 수도자가 되었지만, 교황 보니파스VIII세의 설득으로 다시 정치에 입문하여, 교황 편에 서게 되었다고 했다. 교황은 그에게 팔레스트리나(Palestrina: 로마 동쪽 35km 지점에 위치한 오래된 도시)를 정복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고 그는 망설였지만, 교황은 비록 그의 조언이 틀리더라도, 앞으로 혹 파문을 당하면 면제를 해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약속에 따라 그는 조언을 했으나 틀린 조언이었다. 그가 죽자 성 프란시스(St.Francis: 프란시스코 수도회 창시자)가 찾아 왔으나, 악마가 말하기를, 파문을 면제 받았다고 해서 참회를 면제해줄 수 없고, 참회를 한다고 해서 죄를 면제해줄 수 없는 것이니 만큼, 파문을 면제해주었다고 해서 죄를 용서해주는 것이 아니라면서, 그를 낚아채 갔다고 했다. 악마는 자신을 논리학자로 자처하며, 몬테펠트로를 미노스에게 인계했다. 미노스는 교황에게 거짓 조언을 한 죄로 그를, 제8지옥의 여덟 번째 “함정”에 처박았던 것이다.
제28편:
버질과 단테는 계속 나아가 아홉 번째 “함정”에 이르렀다. 그곳에선, 한 무리의 영혼이 둥근 원을 끊임없이 돌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상처를 입고 있었는데, 트로이 전쟁(Troyan War: 그리스 신화. 트로이와 아르케아(고대 그리스)간의 전쟁. 트로이의 왕자 Paris가 스파르타의 왕비 Helen을 납치하면서 발생한 전쟁)에서 당한 부상자들보다 더 심각한 부상이었다. 원의 한 지점에서 칼을 든 악마가, 다가오는 영혼마다 칼로 토막을 내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영혼이 단테에게 말하기를, 자신은 무슬림들의 예언자 모하메드 라고 했다. 자신들은 분열을 선동하는 자들로서, 따라서 그에 합당한 벌로, 칼을 맞아 토막토막 분열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토막 난 영혼의 조각들은 다시 모습을 회복하게 되고, 원을 한 바퀴 돌아 그 자리에 오게 되면, 또 칼을 맞아 토막이 난다고 했다.
그 무리의 영혼들이 모두 단테를 쳐다보며, 그가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들 중 누군가가 단테에게, 이승의 돌시노(Fra Dolcino; 1250-1307, 이태리 프란시스코 수도회 성직자. 교회 개혁 활동으로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화형 당함)에게 편지를 전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 편지는 돌시노가 곧 자신들과 같은 처지가 되리라는 경고의 내용이었다. 또한 자신의 머리를 들고 있는 영혼이 있었는데, 바로 베트랑(Betran de Born; 1140– 1215. 영국왕 겸 아퀴테느 대공인 헨리II세에게 반역토록 왕자 헨리를 부추긴 프랑스 리무젱 지방의 귀족)이었다.
제29편:
버질은 부상을 입은 영혼들과 너무나 많은 시간을 보낸 단테를 책망했다.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들은 등성이를 따라 내려가 왼쪽으로 가니, 열 번째 “함정”이 눈 아래 보였다. 이곳은 “기망欺罔한 자”들이 죄 값을 치루는 곳으로, 네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첫 번째 구역에서는, 영혼들이 뒤죽박죽 떼를 이루어 바닥을 기고 있었다. 모두들 전신에 옴이 올라 미친 듯이 긁어대고 있었다.
단테는 두 이태리인 영혼을 보았다. 그는 다시 이승으로 돌아갈 것이므로, 그들이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들을 전하겠다고 했다. 그 중 두 영혼이 고맙다고 했고, 그 중 한 영혼이 말하기를, 자신의 이름은 그리폴리노(Griffolino da Arezzo; 13세기 이태리 플로렌스 시인. 연금술의 죄로 화형 당한 인물)이며, 연금술이라는 비술을 실행한 죄로 열 번째 “함정”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영혼도 역시 연금술의 죄로 화형에 처해졌다고 했다. 쇠로 사람을 속이는 연금술 죄로 처벌을 받고 있는 것이 다.
제30편:
제8지옥의 열 번째 “함정”의 두 번째 구역을 보며 단테는, 인간이 심한 고통을 받으면 짐승과 같이 된다는 옛말이 생각났다. 그러나 눈앞의 광경을 보니, 그 이상이었다. 죄인들이 이빨로 서로 물어뜯고 있었다. 남을 속인 사기꾼 영혼들이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중 미르라(Myrrha: 그리스 신화. Adonis의 어머니. 모습을 바꾸어 아버지와 간통을 한 후 나무로 변함)도 있었다. 세 번째 구역에는, 동전을 위조한 죄인들이 처벌을 받고 있었다. 그 중 아담(Adam da Brescia: 13세기 플로렌스 통화 위조 범. 플로렌스 경제를 붕괴시키기 위해 적대자들이 고용한 인물. 화형에 처해짐)도 있었다. 그는 갈증으로 고통 받는 처벌을 받고 있었다. 아담은 네 번째 구역에서 벌을 받고 있는 동료들을 알려주었다. 포티파르의 아내(창세기 39:7. 요셉을 유혹하려다 실패하자, 오히려 그에게 누명을 씌운 이집트 여인)와 시논(Sinon: 그리스 신화. Sisyphus의 아들. 트로이 전쟁 시 트로이 사람들을 속여, 트로이 성 안으로 목마를 들이게 한 그리스 용사)이었다. 시논은 분명 아담을 알고 있는 듯, 다가와 그에게 싸움을 걸었다. 그들의 언쟁을 듣고 있던 단테에게 버질은, 보잘 것 없는 그런 말싸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품위를 손상 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제31편:
버질과 단테는 제8지옥의 중심에 위치한 “함정”에 다가섰다. 안개 속에 두 개의 거대한 탑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탑이 아닌 거인들이었다. 지옥 맨 아래에 발을 딛고 서 있는 그들은, 그 배꼽이 제8지옥의 높이에 이르고 있었다. 거인 하나가 횡설수설 떠들고 있었다. 니므롯(Nimrod: 창세기 10:8)이었다. 그는 바벨탑을 세우는 일에 참여한 자로, 그 일로 이승에 수많은 언어를 가져오게 하여 혼란을 일으키게 한 자이다.
버질은 그들을 제치고 안타에우스(Antaeus: 그리스 신화. 바다의 신 Poseidon과 땅의 여신 Gaia 사이의 아들. 힘이 장사인 그는 모든 길손과 레스링 시합을 하여 죽여 버림. 헤라클레스의 계략에 넘어가 죽임을 당함)에게로 갔다. 단테와 버질은 그의 거대한 손 위에 올라 탄 후 그의 발치, 지옥의 맨 아래 바닥에 내렸다. 반역자들이 처벌 받는 제9지옥이다.
제32편:
거인의 다리를 지나 이른 곳은 유리처럼 꽁꽁 얼어붙은 코키투스(Cocytus: 그리스 신화. 아케론 강으로 흘러드는 지옥의 호수)였다. 목까지 얼어붙은 영혼들이 추위로 이를 덜거덕거리며 떨고 있었다. 제9지옥의 첫 번째 구역 이름은 카이나(Caina: Abel을 죽인 Cain(창세기 4:1)의 이름을 딴)인데, 혈족을 배반한 죄인들이 처벌을 받는 지옥이다. 몸이 얼어붙은 채 서로를 쳐다보는 쌍둥이가 있었는데, 그들은 화를 내며 서로 머리를 부딪고 있었다. 단테가 발길을 내딛다가 잘못하여, 얼음 위 한 영혼의 볼을 걷어찼다.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지를 몰라, 허리를 구부리고 들여다보니 다름 아닌 보카(Bocca degli Abati: 13세기 이태리 플로렌스 귀족. 1260년 9월 이태리 Montaperti 전투에서 신성로마제국의 편을 들었던 이태리의 반역자)였다. 단테는 그를 힐난하고, 그의 머리털을 한 줌 뽑아 쥔 후, 그 얼음판을 나왔다. 그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 두 번째 구역에 이르렀다. 그곳은 안테노라(Antenora: 그리스 신화. 트로이의 반역자 Antenore의 이름에서 비롯된 지옥)로, 나라 또는 당을 배반한 반역자들이 벌을 받는 곳이다. 얼어붙은 강을 건너가 보니, 무시무시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 죄인이 앞에 있는 죄인의 머리를 갉아먹고 있었다. 단테가 그 영혼의 이름을 물었다.
제33편:
그가 갉아먹기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은 우골리노(Ugolino della Gherardesca: 13세기 이태리 귀족. 정치가 겸 해군 사령관. 신성로마제국 편을 든 반역자) 백작이라고 했다. 그가 갉아먹고 있는 자는 피사 대주교 루제리(Ruggieri degli Ubaldini: 우골리노의 정적)였다. 루제리는 우골리노 및 그의 두 아들, 두 손자를 모두 반역자로 몰아 투옥한 다음, 모두 굶겨 죽인 자였다. 그러한 이유로 우골리노는 배가고파, 루제리의 시신을 갉아 먹고 있는 것이다.
단테는 피사를 비난했다. 추악한 소문이 난 그 공동체는 아직도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와 버질은 세 번째 구역 프톨로메아(Ptolomea)로 갔다. 고객을 속인자들을 처벌하는 지옥이다. 이곳에서 죄인들은 얼음 속에 누워, 얼굴만 얼음 밖으로 내밀고 있었다. 단테는 호수 위를 휩쓸고 오는 추운 바람을 맞았고, 버질은 이제 곧 그 바람의 근원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단테와 버질은 세 번째 구역에서 두 영혼을 보고 크게 놀랐다. 알베리고(Fra Alberigo: 13세기 이태리 수도승. 교황파였으나 적대자들에 의해 추방된 후 다시 신성로마제국의 도움을 받아 복귀함)와 브랑카(Branca d’Oria: 13세기 이태리 제노아 귀족. 장인 살해자)였다. 이들은 아직 죽지 않은 이승의 사람들이나, 그들의 죄가 중하여, 지옥으로 들어오기 전 이미 악마들이 그들의 육신을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버질과 단테는 이곳을 떠나, 제9지옥의 네 번째 구역으로 갔다. “함정”의 맨 밑바닥이었다.
제34편:
제9지옥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면서 단테가 눈을 들어 보니, 멀리 안개 속에 무엇인가 거대한 것이 보였다. 바로 발아래를 내려다보니, 한 무리의 죄인들이 얼음 속에 여러 가지 뒤틀린 자세로 갇혀있었다. 죄 중에 가장 악질적인 은인이나 주인을 배반한 죄인들이 벌을 받는 주데카(Judecca)라는, 제9지옥 네 번째 구역이다.
단테와 버질은 안개에 쌓인 그 거대한 형상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안개를 뚫고 가까이 가서 보니, 그 본 모습이 들어났다. 기겁을 한 단테는, 그것이 죽은 것인지 산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루시퍼(Lucifer; 로마 신화에서는 새벽의 신 Aurora의 아들로 묘사되고 있으나, 성경(요한 묵시록 12:7~9)에서는 천국에서 추방된 사탄으로 묘사되고 있음)였다. 디스Dis 또는 사탄으로 불리는 루시퍼는, 그 어떤 이름으로도 그 무서운 모습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의 팔은 제8지옥의 모든 거인들의 팔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길었다. 그 몸은 얼어붙은 호수 위로 솟구쳐 있었다. 단테가 얼굴을 들어 위를 보니, 루시퍼는 무시무시한 표정을 한 세 개의 얼굴을 하고 있는데, 한 얼굴은 정면을, 다른 두 얼굴은 어깨 너머로 뒤를 보고 있었다. 각각의 얼굴 밑에는 한 쌍의 날개가 달렸는데, 앞뒤로 펄럭이는 그 날개들이 일으키는 차가운 바람이, 바로 코키투스 호수를 얼게 하는 원인이었다.
루시퍼는 세 개의 입으로 각각 죄인을 물고 있는데, 인간 역사에서 가장 큰 죄를 범한 가롯 유다와 줄리어스 씨저를 살해한 블루투스와 카시우스였다. 블루투스와 카시우스는 머리를 입 밖으로 내밀고 있었지만, 가롯 유다는 반대로 머리를 루시퍼 입안에 박고 있었다. 다리만을 내밀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루시퍼는 그 반역자들의 영혼을 씹어 조각을 내고 있었지만, 그들은 (이미 죽어) 죽는 법이 없었다. 버질이 채근하여 말하기를, 이제 지옥 구경을 모두 끝마쳤으니, 곧 떠나야겠다고 했다.
단테를 등에 업은 버질은, 놀라운 묘기를 보였다. 그는 펄럭이는 루시퍼의 날개를 피해 그의 몸을 타고 올라, 머리채를 잡았다. 그 머리채를 잡고 둘은 아래로 내려왔다. 코키투스 호수 밑으로 내려오니, 바로 루시퍼의 허리가 닿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버질은 몸을 돌려, 위로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루시퍼의 다리가 그들의 위쪽에, 머리는 아래쪽에 있었다. 버질이 말하기를, 그들은 방금 지구 중심을 지났다고 했다. 루시퍼가 천국으로부터 떨어질 때, 머리가 먼저 떨어지고, 그래서 허리가 지구 중심에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루시퍼가 떨어질 때,그 충격으로 지구 남쪽에는 산의 형태로 연옥(Purgatory)만 남고, 남반구의 모든 땅은 북쪽으로 밀렸다고 했다(단테의 시대에는 지리에 관한 지식이 결여되어 있었지만, 남반구라는 말로 보아 지구를 둥글다는 믿음이 있었던 듯함). 단테와 버질은 긴 거리를 기어올라, 마침내 그들이 들어간 곳과는 반대쪽인 곳으로 나와, 다시 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참고: 세 줄 한 연聯 /Terza Rima
신곡이 갖는 가장 중요한 미학적 특징은, 단테가 창안한 형식미 즉 세 줄 한 연(Terza Rima)형식이다. 이 형식에서 한 연은, 약 강이라는 액센트 순서를 갖는 두 음절 단어와 세 음절 단어로 쓴세 문장으로 구성된다(영어가 아닌 이태리어로 그렇다는 뜻: 역자 주). 각 연에서 첫째와 셋째 줄은 같은 각운, 둘째 줄은 다른 각운을 갖는다. 이 둘째 줄의 각운은 또 다음 연의 첫째 줄과 셋째 줄의 각운과 같다. 다시 말해, 각 연의 각운은 aba bcb cdc ded efe fgf...식으로 끊임없이 이어질 수가 있다. Shelley의 영시 “ Ode to the West Wind(1820)"의 예를 들어 Terza Rima를 보면 다음과 같다.
O wild West Wind, thou breath of Autumn’s being,
Thou, from whose unseen presence the leaves dead
Are driven, like ghosts from an enchanter fleeing,
Yellow, and black, and pale, and hectic red,
Pestilence-stricken multitudes: O thou,
Who chariotest to their dark wintry bed
이러한 운 체계는 계속 이어 나아갈 수가 있고, 따라서 시를 끝내려면, 마지막 연은 한 줄이어야 한다.
영어는 이태리어보다 그 어휘의 뜻이 복잡하고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영어가 라틴어, 앵글로색슨어, 중세 프랑스어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어 단어는 많은 동의어를 갖는다. 예를 들어 영어의 kingly 라는 단어는 불어에서 온 royal, 라틴어에서 온 regal 이라는 동의어를 갖는다. 이처럼 영어는 풍부한 뜻을 가지고 있지만, 운율에서는 이태리어와 비교할 수 없이 빈약하다. 이태리어는 라틴어를 직접 모태로 하고, 따라서 명사나 동사의 어미가 체계화되어 있다. 이태리어 명사나 동사는 영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운율적이다.
그 결과, 운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세 줄 한 연(Terza Rima)형식을 갖춘다는 것은, 영시에서는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그러한 작품을 한국어 산문으로, 그것도 전혀 형식미가 없는 요약본으로 번역을 한 나는 진심으로 자괴감이 든다: 역자 주). 이러한 이유로, 신곡을 영역한 많은 번역자들이 세 줄 한 연 형식을 회피하거나 또는 운을 무시한 산문으로 번역을 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로버트 핀스키(Robert Pinsky; 1940~ .미국의 시인, 문학평론가)가 Terza Rima 형식으로 신곡 번역을 시도한 바가 있다. 이를 위해 그는 반 운(Half-rhymes; Fire처럼 마지막 자음을 발음 할 때 나는 모음에 액센트를 주는)어휘의 사용과 많은 문장을 생략하는 형식을 취했다. 따라서 이를 읽는 독자들은 Terza Rima의 형식미를 느낄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의 단테 시 형식에 관한 연구는 우리로 하여금 단테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C)
-Translated into Korean by Hung S. Park- ©
~~~~~~~~~~~
Dante Alighieri (c. 1265~1321);
이태리 시인, 작가 겸 철학자. 플로렌스 출신. 신곡Comedia Divina의 저자. 신곡은 라틴어가 아닌 이태리어로 쓰여 진 중세의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시 가운데 하나임. 라틴어로 시를 쓰던 시대에 그는 이태리 속어로 썼음. 신곡에서 쓴 그의 이태리어는 현대 이태리어의 초석이 되었음.
단테가 베아트리체의 인도를 받아 사후의 세계를 여행하며
ReplyDelete지옥, 연옥, 천국을 묘사했다는 단테의 신곡을 베토벤님의 블로그에서
다시 만나니 반갑습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가면, 단테의 발자취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곳 입니다.
그중 피렌체의 두우모 성당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도미니코 디 미켈 리노가
그린 '단테의 신곡'을 만날 수 있는데, 도미니코 디 미켈 리노는 그 곳에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모든 주제를 함축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 중앙에 서있는 단테는 자신의 신곡을 왼손에 펼쳐 보이며
오른손으론 어디론가를 가리키고 있답니다.
오른쪽 손을 따라가보면 깃발든 누군가를 따라
사람들이 땅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그 장면은
지옥을 표현한 것이라 하더군요.
중앙엔 연옥을,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상단부 하늘은 천국이라고..
단테의 이야기는 저승 여행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문학적 허구이지만 그 속에는 또한 종교와 신화, 정치, 도덕, 이념, 예술, 역사 등 무척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들이 들어있습니다.
ReplyDelete단테가 그러하듯, 우리도 많은 이야기들을 두르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이야기를 하는 존재이고, 이야기를 믿고, 이야기에 의거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이야기는 삶이 되고 삶은 다시 이야기가 됩니다.
삶은 이야기의 재료가 되고, 이야기는 삶에 길을 제시합니다.
어떤 이야기는 위협이 되기도, 어떤 이야기는 위로가 되며, 어떤 이야기는 용기를 주기도 합니다.
누구나 자기 이야기 속에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우리 앞에 다가올까요?
단테의 신곡을 소개해 주신 베토벤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네,
ReplyDelete지아님.
우리들 삶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옥에서 벌을 받는 영혼들이 지은 죄는,
우리들이 일상에서 목격하고, 경험하는 일들이지요.
귀한 평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