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Der Prozeß

  

       by

Franz Kafka

<Synop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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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자신에게 혐의가 씌워진 범죄에 대해 호소할 곳도 호소할 수도 없는 관료적인 법제도에 관한 저항. 

등장인물:

요세프 K Joseph K;

    소설의 주인공. 은행 주임. 야심만만하고 날카로운 인물. 성공을 위해 달려가던 중 어느 날 아침, 아무런 이유 없이 체포 당하는 인물. 권위적인 법원과 보이지 않는 법에 호소하려 애를 쓰나 절망 속에 결국 죽음을 당하는 남자.

뷔르스트너 Fraulein Bürstner;

    K와 같은 집 하숙생. K에게 키스를 허락하나 곧 내침. 소설 끝 무렵 잠깐 등장하는 인물.

그루바하 부인 Frau Grubach;

    K의 하숙집 여주인. K를 아끼는 인물.

칼 Uncle Karl;

    K의 숙부 겸 보호자. K에게 변호사의 도움을 권하는 인물.

훌트 Huld, the Lawyer;

    호언장담하는 K의 변호사. 별 가치 있는 변호 활동을 하지 않는 인물.

레니 Leni;

    훌트의 간호사. K 문제로 해고를 당하고 K의 연인.

은행 대리;

    K의 경쟁자. K를 따라잡으려는 인물.

블록 Block;

    훌트를 변호인으로 선정한 피의자. 5년에 걸친 송사로 재산을 탕진하고 망한 남자. 변호사에게 얽매어 꼼짝을 못하게 된 인물.

티토렐리 Titorelli;

    화가. 하급 법원의 생태를 잘 아는 남자. K를 도울 테니 그림을 사 달라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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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 Kafka

제1장:

    누군가가 요세프 K에 관하여 거짓말을 했음에 틀림없었다. 그는 자신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아침 체포가 된 것이다. 매일 아침 8시에 하숙집 여주인 그루바하 부인이 아침 식사를 가져 왔으나, 오늘은 그렇지가 않았다.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다. 그가 부인을 부르기 위해 벨을 누르자, 낯선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또 다른 남자가 옆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낯선 남자는 아무런 설명 없이 그가 체포되었다고 했다. K는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의 서른 번째 생일날이었다. 직장 동료들의 짓궂은 장난이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다.

    길 건너 아파트 노부부가 창을 통해 그 광경을 건너다보고 있었다. 경찰 가운데 한 사람이 소리를 질러 K를 불렀다. K가 검은 색 정장으로 갈아입도록 한 다음, 옆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 방은 타이피스트인 뷔르스트너 양이 세 들어 살고 있는 곳인데, 잠시 경찰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수사관은 K가 체포되었다는 것, 죄가 없다는 K의 주장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K는 화가 치밀었으나 어찌 설명해야 할지 알 도리가 없었다. 수사관은 석방할 터이니 잠시 가서 일을 하라고 했다.

    K는 은행 출근을 했고, 버릇대로 저녁이면 산책삼아 맥주홀엘 갔고 주말이면 캬바레 여급인 엘사를 만났다. 그날 아침에 있었던 사건으로 그루바하 부인의 가정에 난리가 났으리라 생각하여, 따라서 모든 일을 바로잡아 놓고 싶었다. K가 퇴근하여 돌아왔을 때 그루바하 부인은 방안에서 양말을 꿰매고 있었다. 그가 노크를 하고 들어와 부인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경찰이나 수사관의 등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K는 그녀가 가장 아끼는 하숙생으로, 그 일로 그에게 불평할 이유가 없었다. 뷔르스트너 양이 돌아왔는지 그가 물었다. 돌아오지 않았다고 부인이 대답했다. 극장엘 가면 뷔르스트너는 언제나 늦게 돌아왔다.

    K는 뷔르스트너 양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녀가 돌아오자, 그는 자신의 문제로 인해 낯선 사람들이 그녀의 방을 차지하게 되었던 사실을 사과했다. 그때 옆방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왔고, 놀란 뷔르스트너 양이 가슴에 손을 얹었다. K는 그녀의 손을 잡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옆방에는 아무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뷔르스트너 양은 K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그루바하 부인의 조카인 육군 대위가 어제부터 그 방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했다. K가 놀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방으로 돌아온 그는, 그 대위가 뷔르스트너 양에게 무슨 해코지나 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제2장:

    누군가가 K에게 전화를 걸어, 그 다음 주 일요일 그에 대한 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사 장소는 말했으나, 조사 시간은 알려주지 않았다. 다음 주 일요일이면, K의의 친한 은행 대리가 그를 요트 놀이에 초청한 날이었다. 그는 그 놀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K는 오전 9시에-재판소 업무 시작 시간인- 그곳에 도착하기로 마음먹고, 일요일 아침  일찍 출발을 했다. 걸어서 가기로 했다. 그는 사건에 아무도, 심지어 택시 운전사까지도 개입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수사관에게 굽신거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싶지도 않았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많은 건물들이 들어선 가난한 지역을 지나가는데, 주말 아침에는 사람들과 그들의 고함과 웃음소리로 활기가 넘쳤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보니 높은 건물이었는데, 계단이 있는 여러 층의 건물로 어떻게 해야 조사실로 찾아갈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계단을 따라 오르다가 공깃돌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잠시 멈췄다. 조사실을 찾으려면 각 방을 들여다보아야 했고, 따라서 K는 랜즈라는 목수를 찾는 시늉을 했다. 문마다 층마다 K는 랜즈라는 목수를 아느냐고 물었으나 아는 사람이 없었고, 랜즈와 비슷한 이름의 목수를 소개하겠다는 대답뿐이었다. 마침내 5층에 이르러 화가 난 그가 포기하려고 하자, 마침 아이들 옷을 세탁하고 있던 여인이 문을 열어주며 들어오라고 했다.

    안으로 들어선 K는 또 다른 문을 지나 두 번째 방으로 갔는데 발코니를 갖춘 그곳은 넓은 홀로,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그는 어린 소년의 안내를 받아 사람들 사이를 지나 홀 끝 연단 앞으로 갔다. 연단 위에 있던 예심판사로 짐작되는 남자가 지각을 했다고 꾸짖었다(오전 10시가 이미 지나고 있었다). 이에 K는 어쨌든 출석을 하지 않았느냐고 했고, 이 말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박수를 쳤다. 이 박수소리에 힘이 솟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침묵을 지켜 걱정도 되었다. 어쨌든 그는 전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예심판사가 K에게 페인트 공이냐고 물었고, 그는 큰 은행의 직원이라고 대답했다. K가 계속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는 당국의 비밀 정책을 비난하고는 예심 판사의 서류를 들어, 욕설과 함께 그의 탁자를 내려쳤다. 그리고 자신이 체포된 경위에 대해 길게 이야기 했다. 예심판사가 사람들 사이의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조용해졌다. 노인들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K는 자신을 그곳으로 불러들인 전체주의적인 시스템을 비난하는 말을 했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홀의 뒤로부터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게 문을 열어 준 여인과 어느 남자가 싸우고 있었다. 홀을 두 구역으로 갈라놓았던 분리 벽이 사라지자, 하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K가 그들 사이로 들어가 보니, 그들은 모두 똑같은 배지를 달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K가 부패한 관리들이라고 소리쳤다. 아무런 죄 없는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모인 자들이라고 했다. 그리고 놓아주지 않으면 그냥두지 않겠다고 고함을 쳤다. K가 문을 향해 갔다. 그가 밖으로 나아가기 전, 예심판사가 그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하는 말이, 무죄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모든 이익을 그가 놓쳤기 때문에 그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했다.

제3장:

    K는 2차 소환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일요일 아침 그는 다시 그곳을 찾아갔다. 지난 번 그 젊은 여인이 다시 문을 열어 주며, 오늘은 조사가 없다고 했다. 둘러보니 책상 위에 서류만 보일뿐 홀은 텅 비어 있었다.

    K는 그 부인 부부가 그곳에서 일하는 대가로, 월세를 내지 않고 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부인은 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그녀의 싸움은, 언제나 자기 뒤꽁무니를 따라 다니는 어느 법학도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K에 관심이 있었고 분명히 그에게 마음이 끌리는 듯했다. 그를 돕겠다고 했다. K는 그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의문도 들었고, 또 어차피 자신이 그 결과를 우습게 여길 재판에 그녀가 간섭을 하여 잘못하면 그녀가 직업을 잃을 위험도 있어, 그녀의 도움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판사도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바로 그때, 밭장다리에 텁수룩한 수염의 그 법학도가 나타나 여인에게 수작을 걸었다. 그녀가 K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그에게 갔으나 곧 다시 돌아와, 가서 그 학생을 보아 달라고 했다. 학생과 소리 높여 다투는 여인을 보니, K는 그녀가 자신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그 법학도는 예심판사를 연상 시켜 복수의 마음이 솟았다.

    그들의 대화를 들은 K는 조바심이 났다. 그는 학생과 언쟁을 벌였다. 학생이 여인을 번쩍 들어 끌고 가려고 했다. K가 놓아주라고 했다. 그러나 여인은 그냥 내버려 두라고 했다. 예심판사가 보낸 사람이라고 했다. 그녀는 별로 걱정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학생은 그녀를 데리고 좁은 계단을 올라 위쪽 다락방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듯했다. K가 화가 나서 바라보았다. 그는 싸움에 간섭했으나,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남의 일에 참견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멍하니 그냥 있었다.

    그러나 곧 해결이 되었다. 여인의 남편인 그 건물의 수위가 달려왔다. 그는 K에게 아내와 법학도에 대해 불평했다. 그는 직업을 잃을까 걱정이 되어, 그 학생을 미연에 막지 못했다고 했다. K와 같은 사람이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K는 그 학생이, 자신의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수위는 그의 사건은 이미 결론이 났다고 했다.

    수위가 K에게 위층의 변호사 사무실로 함께 가자고 했다. K는 망설였으나 법원의 결정을 알고 싶어 함께 가기로 했다. 계단을 올라 많은 피의자들로 꽉 찬 좁고 긴 복도로 들어섰다. K는 그들 가운데 한 사람과 말을 하려고 했으나 그는 기가 죽고 불편한 듯 했다. K는 이 가엾은 사람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수위와 함께 가던 K는 갑자기 피로를 느꼈다. 수위에게 밖으로 안내해 달라고 하자 그가 주춤거렸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옆 사무실의 여인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피곤에 지친 K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여인이 의자를 내주며 실내의 탁한 공기 때문에 그곳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그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K는 현기증으로 거의 마비가 될 정도였다. 여인이 단정한 옷차림의 직원에게-예비 심문의 서기였다-K를 데리고 의무실로 가라고 했다. 그러나 K는 그곳이 아닌, 문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가까스로 말했다. 직원 두 사람의 부축을 받았음에도 K는 거의 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동정심을 표했던 남자 앞을 지나며 수치감을 느꼈다.

    마침내 K는 문가에 이르렀다. 밖의 공기를 쐬니 정신이 맑아졌다. 그는 그곳까지 자신을 데려다 준 두 남녀와 악수를 나누었다. 밖의 신선한 공기가 실내의 탁한 공기로 인한 무거움을 깨끗이 닦아 준 것이다. 다시 힘이 난 K는 계단을 내려가며 일요일 아침을 보다 만끽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4장:

     K는 뷔르스트너 양과 대화를 하지도 못한 채 며칠을 보냈다. 그녀가 그를 피하려고 했기 때문에 여러 시도를 했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어 자신의 잘못을 말하고, 그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그녀가 원하는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일요일 방에 홀로 앉아 그녀의 회신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그날 그는, 뷔르스트너의 방에 새로운 하숙생 몬타크 양이 입주했음을 알았다.

    하숙집 여주인 그루바하 부인은 지난 주 K의 침묵으로 고통을 받은 터라, 그가 말을 걸자 마음이 놓였다. 자신에게 K가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가 말을 한 것은, 자신을 용서했다는 표시였기 때문이었다.

    몬타크 양이 K와 대화를 하고 싶어 했다. 그는 식당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뷔르스트너 양은 K와 만나지 않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 말조차 직접 하기 싫어 몬타크 양을 중개자로 해서 그 말을 전한다고 했다. K는 몬타크 양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루바하 부인의 조카인 대위가 들어와 몬타크의 손에 입을 맞추어 인사를 했다. K는 그들이 자신에게 뷔르스트너 양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너무나 과장하여 말하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관심을 끊기로 했다. 그러나 식당을 떠나며 그녀의 방을 노크 해보았다. 반응이 없었다. 계속 두드리며, 자신이 무언가 잘 못을 저지르고 있지 않은가 했다. 뷔르스트너 양은 K가 몬타크 양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떠난 게 틀림없었다. 그가 머리를 돌려 보니, 식당 문 앞에서 대위와 몬타크 양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K의 경솔한 행동을 보았음이 틀림없었다.

제5장:

    며칠 후 K는 퇴근을 준비하고 있는데,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창고 문 뒤로부터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낮은 천장 아래 남자 셋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선반 위의 촛불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그들 중 분명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은 가죽 옷을 입고 있었는데 목, 가슴, 팔이 드러나 있었다. K가 그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고, 그는 대답이 없었다. 대신 다른 남자가 대답했다. 예심판사 앞에서 K가 자신들에 대해 불평을 하여, 그에 대한 벌로 매를 맞을 예정이라고 했다. K는 그들이 며칠 전 자신을 찾아왔던 경찰관 빌렘과 프란츠이며, 매를 든 세 번째 남자는 그들을 두들겨 패려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K는 아무런 불평의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자신의 집에서 있었던 상황을 말했을 뿐이고, 그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도 아니며, 그들이 처벌 받는 걸 원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빌렘은 자신들의 봉급이 얼마나 박봉인지를 K가 알면 자신들에 대한 K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부양할 가족이 있고, 프란츠는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그리고 K가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며, 힘든 일을 한다고 해서 그런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좋은 옷도 가지고 싶으나 경찰로서는 어림없는 일이라고 했다. 방법도 권리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공무원들은 언제나 그러한 고급 옷을 입는다고 했다. 그리고 체포를 당하는 사람도 그런 옷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할 수는 있지만, 만일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면 처벌을 받을 것이라며 자기 말을 믿어 달라고 했다. 한마디로 뇌물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K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들이 처벌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원칙적인 말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가죽 옷의 남자가 K에게, 그들에 대한 처벌은 정당한 것으로 피할 수가 없다고 했다. 빌렘이 K에게 그의 말에 귀기우리지 말라고 한 후 아차 한 듯 손으로 입을 막는 순간, 그에게 매질이 가해졌다. K는 겁에 질렸다. 그 가엾은 경찰을 위해서라면 뇌물이라도 주거나 대신 매를 맞아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음 날 K는 밀린 일을 처리하기 위해 늦게 까지 사무실에 있었다. 창고 앞을 지나며 그는 그곳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경찰과 그들에게 매질을 한 남자가 그대로 있었다. 그 전날과 같은 모습이었다. 두 경찰이 그를 다시 불렀다. K는 창고 문을 쾅 닫은 다음 주먹으로 쳤다. 눈물이 쏟아질 뻔했던 그는 사물실로 서둘러 돌아왔다. 직원들에게 창고를 깨끗이 치우라고 했다. 그들은 다음날 치우겠다고 했다. K는 텅 빈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제6장:

    시골에 사는 성미 급한 숙부가 K를 찾아왔다. 숙부는 사태의 낌새를 눈치 채고 K와 가족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다. K는 숙부에게 가볍게 말을 했으나, 사실 많은 애를 써야하는 사건이었다. 숙부는 K에게, 자기의 오랜 변호사 친구에게 함께 가보자고 했다.

    그들이 변호사의 자택을 방문했을  때, 그는 몸이 아파 누워 있었다. K가 인사를 하자 훨씬 생기가 도는 듯했다. 숙부가 간호사 레니에게 자리를 비워달라고 하자, 그녀가 자리를 떴다. 변호사는 재판소를 통해 이미 K의 사건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재판소 서기가 그 방 어두운 구석에 앉아 있었다. 변호사를 방문하고 있었던 것이다. K와 숙부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들에게 다가온 그 서기가 노골적으로 K를 무시한 채 달변의 말을 쏟아냈다. K는 자신이 조사 받을 때 그가 그곳에 있지 않았었을까 의심을 했다.

    그때 집 밖으로부터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K가 가서 보니 레니였다. 그를 불러내려고 소동을 피웠던 것이다. 그녀는 K를 데리고 변호사 사무실로 갔다. 벽에는 법복을 입은 남자가 왕좌와 같은 자리에서 막 일어서려는 모습을 그린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K가 레니에게 그가 누구인지 물었다. 그가 바로 예심판사라고 했다. 레니도 K의 사건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에게 너무 고집을 부리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열쇠를 주면서, 언제라도 필요하면 찾아오라고 했다.

    그녀와 헤어진 후 K는 거리로 나와,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숙부에게 야단을 맞았다. 숙부에 따르면 K가 몇 시간씩 눈에 안 보이니 일을 망쳤다고 했다. 기다리던 서기가 화를 내고는 그냥 가버렸다는 것이다. 그의 도움을 받을 기회를 놓쳤다는 말이었다.

제7장:

    어느 추운 날 아침 K는 사무실에 앉아 자신이 휘말려든 사건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는 변호사로부터 느낀 좌절감을 적어 놓은 16페이지에 달하는 백일몽 같은 문서와, 복잡한 재판소 업무에 관해 변호사가 알려준 정보를 하나하나 따져 보았다. K는 행동은 별로 하지 않으면서 말은 그칠 줄 모르는 변호사가 점점 싫어졌다. 변호사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는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로 K가 아닌, 자신을 변호했다. 지칠 대로 지친 K는 걱정을 너무하다보니 자신에게 정신적 긴장의 증세가 나타나는 느낌이었다. 더 이상 고상한 체, 도덕적인 체 하지 않기로 했다.

    K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는 고객 가운데 한 사람인 제조업자를 마났다. 그는 K에게 몇 마디 말을 해주었다. 그는 K의 사건을 들어 알고 있었고(K는 자기 사건을 아는 사람들과 만날 예정이지만, 그 시점에서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사건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우호적인 조언을 해준 것이다. 그 제조업자는 티토렐리라는 별 볼일 없는 화가를 알고 있었는데, 재판소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 화가를 통해 K의 사건을 알고 있었다. 제조업자는 K에게 그 화가를 만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K는 그의 조언을 받아들여 그 화가를 찾아 나섰다. 화가는 K가 조사를 받기 위해 갔던 곳보다 더 가난한 동네에 살고 있었다. K는 찾고자 했던 건물을 발견하여, 그 계단을 올라 소란스러운 소녀들 사이를 지나 복도 끝 조그만 화실에서 그 화가를 만났다. 밖의 소녀들이 문에 난 구멍을 통해 들여다보며 귀를 기우렸다.

    틀림없는 재판소 화가였다. 그는 부친으로부터 대를 이어 물려받은 재판소 화가였다. 그는 K에게 재판소에 관한 많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는 K를 돕기 위해 자신의 인간관계를 이용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세 가지 희망적인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먼저 그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설적인 가능성이었다. 두 번째로는, 비록 상급심에서 뒤집어질지라도 구속을 면할 수 있는 하급심 판결을 얻어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로비나 청원 등 피곤하고 낭패스러운 일들을 해야 하나 일단 판결이 내려지면 할 일이 없다고 했다. 다만 상급심으로 올라가면 다시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재판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체포를 당하여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언제나 피의자를 따라다닌다고 했다. 끊임없는 재판 연기는 끊임없는 신경을 써야하고 재판소도 접촉을 해야 하지만, 사건 해결은 조금도 진전이 없으니 언제나 처음과 같다고 했다. 체포를 당할 수 있다는 걱정이 사라지지 않으니 끊임없는 도피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끊임없는 재판 연기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사건에 대한 판결이 없이 계속 연기되는 것이라고 했다.

    화가가 열변을 토하는 동안 K는 방안의 탁한 공기를 견딜 수가 없었다. 덥고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K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가가 자신이 그린 몇 점의 풍경화를 사달라고 했다. 시끄러운 소녀들이 문 밖에 있었기 때문에, 화가는 K에게 다른 문을 통해 나아가도록 했다. 홀로 가는 그 통로는 K가 조사를 받기 위해 찾아갔던 그 건물의 로비와 동일한 모습이었다. 공기는 더 나빴다.  화가는 그 건물 맨 꼭대기 지붕 밑에 있는 골방들은 거의 모두가 재판정이라고 했다. K는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가렸고, 수위의 인도를 받아 밖으로 나왔다.

제8장:

     K는 변호사의 도움을 거절하기로 했다. 어느 날 저녁 10시가 지나, K는 변호사인 훌트 씨 집으로 갔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와이셔츠 차림의 수염이 텁수룩한, 처량한 모습의 남자였다. 잠옷 바람의 레니가 방에서 나와 다른 방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K는 그 남자가 레니의 연인인지 여부를 물었다. 남자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블록이라는 이름의 그 남자는 점원으로, 바로 훌트 변호사의 고객이었다. 그의 안내를 받아 부엌으로 가보니 레니가 변호사를 위해 스프를 끓이고 있었다. 블록은 다만 처량한 사람에 불과했다.

    레니가 변호사에게 스프를 가져다주었다. K는 블록에게 무슨 사건으로 변호사에게 왔는지 물었다. 대답하기 전 블록은 한 가지 약속을 해달라고 했다. 그 변호사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자기 사건은 5년이 지나면서, 돈도 힘도 모두 소모가 되었다고 했다.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해서 훌트 변호사 말고도 다섯 명의 변호사를 고용했고, 재판소 로비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했다. 사실 K가 그곳에 갔을 때도 그는 그곳에 있었다. 그에 따르면 피의자들 사이에는 미신 같은 멍청한 말이 있었는데, 피고인의 재판 결과는 그 피고인의 입으로 발표된다고 했다.

    블록은 또 모든 피고인들이 뛰어난 변호사를 원하지만, 그러한 변호사는 알 수도 만날 수도 없다고 했다. 그 때 레니가 돌아왔다. K는 그녀를 무뚝뚝하게 대했다. 그녀는 블록이 하녀 용 작은 방에서 잔다고 했다. 변호사가 원하지 않으면 만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블록은 변호사가 마음이 내키어 갑자기 면담을 허락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에 대비하여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변호사에게 블록은 귀찮은 존재임에 틀림없었다.

    K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변호사를 보았다. 블록은 K에게 자신이 한 말의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다. K가 그렇게 하겠다며, 그러나 그 변호사의 도움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블록과 레니는 그처럼 경솔한 행동은 하지 말라고 했지만, K는 변호사 사물실로 들어간 후 뒤로 돌아 문을 잠갔다.

    변호사가 K에게 레니의 독특한 성격에 관해 알려주었다. 모든 피의자들이 그녀에 대해 유별난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K는 변호사에게 자신의 결정을 알렸다. 변호사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는 K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K는 사건을 다루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며 계속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훌트 씨는 지금처럼 할 것이라고 했다. K는 부유하나 무능력하게 보이는 그가 피고인을 위해 애를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훌트 변호사는 다시 K가 믿게 하려고 했다. 피고인을 어떻게 대하는지 K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걸 보면 K는 지금까지 얼마나 좋은 대접을 받았는지 알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변호사는 레니에게 블록을 데려오라고 했다. K는 블록이 어떻게 조롱을 당하는지, 아무런 힘이 없이 변호사의 손아귀에서 농락을 당하는지 지켜보았다. 블록에 대해 변호사는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듯 보였다.

제9장:

    어느 영향력 있는 이태리 사람이 K가 살고 있는 곳에 왔다. K는 그를 그곳 문화 명소로 안내를 하게 되었다. 본래의 업무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K는 자신을 내치려는 어떤 음모가-경쟁자인 대리가 자신의 문서를 보고,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음모- 아닐까 걱정을했다. 그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것만이 은행에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 사건으로 자신의 에너지가 고갈되기 시작한 이래, 자신의 노력을 갉아먹은 실수를 더욱 경계해야 했다. 그렇지만 그는 무슨 일이든 받아들였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건 자신이 연약하고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K는 일찍 출근을 했다. 전날 밤 이태리어 문법 공부로 인해 피곤한 상태였다. 그 이태리인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이태리어를 구사하는 과장은 그를 K에게 소개하고, 그가 온 뜻을 말했다. 그 이태리인은 사업차 왔고, 그곳의 모든 명소를 보고 싶어 했다. 그가 K에게 10시 정각에 성당에서 만나자고 했다. K는 그 성당에 관한 어떤 지적인 설명을 하려면 몇몇 이태리어 동사가 필요했고, 따라서 약속 시간까지 남은 시간에 그 공부를 했다. 그가 사무실을 떠나려고 할 때 레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현재 바쁘다고 하자 그녀는, 그들이 당신을 괴롭히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기분이 나빴으나 전화기를 놓고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K는 성당으로 가 기다렸다. 이태리인은 아직 오지 않고 있었다. K는 30분 이상을 기다렸으나 그는 오지 않았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고, K는 성당 내부를 거닐거나 가지고 간 사진첩을 보며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수위가 따라오라는 시늉을 했다. K는 잠시 주저하다가 따라가지 않고 본당 회중석에 앉았다. 그는 조그만 제단을 보았는데 설교하기에 불편한 장소로 보였다.

    신부가 제단으로 올랐다. 설교를 할 시간도 아니었고 K와 수위 이외에는 신자도 없었다. K는 사무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설교가 시작되면 자리에서 떠나기 어렵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을 향해 갔다. 뒤로 부터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못 들은 체한 K는 계속해서 걸어 나갔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 신부를 만났다.

    그는 재판소와 관련된 감옥 사역 신부였다. 그가 K를 그곳으로 오게 했던 것이다. 그는 K의 사건이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재판이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K는 그 신부의 말을 믿었다. 그는 그의 조언을 받아 들여, 어려움을 극복하고 법원 판결을 벗어나기를 바랐다. K는 신부에게 제단에서 내려와 달라고 했고, 신부는 그의 말을 따라 내려왔다.

    그들은 함께 회랑을 오가며 걸었다. K는 그 어떤 재판소 사역 성직자들보다 그를 믿는다는 말을 했다. 그는 K가 속고 있다며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가 든 예는 법과 관련한 글에서 발췌한 이야기로, 어떤 시골 남자가 법의 세계로 들어가려고 했으나(법률가가 되려고 했으나), 그 세계의 문지기로부터 번번이 퇴짜를 당했다고 했다. 그가 죽을 때, 그 문은 오직 그 문지기만을 위한 문이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그들은 이 일화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야기 했다. K는 이제 돌아가야 한다며, 그러나 조언이 없어 실망이 크다고 했다. 왜 처음에는 그처럼 우호적이었다가 지금은 그처럼 냉정하냐고 물었다. 이 말에 신부는, 자신은 재판소 사역 신부라는 걸 잊지 말라고 했다. 재판소는 사람들에게 관심도 바라는 것도 없고, 가면 가는가보다 오면 오는가보다 할 뿐이라고 했다.

제10장:

    K의 서른한 번째 생일날, 코트와 모자를 쓴 두 남자가 그에게 찾아왔다. 웃기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따라 나섰다. 거리로 나오자 그들은 K의 팔을 움켜잡은 채, 셋이 한 몸뚱이인 듯 걸었다. 사람이 없는 광장에 이르렀을 때 K는 저항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자세를 취했다. 그때 광장을 건너가는 뷔르스트너 양, 아니면 그녀와 비슷한 모습의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저항을 한다는 것이 부질없다는 걸 알았고 따라서 마지막까지 깨끗한 마음을 갖기로 했다.

    가던 도중 그들은 길을 막으려는 경찰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재빠른 걸음으로 경찰을 따돌려 그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그들은 마을을 벗어나 도시 풍의 어느 외딴집 가까이 있는 버려진 채석장에 이르렀다. 두 남자가 K의 허리를 오랏줄로 묶은 다음 커다란 바위 앞에 세웠다. 그중 한 남자가 코트 자락에서 도살용 칼을 꺼냈다.

    K는 자신을 찌르려 한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찌르지 않았다. 그때 K는 멀리 보이는 그 외딴집 창에 팔을 벌리고 나타난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뜻하는지 K는 몹시 궁금했다. K가 마지막 몸짓으로 그에게 손을 들어, 손가락을 폈다.

    한 남자가 K의 목을 잡았고, 또 한 남자가 그의 가슴에 칼을 꽂은 다음 두 번을 뒤틀었다. 두 남자가 바로 앞에서 자신을 보며 서로 볼을 비비는 모습이 꺼져가는 K의 시선 속으로 들어왔다. 그가 중얼거렸다. “개 같아”. 그를 죽게 한 그 사실이 수치로 남아야 한다는 듯이. (C)

Translated into Korean by Hans Park

for More Readings;

www.beethovenno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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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Kafka: "변신“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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