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론理神論


 이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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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ism

     현대문명은 이성의 산물이다.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면 민주주의라는 관념적인 것으로부터 구체적인 전등불에 이르기까지 이성의 산물이 아닌 것이 없고, 이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음은 이성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유럽 여행을 한 우리 동네 목사님의 여행 후일담을 위한 자리가 있었다. 여행 중 여러 성당과 교회를 방문했고, 너무나 실망이 컸다고 했다. 으리으리한 성당과 교회들이 그처럼 즐비했지만, 미사나 예배 행사에 신도 수가 적고 썰렁하더라는 것이다. 그처럼 신앙이 시들었으니 하느님이 은총을 거두시어, 유럽이 쇠락해가는 거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세례 가톨릭인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드렸다.

     유럽 교회의 쇠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이백 년쯤 전부터의 일이다. 프랑스 대혁명(1789)을 계기로, 그릇된 왕정들이 몰락하였음은 물론 강압적인 가톨릭과 성직제도, 그릇된 도덕, 신학도 모두 함께 붕괴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럽인들이 신을 완전히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루쏘(Jean J. Rousseau, 1712~1778)의 “에밀”을 읽은 이들은 이 책 제4부에서 "자연종교" 라는 용어가 등장함을 안다. 자연종교는 18세기 유럽 기독교 신앙체계를 위협했던 것으로 이신론(Deism)의 다른 말이다. 이신론이라는 용어는 이신론의 아버지 셔베리 (Herbert of Cherbury, 1699~1655)의 저서 “진리에 관하여(De Veritate)"에 처음 등장하는 말로 후일 계몽주의자들은 그의 가르침을 토대로 종교운동을 전개한다. 종교운동이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가톨릭이 아닌 ”자연법칙에 토대한“ 이신론 운동이었다.

     - 루쏘 -

     이신론은 두 가지 생각에 토대했는데 먼저 우주가 명확하고 규칙적인 법칙에 따라 운동하는 것으로 보아 우주는 신의 작품임을 확신했다. 광대한 우주의 섭리를 설명하려면 어떤 위대한 초월자, 창조자가 반드시 있어야함을 이신론자들은 굳게 믿었다. 기독교의 인격신과는 다른 그 초월자가 우주를 창조했고, 우주는 그의 뜻에 따라 만들어진 정교한 자연법칙에 따라 작동한다고 믿었다. 뉴턴의 중력법칙 발견으로 이 신념은 더욱 확고했다. 이신론자들은 교부들의 작품이나 정통 교리에 대한 연구가 아닌 물리적 세계에 대한 연구가 진정으로 종교를 더 잘 이해하는 길임을 믿었다.

     그 다음, 사람은 누구나 천부의 종교적 관념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다. 타고나는 관념이란 초월자에 대한 믿음, 초월자를 경배하는 마음, 도덕적인 삶, 잘못에 대한 회개, 사후의 상벌이 있다는 믿음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관념은 타고 나는 것이지 교회의 가르침으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모두 이 같은 관념을 가진다고 했다. 모든 사람은 신과 이웃에 대해 지켜야 할 어떤 근본적인 의무가 있으며, 현세에서 그 의무의 이행 여부에 따라 사후의 상벌이 결정된다고 믿었다.

     이처럼 이신론은 기성교회가 가르치는 인격신이라든가 신의 말씀 같은 것을 부정하므로써 가톨릭 및 프로테스탄트에 심각한 위협을 주었다. 이신론자 즉, 계몽주의자들은 "자연법칙은 하느님과 무관하게 독립적인 구속력을 가지며 도덕률도 하느님의 존재와는 무관하다" 라고 하므로써 왕의 법과 교회의 법을 부정했던 것이다. 또한 "누구를 막론하고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천부의 신앙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교회의 복잡한 전례와 예배가 필요 없다"라고 했다. 따라서 외형적인 형식에도 냉담했고, 전통 교리라는 것도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논쟁이나 일삼는 쓸모없는 것으로 보았다. 그들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지도 않았고 찬송가를 부르지도, 기도를 하지도, 설교를 듣지도 않았다. 오로지 믿음만이 있었다.

     이신론은 조직화된 종교가 아니기 때문에 성경 또는 공식적인 교리가 없이 다양한 형태의 운동으로 행해졌다. 이신론자들은 성경 상의 이적이나 하느님의 계시를 믿지 않았다. 그것을 믿는 다는 것은 자연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 예수의 부활 등에 코웃음을 쳤다. 자연법칙에 합당하지 않는, 순전히 꾸며낸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신론자들의 신 초월자는 기도에 응답하지 않고 죄라던가 고해성사에도 관심이 없다. 이적도 행하지 않는다. 그는 구약 상의 인격신보다 더 위대한 신이지만 사람들의 생각, 희망, 죄악, 참회 등 인간사에 초연한 신이다. 이신론의 신은 우주의 법칙을 만든 최고의 기술자이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주를 움직이게 한 초월자로, 이 일들을 끝낸 후 다시는 인간사에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독교만이 오직 도덕교육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이신론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편적인 도덕률은 세계 도처, 위대한 문화가 있는 곳에는 어느 곳이건 존재하는 것이지 기독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신론자들은 교회의 권위나 협박에 토대한 신앙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이성에 토대한 논리적인 방법으로 종교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뛰어나다고 했다. 유대교나 기독교나 이슬람이거나를 막론하고 모든 교회는 권력과 이익을 독점하기위해 인간을 노예화하고 협박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도구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자신의 내면에 충실해야 하고 먼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자신에 대한 거짓말이 바로 불신앙이라고 했다.

     계몽주의자이며 이신론자인 토마스 페인(Thomas Paine, 1737~1809)은 -- 그는 "상식론“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사상가이다-- 그의 저서 “이성의 시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의 정밀한 사고가 필요한 대목이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모두 그들의 신이, 어떤 특정 인물에게 특별한 사명을 내렸다는 계시(말씀)를 토대로 성립된 종교들이다. 그 특정의 인물들이란 유대교의 모세, 기독교의 예수, 이슬람의 무함마드(마호멧)이다. 이 세 종교는 모두 신의 계시를 담은 성서를 가지고 있다. 그 계시들은, 유대교는 야훼가 한 말을 모세가 받아 쓴 것이고, 기독교는 성령으로 쓰여 진 것이며, 이슬람 경전 코란은 천사가 하늘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각각 주장한다. 그런데 이를 믿지 않으면 불신자라고 비난한다. 종교에서 신의 계시란 중개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전해지는 신의 말씀을 뜻한다. 신은 전지전능하기 때문에 직접 개개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가 있다. 신이 특정의 사람을 원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제외한 그 특정한 사람에게만 계시를 했다는 말을 사실로서 인정을 한다 하더라도, 그렇다면 그 계시는 그 특정한 사람에게 한 말임으로 그에게만 해당하는 신앙이다. 따라서 그 특정한 사람이 신의 계시를 받아 다른 사람에게, 그 다른 사람이 제3의 사람에게, 제3의 사람이 제4의 사람에게...... 전한다면, 그 전달 과정은 계시(말씀)의 전달이 아니라 다만 소문의 전달에 불과한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중개자의 말과 글을 통해 전해지는 소문을 신의 말씀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며, 나에게 직접 신이 전한 말씀이 아닌 중개자를 통한 이 소문을 나의 신앙으로서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하늘에서 쓴 코란을 천사가 무함마드에게 전했다는 말도, 그 천사를 못 본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말이다. 마리아의 처녀 잉태라는 말도 천사가 한 말로 요셉의 입을 통해 전해진 말이다. 이 말은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이는 중대한 사안이니 만큼 단순한 말의 증거가 아닌 보다 강력한 증거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또 요셉이나 마리아가 어떤 문서로 남겨 놓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 라는 다른 사람들의 말로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이는 소문에 소문이 곁들인 것이며 따라서 그 말을 증거로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신론이 무신론 또는 범신론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무신론자들은 초월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들은 천지창조를 믿지 않는다. 우주가 창조가 된 것이라면, 우주 만물은 자연법칙을 따르는 단순한 물질이기 때문에 그러했다는 것이다. 무신론은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생명체를 단순히 움직이는 물질로 본다. “인간 기계론”을 쓴 라 메트리(La Mettrie, 1709~1751)는, 인간이란 단지 정밀하게 작동하는 기계처럼 여러 생물학적인 부품의 총합이라고 했다. 교회의 주장과는 달리 무신론자들은 영혼과 육체는 같은 것이라고 했다. 고열의 환자가 정신적인 환각에 빠지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했다. 교회의 주장처럼 정신과 육체가 각각 별개로 존재한다면, 육체의 고열이 정신적인 환각을 가져올 리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매우 논리적인 것으로, 어느날엔가 육체로부터 영혼이 분리되어 하나님의 심판을 받는다는 기독교 교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범신론자들 역시 초월자를 믿지 않는다. 범신론자들은 초월적인 존재가 아닌 자연 또는 우주 또는 자연과 우주를 작동시키는 자연 법칙을 신으로 본다. 이신론의 신이 우주를 창조한 어떤 지성intelligence이라고 한다면, 범신론의 신은 “우주를 움직이는 법칙”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범신론이 우주의 법칙을 신으로 보는 반면, 이신론은 유신론이 조금 약화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프랑스 대혁명 이후 지금까지, 대략적인 유럽인들의 신관인 이신론 요약이다.

     신앙심을 가지고 일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좋은 일일 것이다. 다만 그 신앙심은 세상적인 욕망으로부터 자신의 영혼을 구하고 경계하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그 건 신앙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C)

Written by Hung S. Park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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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문화연구 센터에서 발표한 American Worldview Inventory 2021에 의하면, 미국 성인의 약 40%는 ‘도덕적 치료 이신론’(Moralistic Therapeutic Deism)의 세계관을 포용한다고 합니다.

    이는 ‘하나님을 인간의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로 믿으며, 도덕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며, 착한 행동을 통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고, 삶의 보편적 목적은 행복과 자신에 대한 좋은 느낌을 갖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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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러한 세계관은 성경적 세계관과 상충되는 것으로, 미국 교회에서는 성경적 세계관과 진리관이 회복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외칩니만, 미래세대(14세~34세)라고 일컬어지는 이 젊은이들은 '예수'는 좋아하지만 '기독교인'은 절대적으로 싫어서 교회 나가기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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