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1984
by
George Orwell
<Synopsis>
~~~~~~~~~~~~
주제: 전체주의가 초래하는 위험.
등장 인물:
윈스턴 스미스 Winston Smith;
지적이고 연약한 39세의 하급 당원. 전체주의를 증오하며 혁명을 꿈꾸는 인물.
줄리아 Julia;
윈스턴의 연인. 진실부 허구국에 근무하는 흑발의 아름다운 여인. 실용적이고 낙천적인 인물.
오브라이언 O’Brien;
알 수 없는 강력한 권력의 엘리트 당원. 반당 혁명 조직 형제동맹 회원으로 윈스턴이 오해한 인물.
빅 브라더 Big Brother;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 오세아니아 지배자. 도처에 걸려 있는 그의 초상화 밑에는 “빅 브라더가 너를 보고 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전제적 지배자. 감시 도구인 텔레스크린에 언제나 얼굴이 나타나 있는 인물.

채링턴 Mr Charrington;
윈스턴이 세들어 살고 있는 중고품 상점주인. 친절한 인품에 윈스턴의 반당 혁명을 지원하는 듯했지만 실제로는 비밀 사상경찰.
사임 Syme;
진실부에서 윈스턴과 함께 근무하는 동료. 언어 전문가로 “신언어 사전” 편찬 업무를 맡고 있는 인물.
파슨스 부인 Mrs Parsons;
윈스턴 이웃의 멍청한 부인. 청소년 스파이 동맹 회원인 자식들에게 반역자로 몰리는 여인.
이마뉴엘 골드슈타인 Emmanuel Goldstein;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으나 중요한 인물. 형제동맹의 전설적인 지도자. 당지도자였으나 당을 떠난 인물. 오세아니아에서 가장 반역적이고 위험한 인물로 지목되는 인물.
~~~~~~~~~~~~~~~~
제I권:
제1장
1984년 4월 어느 추운 날, 윈스턴 스미스라는 이름의 남자가 빅토리 맨션이라는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 자기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가냘프고 연약해 보이는 서른아홉 살의 그 남자는, 오른 쪽 발목의 정맥류성 궤양으로 인해 계단을 오르는 게 힘겨웠다. 엘리베이터는 항상 고장이 나 있어 사용할 수가 없었다. 계단을 오르면서 그는 층마다 걸려 있는 커다란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를 보았다. 얼굴 밑에는 "대형(빅 브라더)이 너를 보고 있다"라는 문구와 함께.
윈스턴은 거대 국가 오세아니아의 일부인 에어스트립 원을--한때 영국이라고 불린--통치하는 전체주의적 정치 조직인 당의 하급 당원이다. 기술적으로 그는 지배계층에 속했으나, 그의 일상은 여전히 압제적인 당의 정치적 통제를 받고 있었다.
그의 아파트에 설치된 텔레스크린은 낭랑한 목소리로, 무쇠 생산과 관련한 사람들 명단을 발표하고 있었다. 그 스크린을 통해 끊임없는 선전선동을 토해내고, 사상경찰이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는 스크린을 뒤로한 채 창문을 통해 진실부를 내다보았다. 그가 선동선전 직원으로 일하는 그곳은, 역사 기록을 당의 시각으로 재편하는 곳이다. 당의 도구인 각 부에 대한 생각도 해보았다. 평화부는 전쟁을 수행하는 부서이며, 풍요부는 경제적 결핍을 계획하고, 무시무시한 사랑부는 증오 활동을 수행하는 부서이다.
텔레스크린에 달린 서랍으로부터 윈스턴은 최근에 구입한 작은 일기장을 꺼냈다. 그 일기장은 비교적 당의 감시를 덜 받는 프로레타리아(Prole: 무산자) 구역의 중고품 판매 상점에서 산 것이다. 프로레타리아로 불리는 그곳 주민들은 가난하고 보잘 것이 없어, 당은 그들을 당의 권력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지 않았다. 일기를 쓰는 일은 당에 반역행위라는 걸 알았지만, 윈스턴은 일기를 썼다. 그 전날 본 영화에 대해서 썼다. 그는 진실부 허구국에 근무하는 흑발의 여인에 대한 자신의 호오감정을 생각해보았다. 그가 당의 적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엘리트 당원 오브라이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그 전날 있었던 "2분 증오 시간"도 기억했다. 당 선동요원이 오세아니아의 적들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겨 대중을 광적으로 몰아넣은 모임이었다. 증오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윈스턴은, 자신이 빅 브라더를 증오한다는 걸 알았고 오브라이언의 눈빛에서도 그 증오를 읽었다.
윈스턴은 일기장을 보며, 자신이 “빅 브라더 타도”라고 반복해 써놓은 걸 알았다. 사상범죄를-가장 용서할 수 없는 죄-저지른 것이다. 조만간 사상경찰이 들이닥칠 터였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2장
자신의 일기를 검열하기 위해 사상경찰이 왔다고 생각한 그는, 겁에 질려 문을 열었다. 그러나 같은 아파트 이웃인 파슨스 부인이었다. 남편이 외출 중이고, 하수구가 막혔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그는 청소년 스파이인 파슨스 부인의 자녀들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자신을 사상범으로 고발을 했기 때문이었다. 청소년 스파이국은 당에 충성스럽지 않은 어른들을 감시하는 어린이 조직이다. 그러한 어른들을 적발하여 수시로 체포했다. 파슨스 부인조차도 그러한 일에 몰두하는 자기 자식들을 두려워했다. 그날 저녁 공원에서 있을 당의 정적 몇 사람을 공개 교수형에 처하는 현장에 파슨스 부인이 못 가게 하자,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소동을 피웠다. 아파트로 돌아온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어둡지 않은 곳에서 만나자" 라는 말이었다. 그는 일기장에 사상범죄는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쓴 다음 그것을 감추었다.
제3장
윈스턴은 침몰하는 배에 어머니와 함께 있는 꿈을 꾸었다. 약 20년 전 정치적 숙청 때 실종된 어머니에 대해 이상하게도 자신이 책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황금 국가”라고 불리는 어느 곳에 관한 꿈을 꾸었다. 흑발의 소녀가 옷을 벗고 자유롭게 그에게로 달려오는 꿈이었다. 그 자유란 다른 말로 당의 파멸을 뜻했다. “셰익스피어”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잠에서 깼다. 도대체 그 말이 어디로부터 와 입에 올랐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텔레스크린으로부터 귀를 찢는 듯한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공무원들의 잠을 깨우는 기상 호루라기 소리였다. 이제 집단 체조 시간이었다. 원을 그리는 괴이한 운동이었다.
혼자 운동을 하면서 윈스턴은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 거의 기억이 나질 않았다. 과거 자신의 신체에 관한 사진이나 문서가 없기 때문에, 기억만으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유라시아나 이스타시아 같은 다른 나라들과 오세아니아의 관계를 생각해보았다. 공식적인 역사에 따르면 오세아니아는 유라시아와는 전쟁을, 이스타시아와는 동맹 관계를 맺어 왔다. 그러나 그 기록이 바뀌었음을 알았다. 1960년 이전에는 당의 지도자 빅 브라더에 관해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또한 그에 대한이야기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도 알았다.
이러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텔레스크린으로부터 그의 이름을 부르며, 집단 체조에 참여하지 않은 그를 꾸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윈스턴은 진땀을 흘리며 허리를 굽혀 발끝에 손을 대는 운동을 했다.
제4장
윈스턴은 근무처인 진실부 기록과로 출근을 했다. 그곳에서 그는 말을 받아쓰는 기계를 가지고 일을 하고, 오래된 문서를 파기하는 일을 한다. 빅 브라더의 명령과 당의 지시를 새로운 상황에 맞추어 기록하는 일이다. 빅 브라더에게 오류란 있을 수가 없다. 에어스트립 원의 시민들은 식품을 절약하도록 강제 당하고 있었지만, 어느 때보다도 많은 배급을 받고 있다는 선전에 속아 그 말을 믿고 있었다. 이제 윈스턴은 한때 빅브라더의 동지였으나 이제는 종적을 알 수 없는 “시들어 버린 동무”에 대한 1983년의 기록을 바꾸어야 했다. “시들어 버린 동무”는 당의 적으로 처형되었기 때문에, 그를 충성스런 당원으로서 칭송하는 문서를 남길 수가 없었다.
윈스턴은 “시들어 버린 동무”를 “오길비(Ogilvy: 스코틀랜드 고원족의 별칭)”라는 이름의 가공인물로 바꾸었다. “오길비 동무” 는 윈스턴이 상상으로 만들어낸 인물이지만, 이상적인 당원 동지로 섹스를 싫어하고 누구든지 의심을 하는 인물이다. “시들어 버린 동무”는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았다. 이 세상에 없었던 자이다. 길 건너 작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틸롯슨이라는 남자를 본 윈스턴은, 진실부 업무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많은 공무원들이 당의 이념에 맞추어 역사를 수정하고 있었다. 궁핍한 프로레타리아들을 잠재우기 위해 야만적인 허튼 소리를-심지어 음화조차도-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제5장
윈스턴은 사임이라는 매우 지적인 당원과 일을 하게 되었다. 사임은 오세아니아 국어인 “뉴스피크” 사전 개정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상의 폭을 좁혀 사상범죄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뉴스피크”의 목적이라고 했다. 독립이라던가 반역적인 생각을 표현하는 단어는 존재할 수 없고, 반역은 물론 반역이라는 생각조차도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들은 윈스턴은, 그의 지성이 어느 날엔가 그를 없애버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가 땅딸막한 열성 당원 파슨스 씨가--제2장에서 등장한 파슨스 부인의 남편--나타나 윈스턴에게, 곧 있을 “증오 주간” 행사에 기부를 좀 하라고 했다. 지난 번 자기 자식들이 괴롭힌 일을 사과는 했지만, 아이들의 정신을 공개적으로 자랑했다.
풍요부가 돌연 확성기를 통해 생산 증가에 관한 발표를 했다. 열광적인 발표였다. 윈스턴은 초컬릿 배급을 20그램으로 올리겠다는 발표가 사실은 이전보다 줄어든 양임을 알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즐거워하는 듯했다. 그는 감시당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흑발의 여인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가 당 스파이라는 생각에 두려웠다.
제6장
그날 밤 윈스턴은 기억을 더듬어 프로레타리아 창녀와 가졌던 마지막 성행위를 일기에 기록했다. 그는 당이 섹스를 싫어하며, 성행위로부터 얻는 즐거움을 제거하는 것이 당의 목표라고 생각했다. 모든 결혼은 당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당에 헌신하는 아이들을 생산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허락되었다. 성교는 정 떨어지는 시답잖은 일로 설사제처럼 여겨졌다. 윈스턴의 전처 캐더린은 섹스를 싫어했고 따라서 그들은 아이들을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이혼도 한 것이다.
그는 즐거운 성관계를 열망했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당에 대한 반역이었다. 그가 상대한 프로레타리아 창녀는 늙고 추했지만 어쨌든 성행위를 했다고 일기에 기록했다. 일기에 기록을 했다고 해서 자신의 분노와 우울함 또는 반항심을 제거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있는 힘껏 욕설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제7장
윈스턴은 무산계급으로부터 당에 반대하는 혁명이 일어났으면 하는 희망을 일기에 적었다. 당이 내부로부터 붕괴한다는 건 불가능했고, 전설적인 혁명 단체인 “형제 동맹”도 강력한 사상경찰을 무너뜨릴 수단이 없었다. 무산대중은 오세아니아 전체 인구의 85퍼센트에 달하여, 경찰을 압도할 수 있는 힘과 인력을 쉽게 모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무지함과 동물적인 삶은, 반란을 일으킬 만한 동기도 관심도 없었다. 실제로 그들 대부분은 당의 압제 하에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윈스턴은 어린이 역사책을 통해, 이 세상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당은 이상적인 도시 건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가 살고 있는 런던은 무너져가고 있었다. 전기가 부족하고 빌딩들은 퇴락해가고 있으며, 주민들은 가난하고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믿을 수 있는 공식 기록이 없으니 과거에 대해 어찌 생각해야할지도 몰랐다. 당은 문맹률도 어린이 사망률도 낮아지고 모두 좋은 식품을 배급 받고 있으며 누구에게나 좋은 주택이 공급되고 있다고 했지만, 윈스턴은 그러한 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또한 그 주장들은 전적으로 당의 기록이기 때문에 사실을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윈스턴은 당이 거짓말을 한 하나의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1960년대 중반에 문화계의 저항이 있었고, 이로 인해 그 주모자들이 모조리 체포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윈스턴은 그들이 체스넛 스리 카페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당으로부터 소외를 당한 당원들이었다. 그들이 노래를 했다. “도토리 나뭇가지 아래, 나는 너를 팔고 너는 나를 팔았노라”라는 가사의 노래였다. 그들 중 라더포드라는 당원이 그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윈스턴은 그 장면을 잊지 않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그는 뉴욕을 방문 중인 그 당원들 사진을 보았다. 그들이 유라시아에서 반역을 저질렀다고 하는 시간과 같은 시간대의 사진이었다. 겁에 질린 그는 사진을 찢어버렸다. 그렇게 해서 그의 뇌리에는 당의 부정직성이 그대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윈스턴은 자신의 일기를 오브라이언에게 보내는 편지로 생각했다. 이름 말고는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지만, 그에게는 자신과 같은 독립심과 저항의 뜻이 있다는 걸 알았다. 모든 진실의 기록을 통제하는 당을 생각하며 윈스턴은 당이 당원들에게 진실을 증언하는 눈을 감고 귀를 막으라는 요구를 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진정한 자유란 2+2는 4라고 말할 수 있는, 보고 느낀 대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고 믿었다.
제8장
윈스턴은 프로레타리아 거주 구역을 걸어가며 보통 사람들의 단순한 생활을 부러워했다. 바에 들려 어느 노인을 만났다. 과거를 알만한 노인이었다. 당이 주장하듯 지난 날 주민들이 악덕 자본가들에게 착취를 당했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노인은 기억이 흐릿하여 대답을 못했다. 윈스턴은 무산자들이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고, 그들이 과거를 잊고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슬퍼했다.
윈스턴은 일기장을 샀던 중고품 상점을 들려 핑크색 산호가 들어 있는 문진文鎭을 샀다. 주인 채링턴 씨가 그를 안내하여 위층으로 올라갔다. 텔레스크린이 없는 그 방에는 성 클레멘트 성당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옛 시를 생각나게 하는 그림이었다. “성 클레멘트 성당의 종은 오렌지와 레몬을 말하고, 성 마르틴 성당은 네가 내게 세 푼 빚을 졌다고 하네” 라는 시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윈스턴은, 청색의 당 제복을 입은 흑발의 여인을 보았다. 분명 자신을 미행하고 있었다. 겁이 난 그는 그녀를 돌멩이나 주머니 속 문진으로 공격해볼까도 생각해보았다. 서둘러 집에 도착한 그는, 체포되기 전에 자살을 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사상경찰에 체포된다면 고문을 당해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꿈속에서 오브라이언이 말한 암흑이 없는 곳에 대한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달랬다. 혼란에 떨어진 그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어, 동전 위 빅 브라더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당의 구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노예제도”, “무지는 힘”이라는.
제II권:
재1장
어느 날 아침, 윈스턴이 사무실을 벗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긴 복도 맞은 편 끝 밝게 빛나는 곳으로부터 어떤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검은 머리의 여인이었다. 중고품 상점에서 그녀를 쫓아갔던 날 이후 4일째 되던 날이었다. 그녀는 오른 손에 새총을 들고 있었다. 그의 앞 4미터 정도 거리에서 그녀가 넘어졌다. 그가 달려가 일으켜 세웠고, 그녀는 그에게 “사랑 한다” 고 쓰인 종이쪽지를 건넸다. 윈스턴은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그녀는 자신을 감시하는 요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파슨스 부인이 와 “증오 주간”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 여인이 주고 간 종이쪽지를 생각한 윈스턴은, 갑자기 살고 싶다는 강열한 욕망이 솟구쳤다.
신경이 곤두선 채 며칠을 보내다가 윈스턴은 점심 식사 시간에 검은 머리의 여인과 같은 식탁에 앉게 되었다. 타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낮은 목소리로 빅토리 광장에서 만날 약속을 했다. 그곳은 군중들 사이에 섞여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 곧 그들은 그곳에서 만나, 성난 군중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한 무리의 유라시안 죄수들을 보았다. 흑발의 여인은 그에게 둘만의 데이트가 가능한 장소의 주소를 주었다. 패딩턴 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야하는 시골이었다. 그들은 남의 눈을 피해 잠깐 손을 잡았다.
제2장
시골에서 만난 그들은, 자신들의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윈스턴은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자신의 신변을 감시하는 스파이로 여기지 않았다. 숲속에 도청기가 설치되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나 그녀가 말하기를, 길가에는 도청기가 있을 수 있으나 숲속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나무들이 무성하지 않아 도청기를 숨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줄리아라고 하며 “앤티-섹스 동맹” 어깨띠를 찢어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곧 사랑을 나누었다. 윈스턴이 꿈꾼 열정적인 성행위였다. 지금까지 그런 경험이 있었느냐고 그가 물었다. 그녀는 많은 경험이 있었다고 했다. 그녀의 말에 기쁨을 느낀 윈스턴은, 그녀가 많은 남자들과 관계를 맺었음으로 더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그 만큼 많은 당원들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걸 뜻했기 때문이었다.
제3장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런던으로 돌아갔다. 일상으로 복귀한 것이다. 그 후 그들은 몇 주에 걸쳐 만났다. 무너져 내린 교회 터에서 만났을 때 줄리아는, 다른 서른 명의 여자들과 함께 호스텔에서 산다는 말을 했다. 처음 저지른 불법적인 섹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윈스턴과는 달리 대규모 반란에는 관심이 없었다. 다만 즐기기 위해, 당을 속이는 재미로 섹스를 한다고 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당은 섹스를 금지하고 있는 바, 이로 인한 대중의 성적 좌절을 빅 브라더에 대한 열광적인 숭배와 당의 적대자들을 향한 증오심으로 유도하는 것이 당의 정책이라고 했다. 윈스턴은 언젠가 전처 캐더린과 함께 산책을 하던 중, 그녀를 절벽 밑으로 밀어버릴 생각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녀와 자신의 생명을 억누르는 압박감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밀어버리든 말든 문제될 것이 없었다고 했다.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었다.
제4장
윈스턴은 채링턴 씨 상점 2층 작은 방을 둘러보았다. 줄리아와 함께 보내기 위해 세를 낸 곳이었다. 그곳을 선택한 것이 좀 어리석은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밖을 내려다보니 누군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6월의 태양 아래, 사납게 생긴 여인이 팔뚝을 걷어붙인 채 빨래 통과 빨래 줄을 오가며 아기 기저귀로 보이는 빨래를 널고 있었다. 빨래 고정을 위한 클립을 입에 물 때 말고는 우렁찬 콘트랄토로 계속 불러대고 있었다. 그 노래는 지난 몇 주 동안 런던에서 유행하던 노래였다. 음악국에서 프로레타리아를 위해 배포한 여러 노래들 가운데 하나였다. 윈스턴과 줄리아는 각자 “증오 주간”행사 준비로 바빴다. 그녀를 만날 수 없어 윈스턴은 울적했다. 그녀와 노년의 부부로서 여유롭고 로맨틱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했다.
줄리아가 설탕, 커피, 빵을 가지고 왔다. 엘리트 당원만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사치품들이었다. 그녀가 화장을 하자 그 아름다음과 여성다움에 윈스턴이 압도를 당했다. 밤이 되어 줄리아는 침대 근처에서 쥐를 한 마리 보았다. 무엇보다 쥐를 무서워한 윈스톤은 정말 겁에 질렸다. 그러는 그에게 줄리아는 그 더러운 동물을 없애 버리겠다고, 다음에 올 때 석고를 가져와 구명을 막아버리겠다고 했다. 그들은 함께 성 클레멘트 성당 노래를 불렀다. 줄리아는 어느 날엔가 그 성당의 오래된 그림을 깨끗이 하겠다고 했다. 그녀의 눈에 문진이 들어왔다. 윈스턴은 과거와 관련이 있는 물건이라고 했다. 그녀가 가버리자 그는 그 크리스탈 문진을 들여다보며, 그녀와 함께 영원히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상상을 했다.
제5장
윈스턴의 예언대로 사임이 실종되었다. 그가 실종된 사흘 후 윈스턴은 무슨 소식이 않을까 해서 “기록국”으로 가, 사임이 근무했던 체스 위원회 직원 명부를 보았다. 명부는 과거와 똑 같았으나 한 이름이 빠져 있었다. 그러니까 사임은 당초 그 위원회 직원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증오 주간” 축제를 준비하던 중 런던에는 여름 더위가 찾아왔다. 파슨스 부인은 곳곳에 장식 리본을 걸었고, 그 집 아이들은 새로운 축제의 노래인 “증오의 노래”를 불렀다. 윈스턴은 채링턴 씨 가게 윗방이 점점 싫어졌다. 만일 줄리아와 결혼을 한다면 캐더린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신분을 바꾸어 프로레타리아가 되는 상상도 해보았다.
윈스턴은 줄리아와 “형제 동맹”에 관해 토론을 했다. 그는 오브라이언에게 느끼는 동질감도 이야기를 했다. 줄리아는 전쟁이라던가 당의 적인 이마누엘 골드슈타인은 당이 조작한 인물로 생각된다고 했다. 그녀는 위험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다만 가치 있는 일이라야 한다고 했다. 신문 쪼가리에나 실릴 일은 싫다고 했다. 이에 윈스턴은, 비록 당장은 이루어질 수 없더라도 여기저기 저항의 싹을 틔어 놓으면 사람들이 결속하고 점점 자라 다음 세대에는 그 뜻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다음 세대라는 말에 줄리아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미국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윈스턴은 그녀에게 허리 아래 반역도라고 했다(즉, 남성들과 성관계를 갖으며 동시에 청교도적인 위선에 반항하는 자라는 뜻). 이 눈부신 재치의 말을 들은 그녀는 팔을 들어 기뻐하며 그를 안았다.
제6장
오브라이언이 윈스턴을 찾아왔다. 윈스턴은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리부” 복도에서 잠깐 그를 만나는 동안 윈스턴은 기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사임에 대해 언급한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에게 어느 날이고 찾아오면 “신언어 사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윈스턴은 그와의 만남이야 말로 자신이 처음으로 혁명을 생각했던 날부터 시작한 인생 행로가 계속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 행로가 자신을 “사랑부”로 데려가,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우울한 생각도 들었다. 그러한 운명을 받아들일 것이지만, 어쨌든 오브라이언의 주소를 알게 되었음은 기쁜 일이었다.
제7장
어느 날 아침, 잠이 깬 윈스턴의 눈에 눈물이 그득했다. 무슨 일인지 줄리아가 물었다. 꿈속에서 어머니를 보았다고, 그 때까지 윈스턴은 어머니의 죽음은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지나간 일들이 기억 속에 떠올랐다. 아버지가 어디론가 가버린 후,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은 공중 폭격을 피하기 위해 지하 대피소에서 굶기를 밥 먹 듯하며 보낸 시절이었다. 초컬릿 배급이 있던 어느 날 그는 세 사람에게 돌아갈 몫의 초컬릿을 훔쳤다. 물론 어머니의 꾸지람이 있었다. 어머니가 그 초컬릿을 조금 떼어 여동생에게 주었다. 윈스턴은 그 초컬릿을 다시 빼앗아 그 자리를 도망쳐 나왔다. 거리를 헤매며 초컬릿을 다 먹은 그는, 부끄러운 생각에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어머니와 누이동생은 눈에 보이질 않았다.
살림살이는 그대로였다. 그 후 그는 어머니의 생사를 모르고 있었다(초커릿 절도범으로 체포되었을 수도 있다는 뜻). 아마 강제노동 수용소로 갔을 수도 있었다. 동생은 고아원 아니면 역시 어머니와 함께 강제노동 수용소로 갔을 것이다. 그는 인간의 감정을 말살시켜온 당을 정말로 싫어했다. 프로레타리아는 아직 인간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줄리아나 자신 같은 당원들은 비인간적이 되어야 함으로, 억지로라도 감정을 억눌러야 했다.
자신과 줄리아는 체포되어 고문을 받고,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두려움에 떨었다. 채링턴 씨 상점 위 셋방도 쉽사리 체포당할 수 있는 곳이었다. 조바심이 난 그들은, 고문을 당하면 틀림없이 자백을 할 것이지만, 그런 경우에도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자고 했다. 안전을 위해 그 방을 떠나야 하나, 떠날 수가 없었다.
제8장
두 사람은 위험한 여행길에 올라, 오브라이언을 만났다. 근사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오브라이언은 놀랍게도 텔레스크린을 껐다. 그가 당의 감시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한 윈스턴이 대담하게도 줄리아와 자신은 당의 적대자들이며, “형제 동맹”에 가입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오브라이언은, “형제 동맹”은 실제로 존재하는 조직으로 이마뉴엘 골드슈타인도 실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오브라이언은 그들에게 혁명가를 가르쳐줌으로써, 그들을 반란의 대열에 참가시켰다. 오브라이언이 포도주를 따라주었다. 그가 잔을 들며 무엇을 위해 건배해야 할지를 물었다. 사상경찰의 몰락을, 빅브라더의 죽음을, 미래를 위해서이냐고 물었다. 이에 윈스턴은 과거를 위해 건배하자고 했다.
줄리아가 자리를 뜨자 오브라이언은, 골드슈타인의 저서 “혁명 선언” 을 윈스턴에게 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곧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 장소가 어둠이 없는 곳이냐고 윈스턴이 묻자, 오브라이언은 “어둠이 없는 곳”을 중얼거리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 말이 뜻하는 바를 이해하는 듯했다. 그리고 더 이상 질문이나 전할 말이 없느냐고 반문했다. 그 말에 윈스턴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 순간 윈스턴은 어머니가 마지막 생활을 했던 어두운 침실, 채링턴 상점 위층 작은 방, 크리스탈 문진, 장미목 사진틀에 박힌 강철 조각이 생각났다. 오렌지와 레몬으로 시작되는 “성 클레멘트의 종”이라는 시가를 들어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오브라이언은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매우 진지한 태도로 그 시를 읽었다.
오렌지와 레몬을 말하네 성클레멘트 성당의 종들이,
내 돈 3전 빚졌지라고 하네 성 마르틴 성당의 종들이,
언제 갚을 거야? 라고 하네 올드 베일리 성당의 종들이,
부자가 되면, 하고 답하네 쇼어디치 종들이.
......
마지막 구절이 무었이냐고 윈스턴이 묻자 오브라이언은, 대답없이 그에게 어서 가라고 했다. 윈스턴이 그 자리를 떠나자 오브라이언은 다시 텔레스크린을 켰다.
제9장
주당 90시간을 일하고 난 후 윈스턴은 대단히 피곤했다. “증오의 주간” 여섯째 되던 날 시가행진이 있은 후 연설과, 함성, 노래 등의 행사와 더불어 유라시아에 대한 증오심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행사 마지막 날, 2천명의 유라시안 전쟁 포로들을 처형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돌연 전쟁은 유라시아가 아닌 이스타시아와 싸우는 중이며, 유라시아는 동맹국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오세아니아는 현재도 과거에도 유라시아와 전쟁을 한 적이 없었고 적대 관계도 아니었다는 발표였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그렇다는 말만 떠돌았다. 그 때 윈스턴은 런던 중앙 광장에 있었다. 시간은 밤이었는데,거리에는 얼굴에 하얀 칠을 한 사람들과 붉은 기로 넘쳐나고 있었다. 광장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그 중에는 스파이 제복을 입은 1천 명 가량의 어린이들도 있었다. 붉은 천을 드리운 단상 위에서는 몇 올의 흩어진 머리카락만 남은 대머리의 가냘프고 키가 작은 엘리트 당원이 키에 어울리지 않는 긴 팔을 휘두르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단신의 룸펠슈틸츠킨(Rumpelstiltskin: 사람을 선동하여 그릇된 일을 저지르도록 하는 악한 요정)인 그는 증오의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한 손으로는 마이크를 잡고, 뼈만 남은 다른 팔 끝 커다란 손을 고양이 발톱처럼 오그린 채 머리 위로 치켜들어 흔들어대고 있었다. 마이크가 만들어낸 그의 우렁찬 금속성 목소리는 살인, 잔인, 추방, 약탈, 강간, 고문, 시민에 대한 폭력, 거짓 선전 선동, 공격, 조약의 파기 등 같은 단어를 끊임없이 토해내고 있었다. 미치지 않고서는 그의 말을 듣기가 불가능했다. 바로 그때 군중들로부터 분노의 소리가 끓어오르더니, 수천의 짐승들 목구멍으로부터 나오는 통제 불가능한 울부짖음인 듯, 그 소리에 룸펠슈틸츠킨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가장 사나운 외침은 아동들로부터 나왔다. 그때 사자가 와 연단위의 연사에게 종이쪽지를 건넸다. 그가 그 쪽지를 읽었다. 오세아니아가 유스타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순간 사람들의 동요가 일었다. 광장을 가득 메웠던 유라시아를 적으로 한 깃대와 포스터들이 모두 틀려버린 것이다. 사람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곧 골드슈타인의 요원들 작전이 시작되었다. 벽에 붙어 있던 포스터들을 뜯어내고, 깃발은 찢어 발로 밟았다. 골드슈타인의 요원들이 지붕으로 올라, 굴뚝에 걸린 깃발들을 찢어 내렸다. 연단 위 연사는 아직도 마이크를 잡은 채 또 다른 손은 머리 위로 흔들어대며, 등을 구부려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는 계속 연설을 했다. 증오의 행사는 변함없이 계속되었다. 다만 증오의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채링턴 씨네 2층 방으로 돌아 온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이 준 골드슈타인의 저서 “과두적 집산集産주의의 이론과 실제“를 읽었다. 진부한 그 책의 각 장 제목은 ”전쟁은 평화“ 라던가 ”무지는 힘“ 같은 당의 강령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최근의 역사에 등장하는 계급 즉, 상위층, 중간층, 하류층, 당내 엘리트 당원, 일반 당원, 프로레타리아 등 사회적 계급에 대한 이론서였다. 유라시아는 러시아가 모든 유럽 국가들을 통합하여 만든 나라이고, 오세아니아는 미국이 영제국을 흡수하여 만든 국가였다. 여타의 남은 나라들로 이스타시아가 만들어졌다. 이 세 나라들은 모두 상위 계층의 권력 유지를 위하여, 끊임없는 국경 분쟁에 백성들을 몰아넣고 있었다. 두 나라가 동맹을 맺어도 남은 한 나라를 굴복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전쟁은 지지부진 했다. 전쟁은 지배계층이 대중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의 삶이 어떤지를 모르도록 하는 행위로, “전쟁은 평화”라는 구호는 바로 이 단순한 사실을 말하는 거였다.
윈스턴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줄리아가 들어와 그의 품에 안겼다. 그가 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기뻤다. 침대에서 함께 30분을 뒹군 후 그들은, 밖에서 들려오는 “붉은 팔의 여인”이 부르는 노래 소리를 들었다. 그는 줄리아에게 골드슈타인 책의 한 구절을 읽어주었다. 역사에 대한 통제는 당의 중심 과업이라는 말이었다. 엘리트 당원은 비록 자신들이 기록한 역사가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전쟁 심리를 추구함에 있어 가장 열정적인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는 줄리아가 잠든 것을 알자, 깊은 지혜가 들어 있는 말이라는 듯 “육체의 건강은 통계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제10장
다음 날 아침 윈스턴이 침대에 누워 있는데, “붉은 팔의 여인(다산과 강한 생명력의 하층 계급을 상징하는 프로레타리아 여인)”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줄리아도 잠이 깨었다. 윈스턴이 창문을 열고 내다 본 후 그 여인을 칭송했다. 그러한 여인들이 생산한 의식이 있고 독립적인 후손들이 당의 통제라는 고삐를 벗겨줄 것으로 생각했다. 비록 자신들은 불행하지만 그 여인이 미래로 가는 열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윈스턴과 줄리아는 “우리들은 죽은 자들”이라고 했다. 그때 “너희들은 죽은 자들”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 클레멘트 교회 그림 뒤 숨겨놓은 텔레스크린으로부터 들려온 소리였다. 밖으로부터 신발 소리가 들려왔다. 집이 포위가 된 것이다. 귀에 익숙한 성 클레멘트 시가의 마지막 구절 “네 침대를 비출 촛불이 여기 있네/네 목을 자를 작두도 여기 있고”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창문이 흔들리고, 검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이 크리스탈 문진을 박살냈다. 윈스턴을 발로 걷어차고 줄리아에게 폭행을 가했다. 넋을 잃은 윈스턴은 몇 시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채링턴 씨가 방으로 들어와 누군가에게 깨어진 문진 파편을 집어 들라고 했다. 윈스턴은 텔레스크린으로부터 들려온 소리가 그의 목소리라는 걸 알았다. 그는 바로 사상경찰이었던 것이다.
제III권:
제1장
윈스턴은 언제나 불이 켜져 있는, 아무것도 없이 밝기만한 좁은 방에 앉아 있었다. 그가 원한 대로, 마침내 어두움이 없는 곳에 있게 된 것이다. 4개의 텔레스크린이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는 임시 구치소로부터 그 방으로 이감이 된 것이다. 그 구치소에서 뚱뚱한 프로레타리아 여인을 만났는데, 그 여인은 입에 가득한 맥주를 윈스턴의 얼굴에다 뿜었다. 그리고 이름을 물었다. 스미스라고 말하자, 자신도 스미스라며 아마 그의 어머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에 윈스턴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제수용소에서 20년이란 세월은, 사람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독방에 앉아 자신을 구타하고 체포한 자를 생각하고, 그로 인한 육체적 쇠약으로 줄리아를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곧 철문이 열리며며 번쩍거리는 검은 가죽 제복을 입은, 밀납으로 만든 듯한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의 젊은 장교가 나타났다. 그는 교도관에게 데리고 온 죄수를 들이라고 했다. 시인 앰플포스가 감방 안으로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그리고 철문이 쇳소리를 내며 다시 닫혔다.
앰플포스가 탈출구를 찾는 듯 여기저기 방안을 서성였다. 아직 윈스턴이 있다는 걸 모르는 듯했다. 윈스턴 머리 위 1미터 가량의 벽을 응시했다. 신발을 신지 않은 발은, 크고 더러운 발가락들이 양말을 뚫고 내밀고 있었다. 며칠 동안 면도도 못한 듯했다. 덥수룩한 수염이 얼굴 전체를 덮고 있었다. 큰 키에 조바심을 내는 행동은 불량배에게나 어울릴 풍모였다. 윈스턴을 본 그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키플링의 시집을 발간했다고 했다. 시의 운을 맞추기 위해 God로 끝을 맺었다고 했다. rod로 해야 하는데 운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것이 죄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곧 무시무시한 101번 방으로 끌려갔다. 알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무시무시한 곳이었다. 허세를 부렸던 이웃 파슨스 부인도 잡혀왔다. 바로 그녀의 자식들에 의해 사상범으로 몰린 것이다.
굶주림과 폭력, 난도질 속에서 윈스턴은 “형제 동맹”이 면도칼을 보내주어 자살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꿈은 그로 하여금 혁명을 꿈꾸게 한 오브라이언이 오자 산산조각이 났다. 윈스턴이 비명을 지르듯 당신도 체포되었느냐고 하자, 그는 자신이 “사랑부” 작전 요원이라고 했다. 그때 오브라이언의 뒤에 서 있던, 가슴이 떡 벌어진 교도관이 경찰봉으로 윈스턴의 팔꿈치를 가격했다. 윈스턴은 참기 힘든 고통 앞에서 영웅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2장
오브라이언의 윈스턴에 대한 고문이 시작되었다. 윈스턴의 죄는 자신의 기억과 역사를 통제하는 당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당이 하는 일은 무조건 100% 받아들이라는 말이었다. 오브라이언이 고통의 강도를 높이자 윈스턴은 그가가 진실이라고 믿는 무엇이든 받아들이기로 했다. 고문을 중단하자 고마운 마음조차 들었다. 심지어 그가 고통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오브라이언은, 현재 윈스턴은 제정신이 아니며 고문이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오브라인언은 당이 완전한 고문 시스템을 완성시켰다고 했다. 종교재판이나 나치, 소련이 행한, 정적을 순교자가 아닌 적으로 제거하는 제도라고 했다. 인민이 보는 앞에서 그 존재가 끝나는 제도라고 했다.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의 말을 받아들였다. 자신의 기억을 부정하고, 이중적인 생각을 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그는 줄리아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었다. 이에 오브라이언은, 줄리아가 그를 배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윈스턴이란 사람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형제 동맹”에 대해 묻자 오브라이언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101번 방에서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느냐고 윈스턴이 묻자 오브라이언은 곧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3장
몇 주간에 걸친 심문과 고문 끝에 오브라이언은 당의 목적이 무엇인지 윈스턴에게 물었다. 이에 윈스턴은 당의 이익을 위해 프로레타리아를 지배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다시 고문이 시작되었다. 오브라이언은 절대적이고 무한하며, 무제한한 권력이 당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했다. 윈스턴은 아무리 당이라 할지라도 하늘의 별이나 우주를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오브라이언은, 현실적으로 인간의 마음이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당은 인간의 마음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에게 거울을 보라고 했다.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늙고 뼈만 남아 있었다. 윈스턴이 울며 그러한 지경에 이르게 한 오브라이언을 탓했다. 이에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이 일기를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 일기가 가져올 결과를 알았으리라고 했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이 줄리아를 배반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했고, 이에 대해 윈스턴은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이 곧 치료를 받을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결국 누구든 총살을 당한다고 했다.
제4장
얼마 후 윈스턴은 보다 편한 방으로 이감이 되었고, 고문도 좀 줄었다. 줄리아와 어머니 그리고 “황금 국가”를 말한 오브라이언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 몸무게도 좀 늘고, 조그만 목판에 글을 쓸 수 있도록 허락도 받았다. 결국 혼자의 힘으로 당에 저항한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도 알았다. 이제 당의 슬로건을 믿으려고 애를 썼다. “자유는 노예”, "둘 더하기 둘은 다섯“, ”신은 바로 권력“이라고 목판에 썼다.
어느 날 윈스턴은 발작적으로 줄리아의 이름을 불러댔다. 그러한 행동은 오브라이언의 고문을 불러 온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당에 대한 내면의 깊은 증오심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 증오심을 자신도 깨닫지 못할 정도로 감추고자 했다. 따라서 총살을 당하더라도, 빅 브라더를 향한 가슴 속 증오심은 개인적으로는 승리를 뜻했다. 그러나 그 감정을 숨긴다는 건 불가능했다. 오브라이언이 교도관들과 함께 왔을 때, 윈스턴은 빅 브라더를 증오한다는 말을 했다. 이에 오브라이언은 빅 브라더에게 복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를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교도관들에게 명령하여 윈스턴을 101번 방으로 데리고 가라고 했다.
제5장
101번 방, 오브라이언이 윈스턴을 의자에 묶어 놓은 다음 그의 머리를 죔쇠로 조였다. 윈스턴은 움직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오브라이언은 그 방에 “이 세상 끔직한 물건은 모두 다 있다”고 했다. 그리고 윈스턴에게 최악의 악몽 즉, 한쪽 벽에 쥐들이 있는 암흑의 방을 생각나게 하는 말을 했다. 그리고 커다란 쥐들이 가득한 상자를 윈스턴의 옆 벽에 걸어놓았다.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쥐들이 쏟아져 내려 윈스턴의 얼굴로 떨어져 파먹게 되어 있었다. 꿈틀 거리는 굶주린 쥐들이 윈스턴 바로 옆에 있게 된 것이다. 윈스턴이 비명을 지르며 자기가 아닌 줄리아를 고문하라고 했다. 이는 줄리아를 포기한다는 말이고 이는 바로 O’Brien이 원했던 바이다. 이제 그의 영혼이 파괴 되었다는 말과 같았다. 이 같은 배신의 말에 만족한 듯 오브라이언은 그 상자를 치웠다.
제6장
윈스턴이 석방 되었다. 그는 해고된 당원들이 가는 체스넛 트리 카페에 앉아 있었다. 그는 빅토리 진을 마시고 텔레스크린을 보았다. 그는 이제 당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코에서 쥐 냄새가 났다. 식탁 위 먼지에다 2+2=5라고 썼다. 그 해 3월 어느 추운 날 만났던 줄리아를 생각했다. 살이 찌고 뻣뻣했던 그녀, 그녀와 가졌던 섹스도 기억했다. 그녀와는 서로가 배신자였고,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만 관계를 지속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서로가 관심이 없었다. 그는 그 노래 가사가 들리는 듯했다. “도토리 나뭇가지 아래, 그대는 나를 팔고 나는 그대를 팔았네” 라는 가사는, 수년 전 그가 정치범들을 목격했을 때 들은 노래였다. 그가 울기 시작했다. 어머니 그리고 누이동생과 함께 했던 때가 그리웠다. 그러나 그 기억은 사실이 아닌 것이어야 했다.
그는 텔레스크린 상의 거대한 빅 브라더의 얼굴을 보았다. 그 검은 수염 아래 가려진 미소의 뜻을 그가 알아내는데 40년이 걸린 것이다. 얼마나 잔인하고 불필요했던 오해였던가! 얼마나 고집스러워,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그처럼 마음대로 벗어나 있었던가! 진 냄새가 나는 눈물 방울이 코 양쪽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나 투쟁도 끝이 났고, 이제 모든 것이 잘 된 것이다. 자신도 이기고,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c)
Translated into Korean
by Hung S. Park
~~~~~~~~~~~~~~~~~
George Orwell : 동물 농장 참고
이 책은 무려 70년 전에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현실을 소름끼치게 정확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ReplyDelete아직 오지 않은 미래 시대인 1984년을 디스토피아적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몇몇 세부 사항만 바꾸면 2018년의 자화상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소름끼치도록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4가지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This comment has been removed by the author.
Delete첫째,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세상.
ReplyDelete볼펜 보다도 작아진 몰래 카메라와 스마트폰, 길거리에 흔히 보이는 전광판들과 CCTV 등 우리 주변을 둘러싼 기기들을 생각해보면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세상이 현실에 도래했다는 걸 실감합니다.
둘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위에 있는 섬뜩한 문구는 <1984>에 나오는 집권당의 슬로건입니다. 과연 우리의 역사는, 우리의 기록은 잘 보전되고 있는지? 현재 권력을 가진 자가 과거를 바꾸고, 미래를 지배하기 위해 과거를 조작하고.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셋째, 아무것도 질문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
ReplyDelete지금의 세상에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이런 맹목적인 증오를 불러 일으키는 자들이 있지는 않은지. 노인과 젊은 층을 서로서로 증오하며 반목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도 저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생각을 해야 합니다. 질문을 하고, 의심을 해야 합니다.
넷째, 언어로 생각을 통제한다.
언어는 생각을 하는 도구입니다. 우리는 ‘언어’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언어를 통제하게 되면 사람들의 생각도 통제를 할 수 있죠. <1984>에서 ‘신어(Newsepak)’라는 것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사고를 통제하고 있듯이, 현 세상에서도 많은 언론과 미디어에서 허깨비와도 같은 단어들로 사람들의 생각을 붙잡고, 검열을 하게 만들고, 결국 그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This comment has been removed by the author.
ReplyDelete지아님,
ReplyDelete댓글 고맙습니다. 그 동안 개인 사정으로 작업을 중단했습니다.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