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아스 그레이스
Alias Grace
by
Margaret Atwood
<Synop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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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그레이스 마아크스 Grace Marks;
소설의 주인공. 살인 공범으로 수년간 복역을 하는 인물. 그녀가 무죄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으나, 유죄 또는 광인으로 보는 사람도 있음.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여인.
조던 Dr. Simon Jordan;
미국인 의사. 뇌질환과 신경 손상에 관심을 갖는 인물. 그레이스의 기억상실 치료에 관심이 있는 의사.
마리아 휘트니 Mary Whitney;
그레이스의 친구.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부유층의 무능에 비판적인 인물. 힘든 일과 인내를 통해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고 믿는 여인.
토마스 킨니어 Mr. Thomas Kinnear;
부유한 홀아비. 그레이스가 모신 집 주인. 그레이스에게는 친절했으나, 하녀 낸시 몽고메리와는 잠자리를 같이하는 인물. 마부 맥더모트에게 살해당하는 인물.
낸시 Nancy Montgomery;
킨니어 씨 집 하녀. 그레이스에게 친절하나 때로는 연적으로 생각하는 여인. 킨니어와 함께 살해 당하는 인물.
맥더모트 James McDermott;
킨니어 씨의 마부. 무뚝뚝하고 도발적인 인물. 킨니어와 낸시를 살해한 후 그레이스와 함께 미국으로 도주하는 남자. 유죄를 받아 교수형에 처해지는 인물.
제레미아 Jeremiah Pontelli;
옷과 연장 등 살림살이를 파는 행상. 뒤퐁 박사라는 가명으로 등장하는 인물.
제이미 왈쉬 Jamie Walsh;
킨니어 씨네 이웃의 어린 소년. 그레이스와 충돌을 하고 낸시의 요청으로 자주 피리를 부는 인물. 법정에서 그레이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인물.
베링거 목사 Enoch Verringer;
장로교 목사. 그레이스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 영국에서 교육을 받은, 신부에서 목사로 개종한 인물.
리디아 Lydia;
교도소장의 딸. 그레이스의 무죄를 믿는 인물. 자기 집 하녀로 일하는 그레이스에게 친절하고 관대한 인물. 베링거 목사와 결혼하는 여인.
퀴넬 부인 Mrs. Quennell;
여성 해방론자. 교도소장 관저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여인.
뒤퐁 박사 Dr. Jerome DuPont;
퀴넬 부인의 지인으로 뉴욕에서 온 인물. 신경 마취 전문의. 그레이스는 뒤퐁 박사를 자기의 친구인 제레미아 폰텔리가 변장한 인물로 알고 있음.
험프리 부인 Mrs. Rachel Humphrey;
조단의 하숙집 주인 겸 연인. 알코홀 중독자 험프리 소령의 부인. 험프리는 그녀를 무일푼으로 남겨 놓은 채 행방불명이 됨.
도라 Dora;
험프리 부인의 하녀. 조던과 험프리 부인의 정사를 소문내는 여인.
자넷 Janet;
와든의 딸. 그레이스를 감옥으로부터 뉴욕의 자기 집으로 데리고 오는 인물.
파킨슨 부부 Alderman Parkinson;
그레이스의 가족이 토론토에서 처음으로 만난 저명 가정의 부부.
맥켄지 Mr. Kenneth MacKenzie;
그레이스의 변호사.
배너링 박사 Dr. Samuel Bannerling;
토론토 정신 병원 원장. 그레이스가 환자로 입원 시 성폭력을 가하는 인물. 그레이스를 살인범으로 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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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I부:
이 소설은 주인공 그레이스 마크의 1인칭 진술로 시작한다. 때는 1851년이었다. 그레이스는 곧 스물네 살이 될 터인데, 이미 8년간을 감옥에서 보내고 있다. 다른 죄수들과 대열을 이루어 함께 걸으며 그녀는 땅을 내려다보고, 돌 틈 사이로 피어오른 짙은 붉은색 모란꽃들에 시선을 보냈다. 모란꽃을 보면 그녀는 킨니어라고 하는 이름의 남자 집 정원에 피었던 하얀 모란꽃들과 그 꽃들을 잘라 바구니에 담았던 낸시라는 이름의 여인이 생각났다.
계절은 4월임으로 모란꽃이 필 수 없었다. 꽃 한 송이를 만져보니, 옷감으로 만든 조화였다. 그레이스가 얼굴을 들어보니 낸시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낸시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자비를 구하듯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낸시는 그레이스가 항상 부러워 한 금귀고리를 걸고 있었다. 과거와는 달리 그레이스는 낸시가 금귀고리를 잃지 않도록 그녀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킨니어 씨도 일찍 돌아와 응접실에서 휴식을 취했고, 제임스 매더모트는 마구간으로 가 말을 탔다. 그레이스가 다가가자, 낸시는 짙은 붉은 색 모란 꽃잎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촛불을 든 남자가 계단을 향해 가는 그레이스의 길을 막았다. 그녀는 함정에 빠졌다는 느낌이 들었고, 다시는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그레이스가 의사 조던에게 한 말이다.
제II부:
킨니어 씨는 낸시와 사랑에 빠져 있었고, 그녀에게 값비싼 선물을 아낌없이 주었다. 한편 그레이스는 킨니어 씨를 사랑했는데, 맥더모트는 그러한 그녀에게 마음이 갔다.
그레이스는 맥더모트에게, 낸시를 죽이는 일을 도와주면 연인이 되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맥더모트는 도끼로 낸시의 머리를 쳐 실신을 시킨 다음 지하실로 끌고 가, 그레이스와 함께 수건으로 그녀의 목을 졸랐다. 맥더모트는 킨니어 씨도 죽이고 싶어 했다. 그레이스는 낸시의 죽음만을 원했기 때문에 킨니어를 살해하는 데 반대했다. 킨니어 살해는 자기 혼자 힘만으로도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맥더모트는 그녀에게 당초의 약속을 지킬 것을 주장하며, 킨니어 씨의 가슴을 쏘아 살해했다.
그레이스와 맥더모트는 그 집을 샅샅이 뒤져 값나가는 물건들을 훔친 다음, 온타리오 호수를 건너 미국으로 도주했다. 그러나 당국이 그들을 추적하여 체포를 했던 것이다. 그레이스는 사건에 자신이 개입했음을 부인하고 살해 현장도 본 바가 없으며, 맥더모트의 강제에 못 이겨 함께 도망을 쳤다고 했다. 그러나 맥더모트는 그레이스의 간청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맥더모트는 교수형을 받아 처형되었고, 그레이스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만일 그레이스가 참회하고 회개한다면 부활을 하여 천국에 이를 것이라며, 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제III부:
사건 후 16년이 지난 1859년, 그레이스는 16년을 복역한 것이다. 최근 수년간 그녀는 수형 생활이 좋아 그에 대한 특별 보상으로, 주간에는 주립 감화원 원장의 관사에서 하녀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관사 청소를 하며, 자신의 재판에 대해 썼던 언론 기사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변호사였던 케네스 맥켄지 씨가, 자신의 진술을 실제로 믿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레이스는 원장 부인의 거실에 혼자 앉아 의사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 방에 있어 본 적이 없었는데, 알더만 파킨슨 부인이 생각났다. 알더만 부인은 그녀에게, 남자가 앉았던 자리에 금방 여자가 앉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유를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마리아 휘트니가 말하기를, 남자의 엉덩이 열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장의 아내는 자주 모임을 가졌는데, 모임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이 좋은 옷을 입은 젊은 여인들이었다. 그 옷들은 뻣뻣한 재질의 옷감으로 만들어졌는데, 그러한 옷을 입은 엉덩이가 상좌에 앉을 수 있는지가 그레이스의 의문이었다. 그레이스는 유행 옷을 입은 여인들을, 어렸을 적 아일랜드에서 본 해파리와 같다고 생각했다. 해파리처럼 모든 여인들이 흐느적거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인들은 다른 손님들과 마찬가지로, 격주 간 모임을 위해 그 집으로 온 것이다. 화요일이 되면 개혁적인 정신의 남녀들이 모여 사회적, 정치적인 주제에 관해 토론을 하는 것이다. 목요일에는 심령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차를 마시며 죽음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자신은 이름이 알려진 살인자임으로 그레이스는, 그들이 자신을 보려고 오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레이스가 자리를 뜨면 그녀들은 원장의 아내에게, 어떻게 살인자와 함께 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레이스는 또 그녀들이 자신과 비교하여, 그녀들도 자신들이 죄수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자에 조용히 앉아 기다리며 그레이스는, 검진이 늦어짐을 걱정했다. 원장의 아내에 따르면, 의사는 그레이스의 머리 치수만을 재려고 할 것이며, 그 일은 별로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사가 도착하자 그레이스는, 그를 본 적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가 비명을 질렀고 잠시 히스테리가 일기도 했다. 그러자 그들은 그녀를 다시 감옥에 가두었다.
감옥으로 돌아 온 그레이스는, 수 년 동안을 보낸 정신병원 생활이 생각났다. 그곳에는 미친 여자들, 미친척하는 여자들이 있었다. 그레이스는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지 않았으나 그곳에 갇혀, 함부로 대하는 그곳 직원들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 특히 의사 배너링이 생각났는데, 그는 “정신 치료”라는 미명하에 그녀를 성폭행했던 것이다.
그레이스는 감방에 같인 채 며칠 동안 급식도 제한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어떤 젊은이가 들어서며, 자신은 의사 사이먼 조던이라고 했다. 그레이스는 그에게 전공이 뭐냐고 물었고, 그는 대답 대신 성경의 욥기를 들어 말했다. 그레이스는 그 말뜻을 모르는 체 했다. 그가 사과를 한 개 주며, 사과에 대해 무슨 생각이 드느냐고 물었다. 그가 특정한 대답을 원한다고 생각한 그레이스는, 그 질문에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의 사연을 듣고 싶다고 했고, 그녀가 저지른 살인에 관해, 그녀가 잊고 있는 기억을 되살리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거짓말을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 말에 그는 당황했으나, 협조를 하는 한 그녀에게 해로울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제IV부:
의사 조던은 어머니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아들의 결혼을 희망하는 내용이었다. 또 의사로서 그의 일을 걱정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는 동료에게 “미지의 영역(a terra incognita)" 즉 미개척 분야인 인간의 정신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적은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정신 병원의 의사였던 사무엘 배너링은, 그레이스가 고질적인 거짓말쟁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조던에게 보내기도 했다.
소설의 화자는 조던의 의학 공부에 대해, 그리고 그의 부친의 돌연사에 관한 진술을 한다. 부친의 면직공장 실패로 인해 조던은 정신 병원을 세우려고 했으나, 그 역시 달성 불가능한 꿈으로 보였다.
조던은 험프리 시장의 집에 머무르고 있는 중이었다. 책상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그는, 감옥에서 처음 본 그레이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유럽의 정신 병원에서 본 히스테리 환자 같았다. 그러나 그녀를 다시 본 그는 그녀가 완전히 다른 모습, 침착하고 냉정하며 광기가 없다는 걸 알았다. 그녀에 대해 자신은 냉정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녀 도라가 아침 식사를 가지고 왔다. 조던은 마음속에 내키지 않는 이미지가 하나 떠올랐다. 도라가 푸줏간에 매달린 돼지로 보였다. 설탕을 발라놓은 햄 같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연상 작용 “도라-돼지-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돼지”는 “도라”와 “햄”을 연결 짓는 단어이다. 즉, 광인이란 연결어가 없이 연상을 하는 사람이라는 게 조던의 이론이다.
이야기는 그레이스로 되돌아간다. 두 명의 교도관이 그녀를 호송하며 짓궂고, 성적인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로 빈정대었다. 이제 그녀는 원장의 집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다. 오후에 닥터 조던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그를 보자 그녀는 혼자 감방에 앉아 있는 느낌이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조던이 몇 가지 질문을 하고 그녀의 대답을 기록하자, 그녀는 자신의 진술과 반대 심문을 기록했던 재판정이 생각났다. 그녀는 조던에게 한 자신의 대답이 모두 옳다는 생각에 계속 이야기를 했다.
어느 날 조던은 이노치 베링거 신부를 만나러 갔다. 신부는 조던에게, 자신이 그레이스의 무죄를 증명하는 경우, 그녀의 석방을 탄원하는 일에 힘을 보태달라고 했다. 이에 조던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과학과 종교 간의 긴장 관계에 대해 토론하고, 아울러 그레이스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일이 어렵다는 말도 했다. 베링거 신부는 워든 스미스가 그레이스를 성폭력한 사실도 이야기를 했다. 이 성폭력으로 그레이스는 잠시 이성을 잃고 미친 듯 보여, 투옥 후 곧 정신병원으로 가게 되었다고 했다.
베링저 신부와 헤어진 후 조던은 곧 그레이스를 만나기 위해 원장 집으로 갔다. 그곳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 여러 가지 초자연적인 일들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던은 저명한 심령술사인 퀴넬 부인과, 신경최면술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제롬 뒤퐁 박사를 만났다. 조던은 뒤퐁박사를 신뢰하지 않았으나, 뒤퐁박사는 그레이스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노력하는 조던에게 관심을 보였다. 한편 원장의 딸 리디아 양은 조던을 유혹했고, 조던은 그녀와의 결혼을 원하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리디아는 그레이스가 기다리고 있는 침방針房으로 조던을 안내했다. 그레이스의 체취를 맡은 그는 혼란이 일었다. 그녀에게 시시콜콜한 말을 늘어놓았던 지난번과는 달리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고는, 숨김없이 허심탄회한 대답을 하도록 유도했다.
*제V장:
그 후 아흐레가 지나 그레이스는 조던에게서 면도용 비누 냄새가 났음을 기억했다. 그 냄새는 그녀로 하여금 어떤 확신을 느끼게 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레이스는 “로그 캐빈"을 수놓고 있었다. 여성이면 누구나 결혼 전 배워야 하는 수예라고 했다. 조던은 그녀에게, 독창적인 수를 놓으라면 무슨 수를 놓겠느냐고 물었다. ”천국의 나무“가 가능할 것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냥 애매한 대답을 했다.
-Log Cabin-
조던은 지난밤 무슨 꿈을 꾸었느냐고 물었고, 그레이스는 낯모르는 어떤 남자가 팔뚝에서 잘려나간 손을 사 달라고 애원하는 꿈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다만 깨끗한 마루에 피가 떨어질까 걱정을 했다는 것이다.
조던은 그레이스의 진술을 토대로 살인이 발생했던 시점부터 진술서를 작성했다. 그는 그녀가 제임스 맥더모트와 미국으로 도주했을 때, 왜 마리아 휘트니라는 가명을 썼는지를 물었다. 이에 그레이스는, 마리아는 오래 전에 죽은 친한 친구 이름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다음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자신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모친은 어느 영국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었는데, 그 남자는 결혼 전에 이미 저지른 성관련 죄를 감추기 위해 그녀와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가 빠져 나올 수 없는 함정에 빠진 관계가 되었고, 결국 슬하에 자손 열둘을 두게 되었다고 했다. 그레이스는 그 중 둘째였고, 살아남은 형제는 아홉이었다고 했다.
그레이스의 부친은 고정적인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웠고, 그나마 버는 돈은 술로 탕진했다고 했다. 폴린 이모가 임신을 할 때까지 조카들을 양육했다고 했다. 로이 이모부가 애를 써, 결국 그레이스의 가족이 대서양을 건너 캐나다에 정착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대서양을 건너던 중 선상에서 그레이스의 가족은 최악의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승객들은 갑판에 오르는 것이 제한되어, 대부분의 시간을 선실에 갇혀 지냈다고 했다. 좁은 공간에 서로 몸을 부딪치며, 악취를 견뎌야 했다고 했다. 2~3주가 걸리는 뱃길에서 그레이스의 모친은 병에 걸려 사망했고, 그 시신은 바다에 버려졌다고 했다.
이 때 같은 이민자인 펠란 부인이 그레이스를 도왔다. 부인은 그레이스 모친의 영혼이 배에 갇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이 모두 잠겨 있었기 때문에, 영혼이 빠져 나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여행이 끝날 무렵, 그레이스의 어머니가 침대에 걸어놓았던 바구니가 떨어지면서, 그 속에 담아놓았던 귀중품이 쏟아져 깨지고 말았다. 그레이스는 폭풍우 속에서도 안전했던 그 바구니가 떨어진 것은 배에 갇힌 어머니의 영혼이 노하여, 그렇게 했으리라고 믿었다.
토론토에 도착하자 그레이스의 부친은 미망인 버트 부인의 집에 방을 세내었다. 버트 부인은 그레이스의 가족에게 관대하게 대했고, 아내를 잃은 그레이스 부친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술로 돈을 탕진하자 버트 부인은 그간의 관대한 태도를 바꿨다.
그레이스는 무책임한 아버지를 경멸하기 시작했고, 그를 살해하는 끔찍한 망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는 곧 그레이스에게 가서 돈을 벌어오라고 했다. 버트 부인의 도움으로 그레이스는 앨더만 파킨슨 부인의 가정부로 취직을 하게 되어, 가족을 떠나게 되었던 것이다.
제VI장:
조던은 바다를 향해 열려 있는 문이 달린 복도를 따라 걷는 꿈을 꾸었다. 바닷물이 홍수가 되어 부친의 소유물이었던 여러 가지 물건을 휩쓸어 오는 꿈이었다. 잠이 깬 그는, 바로 그 전날 그레이스가 한 이야기가 그 꿈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또한 꿈이 뜻하는 바에 관한 현대의 학문적 이론을 생각했다.
험프리 부인이 조던의 아침 식사를 가지고 왔고, 그는 부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가 졸도를 한 것이다. 그는 그녀를 침대로 옮겨 소생을 시키고자 했다. 그때 그는 어떤 강렬한 성적 욕망을 느꼈다. 그는 그러한 욕망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고, 문명인과 야만인의 차이란 백지장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조던은 부인에게 누구를 불러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부인은 부를만한 아무런 친구가 없다고 했다. 월급을 주지 않아 도라도 떠났다고 했다. 이에 조던은 그녀의 어려운 재정문제를 돕기 위해 두 달 치 월세를 미리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조던을 만나자 그레이스는, 그가 좀 위축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리디아 양을 위해 판도라의 상자를 본 뜬, 새로운 수예품을 수놓기 시작했다고 했다. 조던은 그녀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판도라의 상자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희망을 바닥에 깔고 이세상의 모든 혼돈을 담은 상자 이야기를 알고 있던 그녀에게 놀랐던 것이다.
그레이스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앨더만 파킨슨 부부의 기품이 있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 집에서 같은 하녀인 마리아 휘트니를 만나 친구가 되었던 것이다. 마리아는 아름답고, 옷차림이 단정했던 친구였다. 마리아는 자신보다 상위 계층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면 존경하는 태도로 예절이 발랐지만, 사적인 모임에서는 거친 말로 부유한 사람들을 헐뜯었다.
마리아는 그레이스를 돌보았고, 그녀가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었다. 가가호호를 방문하며 판매하는 잘생긴 행상 제레미아 폰텔리로부터 산 단추를, 새로 산 드레스에 다는 일도 도와주었다. 첫 월경 때도 세심한 지도를 해주기도 했다. 그녀의 첫 월급날 아버지가 나타나 채가려고 하자, 마리아가 겁을 주어 쫓아 버리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그레이스는 아버지 소식을 다시는 들을 수가 없었다.
마리아는 그레이스가 일을 익히도록 도왔다. 주로 세탁과 자잘한 물건들을 수리하는 일이었다. 하녀가 되려면 보통 사람과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보아야 한다는 말도 했다. 예를 들어 주인의 눈에 띄지 않으려면, 후원의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앞 계단은, 주인이 하인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있는 것, 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마리아 역시 남자들 특히 부유한 남자들을 불신하는 말을 했다. 그녀의 여러 민주적인 생각 가운데 여러 가지를 그레이스는 기록해두었다.
그러한 생활 속에 세월이 흘러 그 다음해 봄 마리아는 임신을 했다. 결혼을 약속한 어떤 남자를 만났는데, 약속을 어기고 자신을 홀로 남겨둔 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마리아가 이야기를 하진 않았지만 그레이스는, 아기의 아버지가 앨더만 파킨슨 씨 부부의 아들들 가운데 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 가운데 조지는 방학 중 토론토에 머무르며, 마리아를 꼬드겼던 것이다.
마리아는 어느 돌팔이 의사의 진료를 받고자, 그 비용을 위해 그레이스에게 돈을 빌렸다. 그레이스는 마리아가 수술 후 극심한 고통 속에 집까지 걸어가도록 도왔다. 그레이스는 그녀가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날 밤 마리아는 죽었다.
그 다음날 마리아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그레이스는 마리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방문을 열라”는 소리였다.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생각하며 그레이스는 문을 향해 달려갔다. “집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는 마리아의 목소리가 또 들렸다. 그레이스가 정신을 잃었다. 열 시간 후 그녀가 다시 깨어났고, 집 주위를 돌며 마리아가 어디로 갔는지 통곡을 하며 물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이성을 잃은 채 미쳤다고 두려워했다.
제VII장:
조던은 원장의 집을 나서며, 그레이스가 졸도하여 초래된 문제점을 생각해보았다. 무엇보다 기억력에 결함이 있는 듯했다. 다른 결함이 있다면, 그것은 그녀의 기억을 되살리면 알 수 있을 터였다. 그는 길을 걸으며, 정신세계의 신비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조던은 베링거 목사를 만나 그레이스 문제를 이야기했다. 그녀가 기억을 상실했다는 말에 목사는 큰 관심을 보였으나, 의사는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들은 그레이스가 이미 겪은 히스테리에 관해 수잔나 무디가 연극조의 언어로 쓴 보고서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조던을 다시 만난 그레이스는, 인근 장로교회 묘지에 마리아를 묻은 이야기를 했다. 마리아가 죽은 후 어떻게 다시 일자리를 찾아 몇몇 가정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왓슨 부인의 집에서 일을 할 때에는 낸시 몽고메리를 만났는데, 낸시는 왓슨 부인의 요리사의 친구로, 그 댁을 방문했던 것이다. 낸시는 리치몬드 힐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토마스 킨니어라는 남자의 가정부로 일을 하고 있으며, 자기 일을 도울 보조자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마리아의 친구인 그레이스를 생각하게 되었고, 좋은 임금을 제안하여, 그렇게 해서 그레이스는 그 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레이스는 마차를 타고 리치몬드 힐로 갔다. 킨니어 씨가 그녀를 마을 주막에서 만나,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왔다. 정원에서 모란꽃을 자르고 있는 낸시의 모습이 그레이스의 눈에 들어왔다. 그레이스는 이웃에 사는 제이미 왈쉬 소년, 장작을 패고 있는 사나운 모습의 마부 제임스 맥더모트도 만났다. 그 집에 대한 인상이 또렷했고, 그 후 여섯 달이 지나 자신과 제이미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죽을 것이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그레이스는 킨니어 씨 집의 특이한 모습과 내부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상하게도 낸시의 침실은 킨니어 씨의 침실과 같은 층에 있었다. 킨니어 씨의 침실에는 나신의 여성 그림 두 점이 걸려 있는 것도 이상했다. 그레이스는 또한 낸시의 고급스러운 의상과 보석류, 그리고 맥더모트의 끊임없는 불평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레이스가 그 집에 도착한 바로 그 다음 날, 그녀는 일찍 일어나 일을 하기 시작했다. 맥더모트가 마구간 위 그의 방에서, 춤을 추며 구르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달걀을 가지러 닭장으로 갔다가 그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맥더모트는 우스갯 소리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레이스는 “그가 웃을 때면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라고 했다.
낸시가 그 자리로 왔는데, 킨니어 씨가 마실 차를 들고 있어 그레이스를 놀라게 했다. 그러한 일은 하녀의 일이지, 집사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낸시는 그레이스에게 그 일을 시켰다. 그레이스가 찻잔을 들고 킨니어 씨의 침실로 가 보니, 그는 커튼이 내리워진 침대에 아직 누워 있었다. 그녀가 다시 부엌으로 돌아와 그 말을 하자 낸시는 “그는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같은 날 오후 낸시와 그레이스는 킨니어 씨의 침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달랐다. 그레이스는 칠면조 털의 부채를 들고 있는 여인의 나체 그림에 대해 낸시에게 물었다. 낸시는 그 그림이 성경에서 말하는 “수잔나와 노인들(Susannah and the Elders)”을 그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레이스는 성경에 그런 말이 없다고 했다. 그때 킨니어씨가 나타나, 그레이스의 말이 옳다고 했다. 그리고는 낸시가 다림질한 셔츠에 대해 불평을 했다. 단추도 떨어져 나갔다고 했다. 그가 한 이 두 번의 불평으로, 그레이스에게 낸시는 단도처럼 보였다.
다음 날 그레이스는 맥더모트와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며, 그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주의 깊게 들어보니, 어딘가 세세한 부분에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하인들이 정원에 모인 자리에서 제이미가 피리를 불었다. 그때 맥더모트가 담장 위를 뛰어 달려왔다. 낸시는 그가 주목을 받기 위해 그런다고 했으나, 그레이스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는 체 했다.
제VIII장:
그레이스는 독자들에게 지난날의 경험을 진술한다. 아침이 되면 아름다운 핑크 빛 일출이 있었지만, 감옥의 창문이 높아 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녀는 목격하지 않은 아름다운 일출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잠옷으로 갈아입으면, 그녀의 귀에는 제이미 왈쉬가 연주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그 선율이 틀린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의 일출이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는 걸 말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듯이, 왈쉬의 선율에 관해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말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했다.
그레이스는 또한 아침 식사 전 성경 봉독 중, 동료 여죄수가 그녀의 넙적 다리를 꼬집은 일도 이야기했다. 그레이스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꼬집은 것이다. 그 전날 그 동료 여죄수는 그레이스를 “의사의 애완동물”, “썩어빠진 창녀”라고 부르기도 했던 것이다. 감옥에서 그레이스는 이러저러한 사소한 일로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했다.
그날 저녁 늦게 두 명의 교도관이 그레이스를 호송하여 원장의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들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농담 삼아 그레이스에게 섹스를 하자고 했으나, 그레이스가 단호한 거절을 했음에도 계속 성적인 말로 수작을 걸었다.
원장의 집에서 그레이스가 만난 조던은 쓸쓸해 보였다. 그레이스는 그에게 그 전날 밤 꾼 꿈 이야기를 했고, 그 말을 들은 그는 귀를 쫑긋했다. 그녀는 모란꽃을 닮은, 커다랗고 붉은 꽃을 꾼 꿈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독자에게는, 그 꽃이 천으로 만들었으며 꿈속 이야기도 아니라고 했다. 조던은 곧 그레이스의 말을 받아썼고, 그녀는 자신이 한 말의 진실성을 그가 깨달을 수 있을지, 그의 능력에 의심이 든다고 했다. 모든 남자들처럼 그도 흔히, 어떤 사물이 진실 이상의 것을 뜻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던이 자리를 뜨자 리디아가 들어와 그레이스와 대화를 나누었다. 리디아는 제롬 뒤퐁 박사를 존경한다고 했다. 뒤퐁 박사는 “신경 최면술”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런 다음 조던에 대해 말을 했는데, 리디아는 그와 함께 차를 마시며, 정신 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했다. 그레이스는 조던이 리디아에게 관심이 없을 것이고, 따라서 어떤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을 했다.
그 다음 날에도 그레이스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어느 일요일 낸시와 함께 교회를 갔는데, 많은 신도들이 자신들을 냉대했다고 했다. 그 주말 경 맥더모트는 낸시가 알려준 일을 그레이스에게 말했다. 노한 그가 말하기를 낸시는 창녀이며,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위해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에 그레이스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낸시가 그 동안 킨니어 씨와 함께 잠을 잤고, 또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레이스는 조던에게 이제 낸시를 존경할 수 없으며, 그녀와의 관계가 나빠져 가고 있다고 했다. 맥더모트도 그녀를 싫어하여 죽이고 싶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조던은 그레이스에게 맥더모트를 믿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조던은 그레이스가 낸시를 독살할 계획으로 맥더모트의 도움을 요청했다는 말을 그가 하더라고 했다. 이에 그레이스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레이스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녀의 생일날 오후 낸시가 선물을 주었다고 했다. 이제 어찌할 바도 모르고, 가족이 있는 곳도 모르고, 세상에 홀로 남았다는 생각을 하며 과수원 길을 걸었다고 했다. 절망 속에 주저앉아 잠이 들었는데, 제이미 왈쉬가 다가와 잠을 깨웠다고 했다. 그는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연인이 되어 달라고 했다. 이 말에 속으로는 기뻤으나, 거절을 했다고 했다.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오니, 킨니어 씨가 망원경을 든 채 베란다에 서 있더라고 했다. 그리고는 과수원의 그 남자가 누구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 목소리가 이상했고, 감시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레이스가 킨니어 씨 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2주 후, 행상 제레미아가 방문을 했다. 그레이스는 그를 주방으로 불러들여, 음료수를 대접했다. 제레미아는 킨니어 씨와 하녀들 간의 부적절한 관계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레이스의 안전이 걱정된다며, “미래는 현재 속에 숨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 도망을 치자고 했다. 결혼을 해줄 거냐고 그레이스가 묻자, 그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함께 도망 갈 수 없다고 거절했다. 바로 그때 맥더모트가 나타나, 제레미아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제레미아는 아무 말 없이 맥더모트에게 네 벌의 셔츠를 사라고 권했다. 후일 재판에서 혼란을 가져온 바로 그 셔츠, 그레이스가 조던에게 말한 그 셔츠였다.
며칠 후 의사가 와서 킨니어 씨를 진찰했다. 진찰이 끝난 후 킨니어 씨는 낸시에게 커피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레이스의 말에 따르면, 낸시는 몸이 아파 누워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그 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커피를 가져오기 위해 부엌으로 가자, 그곳에서 낸시가 의사의 길을 막고 못나가게 하더라고 했다. 낸시는 기가 죽은 듯했다고 했다. 낸시는 못마땅한 듯 커피 심부름을 자신이 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날 밤 늦게 낸시는 그레이스에게 신경질적으로 화를 냈고, 그레이스는 그녀가 임신을 한 게 아닐까 했다.
그날 저녁 식사 후 킨니어 씨와 낸시는 응접실로 갔다. 낸시는 월터 스코트 경의 시 “호숫가의 숙녀”라는 시를 읽었다. 언젠가 그레이스도 읽어 본 시였다. 그레이스는 응접실 밖 복도에서 촛불을 든 채 그 시 낭송을 들었다. 낸시와 킨니어 씨는, 오발로 총을 맞은 시 속의 미친 여자에 관해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킨니어 씨는 스코트 경이 오직 여성 독자들 때문에, 그 오발 사고를 인용한 것이라고 했다. “여성들은 피가 흐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다음 그들의 대화는 중단되었다. 그레이스는 낸시가 임신 사실을 킨니어 씨에게 말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낸시는 맥더모트의 무례함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레이스가 말썽꾸러기로, 미친 여자처럼 혼자 중얼대며 걷는다고 했다. 그러나 킨니어 씨는 그녀의 말을 내치고는, 그레이스야 말로 단정한 외모에 “그리스 조각 같은 얼굴 모습”이라고 했다. 그들이 곧 침실로 들어갔고, 그레이스는 곧 낸시의 희열에 찬 신음 소리를 들었다.
그날 밤 폭풍이 불었다. 폭풍 속에서 그레이스는 침대를 벗어나 정원으로 나가는 꿈을 꾸었다. 갑자기 뒤로부터 두 개의 팔이 나타나 그녀를 잡았다. 한 남자가 그녀의 목에 키스를 하는 느낌이었다. 그 냄새로 인해 그레이스는 제레미아가 아닐까, 아니면 맥더모트 또는 킨니어 씨가 아닐까 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아니었다.
그 남자에게 굴복을 당한다고 생각한 수간 그레이스는 말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킨니어 씨 말의 울음소리가 아닌, 이 세상에는 없는 창백한 말, 마지막 심판의 날에 죽음이 타고 올 말이 우는 울음 소리였다. 그 생각을 하니 소름이 끼쳤지만, 그녀는 또한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랐다. 그레이스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었다. 해가 지붕 위로 떠올랐다. 그레이스는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하얀 새들을 보았다. 눈을 씻고 다시 보니 새가 아니라 머리가 없는 천사들로, 하얀 옷으로 흐르는 피를 가린 채, 재판정이 되어버린 킨니어 씨 집에 앉아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이를 본 그레이스는 공포에 질려, 꿈속에서도 의식을 잃었다.
다음 날 아침 그레이스는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입을 옷을 보니, 그 전날 세탁을 하지 않은 옷들이었다. 모두 하얀 옷들로 때가 묻어 있었고, 폭풍우로 인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그레이스는 조던에게, 이 같은 일들은 이제 대재난이 다가올 징조라고 했다. 재난이 닥치고 사람들이 죽을 것이라고 했다.
제IX장:
킹스턴에 여름이 왔다. 조던은 더위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험프리 부인은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과 남편에 대해 도라가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불평을 했다. 그녀의 남편은 최근 아무런 말도 없이 집을 나간 상태였다. 집 주인인 그녀의 신경 쇠약을 알아챈 조던은 연민의 마음이 들어, 시장을 대신 봐주고 집안 청소를 도왔다. 집안일에 대해 그레이스에게 조언을 구하겠다고 생각을 했으나 곧 생각을 거두었다. 그레이스 앞에서는 모든 걸 아는 것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조던의 성적인 상상은 계속되었다. 험프리 부인도 상상의 대상이었다. 그 상상은 점점 격렬해져갔다. 모든 것이 바뀐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의 지적 능력도 줄어든다는 느낌이었다. 그레이스가 진술한 모든 이야기를 잊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조던은 어머니로부터 또 편지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와 그 마을 처녀와 결혼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지적인 탐험가로서 자신을 생각을 해보니, 이미 탐험은 실패를 했고 아무런 성과 없이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이스는 한 밤중 눈을 뜬 채 누워 있었다. 다음날 조던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자신이 관련된 살인 사건의 핵심에 접근하고는 있었으나, 그녀의 기억에는 잊혀진 점도, 모호한 점도 있었다. 자신이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레이스는 자신의 말이,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자신의 내면을 들어내어 쉽사리 결론을 내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사건에 대한 진술을 계속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매주 화요일마다 조던은 원장의 관저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심리학 강의롤 했다. 사람들은 그의 강의를 단순히 즐기기만 했으나, 뒤퐁 박사만은 그의 연구와 특히 그레이스에 관한 그의 일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조던이 강의를 마치자 그레이스는 마실 물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도라에 대해 잠시 생각을 했다. 도라는 원장 관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해왔는데, 조던의 행동에 대해, 그리고 험프리 부인이 조던을 원한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었다. 그 소문에 충격을 받은 그레이스는 험프리 부인이 어떤 인간인지 도라에게 물었다.
시간에 맞춰 그레이스가 응접실로 갔다. 손님들 가운데 옛 친구 제레미아가 있는 걸 본 그녀는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케이크를 떨어뜨렸다. 원장 부인은 제레미아를 뒤퐁 박사라고 소개를 했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비밀로 해달라는 듯 그레이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최면을 걸겠으니 응하겠느냐고 했다. 이에 그레이스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레이스는 또 다른 자리에서 조던을 만나 이야기를 계속했다. 킨니어 씨가 토론토로 떠났고, 낸시는 그레이스와 맥더모트에게 그 다음 날 그곳을 떠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맥더모트가 낸시를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그레이스에게 했다는 것이다. 그레이스는 그의 말을 진실로 생각지 않아, 아무에게도 그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설사 죽인다고 해도, 킨니어 씨가 돌아온 후에야 그리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날 오후 제이미 왈쉬가 방문을 하여 플릇을 불었다. 모두들 함께 저녁 식사를 했고, 낸시는 기분이 좋았다. 그레이스는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들과 함께 했고, 그러나 맥더모트는 화를 내고 있었다. 그날 밤 늦게 낸시는 도둑이 두려워 그레이스에게, 킨니어 씨 침실에서 함께 잠을 자자고 했다.
그레이스는, 개똥벌레가 들어 있는 주전자를 든 마리아 휘트니를 꿈속에서 보았다. 마리아가 놓아준 개똥벌레는, 방문이 닫혀 밖으로 나가지를 못하는 꿈이었다.
그날 밤 그레이스는 또 다른 꿈, 자갈로 덮인 길을 걷는 꿈을 꾸었다. 내려다보니, 자갈 틈 사이에서 검붉은 모란꽃이 피고 있었다. 꽃망울이 펴지고 곧 꽃잎이 떨어지는 꿈이었다. 얼굴을 들어보니, 낸시가 머리를 풀어헤친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이마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레이스가 다가가자 낸시의 모습은, 붉고 하얀 천으로 만든 꽃잎 속으로 흩어지는 꿈이었다.
다음 날 아침 그레이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느 때나 다름없는 일상을 보냈다. 비록 조던에게, “모든 게 다름이 없으나 또한 같지도 않다”라고 말을 한 적이 있지만. 부엌에 가서 보니 맥더모트가 있었다. 그날 낸시를 죽일 것이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레이스는 침대보에 피가 묻으면 빨래가 어려울 것이니 침대에서 죽이지 말라고 했다. 그런 다음 파를 자르기 위해 정원으로 갔다. 그녀가 기도를 했고, 그때 집안으로부터 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던에게 말하기를 그레이스는, 그 다음날 킨니어 씨가 돌아올 때까지, 그 소리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마지막 소리라고 했다. 킨니어 씨가 낯 잠을 자는 동안 맥더모트는 그의 2연발 권총을 훔쳤다고 했다. 잠을 깬 킨니어 씨가 다가오자 맥더모트가 그를 쏘았다. 그레이스는 다시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했다. 그녀는 당시의 시간을 헤아려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녀가 가엾다고 생각한 조던은, 그녀를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조던은 그레이스가 실제로 기억을 상실했는지 아니면 그녀에게 속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레이스가 자신의 말을 믿게 하기 위해 객관적인 사실을 이용은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결백하기를 바랐다.
하숙집으로 돌아온 조던에게 험프리 부인은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했다. 그녀의 제안을 거절한 그는, 리디아가 며칠 전 초대한 보트 놀이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제X장:
그레이스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맥더모트가 낸시를 쏜 후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었다. 자신은 놀라 정신을 잃었고, 맥더모트가 찬물을 뿌려주어 정신을 들게 했다고 했다. 살해가 성공했음으로 곧 햄과 계란으로 안주를 만들어 함께 위스키를 마시며, 축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런 다음 침대에 누워 다음날 아침잠이 깰 때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잠이 깨어 보니 자신이 바닥에 누워 있더라고 했다. 자기 방에는 맥더모트가 있었고, 낸시를 죽이면 자기 여자가 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레이스는 그러한 약속을 한 기억이 없었고, 부정을 하면 그가 미친 듯이 화를 내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그는 그레이스와 강제로 섹스를 하려고 했다. 그레이스의 방에서, 킨니어 씨 침실에서, 그리고 마침내 낸시의 방에서..., 그러나 낸시의 피 묻은 침대를 보고 제정신이 든 그는, 마침내 포기를 하고 말았다고 했다.
제 정신으로 돌아온 맥더모트에게 그레이스는, 빨리 짐을 싸 그곳을 떠나자고 했다. 값나가는 물건들을 챙기고 자리를 정돈한 다음 그레이스는 낸시의 옷 한 벌을 입고, 자신의 옷들은 불태워 버렸다.
그들은 킨니어 씨의 마차를 타고 출발했다. 밤새도록 달렸다. 어두운 하늘을 보며 그레이스는 우주의 공허함을 느꼈다. 하느님께 용서의 기도를 드리려고 했으나 또한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으면 죄를 어떻게 용서 받을지 걱정도 되었다.
그레이스가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맥더코트가 자신의 몸 위에 있었다. 그가 마차를 멈추고 섹스를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레이스가 그를 밀쳤고, 다시 그가 요구를 하자, 그녀는 그의 따귀를 때렸다. 그가 미친 듯이 화를 내어 그레이스는 그에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으나, 결국 그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들은 새벽 5시경 토론토에 도착하였다. 타고 온 마차를 감추고, 배 표를 끊었다. 온타리오 호를 건너 미국으로 갈 터였다. 그레이스는 맥터모트에게 면도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남이 알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그가 자리를 뜨자 그레이스는 도망을 칠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나 그를 기다렸다. 두려웠지만 그가 “인간의 심장”을 가졌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에 그를 배신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이 배에 올랐다. 어느 승객이 멀리 보이는 기선을 가리키며 “호수의 숙녀”호 라고 했다. 그레이스는 조던에게 그러한 이름의 누비 무늬도 있다고 했다. 월터 스코트 경의 시에서 연유한 이름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무늬는 “숙녀” 또는 “호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레이스는 그 기선의 이름은 스코트 경의 시에서 따왔고, 그 누비 무늬의 이름은 그 기선에서 따왔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누비 무늬에는 기선의 외륜을 닮은 바람개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이스턴에 도착한 그들은, 어느 주막집에 투숙하였다. 맥더모트는 다시 그레이스를 범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방에 그를 얼씬도 못하게 했다. 침대에 누워 마음이 편해진 그녀는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비몽사몽간에 그녀는 배를 보았는데, 배 지나간 자국이 물위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자신의 지나온 발자취가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느낌이었고, 자신은 “아무런 죄가 없다”는, 그러한 느낌이었다.
그레이스는 꿈을 꾸었는데, 킨니어 씨 집으로 걸어가는 꿈이었다. 그 집으로 다가가자 창문에 불이 켜졌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 때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았고, 그 순간 누군가가 문을 두드려 잠을 깼다.
제XI장:
조던은 어머니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와 결혼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조던은 집에 있는 꿈을 꾸었다. 하녀들이 있는 2층이었다. 문을 열고 보니, 과거 의학 공부를 하던 병원이었다. 해부를 해야 했는데, 수술대 위 종이에 덮인 여자 시체의 윤곽이 보였다. 종이는 두 겹이었다. 한 겹을, 또 한 겹을 걷어내고 보니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뭔가 잘못된 느낌이었다. 꿈인 듯 생시인 듯, 그레이스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끌어내려 섹스를 하기 시작했다. 꿈이 아니었다. 그는 그레이스가 아닌, 험프리 부인과 섹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조던이 토론토로 떠나자 그레이스는 그가 언제 돌아올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얼마나 슬프고 외로울 것인가, 생각했다. 그가 돌아오면 해야 할 말을 곰곰 생각했다. 먼저 자신이 그리고 맥더모트가 체포되어, 온타리오 호수를 되돌아 건너, 토론토로 압송된 사실을 말할 수 있을 터였다. 맥더모트는 그 살인 사건에 자신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레이스는 자신의 범행이 아니므로, 교수형에 처해지지 않으리라 확신했고 따라서 마음이 편했다.
토론토에 도착한 그레이스와 맥더모트는 곧 투옥되었다. 그레이스는 냉정함과 침착함으로 심문에 응했고, 만일 울기라도 했다면 심문관들은 그것을 죄의 증거로 보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레이스는 또 재판 날짜까지 토론토 감옥에서 수개월을 보냈다고 했다. 그녀의 변호사는 맥켄지 씨였다. 그는 그레이스에게 단편적인 진술이 아닌, 일관되고 통일된 말로 듣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감옥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그레이스는 마리아 휘트니를 생각했다. 바로 그때 처음으로 그레이스는 그 자갈길에서 피는 붉은 모란꽃들이 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레이스를 마지막 만난 자리에서 조던은 그녀에게 수잔나 무디에 대해 물으며, 수잔나는 그레이스가 자신을 쫓는 낸시의 “눈”을 보았다는 말을 하더라고 했다. 이에 그레이스는 “눈”이 아닌 “모란꽃”이라고 분명이 말해 주었다.
그레이스는 또 재판과 제이미 왈쉬의 증언에 대해서도 말했다. 제이미는 그레이스가 낸시의 옷을 입고 있었다고 했다. 재판정에서 그레이스의 강력한 항의가 있었고, 왈쉬의 증언에 따라 판사는 그녀와 맥더모트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던 것이다.
한편 조던은 맥켄지 씨를 만나기 위해 기차 편으로 토론토로 갔다. 오는 도중 그는 그레이스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으며, “그녀의 가장 험난한 감옥은 바로 그녀 자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해 그녀는 진실, 심지어 자신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실조차 숨기기 위해 창살 안에 갇혀 있다고 했다.
그는 여인들이 하는 고맙다는 말을 싫어했다. 겉과 속이 다른, 경멸을 감추고 있는 말로 생각했다. 그는 험프리 부인과 처음 섹스를 하던 날 밤, 몽유병자처럼 걸었다고 주장한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그 이후 어쨌든 그녀와 계속 섹스를 했던 것이다. 그는 험프리 부인을 창녀와 대조해보았다. 창녀란 언제나 성적 욕망이 있는 체 해야 하지만, 험프리 부인은 없는 체 하였고, 그러나 실제로는 반대였다. 그녀와의 관계를 어느 한계까지 해야 할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제XII장:
조던은 맥켄지 씨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그를 만났다. 맥켄지 씨는 그레이스의 변호사가 된 경위를 설명하고, 조던은 그레이스가 제정신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했다. 맥켄지 씨도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범죄자들이란 흔히 자신의 범행을 잊으려 한다고 했다. 그러나 조던은 그레이스의 기억상실은 사실인 것 같다고 했다.
조던은 사건의 상세한 내용을 물었다. 낸시의 충혈된 눈에 그레이스가가 겁을 먹었다는 수잔나 무디의 진술에 대해 묻자 맥켄지 변호사는, 무디의 그 증언에 의심이 든다며 모호한 대답을 했다. 조던은 그가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조던은 그레이스의 진술이 사실일지라도, 그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했다. 이에 맥켄지 씨는 그레이스를 세헤라자데(Scheherazade: 페르시아 왕 Shahryar의 왕비. 천일야화의 주인공)와 비교해보았다. 그에 따르면, 세헤라자데는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지 않았다고 했다. 그 결과 누구도 그녀의 이야기를 “참”과 “거짓”이라는 흑백 논리로 나누지를 않았다고 했다.
그레이스의 변호사로 그녀와 함께 있으면 그녀가 홀린 듯 정신을 못 차렸듯이, 아마 조던과 사랑에 빠진 게 아니냐는 게 맥켄지 씨의 주장이었다. 그의 말에 조던은 화가 났다. 그러나 감정을 숨긴 채, 그레이스가 무죄이냐고 물었다. 이에 맥켄지 씨는 유죄라고 대답했다.
킹스톤 시 감옥에 갇힌 그레이스는 조던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 저지른 범죄로 희생당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그레이스는 감방에 앉아 수를 놓고 있었다. 그녀는 무엇을 유품으로 할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어머니가 사용했던 숄의 조각과 같은, 과거를 기억할 수 있는 좋은 물건을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곧 한 사람의 생애에서 오직 좋은 일들만이 유품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좋고 나쁜 일 모두가 한 인간의 진정한 삶의 모습이 아닐까 했다.
조던은 토론토를 출발하여 리치몬드 힐로 가, 킨니어 씨의 별장을 방문했다. 그를 본 하녀는 그를, 그 집을 사기 위해 온 사람으로 알았다. 그러나 조던이 의사라고 신분을 밝히자, 그를 관광객으로 안 그녀가 안내를 했다. 그 집을 나오며 조던은 자신이 마치 무엇인가 음란한 걸 본 후 도망치는 관음증觀淫症환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곳에서 가까운 장로교회 묘지로가, 낸시와 킨니어 씨의 무덤을 찾았다. 그는 낸시의 무덤가에서 장미 한 송이를 꺾어 그레이스에게 주기로 하였으나 곧 마음을 바꾸었다.
다음 날 아침 토론토로 돌아온 조던은, 그레이스가 말한 감리교 교회 묘지로 가, 마리아 휘트니의 무덤을 찾았다. 그는 그녀의 이름만 새겨진 비석을 보았다. 그 순간 그는 그레이스의 말이 틀림없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의심이 들기도 했다. 진짜 동전으로 가짜 동전을 만드는 마법사처럼, 그레이스도 이 비석을 보고 가공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실제의 이름을 사용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킹스톤으로 돌아온 조던은, 그레이스야 말로 어머니가 승인하는 결혼을 할 수 있는 바로 그 여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이스와 맥더모트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었으며, 자신이 얼마만큼 그녀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또한 “살인자”라는 단어가 생각나고, 그녀와 섹스를 하는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제XIII장:
어느 목요일 오후, 한 무리의 사람들이 퀴넬 부인의 저택 서재에서 모여 있었다. 뒤퐁 박사(제레미아가 위장한)가 그레이스에게 최면을 걸 예정이었다. 조던은 그것이 속임 수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어쨌든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나 또한 믿어보기로 했다. 이 같은 상반된 생각 속에, 냉정함을 잃지 않기로 다짐했다.
뒤퐁 박사와 그레이스가 서재로 들어왔다. 그녀는 불안정한 표정으로 겁에 질린 듯했다. 뒤퐁 박사가 불을 켜라고 한 다음, 그레이스가 잠이 들도록 유도했다. 그녀에게 팔을 들라고 한 다음, 그 팔은 강철 팔로 구부러지지 않는다고 했다. 구부러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 팔을 눌렀다. 조던이 보니 너무나 과장되고 연극적이었다.
뒤퐁이 그레이스에게 질문을 시작했고,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놀란 리디아가 조던의 손을 꽉 잡았다. 조던은 속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도 불편했고, 험프리 부인에 대한 에로틱한 생각도 들었다. 뒤퐁 박사에게, 그레이스가 맥더모트와 성관계를 가졌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그가 묻자 그레이스는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로, 조던은 위선자라고 했다. 그리고는 달이 뜨는 밤이면 언제나 맥더모트를 만나, 키스와 애무를 허락할 것이라고 했다. 아마 조던도 그런 밤이면, 그걸 원할 것이라고 했다. 맥더모트나 킨니어는 자신이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지하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묻자 조던이 묻자, 그레이스는 낸시를 목 졸라 죽이는 일을 도왔다고 했다. 낸시는 저지른 죄 때문에 죽어야 했으며, 이번에는 남자들이 죽을 것이며, 기쁜 일이라고 했다.
원장의 아내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그레이스의 이름을 불렀다. 그레이스가 낯선 목소리로, 자신은 그레이스가 아니며, 무슨 일을 했는지 아는 바 없다고 했다. 조던은 그녀의 목소리가 마리아 휘트니의 목소리와 같지 않은가 했다. 그 목소리는 그날 그레이스가 문을 열지 않았다고 해, 조던은 자신의 추측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날 휘트니는 바닥에 누워 있어 추웠고, 그래서 그레이스의 옷을 빌려 입었던 것이다. 육감적인 옷이었다. 조던은 그 목소리가 실제로 휘트니의 목소리인지를 물었다. 분노에 찬 그 목소리는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탓을 하며 서서히 사라져버렸다. 그레이스는 다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여인들이 모두 서재를 떠난 후 뒤퐁 박사는, 그러한 일을 결코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베링거 신부는, 과거의 학자들이라면 아마 강박관념과 관련된 사건으로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던은 정신분열의 결과일 것이라고 했다. 상대방을 알아보지 못하는 인격 분열이라는 것이다.
하숙집으로 돌아온 조던은 혼란이 일고, 마음이 격앙되었다. 험프리 부인과 섹스를 가지고 싶었다. 그녀의 집에 도착하자,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울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남편의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남편을 죽이고, 살인 사건으로 위장하자고 했다. 그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며, 마음을 가라앉히도록 했다. 그녀는 그의 키스를, 자신의 제안을 그가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았다. 한편 조던은 험프리 씨를 죽인 후 험프리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도망을 가, 그곳에서 자유롭게 그녀를 죽이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 다음 날 조던은 몸이 아픈 체하며 험프리 부인에게 약을 좀 가져오라고 했다. 그녀가 집을 나아가자, 그는 짐을 싼 다음 편지 한 통을 써놓고 그 집을 나섰다.
제XIV장:
첫 번째 편지에서 조던은, 그처럼 서둘러 떠나온 일을 사과하고, 모친이 병이 들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험프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조던의 모친은, 몸조심을 하여 명예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썼다.
그레이스는 조던에게, 그가 갑자기 사라져버려 불행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조던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만일 그레이스가 자신을 속인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썼다. 밤이 되면 어둠 속에 그레이스의 얼굴 모습이 보인다는 사연도 썼다.
2년 후(1861년) 그레이스는 제레미아에게 편지를 썼는데, 이제 그는 제랄도 폰티라는 이름으로 행세하는, 연극 속 인물 같은 여인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을 잘 대해주고, 조던으로부터는 아무런 편지도 없다는 말도 썼다. 그는 미국 남북전쟁에 참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다음 해(1862년) 조던의 모친은 험프리 부인에게 편지를 써, 이제 아들 조던에게 더 이상 편지를 보내지 말라고 했다. 조던 부인은 전쟁에서 부상당한 아들이 회복 중에 있으며, 그를 돌보는 여인이 있다고 했다.
몇 년 후(1867년) 베링거 목사는 사무엘 배너링 박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박사는 그레이스가 입원해 있는 정신병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신부는 그레이스의 석방을 위해, 여러 사람들이 서명한 탄원서에 서명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1867년에 마지막 편지가 있었다. 배너링 박사는 베링거 목사에게 답장을 보냈는데, 탄원서에 서명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레이스가 최면에 걸렸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조던을 비난하며, 그는 사기꾼이거나 악당일 것이라고 했다. 베링거 목사에게는 신학과 현대 과학 사이를 헤매고 있다고 꾸짖었다.
제XV장:
세월이 흘러 1873년, 그레이스는 용서를 받아 다시 자유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유명한 살인범”에서 갑자기 “잘못된 비난을 받은 순결한 여인”이 되어 처음에는 매우 난처하고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제 석방이 되었으니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매춘 밖에 없다는 사실이 걱정이 되었지만, 교도관의 딸인 친구 쟈넷이,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가정을 마련해주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1872년 석방이 되던 날 쟈넷과 그녀의 부친이, 교도소를 나온 그레이스를 데리고 배에 올라, 온타리오 호수를 건넜다.
미국에 도착하자 쟈넷은 그레이스에게, 뉴욕 이타카에 있는 어느 신사의 집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 신사가 기차역에서 그녀를 맞았다. 그는 바로 킨니어 씨 이웃에 살았던 제이미 왈쉬였다. 그는 당초 그레이스가 유죄라고 믿었다. 재판에서도 그녀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것이다. 이제 세월이 흘러 홀아비가 된 그는 그레이스에게 용서를 빌며, 결혼을 해달라고 했다. 그레이스가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그레이스는 새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천국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겪은 고통을 걱정하는 제이미 왈쉬가 당혹스럽다고 했다. 그는 그 살인 사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자주 듣고 싶어 했고, 이야기를 들으면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를 용서한다는 말을 자주 했지만, 속으로는 그도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c)
Translated into Korean by Hung 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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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애트우드(Margaret Atwood, 1939~ ):
캐나다 오타와 출신. 일곱 살 때 토론토로 이주함. 그러나 따듯한 계절에는 곤충학자이며 동물학 교수인 부친의 근무처인 온타리오와 퀘벡을 자주 방문함. 그녀는 캐나다 자연에 매혹 당해, 이는 그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함.
토론토 대학 분교인 빅토리아 대학에서 수학함. 그 후 하버드 대학에 통합된 래드클리프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이때 그녀는 페미니스트가 되어 캐나다의 미국 문화화 반대의 입장에 서게 됨.
1966년 첫 시집(The Circle Game), 1969년 첫 소설(The Edible Woman)을 발표함. 1972년 평론집(Survival)발표. 그 외 Dancing Girls (1977), Cat’s Eye(1988), The Robber Bride(1993), Good Bones(1992), The Malevolent North in Canadian Literature(1995), The Robber Bride (1993), Bones(1992)등이 있음. 특히 The Journals of Susanna Moodie(1970)과 Alias Grace (1996)는 캐나다 역사상 개척자 역할을 한 저명한 여인들을 형상화 한 소설임.
오늘날 Atwood는 가장 유명한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임. 그녀의 작품은 25개 이상의 국가에서 발간되었음. 그녀는 Booker Prize를 비롯하여 Guggenheim Fellowship, Molson Award, Canada Short Fiction Award 등 많은 문학상을 수상함.
죽은 시체가 있으니 그레이스에게 살인자라는 평가를 내리기에는 너무나 쉽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과거를 알고나면 우리는 그녀의 무죄 선고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죄를 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마도 그레이스를 그렇게 만든 시대가 죄값을 치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이유로 시대는 잘못에서 빠져나갔고, 청구가 끝나지 않은 bill은 우리에게로 전달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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