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를 위한 한 송이 장미

        A Rose for Emily


                    by

          William Faulkner

     for More Readings:

         www.beethovenno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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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인물

에밀리 그리어슨 Emily Grierson:

    이 소설의 주인공. 남북 전쟁시 태어나 1930년 대에 사망. 남부의 도덕적 기준에 따라 부친으로부터 엄격한 훈육을 받은 여인.  

그리어슨 Mr.Grierson:

    에밀리의 부친.

토우브 Tobe:

    에밀리의 흑인 노예.

사토리스 대령 Colonel Sartoris:

    에밀리에게 면세 특권을 부여한 제퍼슨 시장.

호머 배런 Homer Barron:

    제퍼슨 시 도로공사 십장. 

와이어트 부인 Old Lady Wyatt:

    에밀리의 숙모. 정신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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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에밀리 그리어슨 양이 사망하자 우리 마을 전 주민이 그녀의 장례식에 참여하였다. 남자들은 그 기념비적인 여인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에, 여인들은 그녀의 집 안을 들여다 보고 싶은 호기심에서 참여하였는데, 적어도 지난 10년 동안 그녀의 집 내부를 본 사람은 그 집 정원사이자 요리사인 늙은 남자 하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집은 1870년대 식 대단히 밝은 스타일로 한 때 흰색 칠에다 돔과 첨탑, 그리고 소용돌이 모양의 발코니로 장식되었던 사각형 형의 대저택으로 가장 번화한 거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창고와 면화 공장이 들어서면서 그 엄숙한 마을 이름마져 사라져 버렸고 오직 에밀리의 집만이 남아, 목화 운반 마차와 개소린 펌프 위로 , 이제는 무너져내린 그 매혹적이었던 자태를 나타내고 있었다. 흉하고도 흉한 모습이었다. 이제 에밀리 양은, 제퍼슨 전투에서 전사한 남부군과 북부군 장교와 무명 용사들의 무덤들 사이, 삼나무로 둘러싸인 공동묘지에 누워 있는 위엄 있는 이름의 명사들과 함께 하기 위해 그곳으로 간 것이다.

     살아 있을 때 에밀리 양은 (마을의)하나의 전통이었고 의무이자 돌봄의 대상이었다. 사토리스 대령이 시장이 되었던 1894년 그 날부터 그 마을에 내려진 하나의 전해지는 의무로 대령은, 앞치마 없이 흑인 여성은 거리에 나설 수 없고, 에밀리에게는그녀의 부친이 사망한 날부터 영구적으로 세금을 면제해주는 포고령을 내렸던 것이다. 에밀리는 동정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토리스 대령은 에밀리의 부친이 마을에 돈을 빌려주었고, 따라서 마을은 이런 방식으로 되갚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사토리스 대령과 같은 세대, 같은 생각을 가진 남자들만이 그런 말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또 오직 여자들만이 그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 

     다음 세대가 되어 보다 현대적인 생각의 시대가 되었을 때, 사토리스의 이러한 조치는 다소 불만의 대상이 되었다. 그 해 정월, 시는 에밀리에게 세금을 납부하라는 통지서를 보냈다. 2월이 되었으나 그녀로부터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시는 그녀에게 공식적으로, 편리한 시간에 경찰로 출두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일주일 후 시장은 직접 편지를 써, 그녀를 방문하거나 아니면 차를 보내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희미한 색의 잉크로 고풍스러운 모양의 종이에 달필로 쓴 메모를 받았다. 그녀가 더 이상 외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세금 고지서를 반송하여 보냈는데, 그에 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시 알더만 특별 위원회(Board of Aldermen: 지방 의회 )가 소집되었다. 그녀의 집을 방문한 위원들이, 8년 전인가 10년 전인가 그녀가 도자기 그림을 가르친 후 누구도 드나든 적이 없었던 문을 두드렸다. 흑인 노인이 그들을 영접하여, 어두운 통로를 지나 계단을 타고 더욱 어두운 이층으로 안내했다. 먼지와 습하고 축축한 냄새가 났다. 흑인 노인이 큰 방으로 안내했다. 육중한 가죽제의 가구들이 눈에 띄었다. 노인이 창문 블라인드를 걷자, 가구의 갈라진 가죽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자리에 앉자, 앉은 자리에서 희미한 먼지가 일어 창문을 통해 들어 온 한 줄기 햇빛 속에서 소용돌이 쳤다. 벽난로 앞 녹슨 금박 이젤에는 크레용으로 그린 에밀리 양 부친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녀가 들어서자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작은 키에 뚱뚱한 그녀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가느다란 금 시계줄은 허리까지 내려져 허리띠 속으로 묻혀 있었고, 광택을 잃은 금 손잡이의 흑단 지팡이에 의지하여 서 있었다. 그녀는 골격이 왜소하고 여윈 몸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다른 사람이라면 통통하게 보였을 것이 그녀에게는 비만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는 물 속에 오랫동안 잠겨 있던 몸처럼 부풀어 오른 것으로 보였고 창백했다. 방문객들이 용무를 말하는 동안 그들을 번갈아 보는 그녀 얼굴의 지방질이 솟은 부위에 묻힌 눈은, 마치 두 개의 작은 석탄 덩어리를 반죽하여 눌러 넣은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앉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문가에 서서, 방문객 대표가 당황하여 말을 그칠 때까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들은 금 줄 끝에서 보이지 않는 시계가 똑딱이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메마르고 차가웠다. "나는 제퍼슨 시에 낼 세금이 없어요. 사토리스 대령이 그렇다고 했어요. 아마 여러분 가운데 누군가 시의 문서를 보면 알 것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우리는 받아낼 세금이 있습니다. 에밀리 양, 우리는 시 세금 담당자입니다. 집행관이 서명한 통지서를 받지 않으셨나요?" "네, 받았습니다." 에밀리 양이 말하였다. "아마 그는 자신이 집행관이라고 생각하겠지만...나는 제퍼슨 시에 납부할 세금이 없어요." "문서상으로도 그렇고, 가서 사토리스 대령을 만나보아야하겠군요. 제퍼슨 시에 납부할 세금 없습니다." "그렇지만 에밀리 양...." "사토리스 대령을 만나보세요."(사토리스 대령은 이미 십여년 전에 사망하였다). "난, 제퍼슨 시에 납부할 세금 없어요, 토우브!" 그녀의 부름에 흑인이 나타났다. "이 분들을 내쫓아."

                    II


    그녀는 30년 전에 냄새 문제로 그들의 아버지를 물리친 것처럼, 그들과 그들이 타고온 말 그리고 말꾼들을 그렇게 물리쳤다. 이 사건은 그녀의 부친이 사망한 2년 후의 일로, 또한 우리가 그녀와 결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의 애인이 그녀를 버리고 떠난 직후의 일이었다. 그녀의 부친이 죽은 후 그녀는 집 밖으로 나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녀의 애인이 떠난 후 사람들은 그녀를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몇몇 여성들이 감히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받지를 않았고, 그 집이 살아 있다는 유일한 표시는, 당시 젊었던 흑인 남자가 시장 바구니를 들고 출입하는 모습이었다. 

      여인들은 "남자라도 누구나 부엌을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고, 따라서 냄새가 났을 때도 그녀들은 놀라지 않았다. 그 냄새는 추악하고 북적거리는 세상과 위엄 있는 그리어슨 가문을 잇는 또 다른 연결 고리였다. 어떤 이웃 여인이 80세의 시장인 스티븐 판사에게 (그 냄새에 대해)불평하였다. 시장이 말하기를, "부인, 어떻게 해달라는 말씀인가요?" "물론 그녀에게(에밀리에게) (냄새 풍기는 짓을)멈추라고 말하세요. 법이 있지 않아요?"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 흑인이 마당에서 죽인 뱀이나 쥐 냄새일 겁니다. 내가 그 흑인에게 물어보지요." 라고 판사가 대답하였다. 그 다음 날 시장은 두 번의 또 다른 불평을 받았다. 그 중 하나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온 한 남자로부터였다. 그가 말하기를 "판사님, 우리는 정말 무엇인가를 해야 합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에밀리 양을 괴롭힐 마지막 사람이 될터이지만, 무엇인가를 해야만 합니다." 그날 밤 시 알더만 특별 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위원들은 세 명의 노인들과 떠오르는 세대의 젊은이 한 사람이었다. 젊은이가 말하였다. "간단하지요. 그녀에게 집을 청소하라는 말을 전합시다. 청소를 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만일 청소를 하지 않는다면..." 이에 스티븐 판사가 말하기를 "아니, 여인의 얼굴에서 냄새가 나면 그녀를 비난하겠다는 말인가?"

    그렇게 해서 그 다음날 밤 자정이 지나자 네 명의 남자가 도둑처럼 에밀리 양 집 정원을 가로질러 들어왔다. 한 사람이 어깨에 메고 있는 자루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규칙적으로 씨뿌리는 동작을 하는 동안, 다른 남자들은 벽돌을 깐 바닥과 지하실 입구를 따라 냄새를 맡으며 몰래 집안을 살폈다. 그들은 지하실 문을 부수어 열고, 그곳과 그리고 집안 구석구석 생석회를 뿌렸다. 그들이 잔디밭을 되돌아 나올 때 어두웠던 창문에 불이 켜졌고, 그 불빛을 뒤로 창가에 앉아 있던 에밀리 양은 상체를 똑바로 세운 채, 마치 신상처럼 꼼짝을 않고 있었다. 그들은 잔디밭을 가로질러 거리를 따라 늘어선 가로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1~2주 후 냄새는 사라졌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녀를 정말 불쌍히 여기기 시작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큰고모인 와이어트 부인이 어떻게 미쳐버린지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정신병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어슨 가문 사람들은 자신들이 실제보다 더 높은 계층으로 여긴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에밀리 양에게 알맞는 젊은이란 없었다. 우리는 오랜 동안 하나의 그림을 생각하여 왔는데, 뒤에는 흰색 옷의 날씬한 에밀리 양, 앞에는 팔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는 그녀의 아버지 실루엣이, 뒤로 열린 문틀이 하나의 사진틀을 이루고 있는 속에 있는 그림이었다. 따라서 그녀가 30세가 되어 아직도 미혼이었을 때,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가문 중에 정신이상자가 있었더라도 만약 정말로 결혼 기회가 찾아왔다면 그녀는 그 기회를 놓쳤을 리가 없었다.

    그녀의 부친이 사망하였을 때 그녀에게 남은 것은 집 뿐이었고, 어떤 의미에서 주민들은 그 일을 기뻐했다. 결국 그들은그녀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다. 혼자 남아 가난해지자, 그녀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이제 그녀는 한 푼에도 벌벌 떠는 노인의 절망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 부친이 죽은 다음 날, 마을의 모든 부인들이 위로의 말과 도움을 주고자 그녀의 집을 방문하였다. 관습에 따라 에밀리 양이 대문 밖에서 그녀들을 맞았다. 에밀리 양은 평소와 같은 차림새로, 얼굴에는 아무런 슬픔의 흔적이 없었다. 그녀는 부인들에게 부친이 죽지 않았다고 했다. 3일 동안이나 그런 태도였다. 목회자들과 의사들이 그녀를 방문, 시신을 처리하라고 설득했다. 그들이 법에 따라 강제하려고 하자 그녀는 무릎을 꿇었고, 그들은 재빨리 그 시신을 매장했다. 

    우리는 그 때 그녀가 미쳤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달리 어떤 방법이 있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녀의 부친이 (그녀로부터)쫓아 버린 모든 젊은이들을 기억하고 있었고, 남아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던 그녀는, 사람들이 그녀로부터 빼앗아 간 그리고 빼앗아 갈 것들에 집착할 것이라는 걸 알았다.

                    III 

    그녀는 오랜 동안 병을 앓았다. 우리가 그녀를 다시 보았을 때 그녀는 단발 머리였고 마치 소녀 같은 모습으로 교회의 색유리창에 그려진 아득한 곳의 천사를 닮은 비극적이고도 고요한 느낌이었다.

    제퍼슨 시는 보도 포장 계약을 방금 체결했고, 그녀의 부친이 사망한 직후인 그 여름에 포장 작업이 개시되었다. 건설회사가 흑인 노동자들과 당나귀, 기계, 그리고 건설 감독자인 양키 호머 바론을 데리고 왔다. 그는 키가 크고 피부가 검고 성격이 좋은 남자로 목소리가 크고, 얼굴보다 눈이 밝았다. 꼬마 소년들이 무리를 지어 그를 따라가, 그가 흑인들에게 퍼붓는 욕설과 흑인들이 곡괭이질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그는 곧 마을의 모든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광장 어느 곳에서든 웃음소리가 들릴 때면, 그 무리의 중심에 호머 배런이 있었다. 이제 일요일 오후가 되면 언제나 사람들은 말들이 끄는, 노란색 바퀴가 달린 마차를 타고 그와 에밀리 양이 달리는 모습을 보았다.

    처음 우리는 에밀리 양이 재미 있어 할 것으로 보아 기뻤다. 왜냐하면 마을의 모든 부인들이 "물론 그리어슨 가문의 에밀리가 북부 출신 일용 노동자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든 노인들은 진정한 숙녀가 슬픔 때문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잊을 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가엾은 에밀리, 그녀의 친척들이 그녀를 보러 와야 한다"라고 했다. 그녀의 친척들은 앨라바마에 있었으나, 수년 전 그녀의 부친이 정신병에 걸린 노파 와이어트 부인의 재산을 놓고 그들과 다툰 후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들은 그의 장례식에조차도 참석하지 않았다. 

    마을 노인들은 곧 "가엾은 에밀리"라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 "자네는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으면 "물론이지. 달리 무엇이겠나...,"라고 주고 받았다. 일요일 오후 햇살을 차단키 위해 내려진 블라인드 뒤 늘어진 비단과 공단이 펄럭이며, 그들이 탄 마차가 덜거덕 거리며 재빨리 지나가면, 노인들은 "가엾은 에밀리" 라고 했다. 

    그녀는 머리를 바싹 치켜 세웠다. 죽었을 때조차도 그러했다. 그리어슨 가문의 마지막 자손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 받으려는 것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듯했다. 마치 자신이 불요 불굴의 인물임을 재확인하기 위해 그리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쥐약인 비소를 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마을 사람들이 "가엾은 에밀리"라고 말하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은 후의 일로, 그때 마침 두 명의 사촌이 그녀를 방문하였다.

    "독약을 주세요." 그녀가 약제사에게 말하였다. 당시 그녀는 서른 살이 넘은 나이로, 아직 가냘픈 몸매로 정상보다 마른데다 차갑고 거만하게 보이는 검은 눈은, 관자놀이까지 팽팽한 얼굴 근육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등대지기의 얼굴이 어떻게 보여야하는지를 상상해보면 그 눈매를 알 수가 있다. "독약을 주세요." 그녀가 말하였다. "네, 에밀리 양. 무슨 종류로? 쥐약 같은 건 가요?" "추천할만한 독약으로..." "갖고 계신 것 가운데 가장 좋은 것으로, 아무 거나 괜찮아요." 약제사가 몇가지를 소개했다. "무엇이든, 코끼리까지도 죽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독약을?" "비소를 주세요." 에밀리 양이 말하였다. "그 약, 비소는 좋은 약이지요?" "네, 그런데 부인이 원하는 건..." "비소를 주세요." 약제사가 그녀를 훑어보았다. 그녀도 긴장한 모습의 얼굴을 똑바로 들어 그를 보았다. "네, 물론이지요" 약제사가 대답하였다. "비소를 사시겠다면, 법에 따라 그 용도를 말씀하셔야 합니다."

    에밀리 양이 머리를 뒤로 젖혀 그를 보았고, 그는 시선을 돌리고 뒤로 돌아 가 비소를 포장했다. 흑인 급사 소년이 그 약을 에밀리 양에게 가져다 주었고, 약제사는 다시 그녀에게로 되돌아 오지 않았다. 그녀가 집에 와 포장을 뜯어 보니, 해골과 뼈 그림 밑에 "쥐약"이라고 써 있었다( 호머 배런 살해 용: 역자 주).


                    IV 

    그렇게 해서 그 다음 날 우리들은 모두 "그녀가 자살을 할 것"이며 아마 자살이 최선일 것이라고 했다. 그녀가 호머 배런과 함께 있는 것이 처음으로 우리들 눈에 띄었을 때, 우리들은 "그녀가 그와 결혼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후 우리들은 호머가 청년들과 함께 엘크 클럽에서 술을 마시는 등 남자들을 좋아하고 또 자신은 미혼자라고 하여, 에밀리 양이 그에게 (결혼을 하자고)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그후 우리들은 고개를 치켜든 에밀리 양과 모자를 뒤로 제껴 쓴 채 이빨로 담배를 물고, 노란 장갑에 말고삐와 채찍을 든 호머 배런이 일요일 오후 멋있는 마차를 타고 갈 때, 휘장 뒤에 앉아 있는 에밀리가 가엾다고 했다. 

    그 때 마을 부인들 가운데 누군가가 에밀리와 호머 배런의 그 같은 모습은 마을의 수치이며 젊은이들에게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말에 남자들은 간섭하기를 원치 않았지만, 마침내 부인들은 침례교 목사에게  -에밀리 양은 성공회 신도였다- 그녀를 만나보라고 했다. 에밀리 양을 만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목사는 밝히지 않았고, 결코 그녀를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다음 일요일 에밀리 양과 호머 배런은 또 다시 마차를 몰고 거리로 나섰고, 그 다음 날 목사 부인이 앨라바마에 있는 에밀리 양의 친척에게 편지를 썼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같은 지붕 아래 친인척과 함께 하게 되었고, 우리들은 뒤로 물러앉아 상황을 지켜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일이 없었다. 그 후 우리는 그녀와 호머 배런이 결혼을 했으리라 확신했다. 에밀리 양이 보석상을 갔다 왔고, H.B(Homer Barron) 라는 글자가 새겨진 은제의 남자용 변기 세트를 서면으로 주문했음을 알았다. 이틀 후 우리는, 그녀가 한 벌의 남성복과 잠옷을 사들인 것을 알고는 "그들이 결혼했다"고 했다. 우리들은 대단히 기뻤했는데, 에밀리 양보다는 그녀의 두 사촌 자매가 보다 그리어슨 가문 사람들다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호머 배런이 마을에서 사라졌을 때 우리는 놀라지 않았다. 마을 길 닦는 일은 얼마 전 이미 끝이 난 상태였다. 우리는 그가 허풍을 떨지 않고 떠나 실망스러웠지만, 에밀리 양을 맞아들이기 위해 준비 차 또는 그녀에게 사촌 자매들을 제거할 기회를 주기 위해 떠났다고 생각했다(그 즈음 그녀 사촌 자매들을 몰아 내기 위한 음모가 있었고, 우리들은 모두 에밀리 양의 편이었다). 그리고 과연 일주일 후 그녀들은 떠났다. 그리고 우리가 기대했던대로 그녀들이 떠난 후 3일만에 호머 배런이 마을로 돌아왔다. 땅거미가 질 무렵, 부엌 문간에서 그를 맞는 흑인을 그 이웃 사람이 목격하였다.

    우리가 호머 배런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후 한 동안 에밀리 양은 계속 우리의 눈에 띄었다. 흑인 하인이 시장 바구니를 들고 들락거렸으나 정문은 언제나 닫혀 있었다. 남자들이 석회를 뿌렸던 날 밤 그들이 보았듯이, 창문가에 서 있는 에밀리 양이 가끔 눈에 띄기도 했지만, 그러나 거의 6개월 동안이나 그녀는 거리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마치 그녀의 삶을 그처럼 망쳐 놓은 그녀 부친의 엄격하고 불 같은 성격이 아직 살아 있는 듯, 이 역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우리가 다시 에밀리 양을 만났을 때 그녀는 살이 찌고 머리는 희색으로 희어 있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점점 희어지던 그녀의 머리칼은, 마침내 흰색과 검은 색이 뒤섞이고서야 멈추었다. 그녀가 74세의 나이로 사망한 날까지 그 머리색은 왕성한 남자의 머리털처럼, 변함없는 회색 그대로였다.  

    그 때부터 그녀의 집 대문은, 그녀가 중국화를 가르쳤던 그녀의 나이 40대 때 6~7년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닫혀 있었다. 그녀는 아래 층 방 하나를 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사토리스 대령의 딸과 손녀딸들이 헌금 접시에 놓을 25센트 동전을 가지고 일요일 교회로 가듯, 똑 같은 정신으로 그녀에게로 보내졌던 것이다. 반면 그녀의 세금은 면제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여 마을의 중추 세력을 이루고 그들의 정신이 마을의 정신이 되면서, 그림을 그리던 학생들은 자라나 어디론가 사라지고, 새로운 세대는 자녀들에게 더 이상 그림 물감과 따분한 붓, 그리고 잡지에서 오려낸 그림을 챙겨 그녀에게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스튜디오가 닫히자 대문이 닫히고, 그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었다. 마을에 우편 배달이 무료가 되었을 때, 에밀리 양만은 자기 집 대문 위에 금속제 번호 판이 달린 우편함 설치를 거부했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가고, 우리는 시장 바구니를 들고 나는 그 집 흑인의 머리가 희어지고 등이 더 굽어 가는 걸 보았다. 매년 12월이 되면 우리는 그녀에게 세금 고지서를 보냈는데, 일 주일 후면 우체국으로부터 아무런 통지 없이 되돌아 왔다. 벽감壁龕에 놓인 우상의 조각처럼, 아래 층 창문 가에 서 있는 그녀가 가끔씩 눈에 띄었는데 -분명 그녀는 이층을 폐쇄하였다-그녀의 시선이 우리를 향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이처럼 그녀는 사랑스럽고, (우리가)피할 수 없고, 흔들림 없이 고요하고 고집불통인 모습으로 세대를 거쳐 갔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죽었다. 먼지가 차고 그늘이 든 집에서 병이 들었고, 허약한 흑인이 그녀를 돌 본 유일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녀가 아프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 흑인으로부터 정보를 얻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고, 아마 그녀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마치 사용하지 않은 듯, 그의 목소리가 쉬고 녹슬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래 층 방에서, 커튼이 드리운 육중한 호두나무 침대에 누워 죽었다. 그녀의 나이 든 회색 머리는, 햇빛 부족으로 곰팡이가 핀 노란 색 베개 위에 뉘어져 있었다.

    

                V 

    마을 부인들을 맞은 흑인 하인은, 그녀들을 안으로 불러 들였다. 그녀들은 입에 손가락을 대고 쉿쉿하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 호기심에 찬 재빠른 시선으로 둘러 보았고, 그러자 흑인은 자리를 떴다. 그는 집안을 가로질러 후원으로 간 후,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에밀리 양의 사촌 자매들이 곧 돌아왔다. 그녀들은 이튿날 장례식을 치뤘는데, 사들인 꽃더미 아래 누워 있는 에밀리 양을 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왔고,  말없이 몸을 떠는 여인들과 관 받침대를 내려다 보는  이젤 속 그녀 부친의 크레용 색 얼굴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남부군 제복을 입은 사람들도 있었다- 현관과 정원 잔디밭에 앉아, 마치 그녀가 자신들과 동시대의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들은 아마도 그녀와 춤을 추고 구애를 했을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늙은이들이 그러하듯이, 시간과 시간의 수학적 진행을 혼동한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과거는 사라지는 길이 아닌, 겨울이 결코 오지 않는 광활한 초원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초원은 10년 세월이라는 좁은 병목으로 이제 그들과 분리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미 지난 40년 동안, 누구도 볼 수 없었던 방 한칸이 그 집 이층에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은 에밀리 양이 땅 아래 편히 누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방문을 열었다.

    문을 부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방 안은 번지는 먼지로 가득 차는 듯했다. 신부의 방처럼 가구와 장식으로 꾸며진 그 방에는, 마치 무덤의 냄새이듯 옅은 악취가 나는 관포(관을 덮는 천)가 장미 형 촛대, 화장대, 섬세한 크리스탈 제품, 변색이 되어 글자가 안 보이는 은제의 남자용 화장실 용품 등 방 안의 모든 것을 덮고 있었다. 이 물건들 가운데 목 칼라와 넥타이가 있었는데 마치 방금 벗어 놓은 듯, 그것들을 들어 올리자 방바닥 먼지 속에 희미한 초승달 모습이 남아 있었다. 의자 위에는 조심스럽게 접어 놓은 양복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한 켤레의 말 없는 구두와 버려진 양말이 있었다.

    그 남자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우리들은 오랜 동안 그곳에 서서 살점이 떨어져 나간 이빨을 내려다 보았다. 그 몸은 한때 포옹하는 자세로 누워 있었겠지만, 이제는 사랑(했던 기간)보다 더 오래 지속된 긴 잠, 사랑의 고통마져도 이겨버린 그 긴 잠은 이제 그로 하여금 진실된 남편이 되게 하였던 것이다. 잠옷 아래 썩어 있는 그의 몸은 누워 있는 침대로부터 떼어낼 수가 없었고, 그와 그의 옆에 놓인 베개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먼지가 고르게 덮여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베개에는 움푹 들어간 머리 자국이 나있었다. 우리 중 누군가가 베개로부터 무엇인가를 들어올리고 몸을 앞으로 숙이자, 보이지 않는 먼지와 옅은 악취 속에 진회색의 긴 머리칼이 보였다. (C).

Translated into Korean

                    by Hung S.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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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프로필.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 1897~1962)는 미시시피주 뉴 앨바니의 명문가정에서 태어남. 그의 선조들은 미-멕시코 전쟁, 남북전쟁 등에 참전하였으며 전후 미국 재건에 참여하였음. 윌리엄 포크너는 어린 시절에 이미 예술적인 소질을 보였으나, 학교 공부에 흥미를 잃고 고등학교 1학년에 중퇴를 함. 그는 미시시피 옥스퍼드에서 성장기를 보냄. 그의 소설 압살롬 압살롬에 등장하는 가공의 마을 요크나파토파는 그가 성장한 지역에서 영감을 얻은 것임. 포크너는 특히 남북전쟁에서 남부의 패배에 관심이 많았고, 따라서 그의 많은 소설들은 남부 귀족들의 몰락을 다루고 있음. 포크너는 20세기 위대한 작가의 한 사람으로, 모더니즘의 개척자였음. 그는 그 때까지의 문학 형식에서 벗어나 의식이 흐르는 대로의 기술, 시간적 순서의 무시, 다수의 화자 등장, 현재시제와 과거시제로의 자유로운 넘나듬, 불가능하다 할 정도의 길고 복잡한 문장으로 전통적인 소설 양식을 뛰어 넘은 작가임. 따라서 그의 소설은 읽기가 매우 어려우나, 또한 많은 독자들에게 영어라는 언어의 가능성을 체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음. 이러한 공로로 194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함. 그의 작품으로는, The Sound and the Fury (1929), As I Lay Dying (1930), Light in August (1932), Absalom, Absalom! (1936), The Hamlet (1940), Go Down, Moses (1942) 등이 있음.


"아래 "압살롬 압살롬", "내가 누워 죽어 갈 때" 일독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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